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진단

U2 2016. 3. 8. 15:30

 

 

 

 

 

왜 사람들은 필리버스터에 열광했을까

 

 

 

 

 

 

 

 

날것 그대로의 정치’에 대한 결핍 느끼던 시민들 뜨거운 관심과 열광

 

192시간 26분. 국회의원 38명 참여. 지난달 23일부터 지난 2일까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의원들이 총 9일 동안 진행한 테러방지법안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필리버스터’라는 기록을 세우고 막을 내렸다. 테러방지법안 통과는 막지 못했다.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시작은 ‘야당 정치의 부활’을 알리는 듯했지만 “소수정당이라 힘이 없다”는 눈물 섞인 호소로 마무리됐다. 필리버스터 효과는 4·13 총선이 끝나봐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9일간의 필리버스터는 만연한 정치혐오를 걷어내고, ‘말’을 통해 진행되는 정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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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테러방지법안을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은 당론으로 필리버스터를 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헌정사에서 47년 만의 필리버스터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상임위원회에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쭉 논의해 왔던 초선 비례대표 김광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오후 7시5분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인터넷TV 누적 시청자 510만명

 

필리버스터가 시민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날 자정 무렵부터였다. 김광진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64년 필리버스터 기록(5시간19분)을 깨면서 ‘필리버스터’, ‘김광진’, ‘김광진 힘내라’ 등의 검색어가 포털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문병호 의원(국민의당)에 이어 24일 오전 2시30분 무렵 바통을 넘겨받은 은수미 의원(더민주)이 10시간18분 동안 발언해 최고 필리버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은수미 의원실에는 1만~2만원의 소액 후원이 2500건가량 한꺼번에 쏟아져 통장 8개를 더 만들어야 했다.

 

필리버스터에서 의원들의 발언을 토대로 테러방지법에 대한 뉴스와 게시글, 짤방(사진 콘텐츠)이 쏟아지면서 여론의 관심은 필리버스터를 하는 이유, 즉 ‘테러방지법’으로 옮겨붙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을 본뜬 ‘마이 국회 텔레비전’ 국회방송은 평소 시청률이 10배 폭발했다. 3200명이 필리버스터를 보겠다고 국회를 찾았다. 국회방송과 별도로 필리버스터를 인터넷 중계한 팩트TV의 누적 시청자 수는 지난달 29일 기준 510만명이었다. 필리버스터 실시간 요약 사이트도 만들어졌다. 하루 종일 생중계를 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 수 있게 됐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열광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결핍을 방증한다”고 봤다. 서 교수는 “지금의 20~30대는 5공 청문회 때 노무현 의원이 명패를 던지던 장면을 못 봤거나 기억하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이 국회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얘기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눈물을 흘리거나 분노하는 모습 자체를 처음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동안 정치인과 시민들은 어느 때보다도 가깝게 있었다. 김제남 의원(정의당)은 “국민의 의견을 전달해 국회 속기록에 남기고 싶다”며 인터넷으로 접수된 의견을 읽었다. ‘20분 동안 책상 쾅쾅’ 등 누리꾼들의 재치가 담긴 아이디가 하나하나 기록에 남을 때마다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김 의원은 1998년 ‘데모 많이 하는 대학’ 출신에 성적이 나빴다는 이유로 운동권 경력을 의심받아 기무사에 끌려가 고압적인 조사를 받았다는 한 누리꾼의 사례를 소개했다. 개인의 기억이 역사로 남게 됐다.

 

전순옥 의원(더민주)이 “우리 오빠 전태일”로 발언을 시작했을 때 국회TV를 감상하던 채팅창은 술렁거렸다. 전 의원이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누리꾼이 많았던 때문이었다. 앵커 출신인 신경민 의원(더민주)은 뉴스 클로징 멘트 스타일로 박근혜 대통령의 독선을 비판해 야권 성향 시민들을 대신한다는 후련한 느낌을 줬다.

 

최해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필리버스터는 민주주의의 발견이라기보다 정치 자체의 발견이었다”며 “정치란 협잡이나 정치공작을 위해 잔머리만 쓰는 줄 알았는데, 의원들 하나하나가 생리적 욕구도 참아가며 몸뚱이 하나로 역부족인 상태를 어떻게든 버텨내려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날것 그대로의 정치’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의원들 발언 놓고 채팅창에 찬사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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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선진화법에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미국과 달리 안건 관련 발언만 하게 돼 있어서 ‘수준 높은 연설’을 보게 된 것도 열광의 한 이유로 꼽힌다. 김광진 의원(더민주)은 비상사태의 절차적 적법성을 따졌고, 은수미 의원(더민주)은 “인간은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익 의원(더민주)은 테러방지법을 ‘국민감시법’으로 규정한 뒤 “사찰당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었다. 어떤 사회·어떤 나라를 만들어갈 것이냐에 대한 정치인의 고민과 철학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현장이었다.

 

박원석 의원(정의당)은 동백림 사건·인혁당 사건 등 역대 국정원 조작사건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김경협 의원(더민주)은 기존의 대테러 지침을 읽었다. 서기호 의원(정의당)은 외국의 정보보호 사례를 전했다. ‘마국텔’ 채팅창에는 ‘인문학 강좌’, ‘현대사 강좌’, ‘법이 빛나는 밤에’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국회의원 개개인의 개인사도 조명받았다. 안민석(더민주), 정청래(더민주), 정진후 의원(정의당)은 본인의 사찰과 고문 경험을 토로했고, 3선 의원이지만 이번에 공천에서 배제된 강기정 의원(더민주)은 “필리버스터를 대체 왜 하느냐”는 질문에 “이전에는 야당이 할 수 있는 것이 몸싸움밖에 없었다”며 “이런 제도(필리버스터)가 진작 있었다면 나도 폭력의원이라는 멍에를 지지 않았을 텐데”라고 인간적 답변을 해 호응을 샀다. “동물국회 시절 가장 동물적이었던 강기정 의원이 현대인 국회에서는 가장 평화적”이라고 지적한 SNS 문구가 호응을 사며 재전송됐다.

