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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사주 녹취록의 ‘저희’는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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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비리(공직,사업,언론,기타)

2021. 10. 29.

고발 사주 녹취록의 ‘저희’는 누구일까요

 

지난해 3월31일~7월2일 채널A 사건과 관련한 검찰 움직임을 5개 문서를 바탕으로 복원했다.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법 기술’이 결정적인 단계마다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 2020년 1월10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맨 왼쪽),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왼쪽에서 세 번째) 등 대검 간부들이 대검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래서 아마, 고발장 초안을 아마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MBC 〈PD수첩〉을 통해 김웅 국민의힘 의원 육성이 공개됐습니다. 지난해 4월3일 총선을 앞두고 당시 김웅 미래통합당 후보가 조성은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과 17분37초 동안 통화한 내용입니다. 김 후보가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 파일을 전송한 날입니다.

고발 사주냐 제보 사주냐, 주장이 엇갈렸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중입니다. 수사 대상자가 좁혀지고 있습니다.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 전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성 아무개 전 수사정보2담당관(현 부산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 임 아무개 검사 등입니다. 이들은 모두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공수처는 권순정 당시 대변인,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장도 피의자로 입건했습니다. 보통 고발을 당하면 피의자로 자동 입건됩니다.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지만, 공수처 안팎에서는 다른 말도 들려옵니다. 이들이 이른바 ‘채널A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해당되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수사 대상은 모두 현직 검사들입니다. 지난 9월30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공수처로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이첩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관련자 소환조사 등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한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김웅 의원은 육성이 공개된 이후에도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합니다. 손준성 검사 등도 고발 사주 의혹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합니다. 윤석열 후보 캠프는 통화 육성 공개로 “윤 전 총장이 관여하지 않았음이 증명됐다”라고도 주장했습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요? 여기 진실을 말하는 증언자가 있습니다. 디지털 증거입니다. 손준성 보냄 파일, 복원된 통화 내용 등 디지털 증거는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10월21일 현재 디지털 증거가 증언한 팩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손준성 보냄’의 손준성은 검사 손준성과 동일인입니다.

둘째, 손준성 검사는 지난해 4월 당시 검찰총장 직할인 수사정보정책관이었습니다.

셋째, 지난해 2월3일 검찰을 사직한 김웅 후보는 두 달 뒤인 4월3일 ‘손준성 보냄’ 파일을 조성은씨에게 텔레그램으로 전달했습니다.

넷째, 파일 전달 당일 김웅 후보는 조성은씨와 오전(오전 10시3분)과 오후(오후 4시25분) 두 차례에 걸쳐 17분37초 동안 통화를 했습니다. “저희가 일단 (고발장)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음,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복수의 인사가 개입되었다는 의미입니다.

 

김웅 후보가 말한 ‘저희’는 누구일까요? 디지털 증거는 검사들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손준성 검사가 근무한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예전에 ‘범정(범죄정보기획관실)’이라 불린 곳입니다. 범죄정보기획관 아래로 범죄정보1·2담당관으로 나뉘어 평검사 3~4명, 베테랑 수사관 40여 명이 배치되었습니다. 정치권에 대한 동향 사찰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찰 폐해를 막기 위해 수사정보정책관실로 개편하고 15명으로 인원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정보 파악이라는 고유 기능은 수사정보2담당관실에 남아 있었습니다. 검찰총장 직할 운영 형태도 그대로입니다.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수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의혹 대상이 되었습니다. ‘손준성 보냄’ 고발장이 전달된 시기와 내용을 보면, 고발 사주 의혹은 채널A 사건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누가 고발장을 작성했을까요? 김웅 의원이 전화 통화에서 말한 ‘저희’는 누구일까요? 아래 다섯 가지 자료에서 의문을 풀 단서를 간추렸습니다.

△2020년 4월3일 손준성 보냄 파일의 고발장(20쪽) △2020년 5월21일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53쪽) △2020년 12월16일 법무부의 윤석열 총장 징계 결정문(122쪽) △2021년 7월16일 서울중앙지법 이 아무개 채널A 기자 등 판결문(44쪽) △2021년 9월16일 서울행정법원 윤석열 총장 징계처분 취소 판결문(137쪽).

 

이제 퍼즐을 맞춰가겠습니다.

