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툰] 만약 외계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feat.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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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북툰·SOD

2022. 6. 30.

 

 

평온하던 뉴멕시코의 전파 관측소에서

어느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지구에서 25광년 떨어진 베가성으로부터

외계의 고등 문명이 보낸 전파 신호가 날아온 것입니다.

 

현실성에 거의 없다고 봤던 세티 프로젝트가 성공하자

지구는 큰 충격에 빠집니다.

외계 문명에 대한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전통적인 사상과 새로운 믿음이 충돌합니다.

 

거대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류는 외계 문명과 접촉하기 위해 모험을 떠납니다.

 

. 영화 <콘택트>처럼 과연 현실에서도

언젠가 외계 전파를 수신하는 그 날이 올까요?

그런 결정적인 날이 온다면 정말 지구는 큰 혼란에 빠질까요?

 

 

--SF 영역, 외계의 전파 신호를 수신할 가능성

외계의 전파 신호를 수신할 가능성은

여전히 SF의 영역에 머물러 있겠지만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게 될 가능성은 현실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우주생물학의 성장과 관측 기술의 발달, 태양계 탐사선과 심우주 탐사 임무 등으로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는 일이

21세기 우주 과학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만약 원시적인 형태라도 우주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이는 곧 지성을 가진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도 극적으로 높아짐을 의미합니다.

왜냐하면 지구가 바로 그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면

지구는 더 이상 우주에서 유일한 사례가 아닙니다.

지구에서 한 번 일어난 일은 우주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외계생명체 발견은 가능성이 낮은 일이지만

일단 터지면 파급력이 엄청난 사건이 될 겁니다.

우리는 이 사건을 최대한 혼란스럽지 않게 맞이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항공우주학회는

항공우주분야의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는 국제학회입니다.

이 학회에는 세티 검출 후 특별 그룹이라는 특이한 조직이 있습니다.

 

특별 그룹의 목표는 결정적인 날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외계 신호 검출이나 외계생명체 존재 확인이 됐을 때

이 특별 그룹이 각계의 관련자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일종의 관제 센터 역할을 합니다.

 

진위 여부가 확인되면 국제천문 연맹에 알리고

국제천문연맹은 다시 유엔에 알립니다.

유엔은 다른 국제기구와 관련 조직에 상황을 전파합니다.

이런 뒤에 언론에 공개됩니다.

 

물론 실제로 일이 벌어지면

중간에 정보가 새어나가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도 있겠지만

어쨌든 과학계는 결정적인 날에 대비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과학계 말고 다른 분야는 어떨까요?

우주에서 우리가 유일하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올 쪽은 아마 종교일 겁니다.

 

그중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은

외계생명체 존재 자체가 심각한 도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은 예수의 탄생을 두고

신이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나타난 사건이라고 믿습니다.

기독교에서 예수를 구세주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예수는 돌고래나 침팬지 심지어 네안데르탈인을 구하러 온 게 아닙니다.

자신의 창조물 가운데 가장 고귀한 존재인 인간을 구하기 위해 왔습니다.

그래서 신이 인간의 몸으로 인간을 구하기 위하여 이 땅에 내려온 사건

즉 성육신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며

오직 한 번 지구에서만 나타난 사건이어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 전에는 지구도 하나요 지적 생명체도 하나였습니다.

오래전 멸종된 네안데르탈인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진 게 없었고

외계생명체는 상상조차 못하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주에 셀 수 없이 많은 행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그 행성 중에 또 다른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합니다.

그중에는 우리처럼 문명을 이루고 우리만큼

혹은 우리보다 또 고귀한 존재가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귀한 그들 역시 신으로부터 구원받을 기회를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성육신의 믿음은 여기서 흔들립니다.

 

1600년 로마의 수도승이자 철학자인 조르다노 브루노는

우주에도 생물이 살 수 있는 곳이 많을 거라고 말했다가

기독교 지도부로부터 이단으로 몰렸습니다.

브루노는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와 달리

자신의 주장을 끝내 철회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광장에 끌려나와 화형에 처해졌습니다.

그는 어쩌면 우주 최초로 외계인을 위한 순교자였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외계인을 심지어 추종한다 해도

광장에서 화형당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보수적인 기독교 측에서는 외계생물이 여전히 불편합니다.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는

모든 생물이 오직 인간을 위해 창조되었다는 믿음과 맞지 않습니다.

또한 고등 문명의 존재는 성육신의 믿음과 맞지 않습니다.

 

신학 교수인 신시아 크리스데일은

2006년 나사의 우주생물학 워크숍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외계생명체의 발견은

인간을 우주의 주인공 위치에서 점점 더 밀어내는 일이다.

이는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과 맞지 않다.”

