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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위기가 ‘탈원전 탓’이라는 황당한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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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상식

2021. 8. 4.

두산중공업 위기가 ‘탈원전 탓’이라는 황당한 거짓말

 

* 두산중공업 2019 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2014년 이후 발생한 손실 누적’으로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초래한다’고 쓰여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산중공업은 1987년 한빛 원전 3·4호기부터 국내 유일의 원자로 핵심 설비 주계약자로 참여하고 있다. 원자로 헤드, 증기발생기 교체 서비스 사업도 한다. 그 두산중공업이 2019년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외부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러자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탈원전 탓’이라는 언론 보도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인데, 지금도 버젓이 계속하고 있다.

 

2019 회계연도 말 두산중공업은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3조5013억원이나 초과하고 있었다. 외부감사인은 그 원인을 2014년부터 누적된 손실에서 찾았다. 두산중공업은 2014년 483억원, 2015년 4511억원, 2016년 2315억원의 적자를 냈다. 연간 2천억원이 넘는 금융 손실 탓이 컸다. 2014~2019년 누적 적자는 1조9354억원에 이른다. 2017년 10월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나오기 한참 전부터 부실이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에는 4380억원의 흑자를 낸 매우 우량한 회사였다. 그런 회사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경영위기에 빠진 두산건설을 무리하게 지원했기 때문이다. 2013년 현금성 자산의 95%에 이르는 9천여억원의 현금 및 현물 출자를 했다. 두산건설은 회복되지 못하고 2019년 말 상장 폐지됐고, 두산중공업이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두산중공업이 영업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탈석탄’ 움직임 때문이다.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화력발전 시장의 침체가 매출과 이익을 줄였다. 세계 석탄화력의 최종 투자 규모가 2016년 이후 급감하고 있고, 그 자리를 신재생에너지가 대신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 실적을 보면, 중공업 부문 수출액이 2016년 4조219억원에서 2018년 3조4192억원으로 급감한 것이 두드러진다.

 

2017년 발표된 정부의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따라, 원전 건설 계획이 축소되고, 월성 1호기가 영구 정지에 들어간 게 두산중공업의 영업손익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정지택 전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2018년 언론 인터뷰에서 연간 매출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수준이라고 밝혔다. 원전 설비 발주와 서비스 일감이 줄면, 당장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원전 건설은 계획부터 완공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에너지 전환 로드맵’이 지금의 두산중공업 위기의 원인이라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지난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탓에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감원을 하게 됐다’는 보도가 쏟아지자,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매년 지급한 돈의 액수를 공개했다. 2017년 5877억원, 2018년 7636억원, 2019년 8922억원이었다.

국내 유일의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이 지급한 돈은 두산중공업의 원전 관련 국내 매출이라 할 수 있다. 감소하기는커녕, 증가했다. 하지만 ‘탈원전 탓’을 해온 어느 언론도 이런 사실은 보도하지 않고, ‘탈원전 탓에 두산중공업이 위기를 맞았다’는 보도만 계속한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를 ‘탈원전 탓’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공격거리로 삼을 ‘탈원전 피해 사례’가 필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산중공업은 침묵한다. ‘탈원전 탓’이라고 주장하는 언론 보도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내는 데 불리할 이유가 없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두산중공업이 탈원전 탓에 위기에 빠졌다’고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충분히 반복하면, 사각형이 사실은 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한 괴벨스의 말이 새삼 섬뜩하게 다가온다.

 

[ 2021. 8. 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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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06323.html#csidx90701a16c4da61aa6860947fed6b12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