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상상

탁구의 일기 - 가장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적인 기록입니다

1996년 어느 가을 날의 시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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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긴글

2005. 5. 25.

몇 년 전 어느 날 써본 낙서가 PC에 저장되어있기에 복사하여 옮겨 본다 

나는 시골길을 좋아한다.
그것도 여름날 오후 석양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을 때가 좋고 거기다 분뇨 냄새를 간간이 품고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을 맞으며 농촌 마을의 들길을 걸을 수 있을 때는 더욱더 푸근한 향수 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태생이 시골이어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여가만 생기면 들판으로 나가고 싶고 여행 중에도 그런 풍경을 만나게 되면 그 속으로 빠져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가끔은 혼자서 차를 달려 들길로 나간다.
친구들이 동행하여 줄 때도 있지만 그들은 '옛날의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며 그것이 뭐 좋으냐'고 오히려 분위기를 깨뜨리는 경우가 더 많다.
또한 어떤 때는 내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성장환경을 보여주고 자연에 대한 순수함 내지 친근감을 길러주고 싶어 데려나가기도 하지만 그들 역시 역겨운 냄새나 혐오스러운 벌레, 깨끗하지 않은 환경 등에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시골길뿐만이 아니다. 그를 포함한 자연과 관계된 것은 다 좋아한다.
먼 산을 바라보는 것 흐르는 강줄기를 더듬어 보는 것도 좋아하며 하릴없이 들판을 어슬렁거려 보는 것도 좋아한다.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나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활동 반경 안의 산과 들은 전부 돌아봐야 직성이 풀린다.
이것은 내 취미가 등산과 여행이라는 것과 연결된다.
지금도 틈만 나면 등산을 한다. 많은 사람이 등산은 건강 때문에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아니다. 그냥 산과 들이 좋아서 한다.
높은 산 정상에서 멀리 내려다보이는 겹겹이 둘러 처진 산봉우리와 들판은 단순한 건강과 성취감 이상의 편안함과 후련함을 준다.
요즘 들어 시간 때문에 좀 더 원거리에 있는 산은 가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퍽 아쉽다.
그리고 나는 꽤 많은 여행을 한다. 여름날 작열하는 태양 아래좋아하고 흰눈이가족들과 함께 길게 뻗어 있는 도로(특히 고속도로중 복잡하지않는 88고속도로등)를  달리며 차창을 스치는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신나면서도 느긋한 순간을 살포시 추수하려 뿌려있는 산사나 유적지를 찾아 옛것을 돌아보며 조용히 마음을 좋아한다.
역시 볼 수 있는 서정적 여행도 자연과 함께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자연과 함께 하며 그 속에서 동화되어 살아가는 생활, 그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1996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