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미국/약사 이야기

babyfox 2017. 6. 27. 23:58

지금까지 조금씩 제 이야기를  흘렸는데 이번엔 한번에 쓸께요. 


며칠전에  2018 졸업 예정인 약사 레지던트에게 중환자실 오리엔테이션 강의를 하면서 제 소개를 하는데 엄청 길더라구요. 전 일단 미국 면허증이 세개가 있고 더불어 남들은 하나도 같기 힘든 약사 스페셜티를 세개나 가지고 있어요. 거기다 작년엔 중환자실 스페셜티 커미티에 초대 되어서 시험 문제도 내었구요. 두 약대에서 임상 교수 자리도 가지고 있구요. 지금 이년 반째 헐리우드에 있는 메모리얼 병원에서 인공 심장 중환자실과 내과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여기는 약사가 하는일이 엄청 많고 약사 없이는 회진을 못하고 의사들이 안하려고 해요. 시간 낭비라고.... 그 정도로 시스템이 약사에 의존을 하는 곳이라 책임감이 막중해요. 


전 십년전에 삼십대 초반이라는 늦은 나이로 플로리다 약대 ( 여기 들어가가기가 하늘에 별따기..... 330 명 모집하는데 5만명이 지원하고 그중에 GPA 그리고 다른 조건을  다 갖은 지원자가 2 만명.... 제가 마감이 끝나고 지원했는데 다행히 붙었어요. 나중에 들은바로는 사람을 채우는게 목표가 아니라 자격을 갖춘 사람을 입학시키는게 목표였더라구요) 를 졸업하고 레진더시 일년을 마치고 중환자실 스페셜티를 하든 중 제가 원하는게 아니라서 때려치우고 진짜로 하늘이 도왔는지 올란도에 있는 유명한교육 병원에 들어가고 어쩌다 국장 눈에 띄어서 그때 진행하려든 파일럿 프로젝트에 회진 약사로 등극하지요. 와 근데 회진 약사 하루 종일 의료팀과 환자 보는데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자매 병원으로 전근 하려던  중 마이애미에 있는 작은 사립 병원에 팀장으로 오게 되지요. 전 이게 제 커리어의 무덤이라고 생각했어요. 별로 인지도도 없고 좋지 않은 병원으로 악명이 높았던.... 알았드라면 절대 오지 않았겠지만 어쩌다 보니 와 버렸고 전 뭔가를 해야 했어요. 그래서 전 임상팀을 세우고 이 임상팀 발전에 전력을 다하지요. 학생들도 받고 얘들을 훈련시켜서 모자란 일손은 얘들에게 도움을 받고 의료진에게 강의도 하고 인맥 관리로 바자회도  다니고 여기저기 커미티 회장 자리도 맡고.... 딱 3년 그렇게 일하니까 제 바닥이 보이더라구요. 제가 일고 있는 지식이 고갈되어 간다고나 할까요? 그때 고민한게 임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과 자매  병원에서 레지던시 디렉터로 일하는 거였는데 전 레지던시 디렉터에 더 욕심이 생겼지만 제가 일하는 병원의 국장이 절대 놔주지를 않아서 결국 그 병원을 그만두고 여기로 왔지요. 그땐 잠시 스쳐가는 자리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이년 반..... 


제기랄 .... 제 일 욕심은 끝이 없는지 또 여기서도 일을 냅니다. 인지도가 별로 없었던 중환자실 약사팀을 확 끌어 올린 거지요. 지금은 간호사들이 먼저 약사에게 묻고 의사에게 오더를 받을 정도로 약사 인지도가 높아지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도 많이 는 셈이구요. 의사들 사이에서 약사에 대한 평가도 일륜적이 아니라 좀 말도 많구요. 그래도 대체적으로 높아지긴 했지요. 제가 입사한 해부터 하기 시작하던 인공 심장...심장 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하기도 하고 급성 호흡 곤란 증상으로 기존의 인공 호흡기로는 도저히 폐기능을 유지 시킬 수 없을 때  이 기계를 쓰는데 치사율이 심해서 50년 전부터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도 그동안 등한시 되었던 것이 2009년에 발표된 논문으로 인해 다시 인기를 끌고 지금은 많은 병원에서 하기는 하지만 다들 정보가 없어서 애를 먹구요. 이 시스템 자체를 이해하는데 약사로서는 꽤 어려운데다 진취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제시하기엔 알려진 바가 없는데 제가 일년을 투자한 끝에 정보를준비하고 간호사와 의사팀과 오랜 동안 일을 한 끝에 급기야는 강의를 하게 되고 지금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입지를 굳혔구요. 거기다 2년전에 처음 개최된 중환자실 스세펼티 시험, 이 시험은 제 세계 약사들이 다 지원을 하는데요. 500명이 합격을 했고 제가 그 중에 한명이에요. 플로리다에서 2명이 합격한 걸로 아는데 제가 그 중 한명이라 병윈 기도 팍팍 살려주구요. 