 

애틀랜타의 장조 목사회 대표인 게리 베이츠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신이 인간의 모습으로 죄인을 구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서 또 다른 구원 대상을 상상하는 것은 기독교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다.”

 

과연 지동설이 천동설과 부딪히고 진화론과 창조론이 부딪혔듯이

다음 충돌은 외계인과 성육신 차례일까요?

 

 

--과학과 종교

과학과 종교가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종교의 역사적 적응력을 과소평가하는 일입니다.

 

역사적으로 종교는 사회적 변화에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면서

믿음을 지켜 왔기 때문입니다.

 

만일 외계생명체 발견이 지동설이나 진화론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져오는 사건이라면

종교 지도자들은 결정적인 날이 불시에 찾아왔을 때

그들의 공식 견해가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믿음을 지키기 위해 믿음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외계생명체에 대한 종교적 고찰은 필요합니다.

 

2009년 바티칸에서는 과학과 종교가 함께하는 학술 대회가 열렸습니다.

교황청 과학원의 주관으로 저명한 과학자들과 성직자들

인류학자와 철학자에 이르는 42명의 전문가가 모여

우주생물학을 주제로 토론을 펼쳤습니다.

 

2009년이면 외계 행성의 발견 목록이 급격히 늘고 있을 때였습니다.

또한 화성에 메탄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뜨거운 관심사였습니다.

극단 미생물의 끈질긴 세계가 밝혀지면서

우주생물학은 주류 과학으로 급부상하고 있었습니다.

 

기독교는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한 템포 빠른 적응력을 보여줄 때라고 판단했습니다.

닷세 동안 펼쳐진 학술대회에서 다음과 같은 주제들이 얘기되었습니다.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었을 때 각 분야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원시적 형태인지 고등한 형태인지에 따라

우리의 도덕적 책임도 달라져야 할까?

-미래의 탐험가들이 외계 생명을 소유한다면 윤리적인 문제는 없을까?

 

한 때는 공상 과학에서나 등장할 주제들이

이제는 과학적이고 윤리적인 토론의 장에 올랐습니다.

비록 성육신과 같은 민감한 주제는 비켜갔지만

그래도 기독교 지도층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처음으로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참고로 교황청 과학원은 8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교황청 직속의 과학연구 조직입니다.

과학원 회원들은 국적이나 종교에 상관없이 저명한 과학자들로 선출합니다.

 

스티븐 호킹, 닐스 보어, 에르빈 슈뢰딩거, 막스 플랑크도 교황청 과학원 출신입니다.

역대 교황들은 과학원의 조언을 받아들여 우주론과 진화론, 분자생물학, 신경 과학 등의 과학 주제에 대해열린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교황청은 자체 천문대도 운영합니다.

 

천문학자이자 성직자인 천문대 연구자들이

첨단 망원경으로

은하계 형성, 행성 과학, 운석 그리고 빅뱅의 이치를 연구합니다.

 

이제 그들의 연구 과제는

멀리 있는 은하계에 누가 살고 있는가와 같은 새로운 분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유로파 탐사선 클리퍼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실제로 확인하는 날이 언제 올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빠르면 수십 년 안에 올 수도 있고

어쩌면 높은 가능성 만 품은 채 수백 년을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만약 외계생명체 발견이 정말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발표된다면

지구는 한바탕 소동에 휩싸일 게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충격파가 오래 가진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고

외계인 이슈는 결국 정치나 스포츠, 연예 이슈와 별반 다르지 않게 취급될지도 모릅니다.

 

먼 우주의 존재가 과연

주식이나 월드컵 중계방송과 경쟁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외계생명체 발견은

우리의 삶을 미묘하게 변화시킬 겁니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기독교는 진실을 은폐하려 했지만

결국 지동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일상은 계속 되었습니다.

농부는 작물을 수확하고, 귀족은 사냥을 즐기고,

교회와 학자들은 새로운 우주론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우리는 습관적으로 지구를 중심에 두곤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행성이 우주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우리 생각 속에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우리의 삶을 미묘하게 변화시킵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출판했을 때에도

서구 기독교 사회는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교회는 예전처럼 진실을 은폐할 힘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일부는 160년 동안 꾸준히 압도적인 증거가 나오는데도

진화론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명이 진화했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예전과 다른 사고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외계생명체 발견 역시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주에 우리만 있는 게 아니라는 증거를 찾게 된다 해도

사회 전체가 심하게 도취되거나 혹은 깊은 절망에 빠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언제나 그랬듯 일상은 계속되고

외계생명체는 서서히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할 겁니다.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했듯이

모든 생명이 자연과 사투를 벌이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사실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했듯이

마찬가지로 우리가 우주에서 더 이상 유일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겁니다.

우리는 항상 그렇게 적응하고 변화하며 여기까지 왔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