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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티 [내 이 세상을 떠날지라도] & 김소월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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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2010. 9. 18.

 

 

 

 

내 이 세상을 떠날지라도

크리스티나 로제티 (1830-1894)

 

 

 

내 이 세상을 떠날지라도

사랑하는 그대여

나를 위해 슬픈 노랠랑 부르지 마오

내 머리 위에 붉은 장미도 심지 말고

그늘 짙은 사이프러스 나무도 심지 마오

다만 빗방울과 이슬에 젖은

푸르른 풀잎들로만 덮이게 하오

그리고 나를 생각할 테면 생각하시고

잊으실 테면 또한 잊으시구려.

 

나는 그늘을 보지도 않을 것이며

나리는 찬비도 모르겠어요

괴로운 듯 울어대는 나이팅게일의 소리도

듣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아침도 아닌 저녁도 아닌

어렴풋한 노을 속에서 나는

오래도록 가물가물

어쩌다 당신을 생각하거나 어쩌다

잊거나하며 고이 잠들어 있을 테야요.

 

  

 

 

오늘은 문득 중학교 때 정말 좋아했던 시를 써봅니다. 대부분 사춘기 소년소녀가 애드거 앨런 포우의 <애너벨리>나

워즈워드의 <초원의 빛>을 좋아할 때 저는 왜 그리도 이 시가 좋았던지...

아마도 원문 보다도 우리말 번역이 훨씬 좋았던 때문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19세기 영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인 로제티는 두 번 약혼했으나 두 번 모두 종교 때문에 약혼자와 파혼을 했습니다. 

그러나 로제티의 시에 나오는 연인이 확실히 누구를 말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합니다.

 

 

 

 

 

 

 

진달래꽃 

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매문사 1924>

 

 

 

로제티나 김소월 시 모두 이별을 감수하고 체념하려하지만 마음 속 깊이 감춰두고 있는 이별에 대한 원망과 

사랑에 대한 강한 그리움을 잘 표현해내고 있는 훌륭한 시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별의 정한을 노래한 시로 김소월의 <진달래꽃> 만큼 멋진 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시가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국력의 힘으로 예술도 평가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Song

 

When I am dead, my dearest

Sing no sad songs for me;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Nor shady cypress tree;

Be the green grass above me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And if thou wilt, remember,

And if thou wilt, forget.

 

I shall not see the shadows,

I shall not feel the rain;

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

Sing on, as if in pain;

A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hat doth not rise nor set,

Haply I may remember,

And haply may forget.

 

 

 

 

로제티의 <내 이세상을 떠날지라도>의 원문입니다. <Song (노래)>이라는 제목보다 우리말 제목이

한층 더 멋스럽지 않나요?

 

 

 

 

[내 마음대로의 영시 이해]

 

1-1:  When I am dead, my dearest

        dead : 죽은                             /      dearest : 여보, 얘야

  

1-3:  Plant thou no roses at my head

        plant : 심다    /   thou = you     /     my head - my tomb을 의미하는 듯

 

1-4:  Nor shady cypress tree;

        no A nor B - A도 B도 아닌          /      shady : 그늘이 많은

        Plant thou no roses nor shady cypress tree

           - 당신은 내 무덤가에 장미도, 그늘 짙은 사이프러스 나무도 심지 마오.

 

1-5:  Be the green grass above me

        be - 있게 하오 [명령문]             /       above - ~위에

        the green grass - 한 때 아름답게 꽃피우다 금세 시들고 마는 붉은 장미와 같은 사랑도 싫고

                                   세상의 강렬한 햇살로부터 피할 수 있는 큰 그늘을 만들어주는 보호자와도 같은 사랑도 싫고

                                   그저 늘 변치 않는 초록빛 싱그러움을 간직한 소박한 풀잎 같은 질긴 사랑을 원한다는 의미는 아닐까요?

 

1-6:  With showers and dewdrops wet;

        shower - 소나기                     /        dewdrop - 이슬방울

        이것은 <with + 명사 + 형용사>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문법에서는 ‘묘사 구문’이라고 하며 ‘~한 채’로 해석한다고 하지요.

       그러나 ‘묘사 구문’이라는 어려운 말까지 굳이 알 필요는 없겠죠?

       소나기가 내린 후의 황혼이 더 아름답기 때문에 그리고 이슬에 젖은 풀잎이 더 싱그럽기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아닐까요?

 

1-7:  And if thou wilt, remember, 1-8: And if thou wilt, forget.

        thou = you      /        wilt = will의 고어         

        And if you will remember And if you will forget  - 당신의 의지에 따라 나를 기억하려면 기억하시고

                                                                                      잊고자 한다면 또한 잊으시구려.

 

 

2-1:  I shall not see the shadows,

        shall - 말하는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나는 미래의 일을 나타낼 때 / 결의를 나타낼 때

        will   - 말하는 사람의 의지가 작용하는 미래의 일

        see - 무의지 감각동사             /         shadow - 그림자

        shall not see the shadows - 사이프러스가 만들어주는 그늘을 보지 않겠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즉, 사이프러스 나무도 심지 말라고 했으나 은근히 사이프러스 나무를

                                                     심어주기를 원하는 것 같네요.

        

2-2:  I shall not feel the rain;

        rain - 이것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인의 눈물을 암시하는 것 같습니다.

 

2-3:  I shall not hear the nightingale

        밤낮으로 (사랑을 잃은 슬픔으로 고통스럽게) 울어대는 나이팅게일의 새소리도 듣지 않을 거예요.

 

2-4:  Sing on, as if in pain;

        sing on - on은 계속의 on으로 ‘계속 울어대다’의 뜻

        as if - 마치 ~처럼                    /      in pain - 고통스러워하는, 괴로워하는

        ‘고통스러운 듯 계속 울어대는’의 뜻으로 자신의 죽음에 괴로워하는 애인의 울음소리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2-5:  A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wilight - (해뜨기 전, 해질 무렵) 여명, 황혼

        dreaming through twilight - (해가 아직 뜨지 않은) 어스름 새벽녘과 (아직 해가 지지 않은) 황혼녘 내내 꿈을 꾸며

 

2-6:  That doth not rise nor set,

        doth = does                          /        not A nor B : A도 또한 B도 않다

        rise - 해가 떠오르다                 /        set - 해가 지다

       doth not rise nor set = does not rise nor set -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은

                                           사랑이 끝난 것도 끝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의미일까요?

       that - 주격 관계대명사 [선행사는 the twilight]

                즉,  And dreaming through the twilight that does not rise nor set. 이 한 문장이 되는 거지요.

                따라서 여기의 the twilight는 새벽과 황혼 모두를 말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겠지요.

 

2-7:  Haply I may remember, And haply may forget.

        Haply - 아마, 어쩌면, 우연히         /      may - ~일지도 모른다

        애써서 기억하려고도 않고 애써서 잊으려고도 하지 않으며 어쩌다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어쩌다 잊히면 잊히는 대로 이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