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2021년 11월
07
신작로 건너에 있는 윗마을의 태호 패거리들과 오징어 게임을 하던 날, 난 아홉 살이었고 골목에서 가장 작은 소년이었다. On the day when we played a squid game with the Taeho‘s gang members in the upper village on the other side of the new road, I was nine years old, the smallest boy in the alley. 평소에는 아무도 나를 뽑아주지 않는데, 골목대장 승철이 형이 나를 지목했다. Usually, no one picks me, but Seung-cheol, the leader of the alley, pointed me out. 공터에는 커다란 오징어가 그려져 있었고, 동네의..
29 2021년 10월
29
잘하는 일을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할까? 트럭 드라이버 10년을 그만두고 인생에 있어서 가장 게으른 삶을 살아보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되는 대로 살고 닥치는 대로 끌려 다닌 듯한 인생, 무엇이든 나를 위한 일을 하고 싶어졌지요. 잘하는지 좋아하는지 판단이 되지 않지만 일단 장애를 뚫고 나가고자 결심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겠다고 하자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지요. 컴퓨터 공학 전공도 아니고 그렇다고 칼리지에 가서 배울 것도 아니면서 무작정 독학으로 시작한다고 했으니.... (캐나다 정부에 학비 보조를 신청했는데 거절 당했슴. ㅠㅠ). 셀프 스터디로 6개월 정도 공부하면 웬만한 프로그램 하나 정도 만들 줄 알았다가 3개월 만에 포기했지요. HTML, CSS 까지 잘 나가다가 Javascript에서 벽..
17 2020년 08월
17
장거리 트럭 운행은 기대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사고나 고장이 날 수도 있고, 경찰에게 걸려 벌금 딱지를 받을 수도 있고 운이 좋다면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노을을 만나거나 기적적으로 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그 문제들은 집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곳, 아는 사람이라곤 단 한 명도 없는 낯선 도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므로 믿는 것은 자신뿐, 홀로 해결 해나가야만 한다. 이미 수많은 문제를 경험한 나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고난이 있으면 극복도 있듯 닥쳐오는 문제를 극복하고 무사히 나의 사랑하는 아내와 딸들이 있는 집에 도착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히치하이커 윌슨 Hitchhiker Wilson (단편 200자 원고지 147장)..
29 2020년 07월
29
하얀 손가락만 나오는 장갑을 낀 그녀는 거침없는 솜씨로 지게차를 운전하며 크레이터를 꺼내 창고 한 켠에 차곡차곡 내려놓았다. 흑갈색 머리카락 사이의 파란 눈동자는 에메랄드처럼 빛났다. 나는 넋을 놓고 그녀의 아름답고 화려한 동작을 바라보았다. 지게차와 함께 탱고를 춘다면 바로 저런 춤사위가 나오리라! 시카고의 여전사 WOMAN Warrior In CHICAGO (단편 200자 원고지 204장) Wolfkang Lim 1. 철의 여인 Iron Woman 미국에 있는 총의 숫자는 미국 인구보다 많다. 황금주말이 시작되는 금요일, 눈부신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I-57 번 하이웨이 북쪽 방향, 시카고를 향해 달린다. 여섯 개의 차선이 분주한 차량의 행렬로 이어지고 있는 I-294 인터체인지를 막 지나자마자 앞서..
14 2020년 07월
14
"당신 트럭 운전하더니 변했어!" 아내가 절규하듯 내뱉은 한마디가 귓전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이제 인생이 흔들리고 있다. 삶의 궤도가 행복으로부터 한참 벗어나 있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을 때가 있었지. 지금이 기회다! 멀리 떠나자! 분노의 하이웨이 Raging Skull 2014년 경희 해외동포문학상 입상작 (단편 200자 원고지 217장) Wolfkang Lim 새벽 5시,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별들이 가물거리는 어두운 밤이다. 트럭 안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긴다. 여러 켤레의 속옷과 양말을 모아 의자 뒤의 한쪽 구석에 처박아 둔 것이 생각났다. 좁은 트럭에서 사는 길 위의 인생은 지저분할 수밖에 없다. 커피포트..
05 2020년 07월
05
"나는 스물한 살이며 내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기억은 영원히 지워질 테니까..." P r o g e n y by Tosca Lee Emily It's me. You Don't ask about last two years. If everything went as planned, you've forgotten them along with several other details of your life. Don't try to remember. Your life depends on it. Others lives depends on it. by the way Emile isn't your name. You died in an accident. You paid extra for that. 에밀리, ..
29 2020년 06월
29
(단편 200자원고지 16장) 나는 유머를 좋아한다. 특히 재치가 넘치거나 어색한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는 그런 위트를 좋아한다. 언제 어디서든지 주위 사람을 웃기고 울리고 재담꾼을 보면 부럽다. 유머는 사람을 즐겁게 한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작은 행복을 주기까지 한다. 토론토에서 텍사스까지는 3,400km나 된다. 꼬박 나흘 동안 운전해야 하는 장거리 운행이지만, 지출이 많은 요즘에는 더 벌어야 먹고 살 수 있다. 마일리지 욕심때문에 이틀하고도 반나절 만에 달려가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2시, 일리노이주 인터스테이트 57번 남쪽 방향. 볼보트럭의 악셀러레이터를 바닥까지 밟지 않고서도 과속으로 달리는 이유는 긴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53피트짜리 트레일러에 실린 화물의 중량이 40,000..
