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OVE TKD/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열혈해니 2009. 1. 4. 07:03

[한혜진의 태권도 산책] -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태권도를 기대하며

 

예년과 다르게 태권도계가 새해벽두부터 새로운 변화를 예고해 눈길을 끈다. 대중들에게 가장 지탄을 받고 있는 태권도 경기 룰 개정을 위해 태권도계 각계에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태권도연맹(WTF)은 경기 룰 개정안을 지난해 말 터키 앙카라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대한태권도협회(KTA)도 자체적으로 경기규칙 개정을 통해 시험적으로 경기방식에 변화를 시도한다. 상위단체들의 움직임에 따라 산하단체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입장. 그동안 원형경기장, 10초룰, 3대3 겨루기, 5인제 단체전 등 다소 파격적인 경기방식을 시도를 해온 바 있는 실업태권도연맹이 올해도 보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는 태권도 경기를 위해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실업연맹은 보다 혁신적인 경기 룰 개발을 위해 ‘경기방식개발위원회’를 연초에 출범할 계획이다. 누구보다 태권도 경기의 문제점과 개정에 따른 제한사항을 체감하고 있는 일선 코치 및 감독과 태권도 경기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고 주변 여론에 밝은 귀를 갖고 있는 태권도 전문기자들을 개발위원으로 위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학계, 제도권 인사들이 대거 위원회 구성을 이끌었다면, 이번 실업연맹 개발위원회는 현실적인이면서, 외부 여론을 보다 많이 수렴하여 향후 정착 가능성이 높은 개선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WTF와 KTA가 각자 경기 룰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데 산하단체까지 또 다른 경기 룰을 개발한다는 것에 일부에서는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소지가 있다. 하지만 좋은 경기 룰 개발을 위해서는 산하단체들이 여러 방식을 채택해 시도해볼 필요성이 있다. WTF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어떻게든 정식경기에 채택해야 하는 다소 위험요소가 내제돼 있다. 이에 반해 KTA 및 각국협회는 올림픽 및 국제경기에 새 경기방식이 적용되기 전에 충분히 시험할 수 있다. 각종 문제점은 물론 보다 나은 경기방식이 도출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KTA 산하단체인 실업연맹의 새로운 경기방식 적용사례는 WTF나 KTA 경기규칙 개정에 중요한 자료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WTF나 KTA 등 상위단체들은 산하단체들의 경기 룰 개발 및 새로운 시도를 적극 지지하거나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다.

 

경기 룰 개정작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개정작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 태권도가 왜 경기 룰을 개정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유는 대중들에게 갈수록 외면 받기 때문이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 등이 끝나고 나면 대중들은 선수들에게 축하와 격려보다는 냉대를 보였다. 깡충깡충 눈싸움이나 하는 경기쯤으로 태권도를 비하하고 있다. 대중들은 소극적인 경기보다는 공격적인, 그리고 화려한 경기를 갈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경기규칙 개발은 대중들이 원하는 화려하고,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중들이 중요하지 않다면 굳이 경기규칙을 개정할 필요성이 없다.

 

일부에서 태권도가 대중들을 위한 다각적인 경기 룰 개정작업에 비난하고 반발하기도 한다. 무도의 길을 가야할 태권도가 남들의 눈요깃감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에서다. 필자 역시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끝난 후 당시 KTA 김정길 회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재미있는 태권도를 위해 태권도 경기에 주먹 얼굴공격 허용 등 다각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혀 이에 강하게 반발 한 바 있다. 마치 당시에는 태권도가 K-1 룰을 모방하는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태권도 경기의 본질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경기 룰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시도되고 있는 경기 룰 변화는 일각에서 우려할 만큼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미 경기로서의 태권도는 정도의 길을 걷는 엄숙한 분위기의 무도에서 스포츠로 목적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도의 본질은 도장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말하고 있는 태권도는 스포츠이다.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각광받기 위해서는 재미가 있고, 흥행이 기본적으로 돼야 한다. 그런데 태권도는 태권도 인들만 재미있어 하고 흥행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대중들이 보기에는 ‘그들만의 리그’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이며, 국기 태권도라고 떠들지만 공영방송 조차 흥행, 시청률이 따르지 않은 태권도를 중계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즉 대중들의 태권도를 바라보는 차가운 마음을 반증하고 있다.