 

직장인 장은선씨(29)는 “필리버스터로 처음 알게 된 정치인들이 많다. 우리나라에 다양한 의원들이 있고, 나름 신념을 갖고 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씨는 “이번 필리버스터는 어떤 전기가 될 수 있다. 한때는 공부하기 싫은 대학생들이 나라를 소란하게 만든다고 했다. 다음은 이기적인 노동자들이 경제를 망친다고 했다. 그리고 내내 일 안 하는 국회의원들이 나라를 망친다고 했다. 이제 그 누명에서 벗어날 때”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열광은 거꾸로 실망을 낳았다.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 수정안을 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버티는 상황에서 필리버스터 중단 소식은 지난달 29일 박영선 비대위원의 목소리를 통해 나왔고,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개별적으로 SNS에서 반발해 자중지란의 모습을 보였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가 “선거 망치면 책임질 거냐”며 이종걸 원내대표를 호통쳤다는 보도도 나왔다. 더민주는 의원총회를 하느라 예정된 기자회견도 연기해야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의 사죄로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고, 김종인 대표가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격려하고, 이목희 정책위원장이 “테러방지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당내 흐름은 정리되고 있는 모양새를 띠고 있다.

 

더민주는 필리버스터가 지속될 경우 선거구 확정안 연기로 인한 ‘총선 무산’의 후폭풍을 모두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는 데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실정 심판을 주요 총선 의제로 가져가는 전략에 차질을 빚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중단했다. ‘세월호’ 등 SNS에서 호응 높았던 이슈에 몰입해도 현실의 선거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패했다는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 장은선씨도 “팟캐스트를 듣거나 SNS를 하는 친구들은 필리버스터 얘기를 많이 하는데, 종편이나 지상파를 즐겨 보는 어르신들은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 전했다.

 

지난 4일 한국갤럽의 전국 성인남녀 1100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더민주의 지지율은 23%로, 지난주 대비 4%포인트 상승,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지난주보다 지지율이 4%포인트 하락한 38%를 기록했다. 국민의당은 9%, 정의당 4%, 없음·의견유보는 26%였다. 상승세지만 여전히 야권 전체보다 여권의 지지율이 높다.

 

의원들 개개인의 개인사도 조명 받아

 

필리버스터 정국은 지상파 방송에서 외면당했고, 종편에서는 조롱당했다. 'TV조선' 은 2월 24일 “(필리버스터에 참여하는 의원들이) 요실금 팬티도 준비했다”고 언급하는 보도로 더민주의 항의를 받았다. '중앙일보'는 지난 3일자 1면에 ‘필리버스터 역대 신기록, 경기침체도 역대 신기록’이라는 제목을 뽑아 경제문제의 책임을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떠넘겼다. 서복경 교수는 “필리버스터의 확산이 가로막히는 데는 분명 미디어적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미디어의 한계는 정당의 조직력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디어의 중계 없이 정당과 시민이 직접 만나는 기회를 계속 차단해가는 ‘정당법’과 ‘정치개혁’ 과정이다. 2004년 ‘오세훈 선거법’으로 불리는 정치개혁법이 통과되면서 각 정당의 지구당이 폐지됐고, 합동유세도 금지됐다. 정당의 지역 사무실인 지구당과 합동유세가 ‘돈 선거’의 원흉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선관위도 현재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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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교수는 “예전에는 시민들이 불만이 있으면 지구당에 항의방문하고, 이런 것들이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만나지 못해도 정당에 압력 요소가 되고 시민들과 접촉하는 계기도 됐다”며 “지금은 4년에 한 번 선거가 오지만 정치인이 누군지 충분히 알기 쉽지 않고, 선거가 끝나면 다시 시민과 정치인은 만날 기회가 없이 단절된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의 열광을 불러온 ‘날것 그대로의 정치’에 대한 결핍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는 진보정당에 특히 취약하다. 임한솔 정의당 서울 서대문구위원장은 “선거운동 기간도 2주로 제한돼 있고, 예비후보 등록을 해도 후보 본인이 명함을 돌리는 것 외에 유권자를 만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체육 지도자 자격증이 있는 임 위원장은 지역에서 꾸준히 운동모임을 열면서 시민들과 접점을 늘려가려고 한다. 그러나 각개약진에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필리버스터에서 보인 것처럼 연설이나 정책설명 등 정치 본연의 방식으로 소통할 기회가 부족하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에서도 ‘지구당’이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구당 대신 정체불명의 사조직을 동원하게 되고, 인지도 높은 현역에게 선거가 턱없이 유리해져 지역주의 구도 고착화에도 한몫한다는 사실이 지적됐다.

 

필리버스터 정국이 끝난 여야는 본격적으로 총선을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후, 시민들이 정당을 떠나 정치권 자체에 보인 모처럼의 관심과 애정을 ‘항구적인 관계’로 바꿔나갈 과제가 남았다.

 

뉴미디어 속 필리버스터 기록관리 재생산

 

짧아도 2시간. 길면 12시간. 필리버스터를 위해 연단에 서는 의원들의 발언 시간이다. 하루 종일 국회방송을 들으면서 의원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하고 쟁점을 파악하는 것은 고학력 엘리트의 전유물이거나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게나 허락된 특권처럼 비춰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국회에서 방대한 말의 향연이 열릴 때, 시민들은 새로운 미디어를 활용한 참여 아카이빙(기록관리)으로 잔치를 즐길 수 있었다.