26 2020년 06월
26
트럭 스탑 이야기 (단편 200자 원고지 30장) 북아메리카의 트럭 스탑에는 트럭 운전사뿐 아니라 여행자, 캠핑족, 출장 중인 사업가 등 이런 사람들이 들리는 곳이지만, 정처 없이 떠도는 배낭족도 있다. 배낭 하나 메고 히치하이킹 하면서 대륙을 누비는 사람들이다. 홀로 다니는 외로운 방랑자가 대부분인데 다정해 보이는 커플도 있다. 목적지를 써서 마냥 들고 서 있기도 한데 도대체 어디를 가는 걸까? 무슨 사연이 있을까? 자못 궁금하기 짝이 없다. 입구에는 'will work for food'라고 쓰여 있는 종이를 들고 있는 노숙자도 있다. 때로는 "맥주를 사기 위하여"하고 솔직하게 써놓은 사람도 있고, 무전 여행자처럼 보이는데, 몸집이 큰 개까지 데리고 있는 사람도 있다. 불쌍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24 2020년 06월
24
이쁘다! You're Pretty! by Wolfkang Lim (단편 200자 원고지 75장) 북아메리카에 대륙을 횡단하는 트럭 운전사가 삼백만 명이 넘는다. 연령층도 다양해서 20대부터 70대 할아버지까지 하이웨이 위의 인생을 산다. 최근 들어 남미, 유럽, 아시아등 세계 각국에서 온 이민자들이 크게 늘었다. 대부분은 트럭운전으로 자금을 만들어 안정적인 삶을 찾는 것이 목적이다. 장거리 트럭 운전의 신체만 건강하면 은퇴가 없는 직업으로 주목받기에55세를 전후한 은퇴세대가 전문직업을 마다하고 대륙횡단의 꿈과 안정적 수입의 일거양득을 노리는 부부가 생겼다. 한때 여자들에게는 금기의 장벽이 되었던 트럭 운전사이었지만 이제는 5%가 여자 트럭 운전사들이다. 장거리 트럭 운전사는 숙식을 모두 트럭 안에서 해결..
13 2020년 06월
13
35년 전, 막 이민 왔을 때 많은 한인 단체들의 행사 모임에 초대되고 참여하느라고 바빴었다. 그때 나는 최연소 멤버였다. 어이없게도 지금도 단체에 가면 아직도 내가 최연소자다. 그 모임 그 단체 그대로 이어져 왔고 젊은이는 볼 수 없고, 2세들은 아예 관심조차 없다. 동창, 향우, 직업, 군대, 종교 심지어 정치적 단체 모임까지 수도 없이 많지만, 연령대가 모두 고령으로 연로하셨고 몇몇 어르신들은 이미 고인이 되셨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한인 단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한인 단체들은 쇠퇴하고 있다. 대가 끊어지고 있다. 어찌하여 한인 단체에는 2세들이 없을까? 단순히 나이 차 때문인가? 사고방식이 다른 것이 이유일까? 형식과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우리가 깊이 생각 해봐야 할 문제다..
13 2020년 06월
13
‘의사선생님께서 들어오시랍니다.’ 거친 북미 대륙을 달리는 터프 가이, 트럭드라이버 헝그리울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소리입니다. 의자는 아주 편안합니다. 뒤로 한껏 젖히면 잠자기 딱 좋고, 발을 쭉 뻗어 올릴 수 있는 받침대가 있고, 밝은 조명이 바로 위에 있어서 만화책 읽기에 아주 좋습니다. 위치 조정이 가능한 노트북까지 장착되어 있어 영화 보는데 최고입니다. 그뿐인가요? 별다방 아메리카노 라쥐 커피를 올려놓을 수 있는 컵 받침대가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안락의자에 누우면 잔뜩 긴장하게 되고 공포에 질리게 됩니다. ‘묻고 더블로 가!’ 치과의사들은 타짜들이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장 전문의는 심장 한 개, 안과의사는 눈이 두 개뿐이죠. 치과의사는 사랑니까지 무려 32개나 됩니다. ..
11 2020년 05월
11
"WHY DID THE CHICKEN CROSS THE ROAD?" "닭들은 왜 길을 건넜는가?" “뭐야? 사고난거야? 아니면 공사 중인가?” 차량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눈에 보이는 저 끝까지 서 있는 것을 보니 막혀도 단단히 막혔다. 하이웨이 위에 차들이 아예 움직이지 않고 주차상태다. 교통체증은 트럭운전사들의 매일 겪는 업무의 한 부분이라고 할 만큼 흔한 일이다. 출퇴근시간 러쉬아워로 길이 막히는 것은 보통이고, 폭설이나 얼음비 거센 바람 때문에 길이 끊기기도 한다. 대부분 거북이 기어가듯 서행운전으로 지나가게 마련인데, 천천히 일정한 속도로 가면 그나마 다행이다.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할 때는 크러치 밟고 브레이크 밟고, 10단까지 기어 변속하랴 액셀레이터 밟으랴…. 코앞에서 요리조리 끼..
09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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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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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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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디 있지? 깊은 잠에서 깨어나니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항상 곁에 있었던 엄마가 없다.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Where is Mother? It had been one entire week that I was embedded in Cyclo's matrix of the ship's wall......, while I slept. t o x i c by LYDIA KANG Reviewed by Wolfkang Lim 엄마가 어디 있지? 깊은 잠에..
09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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