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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한계령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시리우스 별처럼... 여기도 영원히...

뾰루봉~화야산~사기막골 12km 능선종주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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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정보

2012. 11. 7.

경춘선 르포 청평역 화야산] 이른 봄 화야산에서 북한강 내려다보는 ‘시원한 맛!’

  • 글·김기환 차장 | 사진·염동우 기자
  • 뾰루봉~화야산~사기막골 12km 능선종주 산행

본격적인 봄의 문턱인 4월. 겨우내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산으로 나설 시기다. 하지만 산불예방 때문에 정작 높은 산으로 들어가는 문은 굳게 잠긴 곳이 많다. 마음은 앞서지만 여건이 허락지 않는 시기다. 이럴 때는 도시 근교의 잘 관리되는 산이 대안이다. 특히 수도권 주민들은 광역전철을 이용하면 간편하게 봄 산행을 즐길 수 있어 좋다. 경춘선 주변엔 산불예방기간에도 등산로를 개방해 둔 산들이 많이 있다.

서울 상봉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전철을 타고 마석을 지나 대성리에 이르면 철길은 북한강과 만난다. 달리는 전동차 차창 밖으로 철길과 평행선을 이루며 이어지는 강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북한강 너머 길게 하늘금을 이루는 산릉이 뾰루봉~화야산~고동산 줄기다.

이 뚜렷한 산줄기의 최고봉이 화야산(禾也山·754.9m)이다. 이 봉우리에서 뻗은 능선은 2개군과 3개면 경계를 이루고 솟았다. 산줄기 서쪽인 북한강 일대는 가평군 외서면이고, 동쪽은 가평군 설악면이다. 고동산~화야산~배치고개~벽계천 건너 통방산으로 이어지는 경계선 남쪽은 양평군 서종면 지역이다.


▲ 뾰루봉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청평댐 방면의 풍광.
화야산 줄기는 굵은 물줄기에 둘러싸인 독특한 곳이다. 서쪽과 북쪽은 북한강과 청평호가 막아섰고, 동쪽에는 미원천, 남으로 벽계천이 에워싸고 있다. 그 중간에 육중한 덩치의 산줄기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덕분에 능선에 서면 어디서나 시원한 강물을 감상할 수 있다.

뾰루봉~화야산~고동산 줄기는 남북으로 하나의 긴 산맥을 형성하고 있다. 동시에 동서로 굵은 곁가지 능선과 깊은 골짜기를 여럿 뻗어 내렸다. 자연스럽게 이들 능선과 계곡을 이용해 산을 오르는 코스가 발달했다. 또한 이 세 봉우리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아 두 개 혹은 세 개의 산을 능선으로 이어 한 번에 종주하기도 한다.

배 타고 가던 산 전철 타고 간다

1990년대 중반까지 화야산은 대성리에서 나룻배를 타고 삼회리로 건너가서 오르던 곳이었다. 그러나 1994년 신청평대교가 완성되고, 외서면과 서종면 사이의 수입고개를 넘는 도로가 뚫리며 자동차로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화야산은 예전부터 철도산행지로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2010년 12월 경춘선 전철이 개통되며 더욱 많은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청평역에서 산행 들머리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지만 가까워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 1 뾰루봉 산행들머리의 이정표. / 2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 찬 화야산 주능선.

화야산은 서쪽 삼회리의 큰골이나 사기막골을 경유해 오르는 코스가 인기 있다. 동쪽의 회곡리 안골, 670m봉 동릉, 배치마을 코스도 적지 않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전철을 타고 화야산을 찾는 이들은 북쪽의 뾰루봉(709.7m)을 통해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종주산행을 주로 즐긴다. 체력이 좋은 이들은 조금 더 남쪽의 고동산(古同山·600m)까지 산행을 잇기도 한다. 봄철 산불예방기간에도 개방된 이 주능선 코스를 취재팀이 답사했다.

경춘선 전철은 평일 아침에도 많은 이들로 붐볐다. 적지 않은 이들이 등산복 차림이었다. 상봉역에서 모인 취재팀은 춘천행 전철을 놓치지 않으려고  계단을 뛰어 올랐다. 조금만 늦으면 30분을 더 기다려야 다음 차가 오기 때문이었다.

오전 8시 3분에 출발하는 차에 가까스로 올라탔다. 청평터미널에서 오전 9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려면 놓쳐서는 안 될 전동차였다. 전철 산행은 연계되는 교통편의 시각을 잘 맞출 때 즐거움이 배가된다. 산을 오르내리는 것과는 별도로 뭔가 복잡한 퍼즐을 푸는 듯한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 뾰루봉 북릉에는 의외로 거친 바위구간이 많다.

