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 하우스

12월 한계령에서 바라본 밤하늘을 밝게 비추는 시리우스 별처럼... 여기도 영원히...

남춘천역 봉화산 7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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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정보

2013. 3. 8.

봉화산

청평사선착장~청평골~하우고개~615봉~정상~청평골

 

춘천의 북쪽을 방비하던 호국의 산

↑ 정상에서 물안리 방향으로 내려가다 만난 노송 한 그루. 주변 조망이 가능한 조망 터다.


나라에 전란이나 큰 변고가 생겼을 때 피우던 불을 봉화(烽火)라 부른다. 빠른 통신수단이라고 해봤자 말이 전부였던 시절, 봉화는 변방 외적들의 침입과 같은 급보를 중앙에 알리거나 역으로 조정의 급한 사정을 지방으로 전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문헌상으로 확인 가능한 봉화 사용의 시작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교통과 지형적 요지에 자리한 산 정상부라면 어김없이 봉화대가 설치돼 운용됐다.

↑ 청평사선착장. 소양호의 수위에 따라 선착장의 위치는 그때그때 틀리다.


봉화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우리나라 도처에 널려 있다. 2007년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확인 가능한 전국 봉화산의 수는 모두 47개. 봉화대가 사라졌거나 행정지역 개편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개명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의 봉화산이 남아 있는 셈이다. 강원도 춘천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군사나 지정학적으로 큰 산이나 물이 흐르는 곳은 예나 지금이나 요지중의 요지. 두 요소를 모두 갖춘 춘천은 봉화대 설치가 꼭 필요한 지역 중 하나였다. 이는 문명이 발달한 지금도 산과 물을 우회해 나 있는 현지 교통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는 대목이다. 현재 춘천에는 두 개의 봉화산이 자리해 있다. 북산면의 봉화산(735m)과 남면 방곡리와 강촌리의 경계에 솟아 있는 봉화산(486.8m)이 그것이다. 이 외 춘천 시내에 자리한 봉의산(301.5m)에도 봉화대가 있었다고 전한다.

한 때 긴 연기를 피워 올렸을 봉화대는 사라지고 지금은 주춧돌마저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멀게는 고려 말 몽고군의 침입에서부터 가까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을미의병 봉기에 이르기까지 이들 산정에서는 구국충절과 결사항전 의지를 담은 의로운 불꽃이 밤을 밝혔을 것이다.

한가한 평일 오전 춘천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연인들의 높은 웃음소리와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노인들의 눈빛이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규칙적인 열차 진동에 몸을 내맡기길 두 시간 남짓. 남춘천역에 닿았다. 역사를 빠져나가 역 광장 한편에 서 있는 소양호선착장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버스는 매시 30분에 출발한다.

↑ 높이를 더하며 잡목 사이로 소양호와 일대 산들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산길

봉화산은 북쪽을 제외한 삼면을 소양호에 적시고 있다. 소양댐 전망대에서 바라볼 경우 청평사 방향 우측 대각선으로 바라보인다. 청평사선착장을 사이에 두고 오봉산(779m)과 마주하고 있으며 춘천시와 화천군 경계에 솟은 북쪽 부용산(882m)과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봉화산 산행거리는 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찾는 이들이 적은 탓에 길 찾기에 애를 먹을 수 있다. 간혹 만나는 선답자들의 표지기 외에는 산행 안내 팻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행자의 경우 단독산행을 피하고 경험자와 함께 하는 게 좋다.

↑ 봉화산 정상에 나부끼고 있는 하얀 표지기. 정상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표식이다.


산행 기점인 청평사선착장으로 가려면 소양강댐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선착장에서 왼쪽은 청평사, 오른쪽은 하우고개를 거쳐 물안리로 이어진 길이다. 하우고개 쪽으로 포장로를 따르면 작은 농가 하나와 만난다. 여기서 왼쪽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면 하우고개에 닿게 된다. 잡목이 우거진 산길은 잘 닦인 도심 속 등산로에 익숙한 이들을 갸웃하게 만든다. 하지만 초입의 다리수고를 감내하면 이후 길은 비교적 뚜렷해진다. 계곡 물줄기를 따라 40여분 오르면 하우고개에 닿는다. 고개를 약간 내려선 지점 오른쪽에 표지기 두 개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이곳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줄곧 능선을 따르면 삼각점이 있는 615봉을 거쳐 봉화산 정상에 올라서게 된다. 도중에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얼기설기 얽힌 바위지대를 지나는데 눈이나 비가 내린 후라면 미끄러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이 구간에는 뱀이 많이 살고 있다하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 615봉 지나 정상 오르기 전 만나는 바위지대. 왼쪽 아래는 가파른 절벽을 이루고 있다.


