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책!

베토벤홀릭 2011. 3. 24. 13:31

 

 

 

 

 

 

 

 

 

법정스님, 뵙고 싶습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2010년 3월 11일, 법정스님은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상좌들과 신도들의 발원에도 불구하고 간암 투병 끝에 입적하셨다. 법력 56년 세수 78년의 일이었다. 스님이 입적하시자 거의 모든 매체에서 일제히 스님을 추도하고 기리는 특집 기사나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출판계에서도 법정스님의 저서는 물론이고, 법정스님과 관련한 책들을 앞다투어 쏟아냈다. 우리 사회에는 한바탕 ‘법정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스님이 남기신 유언은 말빚을 남기기 싫으니 당신의 이름으로 펴낸 책을 모두 절판하라는 것. 한바탕 소동을 겪고 나서야 번잡스럽기까지 했던 추모의 열기는 차분히 수습되었다.

그런데 법정스님 입적 1주기를 맞아 다시 스님에 대한 회고와 추념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 회고와 추념의 움직임은 다행스럽게도 스님의 입적 당시와 달리 훨씬 진중한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열림원이 펴내는 정찬주 작가의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법정스님으로부터 속세에 물들지 말라는 뜻의 ‘무염’이라는 법명까지 얻은 재가 제자가 스님이 머물렀던 자리를 경외와 흠모의 정으로 뒤쫓았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정찬주 작가는 지난해 이미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무소유』를 출간한 바 있다. 당시에도 법정스님과 관련한 수많은 책들이 넘쳐났지만 소리 없이 대부분 사라지고 『소설 무소유』만이 스님의 일생을 그린 정본으로서의 위의를 인정받아 10만 명이 넘는 독자들에게 읽힌 바 있다. 정찬주는, 법정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자격을 가진 작가인 셈이다.

 

낮은 걸음으로 순례하는 법정스님의 수행처

정찬주 작가는 지난여름 대원사를 찾아 법정스님의 속가 조카이자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인 현장스님을 만나 이 책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 작가와 현장스님 모두 법정스님께서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글을 써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공감대를 가졌던 것이다. 실제로 정찬주 작가는 스님과 도타운 인연을 맺어온 재가 제자이기도 하지만, 10여 년이 넘게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암자나 절을 찾는 암자 전문가이기도 했다. 작가는 곧바로 작은 카메라와 수첩 하나만을 들고 법정스님의 수행처를 고스란히 순례하기 시작했다. 법정스님의 제자인 상좌 스님들과도 이미 친분이 두터웠지만,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법정스님의 흔적이 새겨진 수행처들을 찾았다. 법정스님의 고향인 해남 우수영으로 향할 때는 스님이 출가하던 날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눈이 오는 날을 택하기도 하고, 수행자로서 법정스님이 가장 원숙했던 불일암을 찾아서는 스님이 여전히 옆에 계시는 것 같아 스님이 사용하시던 앞문을 사용하지 못하고 부엌문으로 드나들기도 한다. 진도 쌍계사에서는 스님이 쌍계사로 수학여행을 왔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미래사 눌암에서는 효봉스님을 스승으로 모시던 행자 시절의 스님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또 가야산 해인사에서는 문재로서의 스님의 흔적을 더듬고, 봉은사 다래헌에서는 일부 몰지각한 신도들의 ‘봉은사 땅 밟기’를 떠올리며 스님의 마음처럼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쌍계사 탑전에서는 법정스님이 앓아누웠을 때 80리 길을 걸어 약을 구해 왔던 도반 스님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진정한 도반이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한다. 또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을 생각하며 산중에서 홀로 묵묵히 정진하셨던 법정스님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길상사를 찾았을 때는 스님이 영화 「서편제」를 보고 나서 속가의 여동생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을 떠올린다. 그런데 이러한 작가의 조용하고 차분한 순례길이 여전히 법정스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더디지만 실로 놀라운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연재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마지막 4회 공개

이 책은 교보문고 북로그를 통해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라는 동일한 이름으로 4개월간 연재되었던 글을 모은 것이다. 법정스님의 사상이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진 송광사 불일암 순례를 시작으로 총 20회에 걸쳐 연재되었는데, 누적 방문자수가 2만 4천 명이 넘을 정도로 지속적인 관심을 얻었다. 이미 법정스님에 대한 추모 열기가 사그라졌을 때 시작한 연재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입소문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법정스님에 대한 호들갑스러운 추모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음으로 조용하게 스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또한 고향인 해남 우수영은 물론이고 시자 생활을 했던 통영의 미래사와 쌍계사 탑전, 그리고 마지막까지 수행자의 참모습을 보여준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까지 법정스님이 머물렀던 모든 수행처를 그대로 순례하면서 스님이 어떻게 ‘무소유’로 대표할 수 있는 스님만의 사상을 구축해나갔는지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교보문고 북로그 연재 당시 공개되지 않았던 마지막 4회가 추가됨으로써 스님이 몸소 체화했던 무소유 사상의 성립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낱낱이 살펴볼 수 있다.

