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 이야기/삼국지와 영웅 이야기 2

수미니 2007. 10. 23. 01:48

 

 

 

동탁이 황제를 맘대로 바꾸고, 이를 계기로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고 싶어 했던 것처럼 원소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다.  다만 원소의 경우는 동탁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동탁의 생각이 "현재의 황제를 폐위 시키고 새로운 황제를 세우는 것"이었다면, 원소의 생각은 "또 다른 황제를 옹립하는 것"이었다. 


원소.... 이 양반 관동군의 맹주가 된 이후에는 더욱 커진 명망과 권위만큼이나 야심도 덩달아 자라났다.  그러나 원래 성격은 못버린다고 욕심은 무지 많지만, 자기꺼 지키려고 위험한 일은 절대 안하려고 한다. 그러니 무시무시한 전투력이 무서워 동탁을 잡으러가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낸게 지금 있는 동네에서 따로 황제를 한사람 옹립하는 거였다.  후보자는 유주목幽州牧 유우劉虞이다.  후한서 유우전劉虞傳에서는 원소가 우스운 이유를 대가며 추천하는 장면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기주자사 한복이랑 발해태수 원소 그리고 관동연합군 제후들이 모여 이딴 의논을 했다. "조정의 대빵이 되어야할 황제가 어린데다 동탁 손안에 놀아나고 있고, 거기다 멀리 떨어져 있어 소식도 없고(동탁은 헌제를 자신의 근거지 장안으로 보냈다.) 꼬마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니까....... 글쎄 살았다 그래도 이건 동탁 앞잡이밖에 못하자나!  나라에 임금이 없다는게 말이 안되자나. 그치? 그치! 다른 사람 시키는 거 어때? 유우 저 아저씨는 재네 유씨 집안에서도 어른이시고 하니까, 친구들아 저 아저씨 황제 시키자 응! 응!" (冀州刺史韓馥, 勃海太守袁紹及山東諸將議, 朝廷幼沖, 逼於董卓, 遠隔關塞, 不知存否, 以虞宗室長者, 欲立爲主.)' 



 

 

   ㅎㅎㅎ! 계획대로만 잘되면 차기 대권은 내꺼아닌감!  ........ 으이그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그러고 싶냐?

 

 


원소 생각이 뭔지 뻔-----하게 보인다.  장안이나 낙양처럼 동탁 세력이 있는데는 무서워서 쳐들어가지 못하겠으니, 그런데 말고 다른데다 임시정부(?)를 만들어 보자는 거다.  요러면 손쉽게 임시정부 수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훗날 이 임시정부가 동탁을 무력으로 무너뜨리거나, 정치공작으로 온나라가 동탁과 그가 집권하고 있는 정부를 무시하게 되면 .....  동탁의 정부는 망하고....... ㅎㅎㅎ  새 정부 안에서 원소는 한방에 일등공신, 실질적 최고 권력자가 된다.  이것만큼 밑천 안들어 가고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나?


근데 이거 되게 위험한 생각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황제는 곧 국가와 다름없는 존재이다. 그러니 원소의 이야기는 한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를 하나 더 만들자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물론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그 집안사람들 중에서 다른 황제를 세운 경우도 있다.  근데 이런 경우 대부분 국가가 멸망했다거나하는 상황이 아니어서, 황제가 적에게 살해되거나 적에게 잡혀간 이후였다. 이렇게 되면 다른 황제를 세워야 국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다. 아직은 국가가 멀쩡하게 존재하고 있고, 이름뿐인 황제지만 아직도 살아서 황제의 자리에 있고, 동탁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형식상 한나라의 신하이다. 이런 상황에서 임시정부를 세운다는 것이 바로 또 다른 황제를 별도로 옹립하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본다면 이게 바로 반역이 되어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유우 스스로도 이를 거부했다.  원소 보다는 유우가 훨씬 상황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일에 참가해버린다면 자신이 역적의 괴수가 될 것임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문에 유우는 원소의 사자 장기張岐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을 맹렬히 비난한다.  후한서에는 그 상황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원소는 전임 낙랑태수樂浪太守 장기 등을 보내서 유우에게 황제가 되어달라고 간청한다.   유우는 장기 등을 보자 얼굴이 벌개져서 따지고 들어간다.   "이노무시키들! 지금 천하가 개판이 되었고, 그래서 황제가 피난가 있는 판국이다.  나는 크나큰 은혜를 입었어도 나라에 보답하지 못해 부끄러운데....... 니넘들은 황제 덕에 좋은 땅 차지하고 잘처먹고 앉았으니...  니넘들 모두 어린 황제를 위해 몸과 맘 바쳐 충성해야 되는거 아니냐?  근데 니들은 되려 반역을 해서 얼굴에 똥칠을 할라고 그래 ㅆㅂㄴㄷ.... (乃遣故樂浪太守張岐等齎議, 上虞尊號. 虞見岐等, 厲色叱之曰: 今天下崩亂, 主上蒙塵. 吾被重恩, 未能淸雪國恥. 諸君各據州郡, 宜共勠力, 盡心王室, 而反造逆謀, 以相垢誤邪!)  



