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상상

탁구의 일기 - 가장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적인 기록입니다

소백산 국망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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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긴글

2005. 5. 25.

 2004.1.1.
 부석사에서의 새해 해맞이를 마치고 주변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운 다음 예정대로 국망봉 등산에 나섰다. 부석사를 출발, 이제 막 건설을 끝낸 순 흥의 선비촌과 소수서원, 금성단을 거쳐 10시경 소백산 진입로의 배점 저수지에 도착했다.
 배점 저수지 주변은 지난날 내가 후일에 거주하기를 희망했던 지역이다. 가까이 고향마을과 지방중심도시 근처이면서도 명산 소백산기슭이며 주위의 많은 연계 관광지 등 도시문화와 생업과 조용한 산골생활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기서 허브농원이나 들꽃농원 혹은 체험농장을 곁들인 전원형 카페를 운영하며 조용히 생활하고 싶었다. 소백산과 저수지, 산골 마을이 보이도록 직접 설계하여 카페를 짓고서….

 배점초등학교를 바라보며 주차장을 지나 퇴계 선생께서 이름을 붙이셨다는 죽계구곡에 들어섰다. 죽계구곡은 대단한 규모는 아니지만 영주 부근에서는 보기 드물게 깊은 계곡이다. 특히 이 계곡은 초입의 죽계9곡에서 시작하여 8곡 7곡……. 안으로 들어서면서 점점 폭이 넓어지고 울창해지며 초암사를 지나 제1곡을 들어서면은 본격적으로 울창한 숲과 바위와 폭포로 된 절경이 전개된다.
 주차장에서 초암사까지는 약 3.5km이며 이는 걷기에는 조금 먼 거리이기에 이번에는 초암사까지 승용차로 가기로 했다. 덕분에 중간마다 내려오는 차를 만나 몇 번인가 후진을 하며 피해주어야 했다. 초암사에서 국망봉까지는 4.5km 정도이며 여기서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등산로가 지난날 왔을 때보다는 많이 정비되어 생각보다 수월하게 도전할 수 있었지만 여러개 등산로중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에 속한다. 
 중간마다 안내판이 세워져 있고 나무에는 자연 학습용 명판이 붙어 있어 시골에서 자라고 늘 산을 가까이해온 나도 새로운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단지 중간 급경사 지역에 설치해놓은 인위적 계단은 등산을 편하게 해 주는지는 모르지만 자연 그대로가 아니어서 어색함이 있다. -이는 등산객이 많아서 산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기도 하단다.- 이 등산로의 특징은 처음 약 3km 정도는 계곡 길이다. 옆으로는 정말 맑은 물이 소를 이루거나 얼음으로 덮여 있고 낙차 지역은 얼음빙벽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큰 바위와 참나무 등 잡목수림이 하늘을 덮고 있다. 두 시간 정도 험한 등산로와 빙판길을 걷다가 보면 전신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고 체력이 한계에 달한다. 이때 엄청나게 큰 바위와 약간의 평지를 만나게 되고 거기에는 부서진 돌탑과 대포 탄피로 된 종이 있다. 큰 바위는 봉구암이며 그 터는 옛 석륜암자리다. 여기서 땀을 닦고 종을 타종하며 새해를 시작하는 소원을 빌었다. 
 석륜암터에서 우측으로 100m 정도를 오르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명물이 있는데 돼지 바위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돼지가 빙그레 웃음을 짓고 있다. 인위적으로 조각한 것보다 더 신비함을 느끼게 된다. 
석륜암을 지나 30분 정도를 더 오르자 드디어 상고대가 장대하게 펼쳐 졌다. 꽃 같기도 하고 사슴의 뿔 같기도 하며 온 산천을 지상에서 봤을 때 눈이 쌓인 것처럼 덮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바람이 불면서 눈꽃이 날리며 밥 위로 떨어졌지만 우리는 시장하여 그와 함께 먹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밥맛은 꿀맛이며 준비해간 막걸리 한잔은 최고였다.
 식사후 30분 정도를 오르자 드디어 정상이다. 눈바람이 세차게 몰아 처서 고개를 들 수가 없지만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정말 장관이다. 소백산 정상은 넓고 긴 능선길로 되어 있다. 그 넓고 긴 능선이 눈과 조금 전에 본 상고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탐스럽고 아름다운 눈꽃들로 덮여있다. 우리는 볼이 떨어져 나갈듯하지만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도저히 노칠수가 없어서 그 자리에 서서 감탄할 뿐이다. 내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애써 뭐라고 표현해 보려 하자 동행한 내 아내는 그냥 '아름답다'라고만 하라고 한다.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눈바람을 맞으며 눈꽃과 눈 언덕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 그냥 내려오기 싫은 풍경에 아쉬움을 두고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 길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량 지망생이라는 사람이 올라오다가 일행 중 한 사람을 알아보고 인사를 했다. 그는 소백산이 명산이며 이름 그대로 서울을 바라보고 있는 산이기에 새해 첫날 이 산을 찾았다고 한다. 많은 사람의 깊은 염원을 담고 있는 산임을 알 수 있었다. 
 국망봉은 등산이 3시간 하산이 2시간 정도 걸린다. 산밑을 내려오니 벌써 짧은 겨울 해는 내려앉고 있었다. 금연 새해 첫날은 이렇게 부석사 일출과 국망봉 등산으로 나름대로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다. 그리고 이 기분은 2004년 한해 내내 이어질 것 같은 좋은 느낌이다.
국망봉 등산로 : 순 흥 주유소사거리-배점 저수지-소백산 배점 주차장-초암사-석륜 암 터-국망봉 (2004.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