 

* MBC PD수첩을 통해 조성은씨와 통화 육성이 공개된 김웅 의원은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주장한다.ⓒ연합뉴스

 

 

MBC 장 아무개 기자는 2020년 3월31일 〈뉴스데스크〉에서 ‘채널A 사건’을 보도한다. ‘채널A 소속 이 아무개 기자가 수감 중인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비리를 진술하라고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MBC는 채널A 이 기자가 이런 행위를 저지르는 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최측근이 연루되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이다.

5개월 뒤인 지난해 8월5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은 채널A 이 아무개(구속), 백 아무개(불구속) 기자를 강요 미수 혐의로 기소한다.

이 기소 한 달 전인 7월2일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채널A 사건에 대한 대검(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의 수사지휘 권한을 배제시킨 것이다. 추 당시 장관은, 윤 총장이 채널A 사건을 지휘하던 지난해 3월31일~7월2일 검찰에서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본 듯하다. 이 94일 동안 일어난 일을 알아야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이 수사 대상이 된 고발 사주 의혹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채널A 사건 수사에서 윤석열 총장은 ‘플레이어’였다.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공정하게 수사를 지휘한 게 아니라, 측근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플레이어로 뛰었다. 지난 9월1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정용석)가 “인정된 징계 사유는 검찰 사무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한 비위행위”로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등에서 정한 기준에 따르면,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은 징계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다”라고 밝힐 정도다. 검찰총장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의 의무를 위반한 플레이어로서의 행위가 이 판결문 곳곳에 상세히 나와 있다.

 

〈시사IN〉은 지난해 3월31일~7월2일 채널A 사건과 관련한 검찰 움직임을 복원했다. 한동훈 검사장을 보호하기 위한 윤석열 당시 총장의 ‘법 기술’이 결정적인 단계마다 발휘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법 기술을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이 법 기술에 대해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은 ‘공정한 직무 의무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김웅 후보가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4월3일 고발장(4·3 고발장) 내용과 디지털 증거도 비교 분석해보았다.

 

 

■ 제1기술: 사건 배당

“조사해. 근데 일일보고를 해라.”

2020년 4월2일, 채널A 사건 보도 이틀 뒤. 대검찰청 8층, 검찰총장실. 윤석열 총장의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조사해. 근데 일일보고를 해라!”

윤 총장은 애초 보고 자체를 받지 않으려고 했다. 이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은 휘하 감찰과장과 함께 총장실을 방문했다. 한 감찰부장 손에는 ‘MBC 뉴스 보도 관련 법무부 장관 지시 보고’라는 보고서가 들려 있었다.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대한 사안이기에 검사장(한동훈)과 기자와의 유착 의혹 부분에 대해 진위 여부를 신속히 확인할 필요 있음.’

한동수 부장과 동행한 감찰과장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그날 상황을 이렇게 진술했다. “총장이 보고를 받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하며 보고서를 놓고 가라고 했다.”

 

한동수 감찰부장이 보고하자, 윤 총장은 “기획조정부와 대변인실을 통해 MBC와 채널A에 자료를 요청했으니 자료를 받아 인권부에서 분석한 후 감찰 사안이라면 감찰부로 자료를 전부 넘겨주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윤 총장은 채널A 사건 관련 녹음파일 음성이 한동훈 검사장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한 감찰부장이 “감찰부 소관 업무이니 녹음파일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윤 총장이 특유의 고성을 질렀다. 그날 현장에 있었던 감찰과장은 “(총장이) 역정을 내면서 지시했다”라고 기억했다.

 

한 감찰부장이 감찰을 하겠다고 보고한 이날(2020년 4월2일), 윤석열 총장과 당시 한동훈 부산고검장은 17회 전화통화를 했다. 한동훈 검사장-권순정 대변인-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참여하는 단체 카톡방에서 메시지를 30회 주고받았다. 이 밖에도 4월1일 윤석열-한동훈 전화 12회, 한동훈-권순정-손준성 단체 카톡방 45회, 3월31일 윤석열-한동훈 전화통화 11회, 한동훈-권순정-손준성 단체 카톡방 53회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 그들은 같은 해 3월31일 MBC의 채널A 사건 보도 당일부터 매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다.

