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詩 (★)▶[검]

댓글 0

카테고리 없음

2021. 10. 25.




Music:파란낙엽

아내와 나 사이
詩 -이생진-

아내는 76이고
나는 80입니다

지금은 아침저녁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지만
속으로 다투기도 많이
다툰 사이입니다.

요즘은 망각을
경쟁하듯 합니다.

나는 창문을 열러 갔다가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냉장고 문을
열고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누구 기억이 일찍
들어오나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은
서서히 우리 둘을
떠나고

마지막에는 내가
그의 남편인 줄 모르고
그가 내 아내인 줄
모르는 날도
올 것입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그것을 무어라고
하겠습니까.

인생?
철학?
종교?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출처]
아내와 나 사이
이생진 詩

아래 글이 있습니다.



*이생진 시인은

1929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남.
196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96년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문학상을,
2002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 시인상을 받았음.

시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구순의 나이에도
작년에 38번째 시집
『무연고』를 냈을 만큼
왕성하게 시를 쓰고
있음.




감 상 문

김남호 / 문학평론가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가올 시간이지만
이미 충분히 예견된 탓에
낯설지 않은 미래를
이렇게 부릅니다.

노후(老後)야말로
‘오래된 미래’ 중
하나지요.

‘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
피해 갈 수 없는 외길에서
지금의 이 단계를 지나면
다음 코스에서는 뭐가 나올지
우린 다 알지요.

다 알기 때문에
오래되었고,

그럼에도
아직은 오지 않았기에
미래(未來)인 거지요.

7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성 낭송가의 떨리고
갈라지는 목소리에 실려

낭송된 이 시는
청중들로 하여금 눈시울을
젖게 하였습니다.



좋은 낭송은
시(詩) 속의 ‘나’와
낭송하는 ‘나’와
그것을 듣는 ‘나’를
온전한 하나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내 몸의 주인인 기억이
하나둘 나를 빠져나가서
마침내 내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는 나이.

나는 창문을
열려고 갔다가
그새 거기 간 목적을
잊어버리고 창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고,

아내는 무엇을
꺼내려고
냉장고에 갔다가
냉장고 문을 열어놓은 채
그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앞이 막막하고
울컥하지 않습니까.

시인은 차분하게
이 참담한 상황을 정리
합니다.



우리의 삶이란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일 뿐이라고.

그리고
자책하는 목소리에 담아
우리를 나무라지요.

거창하게
인생이니,
철학이니,
종교니 하며

마치 삶의 본질이 거기에
있기나 한 것처럼 핏대를
올리는 당신들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고.

진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우린 너무
먼 데서 살았습니다.”.

그러므로
‘아내와 나 사이’의
거리는

우리의 어리석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지요.



마침내 내가 누구인지
모르게 되는 나이...

나의 미래를
바라보는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멍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서로 알아가며 살다가/
다시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망각의 세월 속으로
묻히는 삶
이것이 인생인가요?

[출처]
모르는 사이가 알아가며 살다가
모르는 사이로 돌아가는 세월/

작성자
에셋 디자이너 이종헌

🔶 좋은 글 중에서 🔶


우리 벗님들~!
健康조심하시고
親舊들 만나
茶 한잔 (소주 한잔) 나누시는
餘裕롭고 幸福한
나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