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생애

히말라야시다 2017. 10. 20. 16:42



        


    제8장. 요셉이 꿈을 꾸다(1)

     

    테이블 위에 켜놓은 촛불이 너울거리며,

    흰 벽에 하얀 그림자가 춤추고 있다.

     

    마리아가 문 앞에 서있었다.

    안에서 흘러나오는 누런 촛불의 빛이

    그녀의 얼굴에 물결치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었으나

    요셉은 마리아가 아주 딴 사람이 된 것을

    얼핏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마음속에 그리는 여인이 아니고

    그녀의 환상을 보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유령처럼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죽은 유령이 아니고 살아있는 유령 같았다.

    전에는 그녀의 얼굴이 건강으로 빛났다.

     

    잘 익은 과일의 붉음이 두 뺨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채소가 가득 담긴 무거운 광주리를

    번쩍 드는 힘있는 두 팔을 갖고 있었다.

     

    대지(大地)를 가볍게 활보하는 두 다리는

    그녀의 젊음을 자랑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지난날의 그러한

    그녀의 모습을 엿볼 수 없을 만큼 변하였다.

     

    살결은 눈송이같이 희고,

    특히 크게 뜬 두 눈은 광채를 발하여

    시선이 마주친 요셉을 놀라게 하였다.

     

    그녀의 신비스러운 두 눈이

    그 동안의 놀라운 변화를

    한 마디로 말해주는 듯하였다.

     

    “마리아!”

    “요셉!”

    “평안이 그대에게!”

    “하나님께서 당신과 함께 계시기를!”

     

    “앓지나 않았소?”

    “아직 가까이 오시면 안돼요!

    먼저 들어주셔야 할 얘기가 있어요.”

     

    요셉은 뻣뻣이 선채로 그 뼈마디가

    굵은 손가락으로 죄 없는 모자를 쥐어짰다.

    그는 양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어서 말해 봐요. 무슨 말이든지 좋으니까.”

    “요셉!”

    “그래, 어서 말해 봐요.”

    “전 임신했어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해도

    이처럼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말은 조용하고 부드러웠다.

     

    그러나 전에 없던 위엄과 가까이하기

    어려운 고상함이 감돌고 있었다.

    사무엘처럼 나사렛 사투리를 버렸으나

    그뿐만이 아니었다.

     

    기품 있고 부드러운 말씨는 멀리서 들려오는

    음악처럼 은은하면서도

    저항할 수 없는 위엄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마리아가 임신을 했다니!

    요셉은 장승처럼 우두커니 서서

    모자를 쥐어짜던 손마저 멈추었다.

    온 몸의 피가 얼어붙어 굳어지는 것 같았다.

     

    집을 나간 마리아.

    다른 집에 머물고 돌아온 마리아.

    그러다가 돌아온 마리아가 임신을 하였다!

     

    “요셉!”

    그녀는 입을 열었다.

    “뭐라고 말 좀 해 주세요.”

    “나는 당신과 함께 지낸 기억이 없는데.”

    그는 혼이 나간 사람 모양으로 중얼거렸다.

     

    “저는 남자를 몰라요.”

    “그러나 당신은 임신을 하였다고 하지 않았소!”

    그는 마음의 상처로 가슴이 죄어드는 듯 신음하였다.

    자신의 고민을 이해할 수 없는 심경이었다.

     

    “그래요, 요셉.”

    “그럼 누구의 아이란 말이요?”

    “어느 누구의 아이도 아닙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하였다.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요?”

    그는 중얼거리며 그녀의 말을 되풀이하였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 말을 이해해 보려는 듯이 말했다.

     

    “이 아이는 하나님께서 주신 거예요.

    하나님한테서 받은 것이지,

    사람에게서 얻은 것은 아니예요.

    전에 사가랴에게 나타났던

    천사 가브리엘(Gabriel)이 저에게도 나타났었어요.

     

    엘리자벳은 천사의 말대로

    아들을 낳아 이름을 요한이라고 했어요.

    그리고 저도 주님의 계집종으로

    ‘약속된 분’(갈 3:19)의 어머니가 되는 거예요.”

    그녀는 강경한 태도로 말하였다.

     

    “마리아,

    당신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였는지 알고 있소?”

    “알고말고요.”

    “만약 장로들이 그 말을 듣는다면

    당신은 사형감이야.”

     

    “그래도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해요. 요셉.”

    그는 모자를 땅바닥에 동댕이치고

    대팻밥 더미에 주저앉았다.

     

    “어서 더 얘기해 봐요.

    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들을 테니.”

    그는 투덜댔다.

    마리아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를 차근차근 설명하였다.

    이야기는 그들이 마지막 헤어지던 때부터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가서 안쪽 그녀의 방에 들어섰을 때

    낯 모를 사람을 만났던 일,

    어깨에 날개가 달린 천사와 그가 하던 말,

    그리고 자기는 가브리엘이라고

    이름을 밝히고 사라진 일들이다.

     

    그녀는 요셉도, 부모님도 그 즉시로

    만나려고 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엘리자벳 뿐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엘리자벳은 이해하여 주었다.

     

    엘리자벳은 벌써 그런 꿈을 꾸었기 때문이었다.

    천사가 인사하던 것 같은 말투로 그녀를 맞아 주었다.

    마리아는 요한을 낳기까지 사촌 언니 집에 있었다.

    그녀는 성령(聖靈)으로 임신한 것이었다.

     

    그녀는 동정녀(童貞女)로서 아이를 낳게 될 것이었다.

    그녀가 말을 마친 후 오랜 침묵이 흘렀다.

    드디어 마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깊이 생각하시는 모양이시군요? 요셉.”

    “생각을 안 할 수 있어?”

    요셉은 중얼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내게도 천사가 말해 줄 법한 일인데.”

    그는 땅이 꺼질 듯 절망적인 한숨을 뿜었다.

    “나는 이 사실의 진상을 알 권리가 있을 거요.”

     

    그는 언성을 높였다.

    “이런 무시무시한 얘기를

    예사롭게 들어 넘길 수 있을까요?

     

    다투고 싶지 않소.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아실 거요.

    몸과 마음과 심령까지 다 바쳐서 사랑하여왔소.

    오직 당신만을 사모했소.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나의 전부를 당신에게 바쳤소.

    당신을 전적으로 믿어왔소,

     

    그런 나에게 왜 천사가 아무 말도 없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무리일까요?

    그렇지 않으면

    나 같은 것은 아무래도 좋다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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