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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객관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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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검경, 공권력, 공공 비리

2021. 5. 11.

검사의 ‘객관 의무’

 

검사는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뿐 아니라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조사해 법정에 제출해야 한다. 검사는 형사소송에서 피고인의 상대편에 선 일방 당사자인 동시에, 공익의 대표자로서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이렇게 객관적 제3자의 입장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원칙을 ‘객관 의무’라고 한다.

 

이 원칙은 법에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대법원의 2002년 판결을 통해 확인된다. 대법원은 검사가 성폭력 피해자의 옷에서 피고인과 다른 유전자형이 검출된 사실을 알고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아 유죄가 확정됐다면 검사의 행위는 위법하다고 판결하면서 “검사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용산참사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법정에 제출되지 않은 수사서류의 열람·복사를 신청해 법원의 허용 결정까지 나왔음에도, 검사가 이를 거부한 데 대해 대법원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앞선 1963년 연방대법원 판결로 이 원칙이 확립됐다. 살인사건 공범으로 기소된 존 브래디는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또다른 범인이 실제 살인행위는 자신이 혼자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을 검찰이 감춘 게 뒤늦게 드러났다. 브래디는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가 가석방됐다.

이 원칙은 검찰 쪽 증인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사실이 있으면 이 또한 검사가 법정에 내놓아야 한다는 데까지 확장됐다. 미국에서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감추는 수사관을 ‘브래디 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이 표창장 사본이 발견된 동양대 컴퓨터의 포렌식 결과를 일부만 법정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이 컴퓨터로 자택에서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자택에서 사용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추출해 제출했지만, 포렌식에서 이와 다른 아이피 주소도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두번째 아이피 주소가 어느 장소에서 사용된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이 주소가 정 교수 쪽에 유리한 증거인지 여부와 이를 누락시킨 이유 등에 따라 객관의무 위반 문제를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4617.html#csidxc9f4863a252660986bdc6025e53e3c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