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툰] 암흑 물질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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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북툰·SOD

2022. 6. 23.

 

 

 

어떤 남자가 텅빈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정원 초과 벨이 올렸습니다.

엘리베이터의 탑승 정원은 6명입니다.

엘리베이터 안을 아무리 둘러봐도 분명 남자 혼자뿐입니다.

 

도시괴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귀신을 떠올릴 법합니다 .

그러나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좀 더 합리적인 이유를 찾으려 합니다.

 

엘리베이터는 고장난 게 아닙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남자를 제외하고 다섯 사람에 해당하는 무게가 존재합니다.

무게의 근원은 적외선 장비에도 포착되지 않고

어떤 전자기파도 방출하지 않습니다.

 

매우 기이한 일이지만

만약 동일한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가정을 세울 수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빛

즉 전자기파와 상호작용하지 않지만

사람 몸무게 다섯 배의 질량을 가진 물질이 존재한다.

그 물질은 이때까지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벨이 멈췄습니다.

남자는 보이지 않는 그 물질에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20세기 초에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물리학은 거의 완성 단계처럼 보였습니다.

현대 물리학의 눈부신 업적으로

우리는 세상 만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떻게 유지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주의 진화를 빅뱅 직후의 순간까지 거슬러 추적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물리 법칙을 이용해 우리 삶을 뒤바꿔 놓은 기술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렇게 세상을 다 파악한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한 것은

우주의 5%를 구성하는 데 그쳤습니다.

나머지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확인됐지만

실체는 모릅니다.

 

이외에도 아직 밝혀내지 못한 물리학의 미해결 과제가 몇 가지 남아있습니다.

만약 이러한 미해결 과제들까지 모두 밝혀낸다면

물리학은 진정한 종착역에 도달하게 될 겁니다.

그때는 인류가 우주를 완전히 이해하는 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 오늘은 물리학의 미해결 과제 중 하나인

암흑물질에 대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암흑 물질

1933년 스위스의 물리학자 프리츠 츠비키는

지구에서 32천만 광년 떨어진 코마 은하단을 관찰하면서

기이한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은하단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은하들이

예측치보다 훨씬 빨리 움직였던 것입니다.

이런 속도라면 은하들은 튕겨 나가고

은하단은 해체되어야 했습니다.

 

은하의 속도는 중력에 비례합니다.

또한 중력은 은하 내부 물질의 질량에 비례합니다.

따라서 은하가 보유한 물질의 질량에 따라

은하의 중력을 계산하고 속도를 예측합니다.

 

그러나 코마 은하단은 관측된 질량보다

훨씬 큰 중력이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움직였습니다.

이는 질량을 가진 미지의 물질이 은하 속에 숨어 있음을 암시합니다.

 

츠비키는 보이지 않는 이 물질에 암흑물질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츠비키의 암흑물질 이론은 발표 당시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보이지 않으면서 중력만 작용하는 미지의 물질이라니

이는 당시로서 너무나 선구적인 주장이었습니다.

 

한동안 잊혔던 암흑물질은

1970년대에 들어 새로운 관측 증거가 뒷받침되면서

다시 살아났습니다.

 

1970년대 초 미국의 물리학자 베라 루빈은

우리은하 안에 있는 별들의 움직임을 조사했습니다.

 

우리은하와 같은 나선 은하는

대부분 은하 중심에 가까울수록 질량이 큽니다.

질량이 크면 중력이 크고

중력이 크면 회전 속도도 빠릅니다.

 

따라서 은하 중심에 가까운 별은

은하 외곽의 별보다 훨씬 빠르게 회전해야 합니다.

이를 뉴턴의 중력 이론으로 풀어내면

별의 회전 속도가 은하 외곽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그래프를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루빈의 관측 결과는 은하 중심이나 은하 외곽이나

별들의 회전 속도에 큰 차이가 없는 걸로 나왔습니다.

베라 루빈은 200여 개의 다른 은하들도 조사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매우 기이하지만 이는 은하의 일반적인 현상이었습니다.

 

루빈의 관측 결과는

츠비키의 암흑물질을 도입하면 설명이 가능합니다.

암흑물질이 은하 외곽의 별들에 중력을 작용해서 회전 속도를 높이는 것입니다.

 

처음엔 과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암흑물질의 증거들은 계속 보고 되었습니다.

중력 렌즈 효과와 총알 은하단 등은 암흑물질이 있어야 설명이 가능합니다.

 

WMAP 위성과 플랑크 위성은 전 우주에 걸쳐

보통물질보다 암흑물질이 약 5배나 많다는 사실을 밝혀 주었습니다.

암흑물질은 우주 거대 구조와 우주배경복사 등

우주론을 설명하는 데에도 적용됩니다.

 

이 우주론에 따르면 초기 우주에서 별과 은하가 뭉치는 데에도

암흑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우주배경복사

빅뱅 이후 약 38만 년이 지난 시점에

우주는 급팽창하면서 식기 시작했습니다.

팽창 속도가 너무 빨랐기 때문에

높은 온도를 가졌던 한 점은

외부와 열 에너지를 교환할 틈도 없이 부피만 늘어났습니다.

 

따라서 우주는 위치에 상관없이 열에너지가 균일하게 분포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초기 우주의 열에너지는 138억 년이 지난 지금

우주배경복사의 형태로 남았습니다.

뜨거웠던 우주가 138억 년 동안의 팽창으로 식어버리고

이제는 아주 미약한 온기만 남은 것입니다.

