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상상

탁구의 일기 - 가장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적인 기록입니다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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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짧은글

2021. 10. 9.

속초 낙산사 언덕에서

 

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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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은 정말 웬만한 시골이니 도회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방학이 되어 집으로 가는 때에는 버스를 대여섯 시간 타야 하고 한 시간 이상을 걸어야 한다 그러니 일찍 나서도 정류장에 내리면 이미 어둑하고 곧 캄캄한 밤이 찾아온다 걸어서 마을로 가는 산길은 불빛 하나 없다 겨우 빼꼼히 손바닥만 한 하늘에 별들이 푸른빛으로 흘러 길이 희끄무레 보일 뿐이며 그것도 산 깊은 곳에서는 어둠이 절벽처럼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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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다 달리듯이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뛰지는 않는다 뛰면 오히려 뒤에서 무엇인가가 덮치는 것 같아 무서움이 더 하다 이 순간에는 이야기로만 듣던 관세음보살을 외운다 불교에서 관세음보살을 외우면 인간의 어려움을 들어주는 부처님인 관세음보살이 보살펴 주고 보호해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말 무서움이 덜하다

3

어둠이 절벽 같은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고개를 넘어서면 저 멀리에 겨우 보일 듯 말 듯 불빛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약간의 안도감이 찾아오는 시간 등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정말 나의 방학 귀향길 그곳에 짐승이나 무서운 무엇이 있었을까 평소 그 길은 평화롭기만 하다 푸른 하늘 아래 꽃피고 산새 지저귀는 아름다운 길이며 산모롱이 돌아 익숙하고 편안한 논밭을 지난다

4

결국 그 무서움은 마음에서 오는 것이니 마음이 안정되지 못할 때에 무서움도 있고 갈등도 있으며 불안감에 시달리기도 하는 것이라 그것을 알면서도 주문을 외우는 것은 우리 인간이 원래 나약하여 무엇인가에 의지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니 그 의지依支가 긍정을 유발하여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이리라 물론 지금은 성호경을 긋고 기도문을 외우며 걸었을 것이리

 

 

한강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