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Dream] 인류의 피부색은 왜 이토록 다양하게 진화했을까?

댓글 0

1분과학·북툰·SOD

2021. 6. 14.

 

 

 

아으~~ 더워! 아으~~ 햇빛 짜증 난다!

무더운 여름입니다. 여러분, 선크림 바르셨나요?

우리가 아는 선크림은

수백만 년 전, 아프리카 적도 부근에서

인류의 조상이 처음 등장했을 땐 당연히~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자외선의 공격에 대처했을까요?

그렇습니다.

피부 아래에서 만들어지는 선크림, “멜라닌을 이용했죠.

멜라닌은 자외선으로부터 DNA가 손상되는 걸 막아 주고

세포의 형성과 재상을 돕는 엽산이란 중요한 분자가

자외선에 의해 분해되는 걸 막아 줍니다.

 

게다가 엽산이 정자 생산을 돕고,

태아의 신경과 혈관 발달에도 꼭 필요하다는 걸 떠올리면

멜라닌은 끈적거리지도, 백탁현상도 없는 정말 고마운 선크림입니다.

다만, 멜라닌은 흑갈색의 색소라서 많이 만들어지면 피부색이 짙어지는데요

그래서 자외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아프리카 적도 부근에서 출현한

초기 인류는 짙은색 피부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피부색이 짙으면 오히려 열을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더위에 취약하지 않냐란 궁금증을 품곤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햇빛에 의한 체온 증가는 적외선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짙은색 피부와 옅은색 피부는 햇빛 속의 적외선을

거의 비슷하게 흡수합니다.

, 더위를 느끼는 정도는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을 뿐

피부색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거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렇듯 초기 인류의 피부색은 짙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인류는 왜 이렇게나 피부색이 다양해진 걸까요?

진화가 빚어낸 피부색의 비밀, 지금 시작합니다!

 

--

짙은 피부색을 지녔던 인류는 아프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피부색은 놀라운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위도가 높은 지역에 정착한 인류는 피부색이 옅어지기 시작한 거죠.

정확히 말하면, 짙은색 피부를 지닌 사람들은 죽고

옅은색 피부를 지닌 사람

즉 멜라닌 색소를 적게 지닌 사람들이 자연 선택되어 생존한 겁니다.

 

여러분, 이상하지 않나요?

멜라닌 섹소가 자외선을 차단해 주는 고마운 존재라면

무조건 많을수록 생존에 유리할 것 같은데

왜 위도가 높은 지역에선 멜라닌을 잃고 피부가 옅어진 사람들이

더 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자외선과 비타민D에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볼까요?

지구엔 총 세 종류의 자외선이 쏟아집니다.

오존층에 완전히 흡수되는 UVC

적당히 흡수되는 UVB

오존층마저 뚫고 지표까지 내려오는 UVA

해롭기는 매한가지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체내에서 비타민디를 합성하려면

반드시 UVB가 필요합니다!

 

비타민D의 전구체인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은

UVB를 쬐어야만 비타민D로 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도가 높을수록

UVB는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멀어져 쉽게 흩어집니다.

 

그래서 고위도 지역에서는 멜라닌이 많을 경우

자외선 차단율은 높아질지 몰라도

체내의 비타민D 합성률은 떨어지게 되는 거죠.

 

비타민D의 결핍은 칼슘 대사에 이상을 불러오고

그 결과, 뼈가 약해지거나 굽게 됩니다(구루병)

또 면역계를 붕괴시키기도 하며, 심지어 기분과 정신 건강마저 무너질 수 있죠.

결국, 수십만 년 전 비타민 보조제가 없던 수렵 채집 시절

UVB란 자외선은 인류 조상들에겐 생존의 빛이었던 셈입니다.

 

따라서 위도가 높은 지역으로 이동한 인류 조상들은

비타민D를 효율적으로 합성하기 위해

짙은 피부를 벗어 던지는 방향으로 선택압을 받았습니다.

물론, 멜라닌을 완전히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DNA가 파괴되고 엽산이 분해되는 건 막을 정도의 멜라닌은 필요했으니까요.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인류학과의 니나 자블론스키 박사는

앞서 말한 내용을 단 두 장의 사진으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사진은 NASA의 한 인공위성이 찍은 지표면의 연평균 자외선 복사량인데요

분홍색과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는 적도 부근은

자외선이 많이 도달한 지역입니다.

반면, 하늘색, 녹색, 노랑, 회색으로 갈수록

, 위도가 높아질수록 자외선의 양이 줄어들죠.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전 세계 피부색 지도입니다.

적도 쪽으로 갈수록 피부색이 짙어지고

극지 쪽은 피부색이 옅어지는 게 보이시죠?

놀랍게도 자외선 지도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사진들은 피부색과 자외선의 상관관계를 정말 잘 보여 주고 있죠.

이 둘의 상관관계를 보여 주는 또 다른 증거가 있습니다.

바로 고위도 지역에 사는 에스키모 알류트족인데요

이들은 고위도인 알래스카 주변에 살지만 피부가 옅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양인에 가깝죠.

그 이유는 이들의 식습관에 있는데요

이들은 주로 생선과 날고기를 먹는 덕분에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습니다.

굳이 백인처럼 피부가 옅어져 자외선에 많이 노출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짙은 피부색으로 출발한 인류는

세계 각지로 퍼진 후, 고위도 중위도 등 각 지역 기후에 적합한

피부색을 지니게 됐고, 그들은 아주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지속적으로 자행된

유럽 열강들의 노예 무역이 참혹한 결과를 낳기 시작합니다.

노예 무역 때문에 아프리카의 저위도 지역에 있던 흑인들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럽이나 아메리카 등

위도가 전혀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된 거죠.

 

고위도 지역으로 끌려간 흑인 노예들의 삶은 비극적이었습니다.

고위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자외선양이 적었기에

이들은 충분한 비타민D를 만들지 못했던 겁니다.

 

자외선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흑인의 비타민D 합성 능력은

백인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데요

그래서 노예로 팔려 온 흑인들은 비타민D 부족으로

구루병을 앓기 십상이었습니다.

 

1991,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까지 운영된

미국 맨해튼의 한 흑인 집단 매장지에서 나온 유골들을 분석한 결과

흑인들의 상당수가 구루병에 걸렸던 것으로 밝혀졌죠.

 

, 비타민D 부족으로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신경세포의 수초가 벗겨지는 질병인 다발성 경화증을 앓는 흑인도 많았습니다.

 

진짜 골치 아픈 건 현재도 미국에 사는 흑인들은(아프리카계 미국인)

비타민D 결핍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2, 미국 앨라배마대학교의 니콜 라이트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비타민D 농도는 19ng/ml

이는 32ng/ml의 미국 백인보다 낮은 수치였고

아프리카에서 사는 흑인에 비해서는 2배 이상 낮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최근엔 비타민D의 부족이

당뇨나 비만, 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활발히 논의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비타민D 섭취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죠.

 

그리고 비단 이런 문제는 흑인에게서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피부색이 옅은 백인들 중 자외선이 강한 저위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멜라닌 색소가 적은 탓에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지난 50년 간 백인들의 흑색종(악성피부종양) 발병률은 8배나 증가했죠.

 

이처럼 진화의 속도와 어긋난 급격한 거주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 인류의 다양한 피부색은

햇빛과 진화가 빚어낸 형질일 뿐

절대적으로 우열은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래서 수백 년 동안 피부색으로 우열을 나눠 벌어진 참혹한 사건들

, 지금도 종종 벌어지는 인종차별 사건들은

안타까움을 더하는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