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2

수미니 2007. 10. 20. 21:48

 

 

 

조조가 의병을 이끌고 참가했던 반동탁 연대, 관동연합군.... 그럼 관동군에 소속되었던 제후들의 면면을 한번 살펴볼까?  예주자사 공주라는 넘은 ‘주둥이로 먹고 산다’ 그럴 정도로 말을 잘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죽어서 말라비틀어진 놈도 주둥이로 불어서 살려낸다(噓枯吹生)"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 말로는 죽은 놈도 살려내는 이사람, 물론 그래서 하나의 주를 관할하기까지 되었겠지만 실제로 할 줄 아는거라곤 하나도 없었나 보다.  또 한복이란 아저씨, 이 아저씨는 뭔가 자기 생각이라고는 없었다. 삼국지 무제기의 배송지 주에서는 영웅기英雄記라는 책을 인용하고 있다. 앞서 조조가 선택한 길 1에서 후한서를 인용하여 살펴본바와 같이, 때는 각 지방의 제후들이 반 동탁 연합군을 각지에서 일으키고 있을 무렵이다.  동군태수 교모는 수도 낙양에 있는 거짓으로 삼공들의 이름을 빌어서 각지에 편지를 돌렸다.  편지 내용은 "의병 좀 일으켜서, 이 나라의 우환거리, 동탁이를 좀 어떻게 해결해주기 바래요.... 우리도 함께 구해줘 ㅠㅠ (企望義兵, 解國憂患)"라고 되어있다.  근데 이 편지 받은 한복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부하에게 묻는다.  '이보게 자네! 우리가 원소네 편에 붙어야 될까? 아님 동탁이 편?'  이 소리를 듣고 난 유자혜劉子惠라는 모사가 답답하다는 듯이 '우리가 군대를 일으키는 건 나라를 위한 것이지, 어찌 원소나 동탁 싸움에 편들려는 것이겠습니까!ㅠㅠ' 라고 말한다.  이 말을 들은 한복 얼굴만 벌개져서 할 말이 없다.  근데 이 유자혜라는 사람...... 말은 그렇게 했어도 생각은 한복의 수준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나보다....  그래서 한복에게 내놓은 계책이란게 병사를 움직이지 않고 관망하는 거다. 그리고 그 이유라고 대는 건...... 이렇다. "군대를 움직인다는게 원래 위험스런 일이자나여, 그러니까 앞장은 서지 말고 그냥 남들이 하는 정도만......(兵者凶事, 不可爲首: 이말 들으면 항상 '중간만 하면 된다.'라는 말을 듣던 군대 시절 명언이 생각난다. ㅋㅋㅋ)"  이 말에 한복 훌륭한 계책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를 따른다. 그저 남들이 자기 관할구역을 빼앗아가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들고 일어나야 될 넘들이.... ㅉㅉ..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는 거지...... 

 

 

 

사실 원소가 동탁의 말에 얼굴 붉히면서 수도 낙양에서 도망친 이후, 동탁은 곧바로 원소 체포에 들어가려고 했었다. 근데 앞서(조조가 선택한 길 1) 이야기 했듯이 원소 이 인간 발이 무척 넓었다.  낙양에 있는 유명 인사들 가운데 동탁이랑 친근한 사람 몇이 원소랑도 친했다.  이 인간들이 동탁이랑 원소, 둘 사이를 중재하려고 나선 거다.  그리고는 동탁을 이런 말로 꼬신다. '원소라는 어린애 말예요..... 아직 장군님이 어떤 분이신지 잘 몰라서 그래여....  정신없이 나서긴 했지만 무슨 큰 계획이 있고 그럴 인물도 아니거든여.... 근데 그런 넘한테 너 죽인다 그러심 도리어 살려고 덤빌거예여... 걍 좋은게 좋은거라고 그녀석 한테 태수자리 하나쯤 주면, 고마워서 감동할 꺼구요.... 게다가 원소 개네가 집안이 무지 좋잖아여.... 사대가 삼공을 했는데 거기 걸쳐진 인간들도 한둘이 아니구요.... 원소만 수하로 들이시면 개네들까지 몽땅 다 수하로 들이시는 거니까...... 그럼 천하가 장군님 거아녜요. 그러니까 그렇게 하세여....'  이 말에 넘어간 동탁 원소를 발해渤海 태수로 임명한다. 원소는 기주冀州까지 도망왔다가 졸지에 발해태수로 임명을 받는다.  무슨 코메디도 아니고.... 근데 이러는걸 한복이 지켜보니 무서워서 오금이 저린다.  말했다시피 원소 이리저리 세력이 만만치 않은 놈이다.  근데 자기 코앞에서 그 막강한 원소가 기반을 얻은 거거든..... 이쯤 되니 척후병을 보내서 원소 근황을 살피고 그 동태를 파악하느라 난리를 친다.  한복은 결국 그러다가 어영부영 관동 연합군에 참여하게 된거다.  