높이를 더하며 능선 오른쪽 잡목 사이로 소양호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웃한 오봉산과 부용산도 뚜렷이 바라보인다. 봉화산 정상에는 정상석은 고사하고 마땅한 팻말 하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찾는 이들이 적다는 반증이다. 편리함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다소 불편할지 모르나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제격이다.

하산은 왔던 길로 되돌아 내려가거나 하우고개로 내려간 뒤 포장길을 따라 선착장으로 가면 된다. 후자의 경우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차량 통행이 없는 도로를 따라 걸으며 주변 산세와 소양호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해빙기에는 도로 옆 가파른 사면에서 낙석이 자주 발생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산막골이나 물안리로 내려가는 방법도 있지만 교통편과의 연계가 용이하지 않아 그리 추천할만하지 못하다.

↑ 봉화산 등산로는 뚜렷이 식별이 가능하나 찾는 이들이 적은 탓에 잡목이 우거져 있다.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무궁화열차를 이용해 남춘천역에서 내린다. 역 광장 버스 정류소에서 12번이나 12-1번 버스를 이용해 종점에서 내리면 선착장으로 갈 수 있다. 버스는 매시 30분 출발해 40분가량 소요된다.

자가용으로 서울을 출발할 경우 46번 국도를 이용해 청평, 강촌을 거쳐 춘천으로 간다. 이후 화천방면 5번 국도로 갈아탄 뒤 제2소양교를 건너면 양구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충렬탑이 자리한 우두산삼거리를 지나 오음리, 양구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소양호선장 주차장에 닿는다. 굳이 배를 타고 싶지 않다면 주차료를 내고 청평사관광지까지 운전해서 들어갈 수도 있다. 소양호선착장에서 청평사선착장까지는 성인 기준 편도 2,000원의 뱃삯을 받는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나오는 배가 오후 5시 10분이면 끊기므로 참고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소양호유람선 033-242-2455 www.soyangdaem.co.kr

먹을거리

남춘곤계란

곤계란이란 부화가 진행 중이거나 중단된 유정란을 익힌 것을 가리키는 단어. 각종 영양소들이 고루 들어있고 특히 단백질이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제 형태를 거의 갖춘 병아리의 모양이 부담스러워 찾는 이들은 마니아층에 국한되어 있다. 이곳은 남춘천역 광장 앞에 있으며 실제로 가보면 상호와는 달리 푹 찐 계란도 낸다. 계란 세 개에 천원, 막걸리 한잔에 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탓에 열차를 기다리며 시간 때우기 장소로는 그만이다. 이 외 파전과 순대, 닭발 등의 안주류와 토스트 등도 맛볼 수 있다.

남춘곤계란 033-256-3936 ⓜ

information

청평사

청평사는 서기 973년, 고려 광종 24년에 영현선사가 세운 사찰이다. 창건 당시에는 백암선원이라 명명하였다가 문종 22년(1068)에 감찰사로 내려온 이의에 의해 중건되며 보현원이라 개명됐다. 후에 이 절을 중수한 이자현은 이의의 아들로 절에 문수원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특히 이자현은 아름다운 일대 경관에 반해 관직을 버리고 이곳에 은둔하며 선(禪)을 즐긴 걸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청평사 주변에 자연경관을 살린 대규모의 정원을 가꾸기도 했다. 청평사라는 지금의 이름은 조선 명종임금 때 보우스님이 단 것이다.

절은 소양호유람선선착장에서 배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청평사관광지 내에 자리하고 있다. 청평사선착장에서 내린 뒤 왼쪽으로 가다보면 다리 하나 건너 수목이 우거진 숲길에 들어서게 된다. 이 길을 계속 따르면 산림청 지정 100명산 중 하나인 오봉산(779m) 등산로와 만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 높이 7m에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가 얼굴을 내민다. 그밖에 청평사 고려정원 영지, 회전문, 3층 석탑 등의 볼거리들이 널려 있다.

청평사매표소 (033-244-1021)

신북장터

날짜 끝에 4와 9가 들어간 날이면 신북읍사무소 앞에서 장이 열린다. 장터는 소양강댐 오가는 길목에 위치해 둘러보기 편하다. 도심 속 대형마트의 편리함이나 화려한 구색 따위는 찾아볼 수 없지만 구수한 인심과 입담을 곁들인 한 순배 술에 산행의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다. 값싸고 질 좋은 농작물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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