청평역에서 나와 우체국 방향의 논길을 따라 터미널로 향했다. 길이 갈라지는 곳마다 ‘터미널 방향’이라고 쓴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오가며 길을 물었을지 짐작이 갔다. 약간의 시간 여유가 생겨 김밥과 간식을 넉넉하게 구입했다. 이제 산으로 갈 일만 남았다.

설악면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청평대교를 건너 10여 분 만에 뾰루봉 정류소에서 내렸다. 서울에서 출발해 1시간여 만에 산행 들머리에 섰다. 교통이 좋아지면서 한적한 산골까지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말 산에 다니기 좋은 세상이다.

뾰루봉 오름길은 가파르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다운재킷을 벗고 가벼운 바람막이 점퍼로 갈아입었다. 뾰루봉 매점 오른쪽의 급경사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산길이 작은 계곡을 향해 직선으로 뻗어 있었다. 무릎에 힘을 주며 천천히 고도를 높였다.

숨 막히게 가파른 뾰루봉 오름길

산길은 잣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계곡을 따르다 급사면으로 방향을 틀었다. 급경사 오르막길에서 쉬지 않고 다리품을 팔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몸이 뜨거워졌다. 얇은 바람막이도 벗어서 배낭 속에 집어넣었다.

정류장에서 출발해 40분 정도 걸으니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룬 작은 봉우리에 올라섰다. GPS에 표기된 고도는 320m. 해발 70m에서 시작했으니 표고차 250m를 쉬지 않고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뾰루봉 정상까지 가려면 아직도 450m를 더 올라야 했다. 본격적인 산행은 이제 시작됐다.

▲ 화야산 개념도

주능선에 오르며 길은 조금 숨을 죽였다. 하지만 능선은 뾰루봉을 향해 끊임없이 솟구쳤다. 중간의 송전철탑 밑에서 잠시 바람을 피한 뒤 다시 길을 재촉했다. 가파른 암릉지대를 지나 까마득한 벼랑을 끼고 돌아갔다. 산길 주변에 가득한 나무 사이로 북한강이 아득하게 내려다 보였다. 경춘선 철길을 지나는 전동차가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 정류장에서 뾰루봉 정상까지 2.7km 거리를 2시간 20분에 올랐다. 경사가 얼마나 급한지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주변에 나무가 많지만 조망은 비교적 좋은 편이었다. 강이 보이는 서쪽 아래가 절벽을 이루고 있어 경춘국도와 경춘선 철길이 발아래로 내려앉았다. 남쪽으로 화야산과 고동산이 위압적으로 솟았고, 그 옆으로 폭산과 용문산, 백운봉이 도열해 있었다.


▲ 뾰루봉 정상 표지석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취재팀 일행.

뾰루봉을 지나면 길은 비교적 평범해진다. 숲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능선길이 길게 이어졌다. 하지만 화야산으로 가는 능선은 그리 평탄치 않았다. 긴 내리막과 오르막이 반복되며 힘을 뺐다. 하지만 쌓인 눈이 반질반질하게 얼어 있는 길을 오르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아이젠을 준비하지 못한 취재팀은 등산용 스틱으로 균형을 잡으며 위태롭게 전진을 계속했다. 바닥이 닳아 미끄러운 신발을 신고 있던 기자는 계속 발이 밀리며 헛심을 썼다. 그래도 경사가 크게 심한 곳은 없어서 다행이었다. 이래서 환절기 산행은 늘 긴장을 풀 수 없는 법이다.

절고개를 지나니 다시 화야산을 향해 능선길이 솟구쳤다. 오후가 되며 바람도 점점 거세졌다.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종종걸음으로 길을 재촉했다. 중간에 만난 양지바른 비탈에 앉아 급히 점심을 먹었다. 햇빛이 내려쬐는 곳은 봄기운이 완연했지만 능선 위는 한겨울이나 마찬가지였다.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 헬리포트가 조성되어 있는 화야산 정상.

화야산 정상에 섰다. 널찍한 헬기장에 두 개의 정상표지석이 사이좋게 서 있었다. 오후에 들어서며 기온이 올라 시야기 좋지 않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산자락에 안개가 가득했다. 조망을 포기하고 풀밭에 앉아 있는데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동쪽 사면으로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평일이지만 화야산 정상은 인적이 끊이지 않았다.

