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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치중립 사망’ 선포식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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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상식

2021. 7. 2.

‘검찰 정치중립 사망’ 선포식을 보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가장 생뚱맞았던 건, ‘이 정권이 국민을 약탈하고 있고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판치고 있다’는 대목이었다.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실체가 있다면 진즉에 검찰이 발본색원했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이 수사를 통해 그런 카르텔을 밝혀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떠들썩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서도 ‘조국 펀드’는 의혹만 난무했을 뿐 ‘권력형 비리’라고 할 만한 혐의는 드러난 게 없다. 조 전 장관 5촌 조카의 사모펀드 혐의는 유죄이나 정경심 교수와 공모는 없었다는 판결이 지난 30일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국민 약탈’ ‘이권 카르텔’이란 표현을 들으며 정작 떠오른 것은, 수많은 피해자를 낸 펀드 사기, ‘라임·옵티머스 사건’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전 총장이 지검장이던 2019년 옵티머스를 무혐의 처분했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 출신 윤갑근 변호사는 라임 로비 혐의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윤 변호사의 혐의는 윤석열 당시 총장에게 직보됐으나 수사가 몇달이나 지연됐다

윤 전 총장은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에 얼마나 엄정하게 대응해왔는지 자신부터 돌아볼 일이다.

 

‘윤석열 검찰’은 권력형 부패 사건보다는 ‘탈원전’ 정책이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금지 과정을 겨냥한 생뚱맞은 수사를 크게 벌여놨다.(월성원전 사안을 집중 감사해 검찰에 넘겨준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사실상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며 중도 사퇴했다. 긴급 출국금지 과정의 절차 위반은 과거에도 유사 사례가 많다는 <문화방송>의 보도가 최근 나왔다.)

 

총장 재직 때 주도한 수사의 정치적 의도가 대선 출마로 인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윤 전 총장은 “원칙과 상식에 따라” 수사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의 주관적 평가일 뿐이다.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는 최종 결론이 아니며, 사법부의 3심 재판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게 헌법이 정한 사법질서다. 그 사법적 절차는 아직 진행형이며, 완전한 평가에 도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검찰총장이 퇴직 뒤 곧바로 선거에 뛰어들어서는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사법적 평가를 떠나, 검찰총장이 문제적 수사로 정국을 휘저어놓고, 그 과실인 특정 진영의 지지율을 발판 삼아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자체가 정치 중립의 최소한의 외피마저 벗어던지는 행태다. 이 나쁜 선례로 인해 앞으로 검찰 수사는 ‘누군가의 정치적 발판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처럼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가 ‘검찰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윤 전 총장도 인정했다. 친히 일본 사례까지 소개하며 “검찰의 최고 지휘자인 총장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절대적 원칙은 아니다”라며 “특별한 경우에는 국민이 판단하실 문제”라고 빠져나갔다.

 

예외 없는 원칙은 없다지만, 원칙을 깨고 특별한 예외를 인정하려면 설득력 있는 논리와 근거가 필요하다. 이게 상식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검찰의 정치 중립 원칙이 훼손되는 한이 있더라도 불가피하게 대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법치와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국민의 기대와 여망”을 출마 근거로 들었으나, 그의 출마 자체가 검찰의 중립성이라는 법치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이율배반을 어찌할 건가. 정치와 거리를 둠으로써 검찰의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는 또다른 다수 국민의 여망은 어쩔 건가.

심지어 ‘현시점에서 왜 대통령이 윤석열이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저 아니면 안 된다, 이런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답하는 걸 보며 말문이 막혔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생명처럼 여긴다는 검찰의 중립성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대선에 나서겠다는 말인가. 그의 출마의 변은 뚜렷한 미래 비전도, 자신이 그걸 이룰 적임자라는 설명도 빠진 채, 오로지 검찰권을 활용해 쌓아 올린 지지율에만 위태롭게 의지하고 있는 듯하다.

윤 전 총장은 “다수결이면 모든 일이 된다고 하는 철학에 동의할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아무리 다수가 원하더라도 원칙을 버려선 안 된다는 뜻이라면 동의한다. 지지율을 빌미로 검찰의 정치 중립 원칙을 저버린 그의 선택이 딱 그런 철학 아닌가.

 

윤 전 총장은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준비하던 지난 주말에 가까운 후배 검사들에게 전화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며 격려했다고 한다. 정치인이 된 상황에서 특정 검사들을 챙기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을 리 없다. 만에 하나 그가 대통령이 되면 검찰과의 관계가 어떨지, 검찰이 어떻게 돌아갈지 짐작하게 하는 에피소드다.

이쯤 되면 윤 전 총장에게 검찰의 중립성은 필요에 따라 가져다 쓰는 레토릭일 뿐, 최선을 다해 지켜야 할 원칙이 아니었다는 합리적 의심에 이르게 된다.

 

지난 29일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는 지지율에 취해 원칙을 내던진 한 ‘검찰주의자’가 정치 중립을 잃고 침몰하는 검찰의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그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검찰의 정치 중립은 사망할 운명임을 씁쓸히 예감하는 흐린 오후였다.

 

 

박용현ㅣ논설위원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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