 

뉴스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하루5분 스푼’은 ‘필리버스터 한눈에 보는 사이트’를 표방한 필리버스터 투데이(http://www.filibuster.today)를 열었다. 홈페이지 상단에는 국회방송을 링크해 생중계되는 연설을 들을 수 있도록 했으며, 하단에는 김광진 의원부터 이종걸 의원까지 38명의 의원들 발언시간과 내용이 요점만 뽑혀 조목조목 정리됐다. 발언 요지는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구글에도 시민참여 기록문서(https://docs.google.com/spreadsheets/d/1iupVJIgvAdy4d9wtMn0Mn1VSpWcI97hGSbSKkQSQG50/htmlview?sle=true#)가 열렸다. 엑셀 형식으로 된 이 사이트에서는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의 프로필, 관련기사, 중개채널, 관련 여론조사 현황 등이 정리돼 있다. 언론기사뿐 아니라 커뮤니티 사이트나 정당 게시판에 올라온 테러방지법 관련 콘텐츠도 링크돼 있다. 국회의장에게 편지를 남기거나 의원들에게 후원할 수 있는 사이트도 안내돼 있고, 문서에 직접 의원들에게 건네는 응원도 남길 수 있다. 기록, 정보제공, 참여까지 한 문서에서 제공하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에게 필리버스터에서 ‘말할 거리’를 제공하거나,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사이트도 열렸다. 김제남 의원, 최민희 의원 등이 이 사이트에 올라온 의견을 전달해 호응을 받았다. 필리버스터 반대 서명 사이트도 순식간에 생겨났다. 사용자들이 직접 제작하는 온라인 백과사전 사이트 위키백과와 나무위키에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항목이 생겨 갱신과 업데이트가 이뤄졌다.

 

‘마이 국회 텔레비전’이라는 애칭을 얻은 아프리카TV 국회방송 채팅창에서는 국회의원들의 이미지를 게임 속 역할이나 이미지로 비유했다. 김광진 의원은 열혈 총학생회장, 박원석 의원은 전공에 해박한 교수, 신경민 의원은 교장선생님, 이런 식이다. 필리버스터가 시민에게 ‘놀이’로 쉽게 다가가게 한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정치 고관심층과 저관심층을 연결했다. 2월 25일 강기정 의원이 “19대 국회에도 이런 제도가 있었다면 저도 폭력의원이란 누명을 쓰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해 맥락을 몰라 어리둥절했던 사람들은 “동물국회에서 가장 동물적이었던 강기정 의원”이라는 트윗 멘션을 보면서 이해했다. 4대강 예산·미디어법 통과를 몸으로 막으려다 폭력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강 의원의 과거사가 평소 정치에 관심 많던 트위터 이용자의 멘션을 통해 알려졌다.

 

 

- 박은하

 

ⓒ 경향신문 ( http://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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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이 이렇게까지 망가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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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야당 의원 38명이 192시간 26분 동안 이어나갔던 필리버스터(filibusrer)가 다소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다수당이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은 표결을 거쳐 통과되었고,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위해(그렇다, 내가 나쁜 짓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찔려서가 아닌 것이다)텔레그램 등으로 사이버 망명을 하는 이들이 급증했다는 기사가 농담처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내가 예전부터 사용하던 텔레그램에 며칠 사이 새로 가입한 이들이 있다는 메시지가 계속해서 뜨고 있는 건 기사들이 그저 우스캣소리는 아니라는 걸 증명해주는 듯 하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지점이 있었다, 우선 테러방지법에 어떠한 독소조항이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서 그 동안 무능력과 사리사욕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그들의 능력이 재조명되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데 그보다는 192시간 동안 언론이 보인 보도 행태가 더욱 인상 깊었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자, 우선 언론에서는 필리버스터의 시작과 그 의미에 대한 보도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우리가 언론에서 볼 수 있었던 것 필리버스터에 대한 보도는 모 의원이 몇 분 동안 연설을 했고, 그것은 세계적으로 어떤 기록이었다는 숫자놀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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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기사의 댓글에서 기록보다는 필리버스터를 왜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지금 어떤 내용들이 이야기되고 있는지에 대해 보도해 달라고 해도 언론은 묵묵부답이었다

 

철처한 무관심, 언론의 무관심은 대중들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행위다, 의회민주주의에서 행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의 의사표현 방법 중 하나인 필리버스터를 보고 '정치권이 분열되고 있다'는 멘트를 한 뉴스는 그나마 점잖은 편이었다, 대다수 종편채널은 필리버스터 자체의 의미를 깎아내리기에 바빴다

 

하지만 대중들은 더 이상 기존의 언론에서 나눠주는 정보에 안주하지 않았다. 국회방송에서 방송되던 필리버스터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연일 생중계되었고 대중들의 환영을 받았다, 밤잠을 설쳐가면서 이를 시청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갔고, 유튜브의 채팅창과 SNS는 연일 현재 진행중인 연설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면서 마국텔 (이하 마이 국회 텔레비젼)이란 말이 생겨났다, 실시간 개인 방송의 컨셉으로 진행되는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젼' (이하 마리텔)처럼 연설 모습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팅창에서 시정차들이 실시간으로 의견을 내는 모습을 보고 만들어진 말이었다. 우스갯소리처럼 퍼저나간 말들은 금세 일종의 2차 창작을 만들어 냈다. 트위터의 '안사요(@NOT-buyin)'란 유저가 마리텔의 로고를 패러디해 아래와 같은 고로를 만들면서 사람들은 생중계되는 유튜브 채널들을 가지고 말 그대로 놀기 시작했다