이러니 이 인간들 휘하 병사들도 전투력이랄게 뭐 있을 리가 없고, 제후들은 각자 지 밥그릇만 챙기는 꼴이 되버린다.   이런 상황은 다른 넘들도 다 비슷했다.  그래서 연합군이 성립된 이후에도 어떤 넘도 먼저 움직일라 그러지 않았다. 삼국지 무제기의 기록에서는 "원소 등 연합군은 누구도 먼저 군대를 진격시키려 하지 않았다.(紹等莫敢先進)"라고 적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첫째, 누구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었던 거다. 진정 나라를 위해 관동군에 참여한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둘째, 이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들 말은 안하지만  동탁이 무시무시한 전투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탁은 삼국지연의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흐지부지 멍청한 군인이 아니라는 거다. 동탁의 근거지였던 서북지역은 유목민족과의 전투가 빈발하던 곳이고 그곳을 통치하고 있었던 군사령관 동탁 또한 정치적으로는 아니어도 군사적으로는 교활하고 군대도 막강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바라보는 조조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런  미친 넘들! 정의의 깃발아래 모였다더니.... ㅅㅂ.... 환장하겠네! 이봐요 장군님 여러분들! 의병 일으켜서, 난리 일으키고 황제폐하한테 난폭하게 굴어대는 동탁이 넘 토벌하려고 여러 장군님들이 여기 이렇게 모이셨다면서..... 근데 당신들 무슨 걱정이 그리 많이하시나?(擧義兵以誅暴亂, 大衆已合, 諸君何疑?)" 하고 한마디 한다.  조조는 다시 덧붙여서  '만약 작년이라고 그러면야 동탁 토벌하기가 어려웠다고 쳐.... 그치만 지금만큼 좋은 기회가 있나?  전에야 동탁이 내시들의 난리를 토벌하고 왕실의 존엄을 보호하기위해 들어왔다는 명분도 있었다지만(倚王室之重, 居二周之險), 이제는 맘대로 황제도 폐위시키고, 수도에 불 지르고 개 망나니짓을 다 하잖아! 이건 하늘이 내린 기회라구....(此天亡之時也)',   "한방이면 천하가 정리될 기회니까 이번 기회를 놓지면 천추에 한이 된다구....ㅅㅂ  ㅠㅠ(一戰而天下定矣, 不可失也)" 하고 소리친다. 

 

그러나....... 이런 젠장!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는다. 결국 열 받은 조조 혼자 군대를 이끌고 정부군과 싸우고, 장막이 그래도 친구라고 지원병을 조금 보낸다. 장막이 보낸 부대의 대장은 앞서 조조를 후원했던 자위라는 사람이었다. (邈遣將衛玆分兵隨太祖)  근데 막 성립되어 일년여 밖에 지나지 않은 조조의 군대와 제대로 훈련된 정부군의 전투가 어땠을 런지는 안봐도 뻔하게 그 결과를 알 수 있다.(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것처럼 말도 안되는 약한 병사들로 정예 병사를 대적하는 식의 이야기는 그냥 소설일 뿐이다. 게릴라전도 아니고 전면전에서 전투 쌍방이 기본적인 군사 지식과 훈련을 받았다면 그런 소설 같은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 나폴레옹 같은 천재 전략가도 적이랑 싸울 때 필요한건 잘 훈련된 군사라고 했다.... 그러니 우리가 많이 들었던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군사를 부리는 기술은 다 나관중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이 전투에서 조조도 죽을 뻔 한다. 고맙게도 사촌 동생 조홍이 자신이 타던 말을 조조에게 줘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겨우 목숨건진 조조가 꼴갑하는 관동군 진영에 돌아와 보니 이것들 하는 짓이라곤   "나날이 술자리만 열면서, 적진으로 진격하려는 생각은 하지는 않고(日置酒高會, 不圖進取)"있는 거다.   엄청 성질이 난 조조, 가슴을 치며 이야기 한다. "지금 말야, 의로움을 명분으로 군대를 움직였다고 말하면서도, 걱정만 하고 전진하지 않는다는 건, 천하 백성들의 바램을 저버리는 것이니까, 모르긴 해도 니들한테는 겁나 치욕스런 역사가 될거다. ㅅㅂㄴㄷ (今兵以義動, 持疑而不進, 失天下之望, 竊爲諸君之恥)"  그래도 이 양반들 들은 체도 하지 않는다. 


