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툰] 8분 만에 정리하는 행동경제학 [생각에 관한 생각, 전망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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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북툰·SOD

2021. 2. 2.

 

 

정답이 아리송한 시험문제를 접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쪽이십니까?

처음 떠오른 답을 미련 없이 찍는 편인가요?

아니면 다시 생각한 뒤 가장 그럴듯한 답을 고르는 편인가요?

 

때로는 처음 찍은 것이 정답일 때도 있고

때로는 고심 끝에 고른 것이 정답일 때도 있지요.

 

어떤 방식이 점수를 올리는데 더 유리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점은 각 방식에 따라 우리의 사고체계가 완전히 다르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인간의 사고체계는 두 가지 시스템에 의해 작동됩니다.

하나는 빨리 생각하는 기본적 사고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느리고 노력을 요하는 사고체계입니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은 이 두 사고체계를 알기쉽게 시스템1 시스템2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말해 시스템1은 빠른직관, 시스템2는 느린이성입니다.

 

물건을 고를 때도 이성을 만날 때도 게임을 할 때도

그리고 시험을 칠 때도

우리의 머릿속은 항상 이 두 가지 시스템이 충돌하고 융합하고 상호보완하는 방식으로 사고를 합니다.

 

시스템1과 시스템2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테스트를 한번 해볼까요?

이 사진을 보고 우리는 아주 짧은 순간에 직관적 사고를 합니다.

여자의 머리가 검다. 여자가 화났다. 같은 것 말입니다.

 

다음 행동도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예측합니다.

이제 곧 불쾌하고 거친 말을 쏟아내겠지.”

끝까지 사고하는 과정은 매우 빠른 순간에 일어납니다.

어떤 이성이나 논리도 개입되지 않습니다.

빠른 직관을 보여주는 시스템1의 한가지 사례였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사진은 어떨까요?

17x24=?

 

이 사진을 보고 시스템1이 생각하는 것은

곱셈 문제다.’

종이와 펜이 없으면 풀기 어렵겠다정도입니다.

어려움에 부딪힌 시스템1은 시스템2에게 긴급으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제부터 이 문제는 시스템2의 관할로 넘어갑니다.

 

시스템2는 먼저 학교에서 배운 곱셈과정을 기억에서 끄집어냅니다.

그리고 1의 자리부터 하나씩 곱셈을 진행합니다.

중간결과를 힘겹게 기억하면서 한 단계 한 단계씩 진행하기에 속도가 느립니다.

 

정답을 구하든 틀리든 아니면 포기하든

곱셈을 끝낼 때까지 심적 압박을 느낍니다.

 

두 시스템을 다시 정리하자면

시스템1은 저절로 빠르게 작동되며 노력이 거의 또는 전혀 필요 없습니다.

자발적 통제도 모릅니다.

 

반대로 시스템2는 아무 때나 나서지 않습니다.

노력이 요구되는 정신활동이 필요할 때만 작동되며

주관적 행위나 선택, 집중과 관련된 활동에 주목합니다.

 

사람들은 스스로를 시스템2와 동일시합니다.

우리의 자아는 의식적이고 논리적이며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지를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와 시스템2는 합리적 사고의 주인공입니다.

 

주류경제학도 시스템2에 바탕을 두고 발전해 왔습니다.

시장의 경제주체는 언제나 합리적인 사과와 결정을 한다는 과정 하에

경제 모델들을 분석해온 것이죠.

 

그런데 30년 전에 출범한 행동 경제학이 300년 전통의 주류경제학에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주체는 완전히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어림짐작과 편향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합리성은 감정이 아니라 인지 체계에 원인이 있다.

행동경제학의 등장 이후 심리학에서 논리 되던 시스템1이 경제학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행동경제학을 소개하는 서적들이 여럿 출간되었지만

정작 이분야의 창시사가 쓴 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각에 관한 생각은 행동경제학의 공동창시자인 데니얼 카너먼의 2011년에 쓴 화제의 책입니다.

심리학자인 그는 행동경제학의 분야의 연구로 2002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 가장 유명한 이론이람 전망이론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망이론을 간단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몇 가지 문제를 풀어볼까요?

