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

U2 2014. 8. 18. 13:14

 

 

<조선일보> '모병제' 주장이 불편한 이유

 

 

 

보수언론의 앞뒤 안 맞는 주장

 

뜬금없이 ‘모병제’ 주장이 불거졌다. 병영 내 사고가 잇따르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모병제 도입 목소리가 나온다. 모병제, 물론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논의되는 방식은 크게 잘못됐다.

병영 내 인권 실태가 열악하다. 그래서 자식을 군대에 보내기가 불안하다. 그러니까 합법적으로 군대에 안 갈 수 있는 길을 열자. 이런 식인데, 몹시 허술한 주장이다. 

군 의문사에 침묵하던 그들, 왜 이제 와서?

군대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여전히 진실이 은폐된 숱한 의문사가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엔 이른바 ‘녹화사업’이 악명을 떨쳤다. 군에 입대한 운동권 대학생들에게 조직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가하는 일이다. 이들을 협박해서 프락치로 활용하기도 했다. 이들이 다니던 대학에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게끔 했다. 녹화사업 피해자들 중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자살하거나 타살당한 사람들이 꽤 있다. 

                   

 

병영 내 인권 실태가 더 열악하던 시절엔, 병역은 온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고 추어올리던 보수 언론이 이제 와서 모병제 주장을 하는 이유를 알기 힘들다. 
 
군 복무가 '가난한 소수'의 일이 돼도 병영 인권 문제가 주목받을 수 있을까?

병영이 인권사각지대가 된 현실은 복잡한 역사적 맥락에서 잉태됐다. 근본적인 체질 변화 없이는 인권 수준을 높이기가 쉽지 않다.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실시된 '전군특별인권교육'에서 한 육군 대령이 했다는 발언은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다. 윤 일병 사건에 대한 국민 여론을 가리켜 그는 “마녀사냥”이라고 했다. 모병제를 도입하면, 군 간부들의 인식이 달라질까. 가능성은 낮다. 인권 감수성을 키우기 힘든 조건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 

병영 내 인권 실태가 그나마 국민적 관심사가 되는 이유는, 그게 우리 모두의 일이기 때문이다. 나, 내 친구, 내 형제, 내 애인, 내 자식이 겪을 수 있는 문제라서다. 그런데 모병제가 도입돼서, 군 복무가 소수의 문제가 된 뒤에도 병영 내 인권 실태가 지금처럼 뜨거운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전쟁 결정자'와 '피 흘리는 자'가 다른 나라…전쟁을 쉽게 여긴다

더구나 상당수 젊은이들에게 군인은 썩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다. 장교나 부사관도 아니고, 병사라면 더욱 그렇다.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고학력자가 모병제 도입 이후에 병사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소외된 계층 출신만 모인 병영에서 생긴 문제에 주류 언론이 큰 관심을 가질까. 역시 가능성은 낮다. 병영 내 부조리는 더욱 곪아갈 게다. 

미국이 모병제 전환 이후 더 호전적이 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이들, 군 복무 중인 가족이 없는 이들이 전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전쟁을 더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게다. 한국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굳이 전쟁을 도발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몸이 아니라 관념으로 군대를 이해한 이들은 군사 문제에 대해 경솔한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모병제 주장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반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이들이 있다. 이들에 대한 입장은,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한 지표이기도 하다. 보수언론은 그간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해 왔다. 겉으로는 ‘양심’ 운운하지만 실제로는 병역 기피에 다름 아니라는 식이다. 젊은이는 군대에서 제대로 단련된다는 주장이 종종 곁들여졌다. 

이랬던 보수언론이 ‘모병제’를 주장한다? 납득하기 어렵다. 모병제 주장의 핵심은 군 복무를 거부할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모병제를 주장한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도 함께 찬성하는 게 자연스럽다. 

모병제는 병력 축소…'군축'의 가이드라인부터 논의해야 

모병제 주장이 무조건 잘못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모병제 주장이 설득력을 지니려면, 군 병력 감축 논의와 맞물려야 한다. 65만 대군을 전부 직업군인으로 채우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 그렇다면, 한국이 유지해야 하는 적정 병력에 대한 토론과 합의가 필요하다. 

