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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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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2010. 3. 1.

 

 

                                      님의 침묵 

 

                                                                           한 용운

 

 

님은 갔읍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읍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읍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 갔읍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읍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 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 멀었읍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떼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에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은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겉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 부었읍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읍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한용운 : 1879-1944  충남 홍성에서 출생하심. 호는 만해(萬海).

                          3.1운동 당시 불교계의 대표였습니다. 민족대표 33인은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을 낭독한 후

                          일본경찰에 자진신고하였고 대부분이 일본의 협박과 회유에 변절하였지만 한용운은 어떠한 고문에도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불교의 사상적 깊이에 기초하여 한국의 전통시에 형이상학적 깊이를 더해준 시인이자 승려입니다.

                          <님의 침묵>은 잃어버린 조국('님')에 대한 절절한 애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1926년 발표하며 저항문학에 앞장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