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나방송] 정목스님 낭송, 남겨진 이들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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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법문/정목스님_유나방송

2020. 11. 24.

 

 

니가 떠난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것밖에

네 이름을

목 놓아 부르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미안하구나.

 

꽃이 피는

이 아름다운 봄날에

따뜻한 햇살 한 줌

네게 보내주지 못하고

 

칠흑 같은 어둔 길에

밝은 등불 하나 비추어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는

슬픔을 겪고 나서야

나중에 하리라 미루어 둔

모든 일이 사무친다.

 

더 많이 너를

사랑하지 못했던 우리가

한없이 안타깝구나.

 

그때 더 많이 네 목소리를

들었어야 했는데

그때 더 많이

니 어깨를 껴안았어야 했는데

너는 봄꽃처럼

빨리도 가버렸구나.

 

옹기종기 모인 꽃들이

너희들의 웃는 얼굴 같아

자꾸 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절망하며 슬퍼하는

우리를 향해 너는

많은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그곳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어주는 것 같아

꽃만 보아도 눈물이 난다.

 

미안해

정말 미안하구나.

 

등불처럼 빛나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아

 

너희는 이제 지상에서 꽃이 되고

하늘에선 별이 되어

납덩이 같은 우리 마음을

비추어 주고 있구나.

 

미안함에

숨조차 쉬지 못하는 우리에게

토닥토닥

봄바람을 보내주고 있구나.

 

울지 말라며

미안해하지 말라며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며

짧은 인생 여행이었지만

나름 괜찮은 나날도 많았다며

너희들이 우리를 다독이는 것만 같구나.

 

그래.

다시 한번 용기 내어 일어서야겠다.

 

침몰하는 배 안에서

자신의 목숨보다 어린아이의 생명을 먼저 구한 17살 청년

물이 차오는 공포 속에서

제자를 구하느라 다시 배로 뛰어 들어간 선생님

배가 기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하나 남은 구명조끼마저 던져주며 자신은 마지막으로 따라 나가겠다던 22살 여승무원까지

 

침몰하는 배 안에서 그대들이 보여준 영웅적 행동들은

살아있는 우리에게 깊고 고귀한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 했다.

 

그러니 한숨지으며 원망하느라 제자리에만 서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강물이 흘러오듯 우리는 다시 힘을 내어

세상이 밝고 맑아지도록 아픔과 슬픔을 딛고 일어서려 한다.

 

자비의 어머니 관세음이시여

부디 이번에 희생자들의 손을 꼭 잡아주시고

남겨진 우리에게도 힘과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북돋아 주소서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거대한 바다와 같은 이 위험한 세상을 건너갈 때

부디 불보살님의 자비로운 손길이

우리에게 닿게 하소서

 

한 중생도 놓치지 않겠다던

불보살님의 옛 맹세를 기억하셔서

우리의 앞길에

등대가 되어주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