제가 스페셜티 레지던시를 그만둘 때 그랬어요. 난 감투가 아니라 경험이 필요하다고. 미국온지 십년 되던 때라 아직 논문 쓰는 것엔  자신이 없었고 남들 앞에 서는 것도 겁나던 시절..... 시간이 지나면 다 되는 건데 그때는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난 임상이 더 맞다고 생각했는데 그때로 부터 십년이 지난 지금 생각 해 보니 저는 리더쉽에 더 탁월한 재능을 가진 듯...... 썩은 것은 과감히 잘라내고 도려낸 후 재정비하고 올라 서는데 제 자신도 무서울 정도의 추진력을 가졌드라구요. 애초에 인공 심장쪽에 관심이 많았고 스페셜티를 과감히 그만둔 것도 이쪽으로 트레이닝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전 제 목표는 그렇게 물거품이 되나 싶었는데  돌고 돌아 전 제 원래 목표였던 인공 심장 중환자실 약사가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제가 요즘 슬럼프를 겪나 봅니다. 자꾸 삶의 존재에 신경이 쓰이구요. 이제 나는 뭘해야 되나 하는 고민을...... 제 장점이자 단점.... 목표를 이루는 것 그리고 목표를 이루면 다른 목표를 찾는 것... 


이젠 이 힘든 일들을 다 놓고 평범한 약사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이 사십대의 미혼인 제게 평범한게 과연  무엇인지도 모르는데 전 그냥 다 놓고 도망가고 싶어요. 아마도 목표를 이루고도 남은 댓가가 그리 큰게 아니어서 그런건지 결국 자기 만족일 뿐..... 제가 지도했던 약대 학생들과 레지던트들이 많이 고마워하고 저에 대한 치사를 다른 사람들에게 한 것을 돌고 돌아 들을 땐 아 내가 그런 사람이구나 하는 자부심도 들긴 하는데 그때 뿐..... 


왜 제 인생은 자꾸 빈 우렁속이 되어 가는지.....


제 이십년 지기 친구가 이번에 여러 회사를 매수해서 플로리다에 식품관련에 관한 연구실과 공장을 세우는데 아무래도 사람 건강에 관한 연구라 약사인 제가 연구팀을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어마어마한 조건을 제시하는 지라 귀가 솔깃하긴 하네요. 항상 저를 온실속의 화초 라고 생각하고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지라 이 힘든 병원생활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고 하구요. 나이가 드니 이제 제 노년이 걱정 되기도  하고..... 전 이제 조금 덜 힘든  직책을 많아서 일을 하는 도중 짬짬이 글을 쓰고 싶네요. 일하면서 얻은 소재가 참 많아요. 그래서 일단 익명의 블로그를 개설해서 조금씩 글을 써볼까도 생각중이구요. 전 이렇게 제 의식속을 마구마구 헤엄치고 다닐때가 가장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ㅎㅎㅎㅎㅎ  


살아보니  딱 이 두말이 제 가슴에 남습니다. 

인생은 새옹지마다.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메모 :
안녕하세요? 예전에 검색으로 babyfox님의 블로그가 걸린 적이 있는데 그때부터 가끔 방문해서 글들을 보았습니다. 일상을 적으신 글들이지만 제게는 조금 더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내용이 참 많아서 좋았습니다. 늦게나마 댓글남겨보아요!

