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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계령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시리우스 별처럼... 여기도 영원히...

(26) 관악산·삼성산 11국기봉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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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캠핑,기타자료/수도권 명산 30선

2011. 11. 11.

 

<수도권 명산 30選>‘20㎞ 10시간’ 만만찮은 코스… ‘11峰 11色’ 쉬엄쉬엄 품으시라
(26) 관악산·삼성산 11국기봉 순례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근래 수도권의 산들을 모아서 타는 연계산행이 산꾼들의 인기를 모은다. '불·수·사·도·북(불암산-수락산-사패산-도봉산-북한산)'이 '무박산행'으로 맹위를 떨치더니 그것으로 만족을 못하는지, 수도권 36산 종주에서 요즘은 55산 종주코스까지 나왔다. 아무래도 근교산을 자주 찾다 보면 다리에 힘도 붙어 더 긴 산행을 하고 싶고, 또 매번 같은 코스보다는 변화와 의미를 부여해 산행을 하게 된다. 북한산 14성문 종주도 그렇고 관악산·삼성산 11국기봉 순례도 그중 하나다.

 


 

 


 

↑ 관악·삼성산 11국기봉 순례는 두 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코스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10일 관악산 주능선을 뒤로 한 학바위 국기봉에 11국기봉 순례를 하는 등산객들이 막 도착하고 있다. 김낙중기자 sanjoong@munhwa.com

10일 '11국기봉 순례'를 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14성문 종주'보다 시간이 더 들고 훨씬 힘에 부친다. 각각의 국기봉을 찾기도 수월하지 않아 '알바'를 하기 일쑤였다.('알바'는 요즘 산꾼들 사이에 애용되는 은어로, 길을 잃고 시간과 힘을 허비하는 것을 이른다.) 적어도 두세 번에 나눠 한다면 권할 만하겠다. 보통 지리산이나 설악산 종주를 앞둔 사람들이 훈련코스로 11국기봉 순례를 이용한다.

관악산과 삼성산 11개 봉우리에 국기봉이 언제부터 설치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주로 주변의 산악회 등에 의해 십수년 전부터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관할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인 셈이다. 자연물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있었으나 이제는 그 자체가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 안양시에 속하는 국기봉의 태극기가 반쪽이 난 채 오랫동안 걸려 있어 그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며 비난 여론이 비등해진 적이 있다. 이에 구청 측은 아예 국기봉을 해체해 버려 다시 비난을 샀다. 현재 국기봉은 관악구 8개, 과천시 2개, 안양시에 1개 등이 있는데, 한 달에 한 번 정도 태극기를 갈아 달지만 아무래도 심한 비바람으로 쉽게 훼손돼 애를 먹은 모양이다. 국기봉을 설치한 동호회에서 자신들이 태극기를 교체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보니 '팔봉 국기봉'에 태극기가 사라졌다. 각 국기봉은 이름이 없다가 등산객들에 의해 요즘은 '비공식' 이름을 갖고 있다. 관악구청이 지난 9월 구에 속한 8개의 국기봉을 정비하고 등산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각기 다르게 불리던 이름도 정리, 조만간 명패를 붙일 예정이다.

이번에 정리된 이름대로 순서를 매기자면 사당에서 출발해 관음사 국기봉-선유천 국기봉(과거 낙타바위 국기봉)-자운암 국기봉-학바위 국기봉-팔봉 국기봉-육봉 국기봉-상불암 국기봉-깃대봉 국기봉-민주동산 국기봉-칼바위 국기봉-옥문(돌산) 국기봉 등이다.

마니아들 사이에 이 코스를 3시간45분에 주파한 기록이 전설처럼 전해 오지만 일반적으로 10시간 이상 넉넉히 잡아야 한다. 도상 거리로만 무려 20㎞에 달하는 데다 오르내림이 많아 더욱 힘이 든다. 그렇다 해도 11개의 국기봉 순례는 관악·삼성산의 명소를 대개 지나치게 돼 있어 타 볼 만하다. 하루에 마치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관악산은 조선시대부터 '5악(嶽)'의 하나였다. 중국에 있는 5악(태산·형산·숭산·화산·항산)에 빗대 우리도 백악산(白嶽山, 현재 북악산)을 중앙으로, 관악산(冠嶽山)을 남악, 치악산(雉嶽山)을 동악, 감악산(紺嶽山)을 북악, 송악산(松嶽山)을 서악으로 정했고 사시로 제를 올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가뭄 때면 5악에서 기우제를 지냈다는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실록에는 또 이 산에 도적이 터를 잡고 있어 이를 토벌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기록들도 간간이 나온다.

