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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예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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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는 산책/국내서적

2021. 2. 17.

 

 

 

달러구트 꿈 백화점

지은이 : 이미예

펴낸곳 : 팩토리나인

298쪽

 

전자책 최초 4주간 1위였고, 종이책으로 발매 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계속 머물고 있는 소설이어서 읽어보았다. 그런데 소설을 다 읽은 후 소설 내용보다는 맨 뒤 2020년 7월 10일 초판 1쇄 발행, 2020년 12월 21일 230쇄 발행이라는 엄청난 판매부수에 놀랐다.

 

책표지 디자인은 몇 년 전 블로그에 독후감을 올렸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매우 비슷하다. 소설의 느낌도 유사하다. 그러나 내용이 단순하여 어렵지 않으며 장편소설이라 하지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분량의 책이기에 보다 짧은 시간에 술술 읽어 내려갈 수 있다.

 

또한 이 소설은 살인이나 폭력과 같은 잔인함이나 추리를 요하는 복잡함도 없는 쉽고 착한 소설이다.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얍삽한 속임수를 쓰는 레프라혼 요정들 정도가 나쁜 부류의 인물일 뿐이다. 그래서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상쾌함을 느낄 수 있기에 힐링을 선사하는 소설이라는 평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의 효과와 예지몽을 살 것을 추천받은 나림이 그 꿈을 사고 싶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러나 ‘꿈에서 영감을 얻은 천재들’에서 예로 든 폴 매카트니가 꿈속에서 명곡 ‘예스터데이’를 작곡한 것과 독일의 화학자 케쿨레의 벤젠고리 구조론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여서 꿈을 파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소재의 신선함을 퇴색시키는 듯한 느낌이었다. 판타지에서 갑자기 진부한 이야기로의 전환이라 해야 할까? 굳이 이 파트를 넣고 싶다면 등장인물을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남자로 설정하였기에 폴 매카트니를 예로 든 것 같은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예로 들며 전개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꿈에서 본 장면을 잊어버리기 전에 그림으로 옮기기 위해 바닥에 접시를 놓고 손에 숟가락을 쥐고 잠을 청해 손에 쥐고 있던 숟가락이 접시에 떨어지는 쨍! 소리로 인해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꿈의 세계를 그림에 구현하고자 했던 달리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지만 ‘예스터데이’나 ‘벤젠고리 구조론’보다는 판타지소설에 더 어울릴 것 같기 때문이다.

 

작가는 해리 포터와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해리 포터를 읽지 않았고 영화로도 매번 끝까지 보는데 실패하였다. 그래서 해리 포터가 어떤 희망과 교훈을 안겨주기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고 이 소설의 작가 또한 해리 포터와 같은 소설을 쓰고 싶어 하는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잠이 들면 꿈을 파는 상점가 마을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꿈을 사서 꿈을 꾼 후 그 느낌에 따라 ‘설렘’ ‘자신감’ ‘자부심’ 등의 꿈값을 지불할 수도 있고 환불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독특한 소재라는 점은 수긍이 간다. 그런데 꿈값은 꿈을 꾼 후 지불되는 것 같은데, '트라우마 환불요청'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고 5층에서는 팔다 남은 꿈들을 할인해서 팔 수 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무엇보다 독창적인 소재에 비해 철학적 깊이나 새로운 감동이나 진한 여운은 크게 느낄 수 없는 점이 다소 아쉬웠다. 그래서 삶의 경험이 많은 어른들보다는 꿈 많은 젊은 세대에게 더 큰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큰 기대 없이 가볍게 머리를 식히기 위해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라면 어느 연령층이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소설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