 

우주배경복사는 관측 위치와 방향에 상관없이 일정하게

절대온도 2.7켈빈의 흑체복사 분포를 따릅니다.

이를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이라고부릅니다.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열에너지)

 

하지만 복사 에너지가 거의 일정할

뿐이지 100% 일정하지는 않습니다.

(미세한 규모에서는 비등방성)

 

WMAP 위성과 플랑크 위성이 보내온 고화질의 우주배경복사 사진을 보면

색깔 차이가 있습니다.

이 색깔 차이는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차이를 나타냅니다.

빨간색일수록 온도가 높고

파란색일수록 온도가 낮습니다.

 

그러나 온도차이는 지극히 미세합니다 .

가장 뜨거운 곳과 가장 차가운 곳의 온도 차이는

겨우 1만분의 1에 불과합니다.

 

미세한 차이라도 어쨌든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차이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은

물질의 분포가 균일하지 않다는 뜻이 됩니다.

이는 초기 우주에 아주 미세하게 물질이 더 많이 모인 곳과

더 적게 모인 곳이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물질이 더 많이 모인 곳은 그렇지 않은 곳에 비해 중력이 큽니다.

빈익빈 부익부처럼 중력이 더 큰 곳에 성간 물질이 모이고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되면서 별이 생기고 은하가 생겼습니다.

초기 우주의 불균일한 물질 분포가

별과 은하를 형성하는 씨앗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 물질로는

별과 은하의 형성을 완전히 설명할 수 없습니다 .

관측으로 추정된 보통물질의 양은 너무 희박해서

조그만 별 하나를 생성하는 데에도

우주의 역사보다 긴 세월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별과 은하를 뭉치게 하는 중력이 작용하려면

우리가 모르는 물질이 상당량 있어야 가능합니다.

 

만약 우주 초기부터 암흑물질이 많이 존재했다면

암흑물질이 모인 곳에 중력장이 형성되면서

성간 물질들이 빠르게 모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암흑물질을 도입하면

현재 우주의 중력 현상 뿐 아니라

초기 우주의 형성 과정까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983년 이스라엘의 물리학자 모르더하이 밀그롬은

뉴턴의 중력 이론을 조금 수정하면

은하 외곽 별들이 빨리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먼 우주에서는 우리가 아는 중력 법칙이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가정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를 수정 뉴턴 역학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론을 뒤집으려면

이전에 잘 들어 맞던 증거들까지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정 뉴턴 역학이 은하의 회전 속도는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외 암흑물질의 다른 증거들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은하단의 질량 문제, 왜소 은하의 회전속도 곡선, 총알 은하단,

우주의 거대 구조, 우주배경복사 등은

현재로선 암흑물질이 있어야 설명이 가능합니다.

 

 

--암흑물질의 정체

이제 암흑물질의 존재에 대한 의심은 거의 사라졌지만

암흑물질을 이루는 성분은 여전히 암흑 속에 남아있습니다.

 

우주 전체 질량-에너지 분포의 27%를 차지하는 물질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여했기 때문에 우주의 나이만큼 오래되고 안정된 물질

육안이나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전자기력과 상호 작용이 전혀 없거나 지극히 약하게 작용하는 물질

대신 중력하고는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질량을 가진 물질

속도가 빠르거나 가볍다면 산산히 흩어져

은하와 은하단을 뭉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속도가 광속보다 느리면서 무거운 물질

입자의 운동이 느리면 온도도 낮기 때문에 차가운 상태의 물질

과연 이런 특성을 모두 만족하는 물질은 무엇일까요?

 

현재까지 암흑물질의 후보는 여럿 있습니다.

액시온, 비활성 중성미자, 윔프, 김프 등의 가상 입자와

원시 블랙홀도 후보입니다.

이러한 입자들을 검출하거나 관측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없습니다.

 

전세계 물리학자들은 액시온 검출기, 공진기, 중성미자 검출기를 동원해

암흑물질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남극에서는 빙하를 이용해 암흑물질의 흔적을 잡는

아이스큐브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는

대형 강입자 충돌기에서 아예 암흑물질을 만들어 내겠다고 나섰습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임무 중에도 암흑물질을 찾는 임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강원도 양양의 지하연구실과

대전의 카이스트 연구실에서

암흑물질을 찾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구 안에서 지구 밖에서 그야말로

암흑물질을 찾기 위한 총력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프리츠 츠비키의 제안 이후

암흑물질의 개념이 나온지 90여 년이 흘렀습니다.

과학의 역사에서 어떤 이론이 제기된 뒤 이를 증명하는 과정은

때로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걸렸습니다.

 

힉스 보손은 약 50년 만에, 블랙홀은 200여년 만에

관측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암흑물질은 전자기력이나 강한 핵력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검출과 관측이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존재가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언젠가는 실험적 증거들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합니다.

 

물리학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발전해왔습니다.

 

 

, 오늘 이야기는 책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를 바탕으로 구성했습니다.

저자인 짐 알칼릴리는 양자역학을 연구하고

이론물리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면서

대중들과 과학으로 소통하는 작가이자 방송인입니다.

 

<어떻게 물리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짐 알칼릴리가 물리학의 심오하고 근본적인 개념들을

마치 대중 강연하듯 쉽고 편하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암흑물질 외에도

시간과 공간의 본질, 양자역학의 다양한 해석, 실제의 의미 등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접하는 여러주제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개론서에 가깝기 때문에 깊이 있는 설명은 다소 부족하지만

대신 짧은 시간 안에 물리학 전반을 이해하기에는 좋습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물리학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북툰이었습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