권순정 현 부산서부지청장은 10월8일 국정감사 때 단체 카톡방 대화에 대해 “MBC의 채널A 사건 보도 이후 보도 경위와 진위 등을 파악했다”라고 해명했다. 대검 대변인이었기에 채널A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과 통화나 연락을 할 수는 있다. 그런데 여기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포함된 이유는 무엇일까. 권순정 지청장은 “검찰 관련 기사의 경위 파악이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임무 중 하나다. 따로 (총장) 지시가 없더라도 통상적인 업무다”라고 말했다.

대검 부서는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으로 업무가 정의되어 있다.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업무 범위는 ‘범죄 수사와 공소유지 등 검찰 업무와 관련해 수집되는 정보’로 규정되어 있다. 부정부패 사건·경제질서 저해 사건·대공·선거·노동·외사 등이다. 채널A 사건이 이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적지 않다.

단체 카톡방 멤버였던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은 4월3일 ‘손준성 보냄’ 파일을 김웅 후보에게 건넸다. 전송된 고발장 내용은 ‘채널A 사건이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3일 뒤인 4월6일 윤석열 총장은 “조사해”라는 지시를 스스로 거둬들인다. 감찰부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한동수 감찰부장은 4월7일 ‘2020진상12호’ 사건 번호를 부여하고, ‘MBC 보도 관련, 진상 확인을 위한 감찰 개시’ 보고서를 첨부해 윤 총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감찰을 시작하겠다는 보고였다. 당시 윤 총장은 휴가 중이었다. 그는 “감찰을 시작했다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4월8일 윤 총장은 감찰부 대신 인권부에 진상 확인을 지시했다. 인권부는 수사 권한이 없는 부서다. 감찰부에서 인권부로 넘긴 건 일종의 사건 배당 기술이다. 서울행정법원 판결문을 보면, ‘대검 감찰부의 감찰은 총장의 승인 사항이 아니’라고 명백히 적시되어 있다. 법원은 윤 총장의 감찰 중단 지시를 부당한 조치로 판단한 것이다.

 

* ‘손준성 보냄’ 고발장이 전달된 시기와 내용을 보면 고발 사주 의혹은 채널A 사건과 연결되어 있다. 사진은 광화문 채널A 사옥 앞 모습.ⓒ연합뉴스

 

4월17일 대검 인권부는 ‘감찰 조사를 개시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다’고 윤 총장에게 보고했다. 감찰부와는 완전히 다른 결론이었다. 총장의 애초 약속과 달리 이수권 인권부장은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자료를 공유해줄 수 없다. 총장 지시에 반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검 인권부는 총장 보고 하루 전날인 4월16일 한동훈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진술을 들었다. 한동훈 검사장은 ‘채널A 이 기자와는 2020년 2월13일 이후 통화한 적 없다. MBC가 제보자(지 아무개)와 결탁해 나를 겨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4월17일 인권부 보고를 받은 뒤 윤석열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지시했다. 4월21일에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수 있었다(4월7일 민언련이 이 아무개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해 중앙지검이 사건을 맡았다).

 

■ 제2기술: 시간 끌기


“법무부의 진상 확인 지시에 대한 절차 및 주체와 관련해 전례와 규정 등에 관한 법리 검토를 해라.”
“감찰부는 진상 파악 방법이나 절차 및 주체와 관련해서 전례와 규정 등에 관한 법리 검토를 먼저 해라.”

윤석열 총장은 2020년 4월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진상 파악 지시가 합당한지 관련 부서에 법리 검토를 지시했다. 감찰 뜻을 굽히지 않았던 한동수 감찰부장에게도 역시 법리 검토를 지시했다. 법리 검토 지시는 일종의 시간 끌기 기술이다. 2013년 국정원 정치 개입(댓글 사건) 사건에서는 당시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이 당한 기술이기도 했다. 당시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적용에 대해 법리 검토를 이유로 사건을 틀어쥐며 추가 보고서 작성을 지시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끌었다.

채널A 사건에 대한 감찰 및 검찰 수사는 이렇게 지체되었다. 채널A 사건을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이정현 1차장검사의 징계위원회 진술 내용을 보자. “4월7일 고발장이 접수되었는데, 중앙지검에서 압수수색을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한 것은 대검의 혼란스러운 상황 때문이다. 대검 감찰부에서 감찰한다고 하고, 인권부에 총장님 지시에 따라 확인한다고 하고, 그런 식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빨리 매듭지어졌으면 저희도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였을 것이다. 그런 혼란 상황이 4월17일 무렵에야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실제로 검찰이 시간을 끄는 동안, 이 아무개 채널A 기자는 휴대전화 등을 초기화했다(채널A 이 기자는 3월31일 밤 11시19분53초에 자신의 삼성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 또 4월1일 오전 1시17분13초에 엘지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 이날 오전 노트북도 포맷했다).

