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스님의 목탁소리] 내가 해석한 세상을 만날 뿐, 뇌는 세상을 왜곡해서 이해한다 - 날마다 해피엔딩 Ep.23

댓글 0

스님법문/법상스님의 목탁소리

2021. 2. 9.

 

 

여행을 떠나려고 준비할 때가

실제 여행을 하는 때보다 더 설레곤 합니다.

 

군대에서 실제 제대하는 날보다

제대를 기다릴 때가 더 기쁘기도 하죠.

 

전역을 기다릴 때 우리 마음속에는

전역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들뜨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전역하는 날이 되면

많은 장병들은 의외로 기대했던 것보다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하곤 합니다.

 

왜 이럴까요?

우리는 미래를 늘 머릿속에서 모양으로

이미지로 그리기 때문입니다.

 

이미지로 그려놓은 것은 있는 그대로의 현재보다 더 과장되고

자기식대로 왜곡되며, 확대되기 쉽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 머리가 그리고 있는

이미지, , 모양의 특징입니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자기 식대로 마음속에

이미지로 그린 뒤에, 그린 이미지를 그것과 동일시합니다.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내 식대로 해석한 뒤에, 그 해석된 이미지를 그려놓고

그 이미지를 그 사람과 동일시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그 사람을 만날 때

사실은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식대로 해석한 그 사람의 이미지, 모양, 상을 그 사람이라고 여깁니다.

 

그러니 그 사람을 백 번 만났다고 할지라도

사실은 그 사람을 만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내 눈앞에 두고도 그 사람을 만나는 대신

내가 만든 이미지를 만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를 유식무경(唯識無境)이라고 합니다.

 

금강경에서는 이렇게 우리 마음 속에 만들어진

외부 대상에 대한 마음 속 이미지를 상, 즉 모양이라고 부르며

그것은 진실하지 않으니 그 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설합니다.

 

뇌과학에서도 해석자라고 하여 우리의 뇌에는

모든 것들을 해석하는 해석자가 있는데

그것은 있는 그대로를 왜곡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눈앞에 있는 모든 것들을 그저 있는 그대로

생생하고 날 것으로 만나 보세요.

해석하지 않고 만나는 세계는 심심하고 평범하고

그저 이대로일 뿐입니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맛은 없지만

물처럼 꼭 필요한 것이지요.

이 진실과 마주하려면, 이 심심하고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이 맨 느낌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환상적인 것, 화려한 것, 들뜨는 것이 아닌 이 평상심!

이것이 곧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

곧 팔정도의 정견(正見)입니다.

 

삶의 지혜는 너무나도 심플하고 단순합니다.

세상을 지혜롭게 보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고

잘 판단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머리로 해석해서 보거나

판단분별하지 않고 보는 것이지요.

 

마음 속의 편견과 선입견

흑은 그것에 대한 이미지, 상으로 걸러 보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됩니다.

 

생각 없이 현실을 마주해 보세요.

분별과 판단 없이

그저 지금 이렇게 펼쳐진 진실한 법계와 마주해 보세요.

그때 세상은 이런 저런 잡다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진실만이 늘 드러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