 

법정스님의 자기다운 영혼을 찾아가는 구도의 길

작가 정찬주의 이러한 일련의 순례는 곧 ‘자기다운 영혼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 법정스님은 최소한의 것으로 단순하게 사는 것이 곧 수행자로서 지향해야 할 무소유의 삶이며, 나아가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무소유만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일이라고 했다. 작가는 스님의 체취가 남아 있는 수행처를 느린 걸음으로 순례하면서, 또 스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짚으면서 ‘자기다운 영혼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끊임없이 궁구한다. 법정스님이 쌍계사 탑전 시절 걸레 하나를 짜더라도 힘껏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소소하지만 위엄 있는 깨달음을 얻었던 것처럼, 작가는 법정스님의 흔적을 나지막이 좇음으로써 독자들을 자신만의 영혼을 찾아가는, 혹은 자신만의 꽃을 피워가는 구도의 길로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자로만 인식되는 추상이나 관념이 아닌 스님이 남기신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을 같은 무게로 포개는 것과 같이 생생한 가르침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독자들은 작가 정찬주가 안내하는 이 순례의 길을 통해 법정스님의 무소유 사상의 근원과 그것이 어떻게 스스로의 삶으로 용해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심지어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물신주의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때론 엄한 할 같기도 하고, 때론 고요하고 은밀한 비밀 같기도 한 법정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영혼을 간접 체험 할 수 있는 유일하고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 본문에서

 

“스님에게 또 하나 더 상처를 준 사건은 6∙25전쟁, 전쟁의 야만성은 학생 박재철의 친지와 선후배는 물론이고 가깝게는 어머니에게까지 미친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로 박재철은 고향집에서 방문을 걸어 잠그고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운다. 작은아버지가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야 박재철은 방에서 나왔지만 그때 받은 충격은 실로 깊고도 컸다. 바로 그때부터 박재철은 야만스러운 이 세상을 벗어나 새로운 인생길을 꿈꿨는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대학 3년간은 출가를 결행하지 못하고 경계인으로서 떠돈 자의 반 타의 반의 시간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이지 않는 상처가 있는 법이다. 겉으로는 추억의 사진 한 장처럼 아름답고 멋진 청춘의 시간이었던 것 같지만 내면에는 사진 찍히지 않는 아픈 상처가 한두 가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바다 밑의 조개가 자신의 상처를 진주로 만들어내듯 세상에는 자신의 상처를 반짝이는 보석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도 있으니 법정스님이 바로 그런 분이 아닐까 싶다.”

-우수영에서 「버려야만 걸림 없는 자유를 얻는다」 중에서

 

“금당 편액 좌우에 세계일화 조종육엽(世界一花 祖宗六葉)과 육조정상탑(六祖頂相塔)이란 추사 김정희 글씨가 걸려 있다. 금당으로 들어가 참배를 한다. 금당 안에는 불상 대신 석탑이 봉안돼 있다. 석탑 안에 선불교를 완성한 중국의 육조 혜능대사의 정상(頂相, 머리)이 실제로는 봉안돼 있지 않지만 삼신산 산자락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탑전이란 금당의 석탑을 지키는 전각이라는 뜻이다.

금당을 지키는 보살에게 석탑의 내력을 물어보니 스님이 잘 아신다고 대답을 사양한다. 육조 머리의 봉안이 사실이든 아니든 간에 효봉스님이 금당 옆에서 정진하고자, 사미 법정을 데리고 온 까닭은 혜능대사 가풍의 후예라는 자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요스님이 먼저 엎드려 참배하고 뒤이어 나도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절하는 행위를 우상을 섬기는 행위라고 하는 이들에게 할 말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절은 나의 허망한 그림자를 지우고 없애는 행위이지 우상에게 나를 구원해달라고 비는 의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저 석탑이 어떻게 나를 구원할 수 있겠는가. 만약 그렇게 믿는 이들이 있다면 당장 정신과 치료부터 받아야 할 것이다.

석탑 앞은 촛대와 생화들로 장식돼 있다. 그러나 눈부신 것은 열려진 문으로 들어와 석탑 밑에 고요하게 누운 햇살 자락이다. 금당을 나와 뒤편 산자락으로 올라가보니 지리산의 한 봉우리인 삼신산이 장엄하다. 푸른 것은 침엽수요, 붉고 노란 것은 활엽수다. 법정스님도 침엽수와 활엽수가 두 손을 모으고 서 있는 삼신산의 무정설법(無情說法)에 눈과 귀를 맑히셨을 것 같다.”

-쌍계사 탑전에서 「걸레라도 힘껏 비틀지 마라」 중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그것을 지키려 한다. 왜 자기는 찾지 않고 어떤 굴레에 갇히기를 원하는지 답답하다. 부처님은 진리를 등불 삼고, 자신을 등불 삼아 살라고 했다.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고 했다. 이 세상에 자신을 구원할 만한 대상은 아무것도 없으니 밖으로 눈을 돌리지 말고 내면을 관조하라고 했던 것이다.

