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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춘천] 이상원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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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기/국내여행기

2021. 1. 2.

 

 이상원미술관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 99 (지암리 587)

Tel. 033) 255-9001

개관 : 10:00~18:00

휴관 : 매주 월요일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정상개관)

관람료 : 일반(성인) 6,000원 / 65세 이상, 청소년 4,000원 / 7세 이하 아동 무료

멤버십 : 10,000원 *가입일로부터 1년간 무료입장 *부대시설 이용 시 할인

부대시설 : 카페, 체험공방, 뮤지움스테이(호텔식 객실), 레스토랑(이탈리안 음식과 스테이크), 어린이 수영장, 세미나실, 계곡 및 산책로

 

 

 

이상원미술관은 2014년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악산 자락에 개관한 사립미술관입니다. 사립미술관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진 원형 전시관을 비롯해 여러 부대시설이 들어서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깊고 깊은 산골짜기에 6년에 걸쳐 사비 180억 원을 들여 설립하였다하니 얼마나 정성을 들인 곳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건물이 뮤지움스테이입니다.  저는 이곳 뮤지움스테이에 묵지는 않아서 보지 못했는데 밤에는 미술관 건물 외벽을 빙 두른 LED 조명이 빛을 발한다고 합니다.

 

 

 

 

 

[최은경 <야생동물들(Wild Animals)>]

전시관 건물 밖에는 최은경(1955~ ) 작가의 조각작품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배경으로 실물 크기의 치타와 가젤, 엘크 12마리를 놓으니 작가가 의도하는 자유와 평화의 메시지가 더 잘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신선한 공기와 새하얀 색의  순수함이 내 마음의 찌꺼기를 걷어내 줍니다. 

 

 

 

[최은경 <대지 위의 사과>]

두 번째 방문했을 때는 최은경 작가의 다른 작품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스테인리스 강철(stainless steel)로 만들어진 연녹색 사과가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미술관 입구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에서 입장권 또는 멤버십 카드를 구매합니다. 저는 재작년 가을 멤버십 카드를 구매했지만 코로나가 발생하여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기간이 지나가 버렸답니다.

사진에 보이는 1층 카페에는 다양한 커피 및 음료, 수제 차와 사이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작품 감상과 기념품들에만 신경을 쓰느라 두 번 다 여유 있게 카페에 앉아 있지는 못했답니다.

 

 

 

저 아래 보이는 기념품 판매대에는 이상원 화백의 화집뿐 아니라 각종 기념품들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어 볼거리가 풍성합니다. 

 

 

 

 

이상원 화백은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만의 한국적 사실주의 화풍을 개척한 화가입니다.

화백은 1935년 일제 강점기에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유포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일찍이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 덕에 초등학교 때부터 동네 노인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그곳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2학년 때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학도병으로 참전하였습니다. 복학을 하지 않고 1953년 십대의 나이에 서울로 무작정 상경한 후 막노동을 하다가 그의 그림재능을 알아본 페인트업자의 소개로 극장영화간판을 그렸습니다. 대한극장의 ‘벤허’ 간판이 그 정점을 찍었습니다.

 

1958년부터는 주한 미8군을 상대로 상업초상화와 성화(聖畵)를 그려 팔며 큰돈을 벌었습니다.

 

무명의 상업초상화였던 화백의 그림실력을 노산 이은상 선생이 알아보고 1970년에 안중근 의사 영정초상화를 그릴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1970년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인 10월 26일 남산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개관하였고, 이상원 화백의 안 의사 영정도 봉안되었습니다. 이 영정초상화는 문교부 공인을 받은 안중근 의사 표준 영정으로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초상화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박정희 대통령 부부와 유명 인사들 및 우리나라를 찾은 국빈의 초상화를 그리며 상업초상화가로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그러나 ‘재주가 뛰어나니 언젠가는 순수미술로 역량을 발휘해보라’는 이은상 선생의 권유에 따라 이상원 화백은 돌연 상업미술을 그만두고 1970년대 초 우리나라 나이 40세에 화가의 길을 선택하여 순수회화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독학으로 전통 수묵산수화를 연마하였지만 곧 전통재료인 한지 위에 먹과 유화물감을 사용하는 자신만의 극사실주의 작화기법을 개발합니다. 수묵화의 담백함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하면서도 서양화의 극사실적인 특징을 한 화면에 구현하였습니다. 그가 독학으로 이룩해낸 이러한 자기만의 독특하고 신선한 화풍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알려지며 1999년에는 세계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국립러시아미술관에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초대전을 열기도 하였습니다.

