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앵커브리핑] 11.20(화)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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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 역사/손석희앵커브리핑(2018)

2018. 11. 22.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사심이 가득한 사람이었습니다.

내 환자들이 숨을 거둘 때 살이 베어나가듯 쓰렸고 보호자들의 울음은 귓가에 잔향처럼 남았다. 나는 내 손끝에서 죽어간 환자들의 수를 머릿속으로 헤아리는 짓을 그만두었다.

-이국종 <골든 아워>

 

외과 의사 이국종.

그는 자신의 환자들,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상 환자의 대부분은 가난한 노동자이고 정책의 스포트라이트는 없는 자들을 비추지 않았으므로 그는 전쟁을 선택했습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적이 더 늘어납니다. 저만 과도하게 노출돼서 다들 싫어하지요...”

그의 사심은 특정 병원이나 스스로의 욕망을 향한 것이 아니라 보다 약한 세상의 그늘, 타인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사심 없이 일했습니다.”

-박병대 전 대법관

 

양승태 대법원의 2인자, 야간고등학교를 나와 대법관이 된 신화적 인물, 그의 혐의는 재판개입과 법관 사찰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법원은 상고법원을 도입하기 위해서 정권을 불편하게 하는 약자들의 소송을 차일피일 미뤄왔다는데...

스스로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개인의 사심을 채운 것은 아니었고 대법원이라는 거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애쓴 셈이겠죠.

 

그의 사심 없는 대의가 문제 된 이유는 보다 약한 세상의 그늘을 외면한 채 집단의 공고함만 위해서 쓰였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의 환자를 살리고 싶었던 의사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사법권 독립과 법관 독립은

오로지 국민권익을 위한 것이라는 대의가

명경지수처럼 투명해야 한다.“

-박병대 대법관 퇴임사 201761

 

한편, ‘명경지수’...

맑은 거울과도 같이 법관 독립을 위해서 힘썼다 주장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이 대의를 이야기하는 사이에 법이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길바닥에 내쳐지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

그리고 오늘은 오랜만에 사족을 하나 답니다.

저의 고등학교 시절 한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문과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애들이 법대 간다.

이과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애들은 의대를 간다.

질투하지 마라...

걔네들은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제일 공부를 잘해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