 

유희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Homo Ludens)에 대해 이야기한 호이징하 (Johan Huizinga )에 의하면 맹목적인 힘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어 버리는 세계에서 그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은 놀이다.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신이 부수고 다시 자리를 잡을 때 하나의  과잉 작용하는 것이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았을 때, 거대 권력을 가진 언론이 철저히 무시한 필리버스터라는 콘텐츠는 대중들에 의해 조명 받게 되었고, 이것이 놀이를 통해 콘텍스트로 발전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현상이다. 이는 단순히 가볍게 소비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힘을 재편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대중들이 스스로 못ㄱ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독주할 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는 것 만드로도 (사실 필리버스터의 맺음새가 좋지 않아 이러한 의미들의 효용이 폄하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있었던 필리버스터와 이를 대중들이 소비한 마국텔이라는 코드는 여러모로 의미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에 언론들이 일제히 침묵했다는 것은 꽤 아픈 부분이다. 공영방송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나, 종편 채널들이 보여주는 기본적인 저널리즘 (juournalism)의 실종과 같은 모습들은 전부터 충분히 우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막상 일이 닥치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했다. 특히 방송과 신문 등 보편적이고 그 영향력의 범위가 넓은 언론의 일괄적인 침묵은 충격에 가까운 감정을 안겨주었다. 방송이 하나의 세력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것은 곧 민주주의 위협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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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거대한 커뮤니케에션 시스템 방송을 조직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민주주의와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그렇기에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는 이들이 방송 장악에 둔감한 것은 꽤나 아니러니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의 보수가 수호하려는 건 사실 민주주의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실 방송이 권력에 의해 완전히 통제되는 상황은 소위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들이 그토록 배척해 왔던 일당 독재 사회주의 국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방송 장악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예는 구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에서였다, 소비에트 연방에서는 1960년대에 세워진 컨트롤타워 오스탄키노의 탑이 중앙에서 모든 방송을 장악하고 통제했다. 때문에 시인 보즈네센스키는 그 오스탄키노의 탑을 두고 '이념 주입을 위한 주사기'라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이 방송을 장악햇던 이유는 명백했다. 자신들의 정책에 맞게 대중들을 제한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우니라라의 방송을 보며, 또 하나의 오스탄키노의 탑이 세워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오스탄키노의 탑에서 매일 틀어주던 뉴스 프로그램 브레냐의 목표는 소련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었다. 이번 필리버스터를 다루는 언론의 행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이러한 문제가 단지 이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언론은 마찬가지였다. 세월호 대책도, 정책 마련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태에서 공중파 3사는 눈앞에 산적한 문제가 아니라 월드컵 경기 화면을 종일 반복해서 내보냈다. 국민들은 그 아래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그렇게 일상을 지나왔다

 

물론 이는 언론이 아무 일도 없다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핍집한 일상에서의 누적된 피로로 인해 대중들이 문제시되는 이슈들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해걸 가능성이 요원하고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극심한 무력감과 싸우면서 관심을 어이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 이지용

 

 

*찍설 (http://www.ziksir.com/ziksir/view/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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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의 가능성과 언론의 몇 가지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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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은 '필리버스터'를 기준으로 나뉠 것이다

"(테러방지법은) 99%의 방송·신문을 장악한 정부·여당이 1% 남은 인터넷·SNS를 장악하기 위해 나온 법이라 생각한다."

지난 25일, 5시간 20분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테러방지법과 박근혜 정부가 완전히 장악한 언론 상황을 연결지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총장 출신 비례대표인 만큼, 통신감청을 강화하는 등 '국민감시법' '국정원 강화법'이라 비판받는 테러방지법을 박근혜 정부의 1% 여론 장악 시도로 해석한 것이다.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와 그 생중계 유통 구조가 역으로 왜 박근혜 정권이 그렇게 테러방지법 처리에 고심인지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연일 포털 검색어를 장악하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유통과 여론 환기 과정을 보라. 실시간 유튜브 생중계로 3만~4만 여명이 관람하고 댓글로 소통하며, SNS와 인터넷 게시글이 폭발한다. 이러한 관심이 온라인 기사의 양산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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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은 국회방송(과 유튜브, <팩트TV>와 <오마이뉴스>) 생중계를 통해 어떠한 게이트키핑(뉴스의 취사·선택)도 거치지 않고 아젠다(의제)를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생중계를 통해 "모르는 사실이었다, 좀 더 설명해 달라"는 댓글이 유독 넘쳐나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이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반응들이 대표적이다. 그간 언론과 방송이 보도하지 않고, 알려주지 않았던 사실에 대한 갈증이 컸다는 반증이다.

필리버스터를 향한 열기, 정권에 장악된 언론 덕분?

인터넷과 SNS만 놓고 보면, 흡사 2008년 한미FTA 반대와 광우병 시위 정국을 연상시킨다. 2012년 12월 대선 당시, SNS가 지금보다 보편화되지 않았고, 국정원 댓글부대가 활동했다는 걸 염두에 둔다면 이번 필리버스터의 생중계 유통에 대한 반응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라 할 만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부에선 장시간 필리버스터에 나선 의원들을 보며 '국회의원의 재발견'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법조·언론·노동·의학 등 전문적인 식견을 지닌 야당 의원들이 각자 준비한 자료와 그간의 지식과 식견을 통해 테러방지법과 국정원,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차분하게 설파하는 생중계 영상은 생소하지만 분명 신선한 체험인 것이다.

