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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크레멘츠 [작가의 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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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는 산책/외국서적

2020. 11. 28.

읽고 싶은 책들을 검색하니 대출되었거나 비치되지 않은 책들이라 할 수 없이 책장의 책들을 제목만 보며 대충 훑어지나가며 보다가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 빌려왔다.

 

질 크레멘츠‘작가의 책상’이다.

 

질 크레멘츠는 수십 년에 걸쳐 1,500여 명의 굉장한 작가들의 사진을 찍은 미국의 초상 사진가라고 한다. 그 가운데 이 책에는 그녀가 찍은 56명의 작가들의 멋진 흑백사진과 함께 그녀에게 보내준 작가마다의 짧은 글들이 실려 있다. 141쪽의 얇은 책이지만 유명작가들의 책상과 습관을 훔쳐보는 것 외에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초상 사진은 각도를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은지도 엿볼 수 있어 여러모로 흥미로운 책이다. 또한 여백의 미를 잘 살려 각 작가에게 두 쪽씩의 공평한 넓은 지면을 할애하였기에 부담 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이다. 글씨체로 인해 멋진 사진에 누가 되지 않는 디자인편집을 한 것도 좋았고, 사진의 질감을 좀 더 잘 살리기 위해 두꺼운 종이를 사용한 것도 좋았다.

 

 

 

 

질 크레멘츠 <작가의 책상>

더욱이 이 책의 사진들은 단순한 인물사진이 아니라 그 작가는 글을 쓸 때 타자기를 사용하는지, 연필을 사용하는지, 노트북을 사용하는지... 술을 마시는지, 파이프 담배를 피는지... 까지도 함께 보여주는 사진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책이다. 이렇듯 작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글을 쓰기 위한 도구와 온갖 종이들과 책들이 뒤덮고 있는 작업 공간까지도 가감 없이 담고 있다. 그래서 작가로서의 창작의 고통, 글을 쓰는 습관, 글을 쓰는 이유, 글을 쓰는 공간의 의미 등 자신의 모습을 짧지만 솔직하게 표현한 작가마다의 글들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질 크레멘츠가 아니었다면 어찌 스티븐 킹, 테네시 윌리엄스 등 내로라하는 이러한 유명작가들을 한 권의 책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었겠는가!

 

역자의 후기를 읽어보니, 이 책은 이미 절판된 도서로 역자에 의해 한국에서 다시 번역되면서 생명을 이어가게 된 것이라고 한다. 좋은 책을 발견했을 때 서슴없이 출간을 결심하는 번역가들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책의 맨 뒤에 사진과 함께 56명의 작가들에 대한 짤막한 소개를 해주어 책의 제목만 알고 이름은 모르고 있던 작가들, 내가 재미있게 봤던 영화들의 원작자들이라는 사실 등을 새롭게 알게 되어 더욱 기뻤다. 그래서 작가의 소개에서 소개된 책들 중 나의 흥미를 자극하는 책들을 언젠가 읽어볼 때 작가에 대해 좀 더 친근함을 느끼며 읽게 될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들처럼 나는 감정이 풍부하지도 않고, 고독이란 느낌도 잘 모르고, 글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글을 쓰고자 하는 절실함도 없지만 이 책의 사진과 글들을 보고나니 내가 글을 읽고 TV를 보고 공부하는 거실 테이블 위에 <작가의 책상>을 올려놓고 사진으로 남겨보고 싶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