 

채널A 이 아무개 기자 등의 강요 미수 혐의는 1심에서 무죄가 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홍창우 부장판사는 지난 7월16일 이 기자의 행위가 강요 미수에 해당하려면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명시적 또는 묵시적 언동’이 입증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확보한 증거는 이 기자가 보낸 편지, 한동훈 고검장과 만났을 때(2020년 2월13일) 녹음파일 등이었다.

채널A 진상보고서와 이 기자의 공소장, 판결문을 보면, 2020년 3월20일 오후 2시10분부터 7분30초 동안 이 기자는 한동훈 고검장과 통화했다. 이 기자는 이날 2시40분 후배 백 아무개 기자에게 전화해서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말해준다. “(한동훈이) 어떻게 돼가냐고 묻는 거야. 그래서 ‘자꾸 검찰하고 다리 놔달라고 한다’, ‘딜 칠라고’, 그랬더니 ‘그래 그러면 내(한동훈)가 놔줄게’ 그러는 거야 갑자기. ‘내가 직접, 아니다 나보다는 범정이 하는 게 낫겠다’ 막 이러는 거야.”

이렇게 채널A 사건의 처리가 지체되는 와중인 지난해 4월3일, 김웅 당시 후보는 조성은씨와 통화에서 고발장 접수를 독촉한다. “음 아무튼, 좀 빨리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4·3 고발장에는 당일 피고발인 측 발언이나 관련 기사가 포함되어 있는 등 고발장을 서둘러 작성한 흔적이 나와 있다. 이렇게 4월3일 오전까지 일어난 상황을 담은 고발장을 오후 4시19분 김웅 후보는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것이다.

 

 

■ 제3기술: 언론 활용

“오보 대응을 하지 마라!”

2020년 6월20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공보관이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상대는 윤석열 총장이었다. 윤 총장은 직접 공보관에게 “오보 대응을 하지 마라!”고 전화로 말했다.

이날 오후 1시33분 〈중앙일보〉는 ‘대검찰청이 이 아무개 채널A 기자 변호인의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수사자문단) 소집 요구를 받아들여 채널A 사건을 수사자문단에 회부하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시점으로 보면 명백한 오보였다. 수사자문단 회부를 두고 윤 총장(회부 찬성)과 대검 부장·서울중앙지검 수사팀(회부 반대)이 팽팽히 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이 기사의 오보에 대응하려고 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직접 공보관에게 ‘오보에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윤 총장 처지에선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였기에 오보 대응을 막은 셈이다. 흔히 특수통 검사들 사이에 수사 비법으로 전수되는 게 언론 활용이다. ‘시나리오 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이에 앞선 2020년 4월, 법원은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반면, MBC의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했다. 같은 달 28일, 윤석열 총장은 수사팀이 작성해서 법원에 냈던 MBC 압수수색 영장을 받아오게 한다. 기각 사유를 알기 위해서였다. 윤 총장은 “우려하는 대로 (MBC가 영장에 주범이 아니라) 참고인으로 되어 있다”라며 대노했다고 한다. 2시간 뒤 이 내용이 그대로 〈중앙일보〉에 보도되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검에 보고하면 바로 언론에 뜬다며 반발했다. 채널A 사건을 지휘한 이정현 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징계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은 행태야말로 “살아 있는 검언 유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정현 1차장검사의 진술이다.

“4월28~29일 채널A 압수수색 현장에 갔을 때부터 (언론으로부터) 공격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거의 대검발로 보여지는데 수사 상황에 대해서 영장 기각부터 시작해서 하나하나 대검에 보고를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등, 계속 언론을 통한 수사 흠집 내기 시도가 엄청나게 많이 가해졌다. 그 과정에서 수사팀은 정말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이 사건(채널A 사건)이 소위 말하는 검언 유착인데, ‘아 이게 살아 있는 검언 유착 아닌가’ 할 정도로 너무 심리적 압박감을 많이 느꼈다.”

