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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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사진&글

2020. 4. 27.

 

자 유 (엘뤼아르)

 

나의 대학 노트 위에

나의 책상과 나무 위에

모래 위에 그리고 눈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읽은 책장 페이지 마다

하얀 책장 공백마다

돌과 피와 종이와 잿가루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정글에도 사막에도

새 둥지 위에 개나리 위에

내 어린 때의 메아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밤의 신비스러움 위에

낮의 하얀 빵조각 위에

약혼 하였던 시절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하늘 빛 헝겊 조각 위에

태양이 이끼 낀 연못 위에

달빛이 흐르는 호수 위에도

나는 네 이름을 쓴다

 

황금빛 조각 위에

병사의 총칼 위에

임금의 왕관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들판 위에 지편선 위에

새들의 날개 위에

그늘진 풍차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뭉게구름 하얀 거품 위에

소나기의 땀방울 위에

굵다란 김 빠진 빗방울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빛나는 모든 형태 위에

모든 빛깔의 종이 위에

물리적인 진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잠이 깬 오솔길 위에

환히 뻗은 한길 위에

넘처 있는 광장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불 켜진 등불 위에

불 꺼진 등불 위에

모인 내집 식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돌로 쪼갠 과일 위에

텅빈 조개껍질 내 침대 위에

내 방과 거울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귀엽게 까부는 강아지 위에

똑바로 곧추선 그 양쪽 귀 위에

어슬픈 그 두 다리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놀라움의 창문 위에

기다리는 입술 위에

침묵보다 훨씬 높은 곳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파괴된 나의 피신처 위에

무너진 나의 등대들 위에

권태를 주는 담벽들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욕망이 없는 곧은 마음씨 위에

발가벗은 이 고독 위에

죽음의 이 행진 위에

나는 네 이름을 쓴다

 

그리고 한마디 말의 위력으로

내 인생을 다시금 마련한다

나를 알기 위해 나는 태어났고

너를 이름짓기 위해 있느니

 

오 자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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