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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윤석열, '점령군' 논쟁으로 '장모 실형' 국면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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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7. 7.

"조선일보-윤석열, '점령군' 논쟁으로 '장모 실형' 국면 전환"

 

[역사학자들이 본 대선 역사논쟁] "과잉정치화... 현대사 문제, 정치적 이용 안돼"

 

 

▲  조선일보는 7월 3일 신문 1면에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보도한 데 이어, 7월 5일 신문 1면에도 이재명-윤석열간 역사논쟁으로 부각시켰다. 7월 3일 윤석열 장모 실형 기사는 이재명 기사 하단에 보도했다.

 


"친일청산을 못하고 친일세력들이 미 점령군하고 합작해서 지배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 점에서 나라를 다시 세운다는 생각으로 새로 출발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7월 1일 경북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을 찾았을 때만 해도 언론은 이 발언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7월 1일 <오마이뉴스> 보도 : 고향 TK 찾은 이재명 "안동이 낳은 자식, 도와달라" http://omn.kr/1u9gx). 그런데 <조선일보>가 지난 7월 3일 이 발언을 1면 머리기사 제목(李 "친일·美점령군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뽑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바로 다음 날(4일) "황당무계한 망언"이라고 비판하면서, 여론조사 1, 2위 대선주자간 '역사논쟁'으로 번졌다.

공교롭게 이날 대부분 신문 1면을 차지했던 '윤석열 장모 징역 3년 실형' 보도는 수면 아래로 밀렸다(관련 기사 : "백선엽 편찬 6.25 전쟁사에도 '미 점령군' 명시... 윤석열 무지" http://omn.kr/1ubbe).

과연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은 갑자기 정치 이슈로 떠오른 '미군 점령군' 발언 논란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대표적인 민중사학자인 서중석(72)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와 백범 김구 연구 권위자인 도진순(61) 창원대 사학과 교수를 6일 각각 인터뷰했다.



서중석 교수 "우스꽝스런 '점령군' 논쟁, 윤석열 국면 전환에 이용"

한국 현대사 분야 박사 1호로, 현재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중석 교수는 '미 점령군' 발언은 역사논쟁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며, 이를 정치쟁점화시킨 일부 언론의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 최근 '미군 점령군' 논쟁을 어떻게 보나.

"우스꽝스런 논쟁이다. 당시 미군 스스로 '점령군'이라고 했고, 포고령에도 한국은 일본과 같은 점령 상태라고 했다. 다만 소련군은 점령군으로 왔으면서도 포고령에 '해방군'이라고 했지만, 미국은 그런 말을 쓰지 않았고, 미군 하지 중장이 어떤 질문에 (한국) 해방 임무를 띠고 왔다고 말했을 뿐이다. 미국과 소련 군대는 점령군으로 왔는데도, 당시 한국 사람들은 연합군이 일제를 패망시켰기 때문에 해방군으로 여겼다."

- 보수 진영에서 이 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을 문제 삼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점령군'을 미국에 대한 적대적인 표현으로 인식한 것이다. 1980년대 말 반미자주화운동을 벌였던 일부 대학생들이 해방 이후 3년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면서 당시 미군을 '점령군'으로 규정하자, 당시 수구냉전세력은 미국을 적대시하는 표현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1986년 5.3인천민중항쟁 당시 심한 반미 구호가 나오자, 당시 학생운동에 호의적이었던 동아일보와 김영삼, 김대중도 반미투쟁으로 가선 안 된다고 했다. 그때는 너무 친미일변도인 사회여서 그런 주장도 나름 역사 현상으로 의미 부여할 수 있었다. 그 뒤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냉전세력은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하면 극단적인 반미감정이라고 견제했다."
 

 
- 이 지사 점령군 발언은 어떤 관점에서 나왔다고 보나.

"이 지사는 이육사문학관에서 짤막하게 한 말이다. 이육사와 형제들은 모두 항일운동 투사였고, 해방 후 친일파들이 국정을 농단하고 좌지우지한 것도 맞다. 그걸 개탄하면서 친일파와 미군 합작으로 표현했는데, 좀 더 순화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당시 주한 미군의 가장 큰 실책도 친일파를 계속 키운 것이었다. 경찰을 중심으로 한 일제 관료들을 현직에 계속 복무하게 해 해방정국에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마땅히 청산되어야 할 악질 친일파들이 세력을 키워 민주주의나 통일에 저해 요소가 나타날 거라고 우려했다. 미국도 처음에는 친일파를 견제하고 안 쓰려고 했는데, (점령군으로 온) 하지 중장 일행은 정치를 잘 몰랐고, 당시 한국에 좌익 세력이 너무 세니까 한민당 등 수구세력과 기존 경찰 세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 조선일보가 이 지사 발언을 부각시킨 이유는 뭐라고 보나.

"조선일보가 이재명 미 점령군 발언을 1면에 크게 쓰면서, 윤석열 장모 실형 기사를 그 아래에 깐 데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 윤석열도 (이재명 발언에) 바로 대응하면서, 장모 실형으로 생긴 국면을 전환했다.

충분히 학문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색깔론'으로 밀어붙여 정치쟁점화해, 수구냉전세력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든 게 더 큰 문제다. 해방 직후 역사 인식에 대한 학문적인 문제는 되도록 연구자들에게 맡겨 토론을 통해 여러 주장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며 운동권 논리와 수구냉전세력의 자기보호논리가 강했는데, 이제는 둘 다 넘어서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역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돌아볼 도량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곤란하다."
 

 
도진순 교수 "'점령군·해방군'은 서류상 팩트... 역사적 팩트는 아냐"

반면 도진순 교수는 이 지사 발언과 더불어 '미군은 점령군, 소련군은 해방군'이라는 김원웅 광복회장 발언이 대선주자들의 역사논쟁에 빌미를 제공했다고 봤다.

"나는 3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미군이 점령군, 소련은 해방군'이란 건 서류상으로는 확인되는 팩트다. 둘째, 서류상의 팩트를 역사적 팩트라고 생각하는 것은 문제이다. 궁금하면 한일병합조약 1조('동아시아의 영구한 평화를 위해서 한국 병합'), 청일전쟁 시모노세키조약 1조('조선은 독립국')를 보라.

셋째, 이런 이야기 기조에는 흔히 '우리는 가만있는데 미국 또는 미국과 소련 또는 미국, 소련, 일본에 의해 분단되었다'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반도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가만있으면 개입 당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에 미국과 소련을 통하게 미리 뭘 해야 풀리는 것이 한국사였다. 한일병합, 한국전쟁의 발발과 휴전은 우리 의사와 다르게 돌아갔다. 이게 한국사에서 가장 중요한 맥락 중에 하나다. 이러한 맹점지대를 모르고 (그 맹점을) 자랑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다만 도 교수도 "현대사 문제들이 과잉 정치화돼 있다"면서 "이제 한 걸음 넘어서 역사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시연(star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