과거 국회 폭력 사건의 피해자이자 당사자 중 한 명으로서 "폭력 의원"임을 고백하며 회개(?)에 나섰던 강기정 의원이 "3선을 하는 동안 이런 (필리버스터와 같은) 기회가 주어져 다행"이라는 소감도 동일한 맥락일 것이다. 그간 국회의원이란 직업이 싸우고 막말하고 부정부패와 당리당략만을 추구하는 권위적인 자리로 인식돼 왔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악마의 편집'이 불가능한 필리버스터 생중계를 통해 그들의 다른 모습과 관심을 두게 됐다는 소감들은 이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이 가져다 준 예상치 못한 수확일 것이다. 반면,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언론들의 활약은 '필리버스터 정국'에도 계속되고 있다. 흡사 필리버스터에 대한 보도 행태가 그 언론과 매체의 성격을 규정한다고 할까.  

지상파에서 유일하게 활약했던 SBS, 너마저...

"야당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겠다며 필리버스터에 나선 것 자체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만,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 제재가 임박했고, 이에 따른 북한의 추가 도발도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 국회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전 세계의 눈들이 과연 지금 우리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의문입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논평이 아니다. 지난 24일, SBS <8시뉴스>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다. 청와대의 논평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일 정도로 청와대와 여당의 시선을 120% 반영한 멘트가 아닐 수 없다.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지 이틀 만에 나온 발언임을 감안해도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도합 8년, 공영방송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평가는 이제 정설이 됐다. 그 사이, SBS는 그나마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신동욱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그런 면에서 더욱 상징적이다.

필리버스터의 의의나 내용을 애써 외면하거나 의미를 축소하고 있는 KBS와 MBC나 여전히 막말을 쏟아내기에 바쁜 종편의 활약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보도 행태다. 활력을 잃은 방송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마련이다.

필리버스터란 장사 가능한 이슈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기 어렵다 해도, 왜 유독 2030 세대가 생중계에 열광하는가는 분석하고 그 의의와 수용 행태를 흡수할 필요는 있을 터다. 하지만, 정권에 충성하는 지상파 고위층이 이걸 용인할리 만무해 보인다. 비극이다. 그 와중에 <중앙일보>의 헛발질을 보면,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필리버스터 적절하다 85%'... <중앙일보> 놀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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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야당이 43년 만에 부활시킨 '필리버스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포털에 올라온 설문 조사가 아니다. 무려 <중앙일보>가 실시 중인 설문조사다. 27일 오후 8시까지 무려 12만에 육박하는 투표가 이뤄졌다. 문제는 찬성표가 너무 많이 나왔다는 점이다. 필리버스터를 향한 열기가 과열되면서 이 온라인 투표의 찬성은 80%를 넘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도 당황했던 걸까. 아래와 같은 해명을 내놓고 있다. 

"해당 기사에 걸려 있던 디지털 썰전 <테러방지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는 ▶ 정청래 필리버스터 최장기록 경신... 10시간 18분 넘겨에 걸려 있습니다. 디지털 썰전은 관련 이슈의 최근 기사에 건다는 원칙에 따른 것입니다. 또한 디지털 썰전의 원래 자리인 중앙일보 홈페이지 메인 화면 우측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투표는 예정대로 29일까지 진행됩니다."

해프닝(?)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필리버스터가 한창 진행되던 와중에 최초로 이 디지털 썰전이란 투표창이 포함됐던 기사 내에서 사라졌다.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왜 예정된 29일 이전에 여론조사 창을 닫았느냐는 항의가 빗발쳤다. <중앙일보>는 결국 위와 같은 친절한(?) 설명을 내놨다. 정작 투표 결과는 적절하다 85%(10만1941명), 적절하지 않다 15%(1만8072명)로 나타났다.

이러한 압도적인 결과에 <중앙일보>도 놀랐을 법하다. 무려 <중앙일보> 사이트에서 진행 중인 이 투표 결과야말로 필리버스터의 내막과 생중계를 접한 이들의 여론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공간이 원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와 야당 지지율이 높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여론만을 반영한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라던 젊은층과 김용익 의원이 언급한 '애니프사' 트위터 친구들이 "필리버스터와 생중계를 접하고 테러방지법의 실제 내용과 정치 현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간증(?)을 속속 내놓는 중이다. 그렇게, 온라인과 SNS를 통해 100시간을 넘긴 '남한'의 필리버스터가 세계로 타전되고 있다.    

'5박 6일' 필리버스터, 트위터에서 검색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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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며 싸우고 있다. <리틀 브라더>는 2015년에 번역, 출간됐는데, 서문에 한국 정부가 자행하는 감시문화에 쓴 글도 있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소설 <리틀 브라더>의 작가 코리 닥터로우는 지난 26일(현지 시각) 양일간 자신의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한국의 필리버스터를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필리버스터 11번째 주자였던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필리버스터 도중 자기 소설의 한국판 서문을 읽고 내용을 소개했다는 소식을 사진과 함께 전했다.

이 소식을 코리 닥터로우에게 처음 전한 것은 출판사가 아닌 한국의 한 트위터 사용자였다. 이 캐나다 출신 소설가는 트위터 팔로우 40만 명을 자랑하며 블로그 역시 트위터 못지않은 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어판 상황에 한국의 감시체계가 소개되기도 한 <리틀 브라더>는 해킹과 게임을 즐기던 17세 소년이 국가로부터 테러범으로 몰리는 이야기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LA타임스>는 1969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의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ABC> 온라인판은 한국인 객원기자의 기사를 통해 '테러방지법에 반대하는 한국의 필리버스터 5일째 돌입'이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리고 이 기사들이 군소 매체와 블로그, 트위터를 통해 퍼져 나가고 있다. 트위터에서 'Filibuster'를 검색해 보시길.

