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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없는 절대권한’, 포털 ‘기사 편집권’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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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상식

2021. 6. 22.

‘책임 없는 절대권한’, 포털 ‘기사 편집권’ 폐지해야

 

선정성·편향성 더는 묵과하기 어려워
‘기사 품질’로 언론들 경쟁할 수 있게
여야 정치권 뜻 모아 입법 추진하길

 

더불어민주당이 포털사의 뉴스 편집권을 막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가진 공영방송 사장 후보자 추천권을 국민에게 넘기고, 언론사의 악의적인 허위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과 함께 언론개혁의 주요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엇 하나 덜 중요하거나 논쟁적이지 않은 사안이 없지만, 뉴스 이용자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것은 역시 포털사의 뉴스 편집 문제일 것이다.

 

2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포털사의 뉴스 편집권 제한에 대해 찬성(42.6%)과 반대(42.1%)가 팽팽하게 맞섰다. 사안의 민감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포털의 중립성에 대한 공격이 거셌던 경험이 반대 의견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워 언론을 통제하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살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공론의 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여가 커질수록 언론을 통제하려는 유혹이 커질 개연성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언론에는 자유 못지않게 공적 책무가 중요하다. 이에 따라 다른 분야와 달리 언론계에는 언론중재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 같은 공적 기구가 존재한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라는 시민사회의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반면 포털사는 언론으로서의 책임에서 벗어나 있으면서도, 매체와 이용자 사이에서 절대적인 ‘게이트 키핑’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 사이의 심각한 비대칭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되게 뉴스를 편집한다는 시비를 피해 가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비판에 부딪치자, 포털사들은 인공지능(AI)에 의한 편집을 도입했으나,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공개하고 검증을 받으라는 요구에는 ‘영업 기밀’을 내세워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적 편향성 시비도 여전할 뿐만 아니라, 페이지뷰만을 좇도록 인공지능이 설계돼 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매체사 입장에서는 사람인 편집자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기사를 생산해야 한다는 압력에서 기계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기사를 눈치껏 생산해야 한다는 압력으로 바뀐 것에 불과하다. 그 결과는 다름 아닌 선정적인 기사의 범람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는 꼴이다.

 

우리나라는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40개국 디지털 뉴스 신뢰도 조사에서 4년 연속 40위를 기록했다. 이런 참담한 현실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물론 매체사들에 있다. 외국 유력 언론들처럼 스스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뉴스 소비자의 적극적 선택에서 멀어진 요인을 뼈아프게 성찰해야 한다.

그러나 포털사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최대 피해자는 뉴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다. 포털사가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고, 매체사들이 양질의 콘텐츠로 경쟁하는 장을 열어주는 게 언론자유에 부합한다.

여당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가 뜻을 모아 입법을 추진한다면 언론자유 침해 우려도 불식할 수 있을 것이다.

 

[ 2021. 6. 22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00298.html?_fr=mt0#csidx2f3d6e0bfe12862842399e062cf0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