 
 
 

일과 미국/약사 이야기

babyfox 2017. 6. 19. 13:38

벌써 한달이 훌쩍 지났는데 난 아직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모든 게 착잡하게 내려 앉은 금요일 오후 5시. 6주 마다 해야 하는 내 이브닝 근무의 마지막 날을 난 그렇게 하염없이 시계만 보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봐야 시간이 빨리 달려 가 주지도 않는데 난 무엇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오후 5시 반. 

Blue Alert Cath Lab! Blue Alert Cath Lab! 


코드 경고 사이렌이 울린다. 그럼 그렇지. 난 전화기를 황급히 코트 주머니에 넣고 일어 섰다. Cath Lab 에서 일어나는 코드는 가장 예후가 안 좋은 코드다. 대부분 검사를 하다 심근벽이 파열되어서 심정지가 오거나항응고제가 안 듣거나 부작용등으로 인한 색전증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Cath Lab으로 들어가자 마자 인공 심장 이식팀과 마주쳤다. 


"Oh! Jasmine! we have to do ECMO (인공심장의 약자)" 닥터 지가 소리친다. 인공심장 팀의 매니저 격인 에린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OK!"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우리가 황급히 12번 방으로 들어갔을때 이미 심페소생술이 진행되고 있었고 두번째 에피네프린이 투여되려는 찰라였다. 4분 지났구나. 순간적으로 직감했다. 닥터지는 그 많은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가 환자의 옆구리에 섰고 난 머리맡에 있는 자동 약물 수납기로 향했다. 보통 이 방에서 심장 조영을하거나 심장 카테터를 하며 필요한 약은 이 약물 수납기에 다 들어 있다. 에린은 인공 심장기에 필요한 모든기구가 든 카트를 끌고 왔다. 펌프질이 계속 되는 가운데 닥터지는 혈관을 열어 카테터와 연결하는 작업을 하였고 난 그 작업에 필요한 약물을 꺼내서 주었다. 이미 지난 2년동안 손맞춰서 일한 사이라 굳이 뭘 달라고 하지 않아도 순서를 보면 안다. 


카테터까지 연결하고 인공 심장기를 가동하기까지 정확히 15분이 소요 되었다. 예전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빠른 셈이다. 그런데 인공심장기 펌프가 돌아지를 않는다. 어시스트였던 닥터 코헨이 여기저기 만저 보고 우리는 코드를 다른 플로게 꽂는등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펌프는 움직이지를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굳이 전원에 꽂지 않아도 밧데리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왠 일일까? 

결국 기계를 바꾸기로 했다. 기계를 바꾸려면 환자 혈관에 연결된 카테터도 바꿔야 한다. 닥터 지는 천천히 카테터를 환자 정맥에서 분리하고 새로 가져온 인공심장기 카테터에 연결하려는데 새로 가져온 기계가 프라임이 되지 않아서 프라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0 분. 거기서 다시 카테터 연결하기까지 10분. 예정보다 40분이 더 지체 되었다. 사실 프라임하는데 저렇게 오래 걸리지 않은데 에린이 그렇게 능숙하지 않아 버벅대는 중 다행히 perfusionist 데런이 들어 오는 바람에 그나마 20분으로 단축 된 셈이다. 카테터를 연결하고 인공심장기를 돌리니 이번엔 피가 부족하다. 급기야 혈액을 가져다 들이 부어 대고..... 펌프가 돌아간다. 


이렇게 일단락 짓고 밖으로 나왔을때 난 데런에게 그랬다.

"처음 인공 심장기 다는데 15분도 안 걸렸는데 펌프가 돌아 가지 않았어. 무슨 문제인 거야?"

그러자 데런이 그런다. 

"인공 심장기 펌프는 아무 문제가 없어."

"뭐? 안 돌아 가든데? 그래서 바꾼게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려서...."

"여기 봐. 펌프는 아무 이상이 없어."


데런은 인공 심장기 펌프에 손을 가져다 대자 인공심자기 펌프가 쌕쌕 소리를 내며 돌어간다. 

"뭐야? 이건? 아깐 안 돌아 갔어. 우리가 별짓을 다했는데."

