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 세상

길섶 2015. 8. 25. 11:51

둘째 딸이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자고 했더니 마누라는 원래 동물을 싫어 하는지라 펄쩍 뛰며 반대했지만 家長인 나는 두 가지 조건을 달아서 허락하였다.

첫째, 퇴계로 동물 상가에서 사지 말고 유기묘 이어야 한다.

둘째,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이어야 한다.

 작은 딸이 두 조건을 수용하여 집에서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게 되었다.

 

내가 고양이 두 마리를 기르자고 한 것은 내가 두 마리의 고양이를 깔아 죽인 죄가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에 근무할 때 숙소는 한참 차를 달려야 하는 도심에서 떨어진 외곽에 있었다. 금요일 쉬는 날에 시내에 외출했다가 늦은 시간에 돌아 올 때는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비포장 거리를 100km의 속도로 달렸다.

그 때, 길 한가운데 고양이 한 마리가 어둠 속에서 눈동자를 빛내며차를 피하지도 않고 빤히 바라보고만 있다. 나는 속도를 약간 죽인 채 그 동물의 등뼈를 밟고 지나갔다. 동물의 살과 뼈의 감촉이 바퀴를 통해 내 몸으로 전하여 왔다.

 

내가 아는 운전기사가 갑자기 앞에 뭐가 나타날 경우에 피하려고 하면 차가 뒤집힐 염려가 있으니 그냥밟고 지나가야 한다고 가르쳤고 나는 사우디에 있을 때 그 가르침대로 두 번이나 고양이를 밟고 지나갔다.

 

두 마리의 고양이를 기르며 그 놈들과 친숙해지기 시작할 무렵, 한번은 딸애를 弘大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는데 비에 흠뻑 젖은 고양이가 길에서 배회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잡아서 물기도 닦아주고 집에 가서 더운 우유라도 먹이려고 했는데 고양이는 나를 피하여 정지 신호에 서있는 1톤 트럭바퀴 밑으로 숨었다가 신호가 바뀌어 차가 움직이는 바람에 차에 치어 죽고 말았다.         괜히 실수로 세 번째 고양이를 죽였다.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들은 하는 일 없이 먹기만 하니 과체중이 되어서 걱정거리가 되었는데 아파트주위를 헤매는 길냥이들은 못 먹어서 훌쭉하였다. 집냥이들의 먹이를 가져다가 먹이곤 했더니 몇 마리의길냥이들과는 제법 서로 익숙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 중 한 마리가 배가 나오기 시작하고 젖도 서려고 하는 것을 보니 임신이 분명했다. 산모가 잘 먹어야 하니 닭가슴살을 사다가 먹였다. 처음에는 가까이 다가와서 잘  받아먹더니 산월이 가까워지니 예민하여져서 닭가슴살을 먹으면서도 나에게 표독하게 눈을 부라리거나 먹이를 가지고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하였다. 그 후 한 열흘 가량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보아 두었던 출산 할 장소로 숨어 버린 것 같았다.

 

언제 새끼들을 인솔하고 내 앞에 모습을 보일까 기대 했는데 며칠 전 훌쭉한 모습으로 혼자만 나타난다. 새끼들은 안전한 곳에 숨겨두고 있나보다 생각했다.

 

오늘은 아파트 뒤쪽 한적한 길을 가는데 아기 고양이가 애처롭게 우는 소리가 들렸다. 풀섶이 짙은 나뭇가지들이 두툼히 포개어져 있는 아래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가 버려져 있는 것 같았다.

인간도 자기 형편이 어려우면 자기 뱃속에서 난 새끼를 버리고 심지어는 택배로 부치기까지 하니 고양이라고 제 새끼를 버리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다.

 

새끼고양이를 찾으려 가까이 가니  내 발소리에 놀라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나도 발소리를 죽이고 가만히 있으니 돌아가신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내 버려 두어라

 

두 마리에다 또 한 마리를 더하면 사료 값에다 모래 값에다 병원비는?

10월에는 여행도 해야 하는데 그 때는 어떻게 하지?

덤불을 뒤척여서 찾으려는 생각을 접고 그냥 물러서 집으로향했다.

 

어머니는 그 때는 사는 형편이 어려울 때라 괜히 객식구를 늘리지말라는 소리였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는

정말 감당 할 수 없는 새 식구일까?

사료값이랑, 모래 값이랑, 병원비 때문에 우리 집에 경제적인 타격이 있을까?

여행 중에 그 놈을 동물병원에 맡긴다고 우리 집 형편이 나빠질까?

 

다시 가서 덤불을 뒤적였지만 새끼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어미고양이도 형편이 어려우니 새끼를 버렸고 나는 잠깐의 돈과 편익 계산 때문에 어린 고양이를 버린 셈이다.

결국 나는 네 마리의 고양이를 죽였다.                             150824.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새끼고양이는요, 울고있다고 다 어미가 버린게 아닐수도 있고, 오히려 인간이 구조한다고 데려가는 바람에 어미랑 헤어질수도 있다는 얘기도 많으니 너무 마음쓰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