 

 

* 손준성 검사는 현재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으로 재직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제의 4·3 고발장에는 작성자들이 언론을 보는 시각이 나온다. 채널A 사건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두고, “친정부 성향의 언론사” “진보 언론사” “어용 방송사” 등이 ‘전속 제보꾼’의 허위 사실을 사실인 것처럼 보도했다는 내용이다. 김웅 후보는 조성은씨와 전화통화에서 채널A 사건을 ‘제2 울산 사건’이라고 정의한다.

윤석열 검찰은 2020년 1월29일 ‘청와대가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하명수사 등을 지시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송철호 울산시장,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김웅 후보는 전화통화에서 “선거, 선거판을 이용, 선거판에 이번에는 경찰이 아니고 MBC를 이용해서, 음, 이거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일단 프레임 만들어놓고”라고 말한다.

 

 

■ 제4기술: 유리한 구도 만들기

“수사자문단에 회부하라.”

2020년 6월16일 오전 대검찰청 8층의 검찰총장실. 구본선 대검차장과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보고를 하러 들어갔다. 앞서 6월2일 윤석열 총장은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로 특정되었다는 보고를 받았다. 6월3일 윤 총장은 일체의 보고를 받지 않고, 대검 차장과 부장 5명을 중심으로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이 사건을 지휘 감독하라고 지시한다. 구본선 대검차장, 김관정 형사부장,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 배용원 공공수사부장, 노정환 공판송무부장, 이정수 기획조정부장이 대검 부장회의를 통해 수사를 지휘했다.

6월16일 대검 부장회의 지휘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날 오전 김관정 형사부장이 윤 총장에게 한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를 보고했다. 김관정 형사부장의 징계위원회 진술이다.

“압수 사실을 보고하자 총장이 충격을 받은 모습을 보였고, 총장실을 나오면서 구본선 대검차장과 ‘총장이 너무 충격을 받은 것 같다’고 서로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윤석열 총장이 충격을 받은 이날 오후엔 사건 구도를 뒤집을 만한 보고가 들어온다.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이 “어제 이○○ 기자의 변호인 주진우 변호사가 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라고 보고한 것이다. 그 즉시 윤 총장은 수사자문단을 소집하라고 지시했다.

수사자문단은 ‘중요 사건 수사 처리와 관련해 대검과 일선 검찰청 사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전문적인 자문이 필요한 경우’ 소집될 수 있다. 즉 피고인 측엔 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할 자격이 없다(주진우 변호사는 현재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해 있다). 대검 부장회의는 수사자문단 소집 여부를 자신들이 결정하겠다고 주장했다. 앞선 6월3일 윤 총장의 지시로 부장회의 측이 이미 수사지휘권을 넘겨받은 상태라고 봤기 때문이다.

윤석열 총장은 이에 완강하게 맞섰다. 지난해 6월26일 오후 윤 총장은 수사자문단 소집 관련 초안(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이 작성)을 본인 손으로 직접 고칠 정도로 강행 의사를 밝혔다. 수사자문 위원도 자신이 직접 선정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대검 부장회의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총장이 수사자문단 회의를 통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자체를 막을 심산이라고 판단했다.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 지시를 ‘측근 봐주기’로 본 것이다.

3일 뒤인 지난해 6월29일, 대검 부장회의 측은 ‘부장회의에서 만장일치 의견’이라며 수사자문단 소집 연기를 윤 총장에게 제안했다. 윤석열 총장은 사임을 입에 올리며 배수진을 쳤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말라. 자꾸 말을 하면 나보고 나가라는 말이다(사임).”

 

서울행정법원은 윤석열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과 관련해서 다음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소집 요구 권한은 총장에게 있다. 그러나 당시(2020년 6월) 상황에서는 소집 요구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대검 부장회의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 사이에 이견이 없었기 때문이다. 수사자문단은 대검과 일선 수사팀 사이에 이견이 있을 경우에만 소집될 수 있다.

법원은 또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 보고(6월16일)가 윤 총장의 결정(수사자문단 소집)에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부당한 조치라는 의미다.

 

윤 총장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을 신뢰하지 않았다. 수사 초기인 4월29일 권순정 대변인을 통해 “제반 이슈에 관해 빠짐없이 균형 있게 조사할 것”, “비례원칙과 형평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것” 등을 지시했다. 바로 채널A와 MBC를 똑같이 수사하라는 지시였다. 검언 유착 의혹과 권언 유착 의혹을 균형 있게 조사하라는 내용이었다. 4·3 고발장에 나온 내용과 비슷한 기조다. 4월17일 대검 인권부를 통해 보고받은 한동훈 검사장이 주장한 ‘MBC와 제보자와 결탁해서 나를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과 같았다.

