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Dream] 인간은 왜 털이 사라지는 쪽으로 진화했을까? (feat. 인류 진화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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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북툰·SOD

2021. 5. 4.

 

 

여러분이 생각하는 옛 인류의 사냥 모습은 어떻습니까?

대개 단체로 동물들을 쫓아 포위한 후,

창으로 찌르고, 화살을 쏘며, 손쉽게 때려잡는 모습일 겁니다.

그런데 우리 인류의 조상들은 처음부터 이렇게 뛰어난 사냥꾼은 아니었습니다.

 

초기 인류는 약 400~500만 년 전에 등장했는데

인류가 사냥꾼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했을 무렵부터였습니다.

 

,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려 300만 년 동안은 인류는 쭈구리 신세였다는 거죠.

그렇다면 300만 년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길래

인류가 최고의 사냥꾼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걸까요?

 

놀랍게도 그 비밀은 사라진 털에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인류와 털, 그리고 사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초기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키는

고작 100센티로 오늘날의 네다섯 살짜리 인간의 아이와 비슷합니다.

그리고 약 100만 년 뒤 등장한 호모 하빌리스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작은 몸집을 지녔었죠.

 

이렇게 몸집이 작았던 이들에게 사냥은 언감생심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400~500만 년 전에 등장한 초기 인류들은 주로 채식을 했습니다.

화석으로 발견된 이들의 턱뼈는 매우 두꺼웠는데

이는 많은 양의 음식물을 오랫동안 씹어 먹은 흔적으로

육식보다는 초식을 주로 하는 동물에게서 나타나는 특징이죠.

 

그런데 약 258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 기간에 아프리카가 건조해지기 시작하면서

초기 인류들은 어쩔 수 없이 사냥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건조해진 환경으로 인해 식물성 먹이가 줄어들자

당시 많은 영장류들은 치열한 먹이 경쟁을 하게 된 거죠.

 

인류의 조상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결국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물 사냥에 나서게 됩니다.

하지만 인류 조상들에게 사냥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몸집이 작아서 맹수들과의 사냥 경쟁에서 이길 방도가 없었던 거죠.

그래서 이들은 조금 독특한 전략을 취합니다.

지금도 아프리카 초원에 가면 맹수들은 밤이나 새벽에 사냥을 하고

낮에는 한가로이 낮잠을 자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아마 당시에도 비슷했을 겁니다.

, 초기 인류는 맹수들이 사냥에 나서는 밤 시간대를 피하고

낮 시간대를 노렸던 겁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거죠.

 

그런데 낮에 사냥을 나서기에는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습니다.

바로 더위였죠.

당시 초기 인류는 지금의 침팬지, 고릴라, 오랑우탕처럼 수북한 털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무더운 낮에 사냥하는 건 정말 고역이었을 겁니다.

 

그래서 인류는 주요 부위를 제외하고 점차 털을 벗는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땀샘을 발달시켰죠.

, 전략적인 사냥을 위해 털을 잃고 땀을 얻은 겁니다.

 

진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털을 잃고 땀을 얻은 개체들만 생존해

지금의 인류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죠.

 

사라진 털은, 인류의 사냥에 날개를 달아 줬습니다.

더운 낮에 사냥을 해도 피부에서 발생한 땀이 증발한 덕분에

몸에서 열을 흡수해 줬고

그로 인해 더위에 지치지 않고 사냥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고인류학자들은 이를 냉각 기구 가설이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이 가설은 인류가 다른 영장류들과 달리

털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가설로 인정받고 있죠.

 

180만 년 전 등장한 호모 에렉투스는

지금의 인류처럼 털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 말은 호모 에렉투스가 꽤 훌륭한 사냥꾼이었다는 뜻이죠.

실제로 이들은 사냥에 능숙했습니다.

호모 에에렉투스의 화석 중에선

동물을 사냥하고 사냥한 고기를 다듬는 데 필요한 주먹도끼 화석이 많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건, 인류의 조상들은 털을 잃는 대신

까만 피부를 얻게 됐다는 사실입니다.

 

털은 자외선을 막아 주는 보호막 역할을 했었는데

털이 사라지면서 인류는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피부에 멜라닌 색소를 만들게 됐고

그 결과 피부는 까매지게 됐죠.

 

그리고 검은 피부에서 시작된 인류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게 되면서

다양한 피부색을 지닌 인종들로 진화해 나갔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냥꾼의 면모를 갖춘 호모 에렉투스 시절은

인류가 본격적인 육식을 하는 때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고열량의 유지비가 필요한 뇌 역시

1000cc까지 커졌고, 키고 170cm까지 자라죠.

무엇보다 뇌가 커지면서 인류는 좀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더 뛰어난 사냥꾼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사라진 털이 사냥을 불러왔고

사냥은 다시 육식으로

육식은 또 뇌의 성장을

커진 뇌는 다시 효율적 사냥이란 결과를 낳게 됐죠.

 

이렇게 시작된 뇌의 성장은 인류를 문명사회라는

놀라운 혁명의 토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털이 사라지면서 시작된 인류 진화의 역사가 정말 놀랍지 않나요?

지금 여러분 누구나 지닌 매끈한 피부

이것은 수백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의 험난했던 생존 게임의 흔적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