27일, 더민주 정청래 의원은 11시간 39분의 기록을 세웠고, 바통을 이어 받은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국정원 댓글 사건과 트위터 공작을 요목조목 파헤쳤다.

국회 정상화와 선거구 획정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이후 한국인과 한국 언론은 필리버스터를 접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 필리버스터에 주목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나뉘리라는 점이다.

​- 하성태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

 

 

 

 

 

 

 
 
 

사회진단

U2 2016. 1. 20. 08:51

 

 

 

 

노동개혁 외치는 정부 노동 성적표는 낙제점

 

 

 

 

 

“(노동)개혁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미래는 어렵고 미래 세대에게 빚을 남기게 돼 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힘들고 고통의 반복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 7월 21일 국무회의 발언

 

“정부는 저임금 체계를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기업과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동자가 죽어야 기업이 사는 정책이 제대로 된 법이고 정책입니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12월 10일 조계사 경찰 체포 전 발언

 

7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이 발언이 올해 하반기 정부의 ‘노동개혁’ 강공 드라이브의 신호탄이 됐다. 9월 13일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노·사·정 합의를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임금피크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과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도입 협상과 타결 소식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 단위로 실시해 나갈 수 있는 임금피크제와는 달리, 합의안의 다른 내용들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노동계·시민단체 ‘손쉬운 해고’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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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쉬운 해고를 가능케 한 ‘일반 해고’ 도입과 현행 2년에서 4년까지 비정규직 기간을 늘리게 하는 기간제법 개정, 파견노동 범위를 더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 등을 포함한 합의안은 노동계와 야당,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관련 노동법 개정안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 통과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정부의 핵심과제였던 ‘공공개혁’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정부는 스스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 5월의 공무원연금 개정안 통과로 목표지점까지 순조롭게 진행할 기반을 닦은 것이다. 반면 2015년 하반기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대통령이 강조한 핵심과제 ‘노동개혁’은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대신 가장 눈엣가시 같은 조직인 민주노총의 한상균 위원장을 잡아들였다.

 

노동법 개정에 반대한 야당과 노동계를 향해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한 박 대통령의 말처럼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은 서민과 노동자의 생활을 개선시켰을까.

 

저임금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실업자 등 기존 노동시장에서도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집단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 성적표를 살펴보면 대부분 수치가 악화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전후를 비교하면 출범 후가, 그 중에서도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최근 1년에 가까워질수록 민생과 관련된 수치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저임금 노동자 수의 급증이다. 저임금 노동자는 지난해 8월에 비해 올해 8월까지 한 해 동안만 32만명이 늘었다. 올해 8월 기준 저임금 노동자 수는 492만명에 달해 지난해 460만명에서 7% 증가했다.

 

유럽연합 저임금고용연구네트워크(LoWER)가 제시한 기준인 ‘임금노동자 중위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저임금 계층으로 보면 전체 노동자 4명 가운데 1명인 25.5%가 저임금 노동자인 셈이다.

 

1년 전의 수치인 24.5%와 비교하면 규모뿐만 아니라 비율도 늘어난 점이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3월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 크다. 2013년 3월 기준 저임금 노동자는 384만명으로 전체의 21.7%였다. 2년 반 동안 108만명이 저임금 계층으로 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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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도 지난 1년 동안 급속히 악화됐다. 월 임금총액 상위 10% 대 하위 10%의 배율로 나타내는 임금불평등 지표는 5.0배에서 5.25배로 높아졌다.

 

하위 10%의 월 임금총액 평균이 80만원에서 변함이 없이 정체되어 있는 동안 상위 10%의 월 임금총액 평균은 지난해 400만원에서 올해 420만원으로 늘어나면서 불평등지수가 악화된 것이다.

 

이 지표는 정권 출범 초기인 2013년 3월 이후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5.0배를 유지하며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었으나 최근 1년 사이 급격히 악화된 셈이다.

 

청년 실업자 올 상반기 44만명으로 증가

 

통계상의 숫자만이 아니라 실제 노동시장의 목소리를 들어도 최근 들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경기 탓에 저임금 노동자들부터 찬바람을 맞고 있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가사 및 육아도우미, 시간제 간병 인력 등 일용·단기직 여성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알선하고 있는 직업소개소로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여성 노동자의 수는 그대로지만, 그날그날의 일거리를 얻어가는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직업소개소 대표 이모씨(56)는 “그래도 전에는 여기 일 특성상 중국사람보다는 말 잘 통하는 한국사람을 더 많이 찾으니까 한국사람들한테 일거리 모자라는 일은 적었는데 요즘 들어선 그렇지도 않다”며 “일 구하는 아줌마들이 자기 시급 깎겠다고까지 하지만 나로서도 별 뾰족한 수가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나 그에 못 미치는 수준의 임금을 받는 노동인구도 1년 사이에 크게 늘었다. 지난해 8월 348만명에서 올해 8월 404만명으로 16% 증가했다. 특히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수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8월까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여 170만명(9.6%)까지 규모가 줄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이 나타나 올해 8월 기준 222만명(11.5%)을 기록하며 3년 만에 52만명이 늘었다.

 

저임금 노동자 문제를 포함해 아예 일자리 자체를 잡지 못하는 청년 실업층 문제까지 더하면 박근혜 정부의 노동 성적표는 낙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2012년 31만명(7.5%)에서 2015년 상반기 44만명(10.1%)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공식 실업자 44만명에 잠재구직자 59만명, 추가·잠재취업가능자 7만명을 더한 실제 실업자 수와 실업률은 111만명(22.4%)에 달한다.