 

■ 제5기술: 권력의 사유화

“채널A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보라.”

2020년 6월18일, 한동훈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수색 이틀 뒤, 대검찰청 8층 검찰총장실. 윤석열 총장은 박영진 대검 형사1과장을 호출한다. 박영진 과장의 상관인 김관정 형사부장 등 대검 부장회의가 수사자문단 소집에 반대하자, 일선 과장을 직접 호출한 것이다. 윤 총장은 박 과장에게 “6월19일 예정된 대검 부장회의 때 채널A 사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대검 연구관과 함께 ‘피의자 이 아무개 사전구속영장 청구검토’ 보고서를 만들었다. 이 아무개 기자의 강요 미수 혐의는 인정하기 어렵고,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여부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윤석열 총장의 시각이 담긴 보고였다.

 

* 윤석열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 초기부터 ‘괴문서’에 근거한 “정치조작”이라고 주장한다.ⓒ국회사진기자단

 

 

당초엔 대검 부장회의가 6월19일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박영진 과장이 쓴 보고서가 이날 오전 11시에 대검 부장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대검 부장들은 “결론이 너무 단정적이고, 사전에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바도 없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김관정 형사부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박 과장의 보고서를 보냈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초기 상황에 불과했다. 휴대전화를 압수했지만 비밀번호도 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고서는 한동훈 검사장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수사팀은 편파적이라며 반발했다. 수사팀은 항의 차원에서 이날 오후 2시 회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이정현 1차장검사의 징계위원회 진술이다.

“(한동훈) 핸드폰을 압수하며, 포렌식도 안 된 상황이고, 한동훈 검사장을 구속하겠다거나 기소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단 이 아무개 기자에 대해 추가 증거 확보 및 추가 증거인멸을 차단하기 위해 구속하겠다는 것인데, 그 단계에서 벌써 두 단계, 세 단계 더 나아가 수사도 되어 있지 않은데,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죄가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보고서에 들어 있다는 점이 상당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총장과 대검 부장회의·서울중앙지검 수사팀 사이의 이런 줄다리기 과정에서 언론엔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이라는 오보가 났다. 윤 총장은 이에 대응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은 보통 대검 부장을 통해 지휘하는데, 윤 총장은 자신과 뜻이 맞지 않는다고 부장을 건너뛰어 과장에게 몰래 지시한 셈이다. ‘한동훈 검사장 수사를 막기 위한 권력의 사유화’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오히려 윤석열 총장이 박 과장에게 부당한 지시를 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갈등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즉, 박 과장 보고서로 마치 대검과 수사팀이 의견이 다른 것으로 만들어 수사자문단 소집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윤 총장이 박 과장에게 지시한 보고서는,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유리한 방향을 종결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며, 매우 부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2020년 7월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의 수사자문단 소집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윤석열 총장의 이 5가지 기술을 수사 단계마다 접한 채널A 수사팀에서는 “총장님께서 검사들의 총장님이신지, 특정인(한동훈)의 총장님이신지 잘 모르겠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비밀번호가 20자리인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지금도 포렌식을 수행하지 못했다. 채널A 이 아무개 기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9월2일 고발 사주 의혹이 담긴 ‘손준성 보냄’의 고발장이 공개되었다. 검찰총장 직할인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의 관여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총장이 플레이어가 되어, 측근을 감싸는 법 기술을 구사해 ‘특정인의 총장’이라는 말까지 돌 정도였다면,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들도 알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아직 고발장의 정확한 작성자가 특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의 전달을 디지털 증거가 증언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 초기부터 “괴문서”에 근거한 “정치조작”이라고 주장한다. 각종 디지털 증거와 판결문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재직 시절 그가 발휘한 법 기술과 이 사건은 전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대선이라는 정치 일정과는 무관하게 고발 사주 의혹의 팩트가 밝혀져야 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인생 수사’라고 말하는 국정원 댓글 사건보다 엄중하기 때문이다.

팩트가 드러나야 검찰의 명예회복도 가능하다. 공수처도 서울행정법원 판결문 검토에 들어갔다.

 

 

  •  고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