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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운악산(雲岳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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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2011. 10. 21.

 

<수도권 명산 30選>‘악!’ 소리나는 骨山… 아득바득 오르면 불타는 단풍에 ‘아∼’

(24) 운악산(雲岳山)

화일보 | 엄주엽기자 | 입력 2011.10.21 14:11

 


'악'(岳)자가 이름에 들어 있는 산은 모두 암산(岩山)이면서 험하다. 경기 포천시와 가평군의 경계를 이루는 한북정맥 상에 힘차게 솟아있는 운악산(935.5m)은 파주 감악산, 가평 화악산, 개성 송악산, 서울 관악산과 함께 '경기 5악'으로 꼽힌다. 설악(속초), 치악(원주), 삼악(춘천), 월악(제천)과 함께 '남한의 5악' 중에 운악산을 치기도 한다.

 

 

↑ 가평 쪽에서 운악산을 오르다 만나는 병풍바위 능선이 20일 가을색을 띤 채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운악산에서 가장 절경으로 꼽히는 병풍바위 능선은 이번 주말 쯤 단풍이 절정에 달할 것 같다. 가평 =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오르자면 '악'소리가 난다는 얘기다. 포천 쪽에서 운악산을 오를 때는 어린이나 심약한 여성은 정상부까지 등반을 피하는 게 좋다. 18일 포천 운주사 쪽에서 신선대 앞을 거쳐 오를 때도 애기바위 직전 사다리 중간에서 한 중년 여성이 오도 가도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사실 그 정도는 아닌데, 그렇게 한번 겁을 내면 팔다리에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간신히 올라갔지만 어떻게 하산할지, 옆에서 걱정이 됐다. 가평 하면(下面) 쪽에서 눈썹바위-병풍바위로 오르는 코스도 요주의 구간이다. 근래에 로프나 사다리를 계단으로 바꾸는 등 예전보다 안전설비를 잘해놓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운악산은 규모는 작지만 '치가 떨린다'는 치악산 사다리병창 정도의 험악한 코스를 여럿 품고 있다.

운악산은 국망봉(1168m), 강씨봉(830m), 청계산(849m), 원통산(567m), 주금산(813m) 등과 나란히 한북정맥을 이루지만 그 중에 가장 험한 골산(骨山)이다. 지질학적으로 '경기육괴 북부'로 불리는 운악산은 쥐라기 때 형성된 화강암산이다. 그래서 그중 험해도 가장 아름답다. 처음에 오를 때는 다른 산과 별차이가 없지만 5∼6부쯤부터 산이 확 험해지는 게 느껴진다.

운악산은 철원 명성산과 함께 태봉국 궁예의 전설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산 중의 대궐터, 궁예성, 무지치폭포, 망경대, 신선대, 운악산성, 미륵바위 등이 모두 궁예와 관련된 곳이다. 맑은 날 정상에서 보면, 앞에 거명한 '경기 5악' 중 개성 송악산이 바라보인다. 한때 부하였다가 철천지원수가 된 왕건이 터를 잡은 곳이다. 결국 두 '악'(岳)이 맞붙어 '송악'이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왕건은 고려건국 이후에도 철원 명성산과 포천 운악산 일대는 한동안 장악을 못했다.

앞서 명성산 소개에서도 말했지만, 포천의 여러 지명과 설화 속에서 궁예는 포악한 폭군이 아니라 미륵세상의 희망이었다. '승자의 역사'인 정사(正史)에서 궁예에 대한 왜곡을 역사학계도 인정하고 있어, 근래 학자들은 구비전승 설화나 지명연구를 통해 궁예를 새롭게 조명한다. 이재범(경기대) 교수의 '후삼국시대의 궁예정권 연구'(2006)에 보면, 궁예의 여러 설화는 성장기는 경기 안성, 전성기는 철원, 전투는 포천, 최후는 평강(철원 위쪽 북한)에 지역적으로 집중돼 전해진다. 운악산 일대의 포천이 왕건과 최후의 전투를 벌인 지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예컨대, 원통산에서 운악산으로 이어지는 영선동(지금은 화현5리)의 화평장터는 궁예와 왕건이 전투를 벌인 곳으로, 당시 운악산에서 신선이 불을 비춰 궁예를 도왔다고 전한다. 신선봉은 그래서 생긴 이름이다. 운악산은 궁예의 설화를 따라 오르는 재미가 있는데, 그 점에서는 가평보다 포천 쪽에서 오르는 게 알맞다. 산의 아름다움을 보자면 가평 쪽이 더 낫다. 가평8경 중 운악산이 제6경으로 꼽힌다.

포천 쪽에서 오르자면 운주사입구나 대원사입구를 들입목으로 한다. 운주사에서 대궐터로 오르는 제1코스, 자연휴양림을 거쳐 두꺼비바위로 오르는 2코스, 대원사를 들입목으로 하는 게 3코스다. 보통 1코스로 올라 2코스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이 가장 선호된다. 두 코스는 무지치폭포 등 두세 곳에서 서로 연결된다. 들입목에서 20분 정도 오르면 정자가 나오는데 이곳이 무지치폭포 전체를 가장 잘 바라보는 전망대다. 홍폭(虹瀑) 혹은 무지개폭포로 불리는데, 옛 기록에 높이가 700여척(1척은 0.3m)으로 적혀 있을 만큼 높다. 폭포의 바위가 붉은색이다. 전투에서 피투성이가 된 궁예가 이곳에서 피를 씻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여름 장마철 수량이 많을 때는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빙벽코스로 인기를 모은다.

폭포를 지나 만나는 신선대는 이 코스에서 바로 오를 수 없다. 거대한 바위가 신선처럼 초연하게 서 있다. 꼭대기를 보니 사람들이 올라있다. 반대편에서 리지로 오른 듯하다. 신선대를 지나면 대궐터를 만나는데 가파른 길이 갑자기 넓어지면서 제법 너른 터가 나온다. 그 주변에 돌로 쌓은 성곽도 보인다. 여기부터 급경사를 이루는 길이 애기바위까지 이어진다. 정상에 서면 포천과 철원, 가평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하산은 2코스로 하게 되는데, 몹시 가파르다. 철계단과 사다리, 로프를 잡고 내려와야 한다. 운악산의 단풍은 이번 주말쯤 절정일 것 같다. 가평 쪽 천년고찰인 현등사 주변 단풍이 아름답다.

포천 =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 코스

■ 포천 방면 ▲ 제1코스 : 운주사휴게소 - 운주사 - 무지치폭포 - 신선대 - 대궐터 - 애기바위 - 정상(2시간 소요) ▲제2코스 : 운주사휴게소 - 휴양림 - 운악사 - 소꼬리폭포 - 궁예성터 - 두꺼비바위 - 정상(2시간30분) ▲제3코스 : 대원사 - 서렁골 - 난절터 - 정상(2시간)

■ 가평 방면 ▲주차장 - 눈썹바위 - 병풍바위 - 미륵바위 - 철사다리 - 정상(2시간) ▲주차장 - 백년폭포 - 현등사 - 코끼리바위 - 절고개 - 남근석바위 - 정상(2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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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엄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