이 문제에 대해선 극우논객 지만원 박사가 명료한 기준을 제시한 적이 있다. 지 박사가 극우로 돌아서기 전이다. 1990년대, 지 박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아태평화재단 창립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가했었고, 진보 월간지인 <말>에도 종종 기고를 했었다. 

당시 지 박사는 한국군이 ‘파격적인 군비 축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력을 어느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지에 대해 지 박사는 ‘남한이 공격하기엔 명백히 부족하고, 남한이 방어하기엔 명백히 충분한 규모’를 기준으로 제시했다. 군축의 방법에 대해서도 그는 ‘파격적이고 선제적인 방식’을 제안했다. 점진적인 방식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게다. 병력 규모에 따라 군사 교리가 달라지는데, 점진적으로 병력을 줄이면, 그때마다 군사 교리를 바꿔야 한다는 것. 

지 박사의 이런 주장이 나온 지 20년 가까이 지났다. 지금 모병제 논의를 한다면, 병력 축소에 대해 적어도 이보다는 진전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 대목은 빠져 있다. 보수 언론이 주도하는 모병제 논의가 불순해 보이는 이유다. 

<조선일보>, 솔직해지라

차라리 솔직하게 이야기했으면 싶다. 자식 군대 보내는 게 너무 불안하다고. 돈 있고 인맥 좋으면 자식을 군 면제자로 만들 방법이 많았던 시절이 그립다고. 공직자에 대한 심사가 엄격해지면서 병역에 대한 검증이 까다로워지는 현실이 싫다고. 가난한 아이들의 세계에서 격리된 부잣집 아이들의 세계에 밀어 넣으려 발버둥 치며 키운 아이가 가난한 아이들과 한 내무실에서 생활하는 게 싫다고. 군대에서 겪는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은, 가난하고 못 배운 아이들이 도맡았으면 좋겠다고. 이렇게 말이다. 

한 가지 더. 언론 보도를 보면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없다”라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몹시 당혹스럽다. 군대에 갈 나이의 젊은이는 이미 성인이다.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따라서 부모가 그를 군대에 보내는 게 아니다. 그가 군대에 가는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없다” 대신 “청년들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 한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곳이 더 건강한 사회일 게다.

 

 

 - 성현석

 

 

 

 

 

진보논객들의 모병제 찬반 의견 살펴보니…

 

 

 

 

 

"군대 인격화 필요" vs "국가의 위험한 살인도구 될 수도"

 

28사단의 '윤 일병' 사건으로 모병제 논란이 뜨겁다. 군 가혹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선 "모병제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모병제 도입은 "한국 현실에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 맞붙고 있다. 

사실 모병제 도입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이를 두고 이래저래 말들이 많았다. 진보진영에서는 대체로 모병제를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2012년 <한국일보>에 기고한 '올림픽과 모병제'에서 "우리나라의 일상적 삶은 선진자유국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라며 "군복무의 본질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시기가 우리 사회에 도래한 지 오래다"라고 모병제에 대해 논의해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이참에 진지하게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병제에로의 전환, 대체복무제의 도입, 올림픽 수상자들에 대한 병역 면제의 정당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군사력 축소를 통한 북한과의 평화공존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안 교수는 지난 11일자 <조선일보> '이젠 모병제를 논할 때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모병제는 군대를 양질의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경찰관이나 소방대원과 마찬가지로 군인도 지원자로 선발한다. 모병제는 장점도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전문화를 통한 정예 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군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적게 든다. 병역과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징병제, 권력 유지하기 위해 이어져온 제도"

안 교수가 ‘사회적 비용 효과’ 관점에서 모병제를 찬성한다면,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인권 차원’에서 모병제에 찬성한다. 

