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U2 2008. 5. 7. 17:23

텔미~ 텔미~ 미국 쇠고기 수입 않겠다고"

 

[현장] 촛불문화제 참가자 1만6000여명 '함께 살자 대한민국'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촛불문화제가 6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광우병 쇠고기
"이명박 대통령, '미국산 쇠고기 수입 안하겠다'고 말하라"
 
6일 저녁 8시 20분 서울 청계광장 앞은 촛불을 든 시민들로 가득하다. 퇴근을 마친 직장인,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교육부의 학생지도지침 소문 때문인지 지난 주말 인산인해를 이루던 청소년들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이날 경기도 수원 등지에서 온 여중생들은 단상에 올라가 텔미 춤을 춰서 박수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들은 "열받아서 수원에서 서울까지 왔다"며 "학교자율화 조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등 이명박정부의 정책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오늘 학생주임 선생님들이 떠서 서울 학생들이 말을 못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우리가 무대에 올라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를 바란다며 '텔미'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지난 주말 촛불문화제에 비해 다소 무거운 분위기였으나, 이들이 '텔미 춤'을 추면서 분위기는 일신 밝아졌다. 평소 집회만 열리면 늘 상석을 차지하던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한상열 두 대표도 이날만큼은 상석을 학생들에게 내주고 일찌감치 자리를 떴다.
 
이날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중학교 3학년 김조운(15) 학생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들을 배신했다"며 "중3 사회시간에도 정책의 본질은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배웠는데 이게 뭐냐"고 질타했다. 그는 "가해자 1명인데 피해자는 4천만명이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현아무개(43)씨도 "밤 9시께야 여의도에 도착했다"며 "오늘 촛불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씨는 "한나라당도 대만과 일본의 협상을 지켜본 후에 대응할 것 같고 사실 국제법상 재협상은 힘들지만 적어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를 졸속으로 처리한 책임자들의 사과와 반성, 파면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정부는 인터넷 괴담이니 정치세력이 선동했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부를 한창 해야 할 학생들이 이 자리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 현실이 갈 데까지 갔다는 것"이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현씨의 아쉬움과 달리 직장인 김현이(30)씨의 얼굴은 밝았다. 김씨는 "사실 밤 10시가 넘으면 많은 이들이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럽다"며 "이렇게 조용하게 3시간 넘게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이 사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문화제 종료까지 앞으로 1시간. 여의도 앞 침묵 촛불문화제는 조용하지만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6일 밤 9시 현재 서울 청계광장과 여의도 인근에 모여든 시민들은 현재 1만여명이 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 2008 OhmyNews
 
 
 
 

 

 

제목이 좀 센세이션 해 보이지만, 이게 맞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가고 원더걸스가 왔다. 상황은 이렇다.

6일 저녁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 현장. 평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많이 잡아야 6천 명 정도. 특히 이전 2일, 3일 문화제와 달리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대부분 직장인, 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대학 운동권 학생들이었다.

문화제는 발랄함이 떨어졌고, 재미도 덜했다. 그 때 4명의 중학생들이 무대에 올랐다. 수원에서 왔다고 했다. 한 학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지 않겠다는 말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듣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원더걸스의 <텔미>에 맞춰 우리가 춤을 추겠다.”

환호성이 터졌고 원더걸스 음성의 <텔미>가 청계천 광장을 때렸다. 그리고 4명의 중학생은 몸을 비비 꼬고 폈다가 다시 하늘을 콕콕 찌르는 댄스를 6천 여 시민 앞에서 선보였다. 환호성은 퍼졌고 아버지벌 되는 40, 50대 아저씨의 표정은 ‘이게 도대체 뭔가’ 하는 얼굴이었다가 웃었다. 촛불문화제가 문화제답게 돌아선 순간이었다.

최근 중고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촛불문화제는 참 여러 가지로 ‘골 때린다.’ 행사 참여에 적극적이고 목소리 높이는 이들은 대학 운동권도, ‘단결’ ‘투쟁’을 조끼와 머리띠에 살포시 아로새긴 노동자들도 아니다.


바로 여중고생이다. 이들은 당당히 교복치마 어여삐 차려입고 5월 봄바람에 긴 생머리 휘날리며 집회에 참석해, 희고 고운 손으로 촛불을 들고 이렇게 외친다. “이명박, 광우병 쇠고기 너나 즐쳐드샘!” 그리고 행사가 끝나면 윤도현이 락 버전으로 부른 <아리랑>이나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에 맞춰 댄스 한판 땡기고 안전 귀가한다.

이런 이들을 보면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오해 마시라. 성적 판타지를 갖고 음흉하게 보는 거 아니다. 자신의 신분을 가리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하고 싶은 말 시원하게 하는 학생들 보면 속 시원한 게 당연하다.

“사천만 민중의 영원한 애국가”라고 소개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뒤 차례대로 투쟁 발언 듣고 적절한 순간에 율동 한 번 보고, 노래 몇 번 부른 뒤 함성 한 번 지르는 ‘로드맵’에 따라 집회를 사수하고 끝냈던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여중고생들의 ‘투쟁판’은 엽기스러울 정도로 발랄하다.

그리고 이 순간 여중고생들의 발랄함은 경찰이 나서고 청와대가 우려할 정도로 무서운 무기가 되고 있다. 화염병, 쇠파이프 그리고 짱돌만이 무기가 아니라는 것을 생머리 휘날리는 교복소녀부대들은 몸소 보여주고 증명하고 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이 떠난 자리를 윤도현과 원더걸스가 차지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도 직접 보여주고 있다.


불과 십년 전 내가 집회에 참석해 무대에 올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나 <교실 이데아>를 불렀다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저새끼, 졸라 개념 없네.” 그러나 고작 10년이 흐른 지금 내가 무대에 올라 엄청 비장하고 진지한 얼굴로 시국을 논한다면 여중고생은 아마도 이런 말을 던질 것이다. “저 아저씨는, 개념을 쌈 싸 드셨나?”

물론 발랄하고 유쾌하고 즐거운 방식이 늘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건 아니다. 자신의 일터에서 질질 끌려 나가는 홈에버 비정규직 노동자 앞에서 원더걸스의 <텔미>에 맞춰 댄스 한판 땡기면 21세기인 지금도 “졸라 개념 없네”라는 말이 마구 터져 나올 것이다. 이 현장에서는 여전히 <임을 위한 행진곡>의 방식이 유효하고 적절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임을 위한 행진곡>이 “사천만 민중의 영원한 애국가”가 아니라는 게 속속 증명되고 있다. 물론 ‘앙천의 눈매 되뜨는’ 5월 그날이 다시 오면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불려질 것이다. 그리고 5월 그날이 어디로 도망가지 않는 이상 그 노래는 아주 오랫동안 울려 퍼질 것이다.

 


통일이니 노동해방이니 하는 거대담론이 사람들을 투쟁의 전선으로 이끌지 못하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는 수만 명의 사람을 광장에 나서게 하고 있다.

2일, 3일 그리고 6일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울려 퍼지지 않았다. 그 누구도 섣불리 그 노래를 부리지 못했다. 대신 여중고생은 당당히 원더걸스의 <텔미>를 부르고 몸을 흔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놓아 불렀던 세대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좋은 싫든 한 시대와 세대가 지나간 것이다. 그러나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대신 교복입고 춤추며 청와대를 향해 "광우병 쇠고기 너나 먹어!"라고 외칠 줄 아는 놀라운 소녀들, 원더걸스가 우리 시대에 찾아왔으니까. 

 

출처 : http://blog.ohmynews.com/dogs1000/150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