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Jason Eco 2014. 9. 9. 02:23

 

심리학이 인문학은 물론이고 다른 사회과학에 비해 지니는 독특성 중의 하나가 바로 인간 마음에 대한 수량적 측정이다. 물론 최근에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인간의 심리상태에 대한 측정을 시도하고 활용하고 있지만 학문의 태동기에서부터 이를 지상과제 중 하나로 삼았던 학문 분야가 바로 심리학이다. 그리고 심리학에는 여러 가지 측정도구들이 있다. 질문지를 사용하는 방법, 반응시간과 같은 행동지표를 사용하는 방법 등 말이다. 이러한 측정의 목적은 무엇일까? 바로 연구 대상이 되는 집단의 구성원 전부가 모여 있는 모집단 보다 적은 수를 지닌 표본(, 샘플)으로부터 얻은 결과를 통해 모집단의 경향성을 예측해 보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집단에 대해 어떤 측정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수가 너무 많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100명의 남자 대학생과 100명의 여자 대학생을 무선적으로 뽑아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람은 그 결과를 통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라든가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10년 전에 비해서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덜 행복하다고 느낀다등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자 할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바로 자신이 현재 연구하고 있는 표본 집단이 모집단(우리나라 전체 대학생)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에 의해서 가능한 것이며 따라서 이 전제를 만족시킨다는 가정 하에 표본으로부터 얻은 결과를 통해 모집단도 그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 일반화)하고픈 것이 대부분 연구의 희망이다.

 

그래서 그 측정도구를 과학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측정도구가 동일한 사람을 대상으로 여러 번 측정했을 때 비슷한 결과를 내놓는지 (신뢰도)와 그 측정도구가 측정하고자 하는 목적(예를 들어, 행복 혹은 불안을 측정)에 부합되는지(타당도)를 놓고 많은 연구자들은 심혈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여러 가지 측정값들을 놓고 그 다음부터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왜냐하면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내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연구자 A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라는 하나의 결과를 얻었다. 그런데 다른 대학의 연구자 B행복한 사람일수록 키가 크다.”라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이 두 학자가 우연히 같은 자리에 만나 자신들이 얻은 결과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 중 행복이라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고는 남학생이 더 행복하고 키가 클수록 더 행복하다?” 그렇다면 남학생이 키가 크기 때문에 더 행복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과연 이 결론은 옳은 결론일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개별적인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했기 때문이다.

두 변인 사이에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이 두 변인이 인과관계 또한 가진다는 것을 의미할까? <출처: gettyimages>

 

과연 어떤 해석이 맞을까? AB를 유발할까? 아니면 BA의 원인일까? 그것도 아니면 CAB에 대한 공통적 원인이고 AB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일까?

이렇듯 관찰된 현상들 간에 존재하는 관계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우리는 종종 어떤 한 대상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때 그 정도와 비슷한 양상으로 일정한 방향(그 방향이 같든 반대든)으로 다른 대상도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하곤 한다. 대표적인 예가 신장과 몸무게이다. 키가 큰 사람일수록 몸무게가 더 나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럴 경우 우리는 두 변인이 상관(correlation)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 상관이란 한 변인의 값이 다른 변인의 값과 체계적으로 관련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AB 두 변인이 상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A혹은 BB혹은 A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키스의 횟수와 임신의 빈도에는 분명한 상관이 있다. 하지만 키스를 임신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여성의 연령은 출산한 아이의 수와 당연히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성의 연령이 임신의 원인은 당연히 아니다. 이렇게 우리의 상식 자체가 관찰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지 않도록 도와주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종종 우리 실생활에서 나타난다. 인과관계의 파악이 쉽지 않은 경우 말이다.

이 그림을 그린 사람은 어떤 정신병리를 앓고 있을까? 정말 다양한 종류의 해석이 가능하며 게다가 전문가들에 따라서 해석도 제각각인 경우가 허다하다. , 명확한 해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신병리의 진단에 적용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제각각으로 추정(혹은 기대)된 인과관계에 의해 그림을 그린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

 

을 것이다.