스님께서도 ‘석가모니 부처님도 한 분이면 족하다’라고 했다. 상좌든 신도든 누가 됐건 간에 당신의 가르침이나 친분에 갇히는 맹목(盲目)을 경계하셨다. 오히려 스님께서는 멀리 떨어져 살더라도 자기 질서를 소박하게 지키며 사는 보통 사람들을 사랑하고 신뢰하셨다.

캄캄한 밤하늘이 아름다운 까닭은 별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반짝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우리가 아는 몇 개의 별들만 광대무변한 허공에서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별들이 제자리를 지키며 더불어 반짝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아름다운 인생인지 알고자 한다면 밤하늘의 별을 보라고 권면하고 싶다. 자기 자리에서 누구도 닮으려 하지 않고 스스로 반짝이는 별이 되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인생인 것이다.”

-길상사에서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 작가 소개

 

 

불교적 사유가 배어 있는 글쓰기로 지난 삼십여 년 동안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온 정찬주는 1953년 전남 보성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글을 쓰는 작가로 살아오던 그는 자연을 스승 삼아 진정한 ‘나’로 돌아가기 위해 저잣거리의 생활을 청산하고, 늘 마음속에 그리던 남도 산중에 집을 지어 들어앉았다. 샘터사에 근무한 십수 년 동안 법정스님의 책들을 십여 권 만들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도타운 사제지정을 맺었다. 스님은 작가를 재가 제자로 받아들여 ‘세속에 있되 물들지 말라’는 뜻으로 ‘무염(無染)’이란 법명을 내렸다. 산중에 있는 듯 없는 듯 무지렁이 농부처럼 잊힌 듯 살면서 자연의 섭리를 좇아 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은 솔바람으로 시비에 집착하는 귀를 씻어 불(佛)을 이룬다는 뜻의 ‘이불재(耳佛齋)’라는 집 이름에 담겨 있다.

 

지금까지 펴낸 책으로는 장편소설 『소설 무소유』, 『니르바나의 미소』, 『인연』, 『산은 산 물은 물』, 『하늘의 도』, 『대백제왕』, 『만행』 등과 산문집 『암자로 가는 길』, 『암자로 가는 길 2』, 『절은 절하는 곳이다』,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돈황 가는 길』, 『정찬주의 茶人기행』, 『뜰 앞의 잣나무』, 어른들을 위한 동화 『눈부처』가 있다.

 

이와 같은 작업을 인정받아 1996년 행원문학상, 2010년 동국문학상을 받았다.

 

 

 

▶ 추천의 글

 

 

작가는 법정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며 우리들에게 자기만의 꽃을 피우자고 손을 내밉니다. 법정스님의 자기다운 영혼이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페인에는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이 있고, 일본 시코쿠에는 사찰들을 참배하는 순례길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를 길벗 삼아 법정스님의 자취를 찾아가는 ‘무소유 성지순례길’을 걸어보면 어떨까요? 바람이 꽃이 되고 흐르는 물이 구름으로 변하는 운수(雲水)의 오솔길에서 삶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작은 들꽃이 되어 서로 간에 맑은 향기를 나누시기 바랍니다.

-현장스님(‘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 차례

 

 

추천의 말 / ‘무소유 성지순례길’의 길벗이 되기를(현장스님_‘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작가의 말 / 법정스님, 뵙고 싶습니다. 지금 어디 계십니까?

 

송광사 불일암에서

대나무 그림자처럼, 달빛처럼 살아라 /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마라 / 모란은 모란이고 장미꽃은 장미꽃이다 / 홀로 마신즉 그 향기와 맛이 신기롭더라 /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아라

 

우수영에서

버려야만 걸림 없는 자유를 얻는다

 

진도 쌍계사에서

필연은 우연이란 가면을 쓰고 손짓한다

 

미래사 눌암에서

백 가지 지혜가 하나의 무심(無心)만 못하다 / 동으로 흘러가는 저 물을 보라

 

쌍계사 탑전에서

걸레라도 힘껏 비틀지 마라 / 진정한 도반은 내 영혼의 얼굴이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흰 구름 걷히면 청산이라네 / 펜대를 바로 세운 이는 법정스님뿐이다

 

봉은사 다래헌에서

누구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강원도 오두막 수류산방에서

웬 중인고, 내가 많이 늙어버렸네!

 

길상사에서

나쁜 말 하지 말고, 나쁜 것 보지 말고, 나쁜 말 듣지 말라 /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베푼 것만이 진정으로 내 것이 된다 / 침묵에 귀 기울이라 / 한반도에 다시 오시어 못 다한 일들 이루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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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독서클럽♥ 책으로 만나는 세상
글쓴이 : 예쁜글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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