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카스미디어/1. 태권도 뉴스

열혈해니 2009. 2. 24. 05:16

<무카스미디어 = 신준철 기자> (2009-02-19 오후 4:34) 

 

익명을 요구하며 울분을 토해낸 일선 지도자들

곪았던 상처가 터진 느낌이다. 지난 4일 대한태권도협회(회장 홍준표,KTA)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나온 무등록도장(시군구협회 미가입도장) 강제가입 발언으로 국내 태권도계가 들썩이고 있다. <무카스>의 보도 등을 접하고 일선 지도자들은 처음에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차라리 잘됐다'는 입장이다. 이번 기회에 불합리하게 운영되고 있는 시군구협회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등록도장뿐만 아니고 상당수의 등록도장 지도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최근 인터넷 카페를 통해 ‘비등록체육관들의 모임(cafe.daum.net/dojang119)’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서로 의견을 공유하며 힘을 모으고 있다. 또 몇몇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결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무등록도장 지도자들의 이유 있는 외침을 무카스가 들어 보았다.


지난해 대한태권도협회 도장경진대회에 참석한 일선 지도자들의 모습


1990년대 시도협회 가입비는 10만원선

“등록비가 문제다.” 무등록도장 지도자들의 공통적인 주장이다. 현재 시군구협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가입비를 내야한다. 각 시도마다 다르지만 적게는 3백만원, 많게는 1천만원선이다. 10여 년 전에 시도협회(당시에는 구협회가 없었음) 가입비가 10만원 정도였으니 100배 이상 인상된 셈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도장을 운영했던 A관장은 “서울 영등포구에서 10년 정도 도장을 운영했다. 영등포구협회에서 임원으로 일도 했다. 내가 도장을 처음 시작했을 때 시도협회 가입비가 10만원이었다. 이후 구협회가 생기면서 가입비 30만원이 별도 책정됐다. 당시 원성이 대단했다. 하지만 협회 임원들이 회원도장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니 도와달라는 말을 믿고 지도자들이 돈을 냈다. 하지만 가입비는 해가 갈수록 높아졌고, 혜택은 회원도장이 아니라 시군구협회 임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도협회 산하의 구 단위 협회들이 필요없다는 주장도 있다. 지역을 밝힐 수 없다는 B관장은 “구 단위 협회들은 승단심사비만으로도 운영이 충분하다. 여기에 해당 구청과 생활체육협의회 등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받는다. 그런데도 가입비를 또 걷어 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이 돈의 쓰임새는 각 임원들 활동비, 회식, 단합대회 등에 주로 쓰인다. 태권도 선수육성 지원에도 쓰인다고 하지만 이도 불확실하다. 내가 구협회 임원으로 일을 했었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만 배부르게 하는 구 단위협회들은 필요없는 조직이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시도협회와 협의해 가입비를 현실화하면서 구협회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승단심사로 장난 하지마라

태권도 지도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시군구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승단(품)심사 때문이다. 승단심사는 시군구협회 단위로 대부분 격월로 열린다. 이 심사는 등록도장만이 접수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무등록도장들은 국기원으로 직접 접수해 심사를 봐야한다. 수도권 지역은 그렇다 치지만 지방의 무등록도장들은 심사 때마다 고역이다. 그래서 등록도장들의 명의를 빌려 심사를 보는 형편이다. 이런 고생에도 무등록도장들이 협회 가입을 안하는 것은 단지 등록비가 비싸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등록도장 지도자들은 기득권 세력들이 승단심사로 ‘장난질’을 한다고 주장한다. 울산광역시에서 3년째 도장을 운영 중인 C관장은 “울산시협회 가입비 6백만원이 부담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심사에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에 국기원이나 다른 지역으로 심사를 보러간다. 울산협회 임원 중 한 명이 내 도장 근처에 도장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 애들이 심사를 보면 꼭 몇 명씩 떨어진다. 국기원에 가면 높은 점수로 합격하는 애들이 울산시협회에서 떨어진 이유는 뻔한 거 아니냐”며 혀를 찼다.

서울 강동구에서 2년째 도장을 하고 있는 D관장은 “협회에 등록을 했지만 국기원으로 심사를 보러간다. 강동구협회 1~3단 심사비가 국기원 4,5단 심사비보다 더 비싸기 때문이다. 대한태권도협회나 서울시협회는 이런 부분들을 국기원과 협의해 형평성에 맞게 조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만약 또 ‘협회간의 이해관계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헛소리나 할 거면 경기단체답게 조용히 있기를 바란다”고 꼬집었다.

무등록도장은 갈수록 늘어난다

일선 지도자들은 지금 상태라면 무등록도장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 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승단심사라는 무기를 쥐고 있던 시군구협회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현재 승단심사 접수는 국기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또 대회참가 제한도 실효성이 없다. 무등록도장은 시군구협회 주관 대회는 참가할 수 없지만, 대한체육회 산하 기관인 KTA 주관대회는 얼마든지 참가할 수 있다. 또 승단심사를 시군구협회가 아닌 용인대, 경희대 태권도학과 등의 대형 동문모임에서도 가능하다. 이들은 웬만한 시군구협회보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별도의 심사권을 인정하고 있다. 학연, 지연 등으로 모인 이들 조직은 130만원 안팎의 가입비를 받으며 나름의 혜택을 회원들에게 주고 있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도장을 개관한지 1년이 된 E관장은 “비싼 등록비 내고, 시군구협회 심부름이나 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젊은 관장들은 실리가 있어야 움직인다. 명분만 내세우면 무서워서 머리를 조아리는 시대가 아니다. 내 또래 사범들은 협회 가입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이제 시작하려고 발버둥치는 후배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모기같이 피를 빨아먹는 행동은 보이지 말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인천에서 성공한 도장 운영자로 손꼽히는 F관장은 “KTA가 무등록도장 강제가입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의견을 나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무등록도장은 시군구협회가 투명해지고 현실에 맞게 운영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문제다. 기득권을 위한 KTA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준철 기자 / sjc@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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