고동산으로 이어진 종주는 포기하고 곧바로 사기막골로 방향을 잡았다. 해지기 전에 하산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산길은 골짜기를 향해 사정없이 곤두박질쳤다. 계단이 아니면 도저히 통과할 수 없는 가파른 사면이 계속됐다. 그래도 능선을 벗어나니 바람은 한결 잠잠해졌다. 다시 옷차림을 가볍게 하고 계속해 길을 걸었다.


▲ 1 잣나무가 울창한 뾰루봉 오름길을 걷고 있는 백은식, 김명성씨(왼쪽). / 2 사기막골은 조용하고 호젓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계단길이 끝나자 산길은 조금 부드러워지며 울창한 잣나무 숲 사이로 파고들었다. 바로 옆 계곡에는 하얗게 부풀어 오른 빙판이 넓게 퍼져 있었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가 매력적인 골짜기였다. 하지만 의외로 계곡이 길고 지루했다.

중간에 갈림목이 많았지만 곧장 하류를 향해 내려가니 점점 길이 넓어졌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철조망을 친 구간을 빠져나가니 집들이 보였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렀지만 정상에서 도로까지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마침 청평으로 들어가는 버스가 들어오고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었다. 이런 시간 맞추기 게임도 대중교통 산행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산행길잡이


주능선 종주에 7~8시간 소요

화야산은 북으로 뾰루봉, 남으로 고동산을 거느리고 있어 능선 종주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청평에서 가까운 뾰루봉에서 산행을 시작해 화야산과 고동산을 거쳐 문안고개나 삼회리로 하산하게 된다. 이 코스를 탈 경우 약 15km 거리로 7~8시간 정도 소요된다. 주능선에서 화야산 서쪽 삼회리의 큰골이나 사기막골으로 곧바로 하산하면 시간을 많이 단축할 수 있다. 화야산만 오를 경우, 삼회리 큰골이나 사기막골을 이용한 원점회귀 산행이 무난하다. 두 골짜기 모두 상단에서 길이 몇 가닥으로 갈리는데, 이 중 하나를 선택해 오르내리면 된다.

뾰루봉 북쪽 능선에는 의외로 날카로운 바위가 많아 초심자는 안전사고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4월 해빙기에는 북사면의 눈이 녹기 시작해 산길이 상당히 무르다. 낙엽 밑 얼음이 녹지 않아 미끄러운 곳도 많다. 발을 잘못 디뎌 다치지 않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능선에 오르면 물을 구할 곳이 없으니 식수를 충분히 준비하도록 한다.


▲ 1 청평역에서 전동차를 타고 있는 등산객들. / 2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되며 새롭게 지은 청평역.
찾아가는 길  서울 상봉역에서 출발해 청평을 거쳐 춘천으로 운행하는 경춘선 전동차(05:10~23:00)가 15~30분 간격으로 다닌다. 평일과 주말의 배차 시간이 다르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중간에 배차되는 급행열차나 ‘ITX-청춘’ 고속열차는 청평역에 정차하지 않는다. 소요시간 45분, 요금 1,600원.

청평터미널에서 뾰루봉 산행기점으로 가는 설악행 버스가 하루 10회(08:15, 09:40, 10:40, 11:35, 12:40, 13:00, 15:30, 17:10, 19:30, 19:50) 운행. 삼회리 경유 수입리행 버스 1일 7회(06:40, 09:10, 12:40, 14:00, 15:45, 17:30, 19:00) 운행. 사기막골 입구까지 15~20분 소요. 수입리에서 삼회리 사기막골과 큰골 입구를 경유 청평행 버스 1일 7회(07:00, 09:30, 13:00, 14:20, 16:05, 17:50, 19:20) 운행. 삼회리로 하산해 청평으로 나오는 버스를 오래 기다리는 경우에는 청평택시(031-584-1183, 584-1265)를 부른다.

맛집  청평 시내에서 음식점이 많다. 그 중 청평터미널에서 청평역으로 도보로 걸어가는 길목에 있는 ‘가마솥의 누룽지’의 오리와 닭갈비 요리가 일품이다. 맛도 수준급이지만, 넉넉하게 내놓는 찬과 누룽지에 과식을 피할 수 없다. 닭갈비 1인분에 1만 원, 4인용 오리백숙 4만5,000원. 주소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 청평리 432-46번지.

문의
031-585-5830, 6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