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완전히 정리하고 넘어가기, 문제를 해결한 뒤에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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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법문/법상스님의 목탁소리

2021. 4. 7.

 

 

지금 여기에서 종결지으라

아무리 괴로운 상황일지라도

어차피 한 번 풀고 가야 할 내 삶의 몫이라면

바로 지금, 이 생에서 풀고 툭툭 털고 가는 것이 현명하다.

 

다음으로, 다름 생으로 미루지 마라.

 

 

지혜로운 이는

괴로우면 오직 그때만 괴로울 뿐

그 다음 순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어리석은 이는

그때도 괴롭고 지나가도 여전히 괴롭다.

 

즐거워하고 괴로워하되

거기에 오래 머물러 있지는 마라.

 

 

어떤 한 가지 일이 끝나면

마음에서도 완전히 정리를 하고 넘어가라.

 

분노할 일이나 원망스런 일이 일어나

한동안 괴로워했더라도

그때가 다하면 거기에서 종결짓고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미워하는 사람은 이미 떠나고 없는데

아직까지도 그 사람에 대한 원망을 마음에 품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로 떠나갔는데

아직도 증오와 질투를 품고 있지는 않은가?

 

그 감정을 거기에서 끝내라.

 

다음 순간까지 끌어안고 가게 되면

그 마음이 내 삶을 다치게 한다.

 

언젠가 그 끝맺지 못한 업보의 흔적이 되살아나

과보로 나를 집어삼킬 것이다.

 

 

부처님께서 꼬삼비에 계시던 어느 날

부처님을 증오하던 왕비 마간디야는

불량배들을 매수하여

부처님이 탁발을 나오실 때마다 뒤를 따라다니며

온작 욕설과 비방, 침을 뱉는 등 거친 행동으로 못살게 굴었다.

 

이에 아난다는 부처님께

이 도시를 떠나자고 간청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거절하며 말씀하셨다.

 

욕설을 하는 사람이 있을 때마다

그곳을 떠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무릇 수행자는 문제와 소란이 있을 때

그것을 거부하거나 떠나지 말고

그 문제와 함께 머물면서 받아들여

최선을 다해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문제가 해결된 뒤에 길을 가는 것이 합당하다.

 

 

삶의 성숙과 깨달음은 문제를 통해 온다.

그 문제를 거부하지 말고 허용하라.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문제를 끌어안고 싸운다는 뜻이 아니라

그 문제가 일어난 것에 대해 인정하고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중요한 사실은 문제를 거부하거나

문제와 맞붙어 싸우지 않고

문제가 내게 온 것을 허용한 채

그 문제와 함께 머물러 있기를 선택할 때

그 문제는 제 스스로 해결된다는 점이다.

 

그렇다.

문제를 받아들일 때 문제는 스스로 해결된다.

그것을 받아들일 때 업장소멸이 일어난다.

그 문제를 받아들여 해결된 뒤에 떠나는 것이 합당하다.

 

 

삶에 찌꺼기를 남기지 마라.

이번 생의 일은 바로 이생에서 마무리를 지으라.

지금의 일은 바로 지금 종결짓고 넘어가는 것이 가볍다.

 

짊어진 업장의 무게가 없는 이라야

이 텅 빈 태허공의 법계를 자유로이 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