이에 관한 예로 대표적인 것이 바로 어린이의 TV 폭력물 시청(A)과 공격성(B)과의 관계이다. 많은 연구들이 아동의 TV 폭력물 시청과 공격적 행동 간의 상관이 있다고 이야기해준다. 다시 말하자면 TV로 폭력물 시청을 많이 하는 아동들이 공격성도 높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를 아동들이 폭력물을 TV를 통해 많이 보았기 때문에 공격성이 상승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TV 폭력물 시청이 공격성의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혹은 그 반대로 공격적인 아이들이기 때문에 TV 폭력물 시청이 많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는 공격성이 TV 폭력물 시청의 원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두 가지 해석 모두 가능한데 이는 분명히 다른 이야기이다. , 두 변인이 연관되어 있다는 하나의 상관 자료를 통해 우리는 두 가지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두 가지 해석 모두 옳은지 여부를 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키스, 임신, 여성의 연령과 같이 그 인과관계성을 우리가 상식적으로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 이러한 해석상의 어려움, 더 나아가 오류들이 다수 발견된다. 다시금 TV와 공격성의 예로 돌아가 보자.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왜냐하면 제3의 변인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지도 여부(C)가 좋은 예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TV를 어떻게 시청하는지 전혀 관심이 없다면 그 아이는 TV를 아무런 제한 없이 (폭력물까지도) 시청할 것이며 이러한 부모의 무관심으로 인한 공격성도 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TV 시청과 공격성 간의 인과관계는 중요한 것이 아니며 부모의 요인이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변인들 간의 관계성에 대한 해석은 동일한 자료를 놓고도 여러 가지가 가능하며 어느 해석이 더 옳은가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과연 어떤 해석이 맞을까? AB를 유발할까? 아니면 BA의 원인일까? 그것도 아니면 CAB에 대한 공통적 원인이고 AB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는 것일까?

이렇듯 관찰된 현상들 간에 존재하는 관계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가능하다.

 

 

실험을 통한 인과관계의 파악

 

그렇다면 인과관계를 어떻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는 바로 심리학자들이 가장 큰 관심을 지닌 부분 중 하나이며 이를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실험들을 해 왔다. 그리고 대부분 실험들의 가장 큰 중점은 무언가 한 변인은 동일하게 만들어 놓고 다른 한 변인의 차이가 어떻게 또 다른 변인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가를 관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의 TV 폭력물 시청, 공격성, 그리고 부모 지도의 여부에 있어서 TV의 폭력물 시청 시간이 동일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부모의 지도가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으로 나누어 공격성이 증가하는지 여부를 관찰한다든가, 아니면 공격성의 정도가 동일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부모 감독의 여부에 따라 TV 폭력물 시청의 정도를 관찰하는 것이다. 이를 실험적으로 조작할 수도 있을 것이고 여건에 따라서는 비슷한 정도를 보이는 경우에 따라 묶어서 그 추이를 관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방법과 형태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실험설계(experimental design)라는 말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그 만큼 정확한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알아낸, 지금은 상식이지만 과거에는 믿지 않았던 사실들이 꽤나 많다. 흡연과 폐암간의 인과관계는 수십 년 전까지 상관관계 정도로 생각되어 왔고 그 반대로 Draw-A-Person Test와 같이 어떤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게 해 놓고 그것으로 그 사람의 정신병리의 정도와 종류를 파악하는 기법은 그 인과관계에 대한 타당성에 오히려 의심을 받아 최근에는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착각적 인과관계

 

가장 중요한 점은 우리의 기대, 가정, 사전지식, 혹은 경험 등이 다양한 경우에 상관관계를 인과관계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거나 실제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범죄를 잘 저지른다.’, ‘OO 지역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한다.’, ‘여자 혹은 남자는 더 XX할 것이다.’ 등 우리는 그 인과관계가 검증되지도 않았으며 실제로 검증 자체가 불가능한 명제들을 지식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 명제들에 기초해 가난, OO지역 사람’, 혹은 성별과 같은 정보가 주어지면 마치 그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내가 예상한 결과들이 일어날 것처럼 기대를 한다. 그리고는 그 결과가 일어나지 않으면 특이한 예외로 그냥 지나치고 기억에 담아두지 않지만 실제로 그 결과가 일어나면 그것 봐, 내가 맞았잖아. 틀림없네라는 자기 충족적 예언을 계속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결국 그 결과는 내가 만들어 낸 수많은 고정관념이나 편견들뿐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 그리고 그 행동과 현상들 사이에는 우리가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무심코 쌓아올린 고정관념과 편견들로 판단하기에는 너무나도 복잡한 관계성들이 존재한다. 무엇이 원인이고 무엇이 결과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현재까지 나에게 주어진 정보의 양과 질이 부족하지 않은지, 혹은 나의 예상이 왜곡된 판단을 만들고 있지 않은가를 늘 주의 깊게 돌아봐야 하는 이유이다.

Huesmann, L. R., Moise-Titus, J., Podolski, C., & Eron, L. D. (2003). Longitudinal relations between children's exposure to TV violence and their aggressive and violent behavior in young adulthood: 1977-1992. Developmental Psychology, 39, 201-221.

글 김경일 /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받았으며 미국 University of Texas - Austin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국제학술논문지에 Preference and the specificity of goals (2007), Self-construal and the processing of covariation information in causal reasoning (2007) 등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