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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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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상식

2021. 5. 4.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 얼마 전 일본 언론에 실린 한 기사의 제목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한국에게 언제나 따라잡기의 대상이었고, 일본에게 한국은 한 수 아래의 상대였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시장환율에 기초한 1인당 명목국민소득은 2020년 일본이 4만146달러, 한국은 3만1497달러로 일본이 더 높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이 낮으니 실질국민소득은 차이가 더 크다. 그래도 1990년에는 일본의 국민소득이 한국의 약 3.9배였으니, 일본이 장기불황을 겪는 동안 한국이 엄청나게 빠르게 추격해온 셈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환율 변화에 민감하고 서비스 가격이 개도국에서 낮기 때문에, 국제비교에서는 통화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내는 구매력평가 환율을 흔히 사용한다.

완벽한 지표는 아니지만, 이렇게 비교해보면 한국이 일본보다 이미 국민소득이 더 높다. 구매력평가 환율로 계산한 1인당 실질국민소득은 2018년 한국이 4만1409달러, 일본이 4만1001달러로 일본을 역전했다. 1990년에는 이 기준으로 일본 국민소득이 한국의 약 2.6배였지만 이제 뒤집어졌고, 2026년에는 격차가 더 커져 한국이 약 4만9천달러, 일본이 4만4천달러가 될 전망이다. 현실에서도 한국의 물가나 임금 그리고 생활 수준이 일본보다 낮지 않은 느낌이다.

 

최근 일본에서도 이런 주제의 보도가 더러 눈에 띈다. 얼마 전에는 구매력평가 환율 기준으로 일본의 평균임금이 한국보다 낮고, 장래에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취업하러 나가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불황뿐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생산성 상승에 비해 임금 상승이 뒤처졌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또다른 기사도 일본이 국민소득에서 미국과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고, 한국과 대만에도 따라잡혀 캐치다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인들은 심기가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독창성이 아니라 다른 나라로부터 뛰어난 사례를 배우고 낡은 제도와 관행을 바꾸는 것이라 강조한다.

 

코로나19 방역을 보아도 한국이 더 선진적이다. 한국과 일본 모두 서구보다는 사정이 나아서, 세계적으로는 성공적인 경우였다. 블룸버그의 코로나 회복 순위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6위, 일본은 7위다.

그러나 일본은 발병 초기 대량 검사에 실패했고, 정부지원금 지급도 소득파악 문제로 늦게 이루어졌다. 최근 일본의 하루 확진자 수는 인구 대비 한국보다 4배나 높으며, 백신 접종도 현재 한국이 인구의 약 7%인 반면, 일본은 약 2%에 불과하다.

 

물론 국민소득 숫자가 보여주지 않는 여러 차이도 존재한다. 노인빈곤과 청년실업 문제는 한국이 더 심각하지만, 고령화와 재정 문제는 일본이 더욱 심각하다. 삶의 불안정은 한국이 더 클지도 모르지만 사회의 활력은 더욱 높아 보인다.

무엇보다 양국은 서로의 사회를 들여다보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이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저성장과 인구변화의 준비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작은 격차나 최근 노동시장 개혁 등에 관해 배울 점이 많다. 일본은 정보통신 등 신산업의 역동성과 노동자의 임금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관해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

 

소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질과 행복일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더 나은 삶 지표는 주택, 일자리, 공동체, 건강, 환경 등을 포함한 11개의 지표를 제시한다.

한국은 도움이 필요할 때 의존할 수 있는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공동체 지표가 선진국 중 가장 낮았고, 환경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일본은 시민으로서 정치에 참여하는 정도가 매우 낮았는데 한국은 매우 높았다. 삶에 대한 만족과 일과 삶의 조화는 두 나라 모두 다른 국가들보다 크게 낮은 편이었다.

 

한편 2017~2020 세계가치관조사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삶의 만족도 평균치는 비슷한데, 삶에 매우 만족하는 이들의 비중은 일본이 높았다. 또한 2021 세계행복보고서는 2018~2020년의 행복 순위가 일본 56위, 한국 62위로 양국 모두 소득수준에 비해 낮다고 보고한다.

두 나라 모두에 필요한 것은 단지 소득을 비교하는 것을 넘어, 성장의 과실이 모두에게 돌아가,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에 신경을 기울이는 일이다.

 

이강국 ㅣ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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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3713.html#csidxfaac062aa5222da93ed2f523b2de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