결국 조조의 꿈은 다시 한번 좌절로 끝맺음하게 되는 순간이다.  아직은 조조 순수하다. 자기 세력 보존하기, 지 밥그릇 챙기기 보다는 나라가 우선순위에 있었던 거다. 물론 자기가 지켜야할 세력도 별반 없었지만.......  관동 연합군의 이런 모습은 조조가 독립적인 세력을 키워야 할 필요성을 느끼도록 한 것이며, 또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결심을 하도록 한 계기가 아니었을까? 'ㅅㅂ 결국 내가 혼자 해야 되는 거야...........'


사실 관동군에 참여하는 인간들......  전국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이다. 그렇지 않겠나? 하진이 실권을 잡고 있을 무렵 각지에 배치된 인간들이니 나름 능력 있다고, 충성심도 있다고.... 그런 명성을 가진 넘들일 거다. 예를 들자면 왕광이라는 인간은 불의를 눈뜨고 못본다고 명성이 자자했고, 원유라는 넘은 유능한 행정가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 넘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얼마지나지 않아 중앙의 지배력이 없어지니.... 사리사욕이 생겨나고 정의니 무슨 조국이니 하는 것은 뒷간에 가져다 버리는 꼴이 되버린거다.  결국 조조는 이 인간들의 목적을 꿰뚤어 보게 되고, 이 넘들과는 같이 일할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야할 운명의 길을 선택하게 되는 거다.


조조 인생에 있어서 엄청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이런 행동들과 훗날 그가 걸어간 길에 대해 훗날의 사가들은 크게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내린다. 그렇다고 그게 직접적인 사적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앞서 인간 조조편에서는 조조를 간웅이라고 그래야 되나?  영웅이라고 그래야 되나? 고민스럽다고 말한 적 있다.  그러면서 소개한 조조에 대한 인물평.... 사실 이 인물평들이 조조에 대한 신탁과 같은 예언이라기보다는 후세인들의 조조에 대한 평가라고 보는 것이 사실에 가까울 거다.


그러면 조조에 대한 두 가지 평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한가지는 손성의 이동잡어를 인용했다는 삼국지 무제기 배송지 주이다. 손성의 이동잡어에서는 조조를 평가하면서 "치세을 만난다면 능력 있는 신하가 될 것이고, 난세를 만난다면 간웅이 될 거다.(治世之能臣, 難世之奸雄)"라고 했다고 한다. 이와 다른 견해는 후한서와 세설신어의 기록이다. 후한서에서는  "태평시대를 만나면 간사한 도적이 될 거고, 난세를 만나면 영웅이 될걸...(淸平之奸賊, 難世之英雄)" 이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세설신어에서는 "난세를 만나면 영웅이, 치세를 만나면 간사한 도적이 될거다.(難世之英雄, 治世之奸賊)"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조조의 행위, 다시말해 반동탁 연합에 참가하여 홀로 분전하고, 독자 세력을 키워나가기로 맘먹는 과정만을 살펴본다면 조조는  "난세의 영웅(難世之英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홀로 천하와 국가의 미래를 짊어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이를 하나하나 실천해나가게 된다는 말이다.   사실 조조가 이런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그리 유명하지 않던 다른 한명의 장수가 조조와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바로 원술의 부장이며 손책과 손권의 아버지 손견孫堅이다. 조조가 홀로 동탁군과 맞섰던 것처럼, 후에 손견도 홀로 동탁의 정부군에 달려들고, 손책의 기세와 관동군 전체 실력을 감안한 동탁은 오히려 도성에 불을 지르고, 어린 천자를 끌고 장안으로 도망간다.  물론 동탁은 천도라고 했지만..... 근데 손견의 군대는 훈련이 잘된 지방군이었다. 조조처럼 막 거병한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러니 손견의 부대가 동탁의 맹장 가운데 하나인 화웅을 처단하고 낙양까지 진격해 들어갈 수 있었던 거다. 그런데 손견은 조조만큼 영리하게 미래를 설계해나간 것은 아니다. 사실 강동을 평정한건 손견이 아니라 손견의 아들 손책이다. 손견은 반동탁 관동 연합군이 흐지부지 실패한 후 유표의 부장 황조의 손에 죽고 그 아들 손책이 원술로 부터 독립하여 순식간에 강동을 점령하게 되었으니, 손견은 용맹하다 할 수는 있겠지만 조조만큼 영리하게 난세를 개척해나갔던건 아니라 할 수 있다.


그럼 조조가 어떻게 미래를 설계했다고 평가하냐구? 한번 살펴보자. 조조가 성공적으로 자신의 세력을 키워가는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