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목탁소리] 무더위 폭염 이겨내려면, 상황은 나를 괴롭히지 못해, 히말라야 비행기 탄 풍경, 여행느낌, 내 마음에 달려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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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법문/법상스님의 목탁소리

2021. 1. 29.

 

 

날씨가 많이 무덥습니다.

날씨가 무덥기 때문에 짜증스럽고

무덥다는 이 상황 때문에 싫은 느낌이 생겨난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사실은 무더운 날씨가 우리를 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더위로 인해 짜증이 난다는 내 생각이 나를 괴롭힐 뿐입니다.

 

만약 무더위라는 경계 자체가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라면

더우면 모든 사람이 다 괴로울 것이고

더울 때 우리는 항상 괴로운 상태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날씨가 무덥더라도

그토록 기다렸던 사랑하는 이와 처음 사귀게 되었다면

그 무더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입니다.

 

인도 여행에서 만난 한 청년이 그러더군요.

인도에서 제일 싼 기차 칸에 올라

무더위 속에 에어컨도 없이 달리고 달리는데

심심하고 무덥고 너무 짜증이 나더라고 합니다.

 

그런데 10시간 만에 중간 정차역에서 올라탄

자기 또래의 예쁜 한국 여학생이

옆자리에 와서 함께 대화를 하며 갔더니

나머지 10시간은 더위도 모르겠고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그렇게 행복했더라도 하더군요.

 

이처럼 같은 무더위지만 자신의 상황에 따라

자기의 마음에 따라 더운 정도는 전혀 다릅니다.

더위가 나를 괴롭힐지 말지는 더위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는 것입니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지, 더위나 추위, 부자나 가난

내 외부적인 경계가 내 인생의 주인일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내 바깥 경계, 상황은 우리를 괴롭히지 못합니다.

 

내 바깥에는 나를 괴롭힐 만한 힘이 없어요.

언제나 그 힘은 나 자신에게만 있습니다.

 

언제나 내 마음이 나를 괴롭힐 뿐이지요.

그러니 내 바깥 탓을 하고, 상황 탓을 하고, 더위 탓을 하며

너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내가 괴롭다고 한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수행자는 언제나 외부 상황을 탓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살핍니다.

모든 문제는 마음에서 나오고

모든 괴로움의 해결 또한 마음에서 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군대에서 30km 행군을 간다고 했다가 30km를 거의 다 왔는데

갑자기 50km로 늘린다고 하면 그 추가된 20km가 얼마나 괴롭겠어요.

 

그러나 100km 행군을 간다고 했다가 30km쯤 될 때

50km로 줄인다고 하면

나머지 20km는 너무 힘이 나고 가벼운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똑같은 50km 행군이

이토록 괴롭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50km를 걷는 그 자체에 괴로움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행군을 대하는 나의 태도, 자세, 마음에서 그것이 괴로움이 될지

행복이 될지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무엇 때문에괴로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내 스스로 괴로움을 선택했을 뿐입니다.

 

괴로움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나 자신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한 생각 돌이키면

매 순간 자신이 상황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늘 여여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요즘 부산에 있다 보니 가끔 서울에 올라가느라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자리가 불편하여 늘 복도 쪽 자리에 앉았다가

어느 날 창가 쪽 자리에 앉았습니다.

 

마침 해가 지는 풍경과 그 햇발에 비친 붉은 뭉개구름이며

그 구름 아래에 펼쳐져 있는 대한민국의 장엄한 풍광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문득 10여 년 전 히말라야로 떠나던 날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이는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그 날의 그 풍경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만큼

너무나도 아름답고 설레고 경이로웠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니며 창밖을 내다보기도 했었고

사실 그날 못지않은 풍경들을 종종 보아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그 10년 전 인도, 네팔, 히말라야로 떠나던

그 때의 비행기에서 바라본 풍경에는

미치지 못하는군 하는 느낌이었지요.

 

그런데 문득 오늘 펼쳐진 이 놀라운 풍경을 바라보며

깨닫게 된 점이 있습니다.

 

사실 매 순간 비행기에서 바라다 보이는 하늘 위 풍경은

늘 비슷했을 것입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지요.

 

히말라야로 여행을 떠나던 그 들뜬 마음, 생경한 마음

낯선 새로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담을 수 있는 열린 마음

그런 여행자의 마음에는 모든 것이 아름답고 경이롭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일로 출장을 떠날 때는

같은 풍경이라도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 풍경이 달라서가 아니라

내 상황이, 내 마음이 달라서이겠지요.

 

눈앞에

일생일대의 가장 놀랍고 아름다운 풍경이 놓여 있다고 할지라도

내 마음이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것을 전혀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열려 있으면, 매 순간의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모든 것들이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세상에, 상황에, 경계에, 외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모든 아름다움, 모든 경이로움, 모든 평화, 모든 사랑, 모든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지

그런 상황이 오면 내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지혜, 사랑, 기쁨, 행복, 깨달음은

늘 지금 여기에 완전히 주어져 있습니다.

내 마음이 열릴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