"아니 아무도 이 기계를 작동 할 줄 모른 거야. 이건 안정 장치가 되어 있는 기계라 이 밸브 사인이 들어오면다이얼을 왼쪽을 돌려서 0을 만든 다음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려서 자기가 원하는 숫자에 이르면 다시 왼쪽으로 돌려 잠그는 거야. 그래야 누가 부딪혀도 안전하거든."

"뭐야. 그럼 이걸 아무도 작동 할 줄 몰라서 이 지경이 된 거야?"


"아마도."

"이거 닥터 지랑 코헨도 알아?"

난 다급히 5미터쯤 떨어진 닥터 지와 코헨을 불렀고 그들은 순간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데렌이 기계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 난 두 의사의 표정이 얼믐처럼 굳는 것을 지켜 보았다. 마침내 닥터 코핸에 입을 열었다. "이건 시스템 에러니 우리 전부 다시 교육 받아야 겠다." 그의 목소리엔 그나마 한줌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그렇게 환자는 시술을 마치고 3층에 있는 인공심장 전문 중환자실로 왔을땐 저녁 10시였다. Rapid infuser까지 달고 온 걸 보니 그새 혈액을 더 공급했나 보다. 심장 강화제인 칼슘이 들어가고 심부정맥이 일어서 심부정맥제인 아미오드론이 들어가고도 환자의 심장은 V fib을 멈추지 않는다. 다시 코드 블루다. 더이상 해줄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무리 인공 심장기를 달아도 환자의 상태가 좋아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바이카브를 들여 부어도 그때 뿐 급속히 PH도 떨어지고 있다. 그렇게 환자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결국 닥터 지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만 하자. 이쯤했으면 되었어. 다 멈추고 환자 좀 정리 시키고 있어. 난 닥터 디랑 같이 환자 남편에게 말하고 올께. 환자 남편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


"대기실에 있어요. " 간호사가 대답했다. 

"그래. 고마워. 가자 닥터 디." 그렇게 닥터 지와 닥터 디는 천천히 대기실이 있는 홀웨이 쪽으로 걸어갔다. 6시간을 넘게 기다리고 있을 남편에게 환자의 죽음을 알리러 가는 저 의사의 발걸음이 얼마나 무거울지 나는 감히 모른다.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이해한다고도 하지 않겠다. 빠른 남자 걸음으로 2분이면충분할 홀웨이를 아주 오랫동안 걷는 것을 보면 그들도 아마 마음의 준비를 하고픈게 아닐까? 


이일이 있고 난 한동안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이게 의료 사고인가 아니면 그냥 죽음인가? 처음 내가 생각한건의료 사고였는데 심장 카테터를 하다보면 저런 일은 한번쯤 일어난다. 인공 심장기계가 없다면 환자는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죽었을 것이다. 만약 가능성이 없다면 닥터 지는 하다가 그만 뒀을 것이고 그나마 연결했다는 건 가능성이 있었다는 건데 결국 살리지는 못했다. 처음 인공심장기에 연결했을때 펌프가 작동했드라면 결과는 어찌했을까? 과연 환자를 살릴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힘든건 대기실에서 6시간을 기다렸을 남편이 너무 안타까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50년을 같이 했을 그들에게 서로가 어떤 존재이기를 알기에..... 


심하게 장대비가 내리는 밤. 난 부질없이 또 그 날일을 생각하고 있다.




사람이 죽고 사는 최종 심판은 하늘에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죽음 직전 보조역활을 담당하기도 하지요.
인공심장기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살았을수도 있지만... 안타깝네요. 저는 인위적인 연명치료는 하지말라고 식구들에게 말해놨습니다.

 
 
 

고양이랑 사는 여자/쿠키, 오렌지 & 코코 냥이의 이야기

babyfox 2017. 4. 27. 23:30

 

 

마루 녀석 항상 냥이 방에 숨어 있더니 자신감이 생겼나 보다. 냥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 저기가 맘에 들었는지 저렇게 누워있다 내게 걸렸다. 아픈 다리 때문에 코코를 피해 항상 숨어 있다가 이제야 마음의 문을 열었다. 코코도 서서히 받아 들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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