결국 이 계획은 유우의 거절로 실패로 돌아갔다. 근데 이 계획에 첨부터 참여했던 인간이 있다. 바로 기주자사 한복이다. 사실 원소는 일찌감치 한복이랑 조조한테 이 계획을 가지고 상의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한복은 생각자체가 없는 인간이다. 원소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찬성하고 지가 먼저 앞장선다.   바보도 아니고.... 결국 이 일이 실패한 후 한복은 도리어 원소에게 땅을 뺏긴다.  한漢 헌제獻帝 초평初平 2년(서기 190년) 7월 원소는 안팎으로 공작을 펼쳐서 한복으로부터 기주땅을 빼앗는다. 지 동네를 뺏긴 한복은 쪽팔리고 열받고 무섭고...... 이런 시간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자살한다.  조조는 어떻게 했을까? 이 넘 원래 영리한 인간이라고 앞서 이야기 했었다.  우선은 원소가 이 일을 성공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계획조차도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조가 선택한 길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조조의 일관된 주장은 동탁을 정벌하고 국가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이지, 따로 황제를 만들어내자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소는 옛날 친구니까 잘 꼬시면 넘어올거라고 생각했나보다.

 

삼국지 무제기와 이에 대한 배송지의 주에서는 원소가 조조를 설득하기 위해서 무릎을 어루만지면서(조조 닭살 돋았을거다.) 마음속에 있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어디서 난건지도 모를 옥새(아마도 지가 새긴거 같다.)를 살짝 끄집어내서 보여줬다고 한다.  이걸 보면 조조도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한다.  그래도 모른척하고 속으로 웃을 수밖에 없다. 연합군 맹주이니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근데 속으로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ㅆㅂ 니 생각에는 신부 훔쳐내는 거랑 나라 훔치는 거랑 같다고 생각되냐? ㅂㅅ 내 지금은 참지만... 두고 보자 주거서 너!(益不直紹, 圖誅滅之)'  다만 겉으로는 드러내지는 않고 앞으로 정리해야할 대상이라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한다.  원소 멍청한 녀석한테는 더더욱 솔직해질 까닭이 없어지는 거다.


그럼 원소랑 피를 나눈 동생 원술은 원소의 계획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사실 애도 찬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술은 연합군 맹주까지 되었던 자기네 형 원소를 멸시하고 질투했다. 원소와 원술은 사촌지간 일수도 있고, 둘다 원봉袁逢의 자식일 수도 있다. 하여간 원소의 나이가 원술보다 많아서 형이지만 서자(庶出)이다. 이에 반해 원술은 동생이지만 적자(嫡出)이다.  둘 사이가 친형제 사이인지 사촌지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원소가 서자이고 원술이 적자였던 것만은 확실한 사실인 듯하다.  



고대사회에서 적자의 지위와 서자의 지위는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있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적자와 서자 사이에는 능력의 차이까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웃기는 소리지만 고대에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서자.... 서러워서 서자라고 그러나보다. 그래서 홍길동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싶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ㅠㅠ'  어쨋건 원술은 이런 이유로 원소를 우습게 생각했다.  '원씨네 정통은 나지 저 바보 같은 넘이 아니야'라면서 원소가 하는 일을 못마땅해 하고, 앞서 말했던 것처럼 훗날 원소와 원술은 서로를 견제하게 된다...... 이정도면 둘다 가정교육도 제대로 못받은 바보인거다. 어디 가서 형제만한 동료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미친 넘들...


비록 원술이 원소를 우습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소는 정계에서의 명망으로 보나, 다른 호걸들과의 관계로 보나, 바깥에서 사회적 대접이 원술보다도 더 좋은 편이었다.  그리고 이런 점이 원술을 더더욱 삐딱하게 만들었고, 점점 원소가 잘되는 꼴이 보기 싫어지는 거다.  아주 자기 형을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원소를 따르는 호걸(호걸이라 할만할까 모르겠다만..)들이  원술을 따르는 이들보다 많았고, 이걸 또 원술이 두고 보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  '미친ㅅㄲ들 내가 누군데 나를 냅두고, 저 노비ㅅㄲ를 따라 다닌담! c8(群堅不吾從, 而從吾家奴乎)'  게다가 공손찬에게 편지를 써서 '원소 그넘은 우리 원씨 집안의 자식이 아니거덩.....(紹非袁氏子)' 라고 하기까지 이른다.  이 소식은 원소의 꼭지가 돌도록 만들었고(紹聞大怒),  형제간의 반목이 극도에 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은 훗날 제후들의 각축전 속에서 이들 형제가 성공적으로 생존하지 못하고 실패하게 되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그렇지만 .... 원술  이 아자씨, 지네 형님 욕할 거 하나도 없는 인물이었다.  하는 짓이나 생각하는 수준, 그리고 타고난 엄청난 재산을 잘 불려나가지 못하고 결국 파산한 것이나 모두 '그 나물에 그밥' 혹은 그 '똥이 그 똥', '초록은 동색'이었다.  아니 어쩌면 원소보다 더 못한 인물이다...   뭔 말이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