한 교수는 <대한민국史>(한겨레 출판 펴냄)에서 "일제시대 때 군력이 모자라 시작된 징병제는 이후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엔 그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존재했다"며 이런 역사를 가진 징병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이승만 대통령 시절에 군인을 베트남, 라오스에 파견하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베트남으로 군인을 파견했고 그 대가로 미국의 원조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어져 온 징병제는 현재 복무기간도 길고 대우도 매우 열악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가만 생각하고 개인은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징병제가 시행되는 과정에서 특기해야 할 일은 국가와 시민 간 계약에 기초해 수립돼야 할 징병제도가 시민의 권리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너무나 당연하게 국가의 압도적인 우위 속에서 시행되었다는 점이다"고 주장했다.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는 모병제 이전 단계인 대체복무제를 주장했다. 그는 2005년 <한겨레21> 칼럼에서 "현대의 군대는 보병 중심이 아니라 기술과 장비 중심이며, 그것은 우리가 요구하기 이전에 군대의 인격화를 요구하는 요인"이라며 "지금 당장 군대의 인격화에 상징성을 주면서 그것을 가속화 할 대체복무제 실현을 위해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병제 군대, 위험한 살인도구 될 수 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도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병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당신들의 대한민국>(한겨레 출판 펴냄)에서 당시 논란이 됐던 '유승준 사태'를 지적하며 "유승준을 왕따해봤자, 국민 개병제(징병제)로 인한 심각한 문제들 - 군 안에서의 인권 유린, 장기 복무로 인한 고학력자의 수학 능력 저하, 지배층의 고질적 병역 기피 문화 등 - 이 해결될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한 뒤 "유승준에게 분노를 퍼붓기보다는 군축과 모병제로 점차적인 전환을 모색하는 것이 생산적인 해결법일 것이다. 모병제로 가야 약자에 대한 일상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회 전반의 군사 문화가 드디어 그 자취를 감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박 교수가 모병제를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이 책 뒷부분에서 모병제의 부작용도 언급했다. 현재의 자본주의 지배구조, 그리고 통치구조 속에서 모병제를 시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작용을 낳는다고 경고했다. 

"영국 군대가 지금 미군과 함께 아프간, 이라크 침략의 주역을 담당한다는 상황은 영국 군대가 징병제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제3세계에서의 더러운 전쟁들을 위해서 징병제 군대가 아닌 전문적 모병제 군대를 사용할 때, 본국의 여론이 보통 비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핵심부 자본의 잉여 가치 수취의 규모와 방식이 각각 지구화, 국제화되는 만큼, 대내외적 착취의 강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핵심부 민족국가의 물리력의 역할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징병제의 폐지는 남성에 대한 군사적인 훈육의 중지를 의미하는 차원에서 긍정적 의미도 내포한다. 그런데 이미 세계를 금융, 경제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들의 손에서는 모병제 군대란 위험한 살인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는 군대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모병제를 대안으로 내세우지만 그 모병제라는 것이 오늘날과 같이 자본의 손에, 통제자들의 손에 의해 위험한 살인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상시 존재한다. 아니다. 상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의 구조에서 모병제를 실시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 허환주

 

 

프레시안 ( http://www.pressian.com/)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가까운 모병제, 문제 잘못 짚었다

 

모병제 제안, 뜯어볼수록 외려 군 개혁이 시급해

윤모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이 사회적으로 쟁점화되면서 모처럼 군 인권문제의 심각성 및 군 개혁 논의의 장이 열렸다. 그런데 이 모처럼 펼쳐진 장에 그간 군 개혁 논의를 좌초시켜왔던 제안이 또 끼어들었다. 바로 ‘모병제’ 제안이다.

 

보수언론에서도 모병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사가 나오고 있다. 12일자 <조선일보> 8면 기사, 13일자 <중앙일보>의 2면 기사, 같은 날 <동아일보>의 10면 기사가 그 예다. 그러나 13일 <조선일보>는 18면 기사에서 일본의 징병제 불가피론을 보도하면서 다른 시선도 전하고 있다. 결국 ‘모병제’와 ‘징병제’를 양자택일의 선택지로 두고 씨름하다 ‘징병제 불가피론’으로 돌아가 실익없이 끝나는 그간의 패턴이 반복될까 우려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기사는 “전문가들은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전환한 프랑스·이탈리아 등 다른 국가들의 사례를 들어 모병제 전환의 조건을 ‘병력 30만 명 이하, 1인당 GDP 3만 달러 이상’으로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에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병력을 30만 명 선으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육군을 중심으로 군은 병력 감축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라고 전한다. 이러다간 모병제를 위한 경제성장 담론이 나올 판이다. 3만 달러가 넘어봤자 우리는 분단 상황이니 병력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론하면 그만이다
 
사회적 차원에서 시행해야 할 개혁 두 가지  
 
또한 군대를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할 시급한 두 가지 개혁과제가 있다. 
 