 

이에 비해 정부가 올해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 기회는 20만개이고, 내용을 들여다 보면 인턴과 직업훈련이 12만5000개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채용 7만5000개 일자리 역시 교원 명예퇴직과 고령자 일자리 대체로 만드는 것이 5만3000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를 줄이고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대책에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전체 노동자의 실노동시간만 주 52시간인 법정한도를 지키면 일자리 62만개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는데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부문인 공공행정에서 최저임금 미달자가 전체의 11.6%인 11만명이나 되는 것은 정부가 선량한 사용자로서 민간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음을 말해준다”며 “청년실업 대책도 청년의무고용 비율을 3%에서 5%로 늘리면 일자리 23만개, 10대 재벌 계열사 사내하청만 정규직으로 전환해도 좋은 일자리 40만개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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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질극과 스톡홀름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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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증후군이란 인질로 붙잡힌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인질범에게 공감하는 비정상적 심리상태를 말한다. 새해 벽두부터 지상파 TV와 종편, 경제지 등을 통해 여과없이 토해내는 섬뜩한 경제위기설을 보면서 스톡홀름증후군이 생각났다. 이들이 만들어낸 위기설은 별반 새로울 것도 없다.

 

연초 중국 증시가 폭락하고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정성도 커진 데다 올해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되면서 이대로 가면 심각한 고용한파는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하는 대안 역시 식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기간제·파견법 등 노동5법이 통과하면 그 자체로 37만개의 청년일자리가 창출되고 일반해고·취업규칙변경 등 2대 지침이 만들어지면 비정규직이 줄어들고 고용안정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개혁’이 실패하면 고용절벽이 기다리고, 반대로 성공하면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거의 ‘불신지옥, 예수천당’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일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이대로 국회가 문을 닫는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닫힌다”며 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간절한 바람에도 지난 8일 마감된 임시국회에서 노동5법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제 35만명의 청년실업자에게 ‘불신지옥’만이 남아있을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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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쉽게 동의하지 못하겠지만 노동개혁은 재벌들이 청년들을 인질로 잡고 정부를 압박하는 ‘인질극’과 다름없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개혁 내용들은 전경련, 경영자총연합회 등 8개 사용자단체가 2014년 11월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에 제출한 민원사항이었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적용은 전경련 요구사항이었다. 통상임금 부담 완화는 중견기업연합회,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경총의 민원사항이었다.

 

재벌들이 이상과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써먹을 카드는 뻔하다. 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청년실업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투자 파업’과 고용동결이다. 이미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정부가 번번이 재벌들의 압박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면서 이제 인질협상에서 재벌들은 절대적 우위에 서게 됐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정규직에 정리해고, 명예퇴직의 칼날을 댈 수 있고 비정규직은 사용사유에 아무런 제한없이 2년간 사용하다 버릴 수 있게 됐다.

 

비정규직 직접고용도 하기 싫으면 외주화, 사내하청 등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재벌들이 벌이는 인질극을 의식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재벌들에게 더 많은 무기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체가 재벌들에게 인질로 붙잡힌 채 일종의 집단적인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 1차적 책임은 인질들을 구출해야 할 정부가 거꾸로 인질범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있는 데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9년 고용노동부가 앞장서 ‘비정규직 100만 해고대란설’을 제기하며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리자고 한 것이다. 당시 엉터리 100만 해고대란설로 ‘양치기소년’이 됐던 사람이 노동개혁의 전도사로 나선 현재의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 최대 사용기간 3년도 모자라 이제 4년으로 늘리자고 하고 있다.

 

하지만 스톡홀름증후군에 빠져 있는 것은 비단 노동부뿐만이 이나다. 대법원은 2013년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기업에 미칠 부담을 고려, 신의칙을 들어 3년치 체불임금을 면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대법원은 또 1주 52시간의 노동시간에 휴일을 포함시켜 휴일근로에도 연장수당을 줘야 하는지를 놓고 4년째 선고를 미루고 있다. 1주 안에 휴일이 포함되느냐는 초등 국어 시험 문항이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4년씩 고민할 사안이 아니다.

 

2014년 1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기업의 고용창출을 기대하면서 사회보장 부담금 300억유로를 삭감해주는 책임협약을 발표했다. 당시 경제학자 프레데릭 로르동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고에서 “인질이 인질범의 품에 더 깊숙이 뛰어들며 당신을 신뢰한다고 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경기상황에 의해 결정된 일자리를 선택할 뿐”이라며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 관대한 정책을 펴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다.

 

우리는 언제 이 바보 같은 스톡홀름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2년 올랑드 취임 당시 9.8%였던 프랑스 실업률은 책임협약이 발표된 지 2년이 흐른 지난해 말 10.4%까지 치솟았다.

 

 

- 강진구

 

 