관악은 알다시피 수도 한양의 화산(火山)이었다. 서울시내에 큰 불이라도 나면 항상 관악산을 걸고넘어졌다. 일제강점기인 1929년 2월의 동아일보에는 당시 경성에 화재가 빈발하는 것이 수년 전 총독부가 해태상을 치웠기 때문이라는 기사가 실렸을 정도다. 근래의 남대문 화재 때도 광화문 복원 과정에서 해태상을 치워 재난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화산이라 그런지 뾰족하게 솟은 바위들이 적지 않다. 관악산과 마주한 삼성산 역시 오래전부터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산이다.

11국기봉 순례는 사당 관음사 방면에서 출발한다. 관음사 위쪽으로 봉우리가 첫 국기봉이다. 예전에는 이 코스가 가파른 암반이어서 오르자면 큰 마음을 먹어야 했는데 이번에 가 보니 철계단을 반듯하게 설치해 오르기가 수월하고 전망덱도 만들어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여기서 두 번째인 선유천 국기봉은 바로 바라보인다. 여기부터 자운암 국기봉까지가 가장 긴 코스다. 관악산 정상을 지나 나타나는데, 자운암 국기봉과 그 다음의 학바위 국기봉 두 곳이 갈라진 능선을 따라 죽 내려갔다가 다시 정상능선으로 붙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코스다.

팔봉과 육봉 정상의 국기봉은 주능선상에 있어 찾기에 어려움이 없다. 육봉에서 불성사를 거쳐 관악산과 삼성산의 경계를 이루는 계곡으로 떨어지는 길은 관악산에서 손에 꼽을 수 있는 명품코스다.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하고 아름답다. 계곡까지 떨어진 다음에 상불암 방면으로 삼성산으로 오르다 제7 국기봉을 만난다. 여기서부터는 삼성산 코스다. 삼막사 부근의 깃대봉에서 민주동산을 거쳐 칼바위와 옥문 국기봉으로 해 서울대 방면으로 하산하면 된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코스>

사당역-①관음사 국기봉-②선유천 국기봉-관악산 정상-③자운암 국기봉-④학바위 국기봉-⑤팔봉 국기봉-⑥육봉 국기봉-불성사-⑦상불암 국기봉-삼성산 정상-⑧깃대봉 국기봉-삼막사-⑨민주동산 국기봉-⑩칼바위 국기봉-⑪옥문 국기봉-서울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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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명산 30選>여기아세요? 양녕·효령대군 은거 ‘연주암’… 원효·의상·윤필의 수행터 ‘삼막사’
문화일보|
엄주엽기자|
입력 2011.11.11 14 11국기봉 순례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유서 깊은 사찰인 연주암삼막사다. 관악산의 최고봉인 연주대(戀主臺·629m) 절벽 위에 암자가 하나 자리하고 있고, 그곳에서 남쪽으로 약 300m 떨어진 지점에 연주암이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2교구 본사인 용주사의 말사다. 연주암은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하는데, 스님들보다는 시주를 내며 인연을 맺은 사람들, 즉 단월(檀越)세력들로 더 유명하다. 그중에 태종의 아들이었던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한동안 이곳에 머물렀다. 태종이 셋째인 충녕대군, 즉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주자 두 대군이 여러 소문을 피해 이곳에 은신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시대 불교 중흥에 기여한 효령대군은 유신(儒臣)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회암사와 원각사의 중수와 창건에 관여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연주암 바로 위에는 효령대군의 영정을 모신 효령각이 있다.

삼성산 삼막사(사진) 역시 용주사의 말사다. 677년(문무왕 17) 원효·의상·윤필(尹弼) 등이 암자를 짓고 수도를 한 것이 이 절의 기원이다. 그래서 절은 삼막사(三幕寺), 산 이름은 삼성산(三聖山)이라 불리게 됐다. 이후에도 여러 유명한 스님들이 이 사찰과 인연을 맺었다. 신라 말 도선(道詵)이 중건하고 관음사(觀音寺)라 불렀는데, 고려 태조가 중수하고 다시 삼막사로 고쳤다. 조선 전기에는 무학(無學)대사가 한양 천도에 즈음해 절을 중수하고 국운이 융성하기를 빌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부터는 '남왈삼막'(南曰三幕)이라 해서 서울 주변 4대 명찰의 하나로 꼽힐 만큼 유서가 깊은 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