하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들만을 위해 대체복무제를 제시하여 찬반격론에 휘말리게 하기 보다는 참여정부 시절 잠깐 추진되다 중단된 사회복무제처럼 큰 틀의 정책을 짜는 것이 좋다.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와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는 여성 징집 문제까지 품을 수 있는 정책 디자인이다. 
 
현재의 한국 사회는 양극화와 고령화를 통해 돌봄노동이 필요한 빈곤층과 노년층이 늘어난 상태다. 적절한 교육을 받은 후 이들에 대한 돌봄노동을 시행하는 것이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는 의무가 된다면 남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문제도 해소되고 군복무에 대한 오랜 역차별 논란도 해소될 수 있다. 참여정부 시절 사회복무제가 논의되었을 때 기획재정부에선 오히려 좋아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는 ‘여성 노동력’을 값싸게 착취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정책을 잘 디자인할 경우 예산의 제약 안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번째 과제는 상비군과 예비군의 편제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이다. ‘30만 군대’가 되어야 모병제가 가능하다고 입으로만 떠들게 아니라, 30만으로도 지탱할 수 있는 군 체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휴전선과 해안선의 대치 경비 병력이 정말로 상시적으로 필요한 것인지를 물어야 한다. CCTV 등의 설치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이미 수 십 년 전에도 있었다. 경비 병력의 배치가 정말로 안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군 장성 등 간부 일자리와 ‘60만 대군’에 물건을 납품하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위해서인지 따져봐야 한다. 국방부에게 판단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고 외부 업체에게 용역을 주어 다시 디자인을 해야 한다. 
 
13일 아침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온 진호영 예비역 공군 준장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교훈을 삼을 수 있는 독일의 경우를 보면 모병제로 운영한 병력들의 복무기간이 7개월이었습니다. 이건 무슨 얘기냐면, 교육을 잠깐 시키고 나머지 몇 개월만 복무하고 바로 사회로 내보냅니다. 그 친구들은 다시 동원하면 바로 전력화해서 쓸 수 있는 전력이 되거든요. 그래서 저희들도 그런 형태의 짧은 기간에 징병제로 잠깐 복무를 시키면서 예비군 병력으로 활용해도 되고요. 아니면 예전에 방위병이나 보충역 제도를 이용해도 되고요.”
 
전쟁이 났을 때 징병을 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 “모병제냐 징병제냐”의 논쟁은 결국 평시의 것이다. 한국 사회는 개념적으론 휴전의 상태로 전쟁 중이라는 것이 보수파의 견해다. 현역군을 철책 경계와 주둔 진지 유지를 위한 ‘노가다’의 군대에서 전투를 대비한 교육 및 훈련 위주의 군대로 바꾸고, 이를 예비역 체제와 효율적으로 연동하면 군 규모를 줄이고 복무기간도 줄일 수 있다는 제안은 매력적이다. 
 
이런 군대를 가능하게 할 전면적인 제도 개편을 현실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만일 복무개월 10개월, 10만으로 유지되는 징병제 군대가 가능해진다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징병제의 폐해의 대부분이 사라질 가능성이 높고 “모병제냐 징병제냐”의 논쟁은 지금과 전혀 다른 논거를 활용한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회초리 다섯 개, 하나하나 부러뜨리자
 
이상의 다섯 가지 과제는 모병제를 하자고 서명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관심을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군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이 다섯 가지 과제도 결코 하나 하나가 쉬운 것이 아니다. 각 과제마다 이해관계가 있는 기득권 세력의 저항을 유발할 것이다.
 