 

AB중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A, 90만원을 받는다.

B, 100만원을 받는다.

뭐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당연히 B.

시스템2가 작동될 틈이 하나도 없는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요?

A, 90만원을 받는다.

B, 100만원을 받지만 그 확률은 90%.

이 문제에서는 아마 대부분 A를 선택했으리라 생각합니다.

B100만원을 받을 확률이 90%로 아주 높긴 하지만

하나도 못받을 확률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오랫동안 주류경제학이 주장해온 기대효용이론을 대변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효용이론에서는 AB의 부의 효용,

다시 말해 돈의 만족도를 동일한 것으로 봅니다.

부의 효용이 동일할 때, 사람들은 유용을 회피하는 선택한다는 것이 바로 효용이론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다음 문제에서도 위험을 회피할까요?

A, 무조건 90만원을 잃는다.

B, 아니면 90%의 확률로 100만원을 잃는다.

이번에는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AB든 잃어야 하니까요.

 

마이너스값이긴 하지만 부의 효용은 이번에도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효용이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번에도 위험을 회피하는 선택을 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아마 여러분도 선택하셨겠지만 대부분 B를 선택했습니다.

90만원 대신 더 큰 돈인 100만원을 잃을 위험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하나도 잃지 않을 확률 10%의 모험을 걸려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부의 효용이 같더라도 위험회피가 아닌 위험 추구를 선택한 것입니다.

이 문제는 베르누이 효용이론의 위험회피 오류를 드러낸 문제이자

전망이론의 시작을 알리는 문제였습니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베르누이의 효용이론에는 한가지 오류가 더 있습니다.

이익과 손실을 평가할 때 비교대상이 되는 그 이전의 부가 빠져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재산이 1000만원인 사람이 90만원을 벌거나 잃는 것과

10억인 사람이 90만원을 벌거나 잃는 것에는 아무래도 차이가 있겠죠.

이처럼 전망이론은 준거가 되는 이전 상태의 부를 중요시합니다.

그러니까 준거점의 크기에 따라 이익과 손실의 크기가 다르고

기쁨과 고통의 크기도 다른 것입니다.

 

정리를 해보자면 효용이론과 비교하여 전망이론은 3가지 특징을 지닙니다.

1. 준거점 비교

2. 민감성 감소의 원칙

3. 손실 회피가 그것입니다.

모두 시스템1과 과련이 있는 특징들입니다.

 

데니얼 가누마는 전망이론의 3가지 특징을 하나의 표로 정리했습니다.

간단하면 아주 유명한 표현입니다.

 

그래프는 중고점을 중심으로 왼쪽과 오른쪽으로 명확하게 나뉩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S자 형태를 띕니다.

S자 형태는 이익과 손실의 민감성 상태를 나타냅니다.

 

, 같은 10만원이라도 10만원과 20만의 차이가

90만원과 100만원의 차이가 적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이것처럼 이익이나 손실이 점점 커질수록 그 차이를 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민감성 감소의 원칙입니다.

 

또한 S자 곡선은 대칭이 아닙니다.

곡선의 기울기가 중고점에서 급격하게 바뀝니다.

그 이유는 손실에 대한 반응이 이익에 대한 반응보다 더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100만원의 이익보다 100만원의 손실을 더 크게 느껴지지기에

사람들은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선택의 문제와 마주칩니다.

투자를 해야할지 말지, 소송을 걸어야 할지 말지

혹은 모임의 대표나 지역선거에 출마해야 말지.

 

큰 선택일수록 이익을 얻을 기회와 손실이 생길 위험이 뒤섞인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우리는 그때마다 어렵고 까다로운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만약 어렵고 까다로운 결정의 순간에 시스템 1과 시스템2의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의 선택도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은 바로 이런 목적을 위해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이익과 손실의 전망이 뒤섞인 우리의 삶을 좀 더 긍정적인 선택 앞에 놓이게 하는 목적 말입니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은 딱딱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습니다.

놀랍도록 실생활에 가까이 있는 분야입니다.

시험답안을 고르는 순간에도

시스템1과 시스템2가 활발하게 충동하듯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