 

2009년은 태권도 중흥의 원년!

 


경북 영천에서 열리고 있는 실업연맹 최강전에 나선 손태진(오른쪽)의 모습 [사진 = 무카스뉴스]

 

2009년 새해에 태권도계는 대중들과 함께하는 원년이 되길 희망한다. 현재 WTF와 KTA를 비롯해 산하단체까지 모두 새로운 경기규칙 개정과 개발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WTF와 KTA는 랭킹제를 도입한다. 전체 및 체급별 각종 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토대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다. 관중들에게 보다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를 제공할 수 있다. 과거 잘하는 선수, 못하는 선수 기준이 모호한 것에서 수치화되는 것이다. 각 기관에서는 외부 홍보 마케팅에 있어서 여러 근거자료를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세계랭킹 1위 선수와 국내 240위 선수 간의 대결에서 예상을 뒤엎고 국내 240위 선수가 세계랭킹 1위 선수를 제압했다”와 같은 흥미로운 기사를 접하게 된다는 것이다.

 

KTA는 또 제2의 문대성 발굴을 위해 우수선수들을 대상으로 스타마케팅과 다양한 홍보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태권도가 재미있어지고, 스타선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관중과 팬은 늘어나게 된다. 또한 기업과 언론사도 서로 도움의 손길을 내걸 것이다. 이렇게 순조롭게 사업계획이 이뤄진다면 KTA 숙원 프로젝트인 ‘프로태권도’ 출범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

 

올해 태권도 관련 기관들의 경기 룰 개정 및 개발은 어떻게 진행될까. WTF가 추진한 경기규칙 개정안은 박진감 있는 경기를 유도하기 위해 경기장(현행 사방 10m에서 8m로 축소)을 보다 줄이고, 난이도에 따라 차등 득점제(몸통 공격 1점, 몸통 뒤차기 2점, 머리 공격 3점)를 확대한다.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점수차 승(7점)’과 ‘12점 상한제’는 폐지된다. 경고, 감점 상대선수에게 점수부여가 주어진다. 더불어 모호한 심판 판정시 현장에서 비디오판독을 실시하는 ‘비디오판독’제가 도입된다. 소청위원회는 잘못된 판정에 대해 판정번복도 가능한 규정안을 담았다.

 

KTA는 올해 열릴 대회 경기장을 현행 사각형에서 팔각형(8M*10M)으로 전환을 시도하게 된다. 어디까지나 시험이다. 단순히 눈요깃감이 아닌 기존의 심판판정에 있어 장애요소로 작용했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더불어 감점행위 벌칙 강화, 등 부위 가격 득점 불인정, 소청심의제도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재미보다는 공정한 심판판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업연맹은 기존에 시도했던 원형경기장, 10초룰(10초 동안 발차기가 없을 경우 경고 및 감점), 3대3겨루기, 5인제 단체전 등 경기 룰을 시정 보완 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특히 올해 열릴 대회에 유도 경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한판승제’ 도입이 예고되고 있다. 구체적인 경기룰 개발은 새롭게 출범할 경기개발방식위원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태권도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던 전 기자로서 늘 태권도인들로만 가득한 경기장을 보고 있노라면 매우 안타깝게 생각했다. 언젠가 지인들로부터 “며칠 후에 있는 태권도대회 티켓 몇 장만 구해줄 수 없냐”라는 부탁이나 청탁(?)을 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도 했다. 하루아침에 많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지금 태권도계가 고민하고 노력하는 만큼 그런 날이 곧 올 것이라 믿는다. 내 작은 희망사항이 빠른 시간 내에 이뤄지길 바랄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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