그런데 모병제를 주장하는 것은 당장 내지를 때는 화끈해 보일지 몰라도 결국 이 다섯 가지 과제에 얽힌 기득권 세력을 한꺼번에 묶어 그들의 반발을 이겨내야 한다는 얘기와 같다. 이솝 우화의 비유를 따른다면, 회초리를 하나씩 부러뜨리지 않고 다섯 개를 묶어서 부러뜨리려고 시도하는 것과 같다. 
 
우리의 시민사회가 그 정도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면 군 인권 문제가 아직도 이 지경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엔 구체적인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부러뜨려야 한다. ‘모병제’ 논의에 빨려 들어가는 것은 어쩌면 회초리를 하나도 부러뜨리고 싶지 않은 기득권세력의 음모에 말려들어가는 것일 수 있다.  
 
 
- 한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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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 Jang · 서울대학교
이 참에 모병제로 가자

“엉클 샘이 당신을 필요로 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당신이 엉클 샘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軍)는 3백여 가지 종류의 안정된 직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의식주를 제공하고, 초봉이 XXX달라, 고스란히 저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대 후엔 각종 베니핏이 주어집니다.” ---미군 모병 광고문---

미국은 월남전이 끝난 직후인 1973년 1월 군 징병제 (draft system)를 완전 폐지, 지원제 (volunteer system)로 바꾸었다.( 단: 전시에는 징병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 미국이 오랜 연구 검토 끝에 이같은 획기적인 조치를 취할 당시, 군 당국은 이에 따르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우려했다. 병력 수급 문제, 군 질(質) 저하 문제, 군의 흑인 일색화 등… 그러나 지원제가 실시된지 30년이 지난 지금, 그 같은 우려는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원자가 끊이지 않아 병력 수급에 조금의 차질도 없고, 군 학력 수준은 도리어 더 높아졌으며, 전체 인구에 비례한 흑백 분포에도 하등 이상이 없다고 한다.

지금 한국은 ‘병풍’이 크게 정치 쟁점화, 누구 아들(들)이 불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느니, 전 현직 국회의원 60여 명 이상이 병역 기피자니, 정치와 언론이 온통 이 ‘병풍’에 매달려 낮과 밤을 지샌다. 한국의 권력 가진 사람들, 돈 가진 사람들이 자식들의 병역 문제에 있어 그 동안 어떤 처신들을 해왔는가는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오죽해야 젊은이들의 입에서 ‘신의 아들’ (신의 조화로 군에 안가는 아들), ‘장군의 아들’ ( 빽으로 보충역으로 빠지는 아들), ‘어둠의 자식’ (돈도 빽도 없어 일선에 끌려 가는 자식 )‘들 이라는 저주와 자조의 말들이 나왔겠는가.

오늘날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징병제를 폐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유럽 대부분 국가가 이미 징병제를 폐지했고, 스페인은 금년 (2002년) 중 폐지 예정이고, 러시아는 작년 11월 푸틴 대통령이 폐지안에 서명을 했다. (실시 일자는 미정) 그리고 독일은 이를 적극 검토 중이고, 일본 역시 자위대 병력은 100% 지원병으로 충당하고 있다 (http://www.anticonscript.org 참조) 모두가 국방 상황의 변화, 군의 현대화 및 과학화에 따르는 전문 기능 병력의 필요성 증대, 개인의 의사를 무시하는 강제 징집과 인간의 자유 기본권의 상치(相値)등을 감안한 조치다.

한국의 경우 너무나도 말썽 많은 이 병역 문제, 그 비리 부정의 원천을 근원적으로 봉쇄 하기 위해서라도, 이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병역 강제 징집 제도를 폐지, 지원병 제도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국가 민족을 위하여…” 또는 “신성한 국토 방위를 위하여…” 라는 애국심에의 호소가 오늘날 젊은이들에게 조금의 소구력 (訴求力)도 갖지 못하는 이제, 군을 하나의 직업 군(群)화 함으로써 그들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가 아닌, 즐거이 제 발로 걸어 들어 가는 군문 (軍門) 으로 탈바꿈 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더욱이나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어 가는 상황에서 이같은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른다면, 그 화해 무드 또한 급물살을 탈 것이다. <중앙일보 (뉴욕판) 2002년 9월17일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