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툰] 칼 세이건이 말하는 외계인 납치의 진실[북툰 과학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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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13.

 

 

1961년 미국 뉴햄프셔 주,

자동차 한 대가 어둠이 내리는 화이트산맥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은 베티 힐과 바니 힐 부부였습니다.

 

베티는 어느 순간부터 밝게 빛나는 물체가

자동차를 계속 따라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겁에 질린 부부는 간선 도로를 벗어나 좁은 산길로 숨어들었습니다.

물체를 피해 가까스로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예상보다 2시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베티는 UFO에 납치되는 무서운 악몽을 꾸었습니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꿈 이야기를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몇 년 뒤, 최면요법 전문가인 벤저민 사이먼 박사는

부부에게 최면 치료를 시도합니다.

최면에 걸린 베티는 잃어버린 2시간을 생생히 기억해냈습니다.

 

우리는 하늘에 떠 있는 UFO 안으로 끌려들어 갔어요.

그곳에는 몸집이 작고 피부가 회색인 외계인들이 있었죠.

그들은 우리에게 갖가지 생체실험을 한 뒤에야 풀어주었습니다.

 

힐 부부의 이야기는 티브이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크게 유명세를 탔습니다.

여세를 몰아 외계인 납치를 다룬 영화, ‘미지와의 조우도 전세계적으로 크게 흥행을 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납치 장면은

사람들에게 외계인 납치라는 새로운 유행의 공포를 심어줄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이후 외계인 납치는 순식간에 유행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힐 부부와 비슷한 납치 사건도 끊임없이 보고되었습니다.

피랍자들은 주로 혹은 한결같이 외계인에게 성적인 생체실험을 당했으며

심지어 그들과 성관계까지 가졌다고 주장했습니다.

 

1992년에 실시된 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녀의 약 2%가 다른 세계에서 온 존재에게

납치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범 우주적 외계인들이 미국인만 편애하는 게 아니라면

이 여론 조사는 외계인에게 납치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수가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넘는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수십 년 동안

몇 초에 한 건씩 지구인이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쉽게도 저를 포함해 제가 살면서 만난 모든 사람들은

이 엄청나게 높은 확률을 비껴갔습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외계인 납치는 주로

수면 무력증의 상태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수면 무력증은 다음의 경우에 주로 발생합니다.

잠이 막 들려고 할 때나 막 깨어나려고 할 때.

또는 힐 부부처럼 자동차를 오래 운전하다가 자기 최면에 빠질 때입니다.

 

수면 무력증에 빠지면 흔히 말하는 가위눌린 상태가 됩니다.

가슴을 짓누르는 무게를 느끼고

호흡이 힘들어집니다.

한동안 움직일 수 없으며 극도의 불안감을 느낍니다.

이때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환각입니다.

 

1894년부터 지금까지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10~25%정도가 평생동안 한 번 이상 생생한 환각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하버드 정신건강 회보에는 다음과 같은 논평이 실려 있습니다.

:수면 무력증은 몇 분 동안 지속될 수 있고

때로는 신, 영혼, 외계 생물에 관한 생생한 환각을 동반한다.

외계인들에게 납치된 사람들 중 대부분은

어릴 때 외계인을 본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 외계인은 오래 전부터 구전되어 왔으며

우리의 편안한 잠자리를 방해해온 모든 형태의 악령들일 것입니다.

 

서구 세계에서 악령에 대한 믿음은 고대 그리스로부터

중세 후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하였습니다.

 

타락천사라 불린 악령은 하늘에서 내려와 사람들과 성적인 집회를 가집니다.

여자를 유혹한 악령은 인큐버스라 하고

남자를 유혹하는 악령은 서큐버스라 합니다.

 

인큐버스와 서큐버스는 상층의 공기 중에 거주하며

빠른 속도로 날아다닙니다.

 

타락 천사와 유사한 이야기는 여러 문화에서 나타납니다.

창세기에는 사람의 딸과 짝지은 천사 이야기가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는 황소나 백조, 금빛 소나기의 모습을 한 신이

여자들을 임신시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라비아의 지니, 그리스의 사티로스, 힌두의 부트, 사모아의 호투아 포로

켈트의 두시, 모두 인큐버스와 비슷한 악령들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대선사사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선사사는 뱀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항아리 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여자들의 꿈에 나타나

성적으로 희롱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악령과 익숙한 시대에는 사람들이 인큐버스와 서큐버스의 환각에 빠집니다.

요정이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에는 요정을 봅니다.

신화가 사라지고 외계의 존재가 있을 법하다고 생각되는 시대에는

외계인이 악령의 빈자리를 채웁니다.

 

수많은 외계인 납치 보고는 주로 외계인에 대한 소설이나 영화가

대중적으로 유행한 직후에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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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베티 힐 부부의 사건으로 돌아가 볼까요.

간선 도로에서 불빛을 본 베티는 며칠 뒤

UFO와 외계인 납치에 관한 책을 읽습니다.

외계인 악몽을 꾼 시점도 그 책을 읽고 난 뒤부터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녀가 말하는 많은 장면들은

1953년의 영화 화성에서 온 침략자들과 매우 흡사합니다.

 

최면요법을 통해 외계인의 모습을 묘사한 날도

외계라는 텔레비전 시리즈의 화성인 에피소드가 방송되고 딱 12일 뒤였습니다.

 

화성인은 20세기 초부터 단골 외계인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당시는 화성에 인공운하가 있다는 루머가 크게 떠돌던 때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71년 메리너 9호가 보내온 화성 사진을 통해

화성 운하는 자연이 만들어낸 형상이라고 밝혀진 직후부터

화성인 방문 보고는 자취를 감춥니다.

 

그 뒤로 단골 외계인은 금성인으로 갈아탑니다.

그리고 금성의 표면이 납을 녹일 정도로 뜨겁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금성인의 방문조차 뜸해졌습니다.

 

 

신이나 악마가 실재하지 않는 걸 알아도

사람들은 그런 존재들을 믿을 때 마음이 더 놓입니다.

 

그래서 과학에 의해 전통적인 종교가 시들어가는 시대에는

옛 신들과 악령에게

과학의 옷을 입히고 외계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 이야기는 칼세이건의 저서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책을 통해 세이건은 외계인뿐만 아니라

세상에 만연한 여러 사이비 과학과 미신의 폐해를 낱낱이 고발합니다.

 

그는 과학이 발전한 현대에 들어서도

비과학적 세계가 여전히 신봉되고 있다고 꼬집으며

우리의 삶에서 과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합니다.

 

사이비 과학과 비상식의 세계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줄지 몰라도

대체로 그릇된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개인이 아닌 사회가 그릇된 판단을 하면

그 피해는 더 크고, 때로는 돌이킬 수 없습니다.

 

죄 없는 수백만 명을 죽음으로 몬 중세시대의 마녀사냥이 그랬고

샤머니즘을 신봉하는 지도자가 나라를 위험에 빠뜨리는 경우는 현대까지 이어집니다.

 

그럴듯한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모든 문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습관은

갈수록 혼탁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 될 것입니다.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과학은 지식의 집합이라기 보다

생각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