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소통/언론에 비친 해니

열혈해니 2009. 2. 16. 22:14

<무신웹진 | MOOSIN 기자> (2009-02-13 PM 02:10)  
이집트 아스완 현지 태권도 수련생들과 자리를 함께 한 한혜진(맨 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2004년부터 4년 동안 <무카스뉴스> 기자로 종횡무진 활동해온 한혜진(30) 씨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한혜진 전 기자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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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은 지난해 6월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 소속으로 이집트 최남단도시 아스완(인구 25만 명)에 왔다.
한혜진에게 주어진 임무는 현지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집트태권도협회는 그에게 아스완의 태권도 활성화를 요청했다.

 

이집트는 1979년 세계태권도연맹에 가입해 겨루기 경기력은 아프리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태권도 저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방 곳곳에서는 아직도 태권도를 지도할 사범이 없고, 주민들도 대부분 태권도를 잘 모른다. 태권도보다 가라테와 쿵푸, 복싱 등이 더 알려져 있는 편이다.

따라서 태권도 수련 환경은 열악하다.

 

이집트 최남단의 핵심도시지만 태권도에 대한 지역 정부와 체육회의 지원은 미흡한 편이다. 실례로 태권도장이 없어 빈 공터에서 태권도 수련이 진행돼 수련생들이 발가락이 벌레에 물리고 유리 파편으로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게다가 수련생 대부분의 생활이 여유롭지 못하다보니 1만 원(한화) 정도하는 도복을 구입하지 못해 직접 만들어 입거나 지역 체육회를 통해 지원을 받는 실정이다. 이처럼 태권도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부족하고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곳에서 태권도를 지도하기란 수월하지가 않았다.

 

한혜진의 술회담.

 

“한국어로 된 기술용어로 수련한다고 하지만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고 한다면 이 역시 무의미 하다. 한국어로 태권도가 수련한다는 것 자체에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 전에 정확한 의미 전달이 필요했다. 신체 각 부위와 기술동작의 명칭을 설명했다. 그렇게 해서 기술용어가 “~이렇게 된다”는 식으로 지도했다. 또 잘못된 동작이 이미 몸에 익숙해진 수련생을 상대로 교정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았다. 때로는 화가 치밀기도 했다. 고함을 질러가며 수련할 때가 많았다. 그건 순순히 그들이 잘못해서라기보다는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데 있었다. 더욱 세심하게 설명하고 지도해 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입에서는 그게 마음처럼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한혜진은 쉽게 포기하기 않았다.

 

저녁 6시가 되면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공터로 몰려드는 수련생들과 학부모들의 뜨거운 관심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의지를 북돋웠다.

 

수련생들도 3개월이 지나면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적극적인 태도와 강렬한 눈빛은 변함이 없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진일보했다.

그는 “열악한 수련 환경 속에서도 태권도를 너무 열심히 수련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자극도 받았다. 한 때는 태권도를 왜 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태권도를 하길 참 잘했다’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고 회고했다.

 

한혜진의 열성적인 지도와 수련생들의 적극적인 자세로 태권도를 배우겠다는 수련생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는 “이집트인들은 문명의 발상지에 사는 만큼 자존심이 매우 센 편이다. 그래도 태권도 사범인 나를 향한 예우는 매우 깍듯하다. 그들의 눈빛에서 가식을 찾을 수 없을 정도”라며 낯선 땅 이집트 아스완의 생활에서 보람을 느끼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한혜진은 지난해 10월 태권도진흥재단과 무카스에서 태권도 UCC공모전을 실시하자 이곳 생활을 간간히 영상으로 기록한 것을 공모하기로 결심했다.

 

한혜진의 술회담.

 

“나와 현지 수련생들은 태권도를 통해 서로에게 행복을 주는 사이였다. 또 누구에게는 그 흔한 태권도일지 모르지만, 누구에게는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태권도이며, 태권도를 통해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황량한 사막에서 갈증을 해소시켜줄 수 있는 오아시스가 있듯, 태권도는 행복을 주는 오아시스라는 주제로 제작에 임했다. 오랜만에 영상을 편집해봐서 그런지 쉽지 않았다. 컴퓨터도 계속 말썽을 일으켜 6시간이 넘도록 한 편집본이 모두 날아가기도 했다. 피곤한 현지 생활에 그만둘까하는 생각도 많았다.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 공모전을 떠나 스스로 지난 시간을 정리해보자는 마음에서 다시 시작했다. 주말 이틀에 걸쳐 편집을 마쳤다.”그 결과, UCC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덕분에 노트북을 부상으로 받아 이젠 컴퓨터 다운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어졌다.

 

한혜진은 최근 국제오픈대회 성격의 태권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집트 중심도시 알렉산드리아에 갔다. 아스완에서 기차를 타고 20시간의 긴 여정 끝에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했다. 몸은 지치고 힘들었지만 지난해 6월 이집트에 온 후 현지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설렜다.

 

이 대회에서 그는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수많은 태권도 대회장을 다녀봤지만, 이 대회처럼 밤 늦게까지 진행되는 대회는 처음이었다. 대회 중간 기도하느라 경기가 중단되고, 밤 12시가 넘어서 대회가 끝났다. 상황에 따라선 새벽 2-3시에 끝나는 대회도 있다고 한다.

한혜진은 황당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대회 첫날, 경기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대회 관계자와 심판이 모두 집결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전자호구를 사용한다며 시스템 정비를 하고 무슬림 기도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오후 2시가 되어서야 경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기다리다 지친 한혜진에게 이집트에서 20년 넘게 활동한 정기영 사범은 “(대회 시작이 늦어진 것은) 이건 약과다. 조금 있으면 기도한다고 쉬고, 조금 더 있으면 점심 먹는다고 쉬고, 그러다 날 센다”며 이집트 대회 문화에 대해 귀띔해 줬다.

 

그는 이 대회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한혜진의 말.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이번 경험은 대회 개최지 마다 가지고 있는 문화와 종교특성인 만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지역대회가 아닌 국제대회다. 해당국가 선수들만 참가하는 것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 임원, 심판들이 참가한 대회다. 그렇다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대회운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야 점차 외국 선수단 참가도 늘어날 것이니 말이다. 이번 대회를 통해 국제연맹에서 승인하는 대회라면 최소한 대회 일정 및 운영에 대한 지침서가 필요로 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단들의 편의와 건강,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현재 한혜진은 아스완에서 태권도를 지도하며 틈틈이 블로거뉴스 ‘www. ilovetkd.com - 한혜진의 태권도 세상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다. 30개월의 코이카 복무기간 중 1/3을 채운 한혜진의 건승을 기대해본다.

 

<서성원 기자-www.moos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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