 

 

 

 

화백은 순수미술을 시작한 이후 인물화를 20여 년간 그리지 않았습니다. 1993년 60세가 가까운 나이가 되서야 다시 인물화를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주문 받아 그리는 상업초상화가 아닌 순수미술로서의 인물화를 그렸습니다. 최초의 인물화의 주인공은 동해안 바닷가 어부였습니다. 이상원 화백은 ‘거칠고 막막한 바다를 마주한 어부의 모습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이후 한국인을 그린 <동해인>이라는 제목의 연작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상원 화백은 자신과 동시대인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평범한 노년의 인물을 통해 그들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와 불굴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2003년 이후에는 여러 차례 인도의 바라나시를 방문하였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아 그린 <영원의 초상> 연작을 내놓았습니다.

팸플릿에서는 <영원의 초상>에 대해 ‘물질적으로 소유한 것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지만 수용과 내려놓음의 정서가 엿보인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작지 않은 작품의 크기 때문인지 <동해인>과 <영원의 초상> 연작을 마주하는 순간 생동감 있게 그려낸 주름진 피부와 백발의 머리카락, 그들의 표정을 통해 오랜 세월이 가져다 준 경험의 깊이와 관조하는 듯한 삶의 여유를 반사적으로 진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상원 <윈스턴 처칠>]

 

[이상원 <순무> <군화>]

다음은 군화와 순무에 대한 안내 팸플릿 소개글입니다.

"이상원은 순수미술 초기부터 최근까지도 스케치 여행을 통해 작품의 소재를 찾고 영감을 받는다. 주로 사람들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풍경이나 사물을 작품에 등장시킨다. 다듬어지지 않고 복잡한 세부를 지닌 작품들은 그림으로 옮기기에 매우 큰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상원은 그러한 노력 끝에 완성된 작품을 통해 인간으로부터 외면되는 것들에 숨겨있는 비밀을 드러낸다. 헤지고, 낡고, 짓밟힌 것들을 주인공으로 하여 생명을 불어넣고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다. 고향인 춘천으로 귀향 한 뒤에는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수탉과 호박, 순무 등 소박한 것들을 소재로 삼기도 하였고, 최근에는 한국전쟁 당시 겪은 전쟁의 참화를 이미지화한 작품을 내놓았다."

 

 

 

 

[이상원 <군화> 2010, 한지 위에 먹과 유화물감]

이상원 화백은 2000년에 고향인 춘천으로 내려와 미술관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컨테이너 화실에서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순수미술을 시작한 초기에는 집요함의 정점을 찍는 극사실주의 작품을 그렸지만 점차 수묵화의 특징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변화하며 추상화요소가 많이 들어갑니다.

2018년부터는 한지 위에 유화물감과 먹 이외에 ‘흙’을 재료로 추가하여 ‘흙’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임만혁 개인전]

 

[변대용 <고요하고 고요한(Serene Silence)>]
[변대용 <고요한 공기(Serene Air)>]

이상원미술관 기획 변대용(1972~  ) 작가의 <내면 풍경 Being Inside전>의 작품들이 한참 동안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한적한 산골에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이 조각 작품들을 대하니 더욱 인상 깊게 다가섭니다.

 

 

미술관은 통유리로 설계된 외관 덕분에 전시관 안에서도 화악산의 멋진 풍광과 함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눈을 감고 고요함 속에 명상에 잠긴 듯 한 한 남자가 앉아 있습니다. 외형은 다소 여성스러운 부드러운 선을 지녔지만 얼굴에서는 내면의 단단함을 잃지 않은 평온함이 느껴집니다. 강렬한 파란색이 무척 인상적인데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을 상징하는 것인지, 프랑스 삼색기의 파랑이 의미하는 자유를 상징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인지 궁금해 집니다.

 

그런데 날개를 뒤로 젖힌 채 밖을 향해 앉아 있는 커다란 조각상을 보니 문득 이상의 소설 <날개>의 마지막 독백이 떠오릅니다.

 

“나는 불현 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번만 더 날자꾸나.

한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이상원미술관은 춘천 시내를 벗어나 차를 몰고 한참을 달리고 달려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외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