ⓒ 경향신문 ( http://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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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왜 뻔뻔하게 거짓말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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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악법 정부 최종 가이드라인 제시에 노동계, ‘뻔뻔하다’ 비난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악 5개 법안 중 기간제법을 제외하고 파견법 등 4개 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켜 달라고 밝혔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최종 카드를 꺼내보인 것이다. 나아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집권여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이 12일 노사정 합의안 파기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파기 선언은 있을 수 없다.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며 선을 그으면서 이날 제시한 정부의 ‘최종안’을 밀어붙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일자리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차선책으로 노동계에서 반대하고 있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중에서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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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또한 "한국노총은 노사정 합의가 파탄났다며 노사정 합의를 파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9.15 노사정 대타협은 일자리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의 고통분담 실천선언이자,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이다. 어려움이 있으면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이 노사정 합의안을 파기한 것은 노사정 합의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정부가 일방 통과시키려고 했기 때문인데 마치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동계에 일정 부분을 양보하고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강조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노동계가 우려하는 정반대로 기간제법을 "비정규직 고용안정법", 파견법을 "중장년 일자리법"이라고 규정하며 일일히 법안을 설명한 것도 법안 처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이 북한 4차 핵실실험을 첫 화두로 꺼내놓고 "국가 경제와 국민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법안들도 한 건도 처리되지 못했다"고 재차 강조한 것은 '비상상황시' 법안을 직권상정 처리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강조하면서 노동개악법 등 정부 핵심 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한 기자의 질의를 받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여러분께 한번 질문을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고 반문한 뒤 "(정의화)국회의장이 국가와 국민을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말해 직권상정 불가 뜻을 밝히고 있는 정의화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북 핵실험을 안보 위기상황으로 연결시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내외 테러와 도발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법적 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테러방지법 통과까지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현재 OECD, G20 회원 국가 중에 테러방지법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4개국에 불과하다"며 "이것은 국민들의 안위를 위험 속에 방치하고 있는 것과 같다. 부디 국회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의 생명 보호와 국가 안전을 위해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처리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4차 핵실험이 박근혜 정부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안보와 경제 위기를 내세워 다시한번 정부 핵심 법안 처리의 명분을 강조하면서 국회 압박에 나선 것이다. 

 

법안 통과의 절박함을 강조하고 국민을 내세워 국회 무용론에 가까운 발언도 내놨다. 박 대통령은 "역사적인 노사정대타협의 성과도, 일자리를 달라는 우리 청년들의 간절한 목소리도, 경제회복의 불꽃을 살리자는 국민들의 절절한 호소도, 정쟁 속에 파묻혀 버렸다"고 절박함을 강조하면서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13일 통화에서 "노사정 합의 내용을 훼손하고 파기한 것은 우리가 아닌 정부와 여당이다. 주어가 잘못됐다"며 "파견법 처리를 양보한 것처럼 말하는데 현재까지 불법파견을 합법으로 용인하겠다는 것이고 재개가 강력히 로비한 결과로 보인다"고 말해다.

 

강 대변인은 "합의되지 않은 법안(기간제법, 파견법)을 다 폐기하면 여야 합의도 잘 될 것"이라며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이 정부 여당인데 이제와서 노동계와 야당 핑계를 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고 합의정신을 어긴 것이다. 뻔뻔하게 대놓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노동계를 향해 대화의 상생을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앞서 이미 한국노총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일정대로 저성과자 해고 등 행정지침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반발이 일었다. 

 

민주노총도 담화 발표 직후 입장문을 통해 “노동자와 야당이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법안이라고 누누이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법안의 문제는 단 하나도 인정치 않고 무턱대고 여야 정쟁 탓으로 몰아가는 것은 노동자를 무시하고 국회를 능멸하는 처사”라며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은 퇴물로 매도당하는 중장년층을 저임금과 불안정노동, 비정규직 차별로 내모는 대표적 악법이다. 게다가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 뿌리산업을 파견비정규직으로 채워 산업의 안정적 발전과 고용의 안정성까지 흔드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 이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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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진단

U2 2016. 1. 10. 20:24

 

 

 

 

 

대구지하철참사 유족 "세월호 시작도 안 했다"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 전재영

 

2003년 2월 18일. 그날은 13년이 지났지만 전재영 씨에게 여전히 잊히지 않는 '날'이다. 경상북도 김천에서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김 씨는 업무상 늦게 잠자리에 들고 그만큼 늦게 일어난다. 그날도 그런 일상 중의 하루였다. 
아내는 한 달에 한 번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을 간다. 7살 딸이 말이 서툴었다. 구미에 있는 병원에서 언어치료를 받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영남대병원이 언어 관련 치료를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는 그쪽으로 옮겼다. 마침 '그날'은 언어치료를 받는 날이었다. 그사이 딸아이의 언어실력은 눈에 띄게 발전했다. 마지막으로 치료받는 '날'이었다.
 
잠결에 아내가 나가는 소리를 들은 전 씨는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잠이 덜 깬 목소리여서 그랬을까. 아내는 "더 쉬라"면서 현관문을 닫았다. 그것이 아내와 딸의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무너지는 전 씨다.
"그때 내가 데려다 줬더라면…."  
 
화마 속에 떠나보낸 아내와 딸 
전 씨가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뉴스를 보는 일이다. '그날'은 대구지하철 중앙로역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속보로 떴다.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부상자가 몇 명 안 됐다. 작은 화재라고 뉴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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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가 발생한 곳도 아내가 가는 방향인 대구역에서 영남대병원 방향이 아니었다. 반대편이었다. 그냥 '불이 났구나' 싶었다.  
지하철에서 불이 나 봐야 얼마나 피해가 있겠나.' 
옷을 갈아입고 컴퓨터학원으로 향했다. 그사이 사고는 무척 커졌다. 반대편 방향 전동차에도 불이 났다는 보도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그때만 해도 전 씨는 별 생각하지 않았다. 점심을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화재시간이 아내와 아이가 병원 가는 시간과 대충 비슷하겠다 싶었다.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내에게 확인전화를 해보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아내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지났으니 치료를 마치고 대구 어머니 집에 도착할 시간이었다. 대구 집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때부터였다. 좋지 않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학원 강사가 사색이 된 전 씨 등을 떠밀었다.  
"얼른 가보세요. 뭐가 됐든 대구로 가보세요. 어서요." 
운전을 할 수 없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기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했다. 그때까지도 대구 집에는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전 씨가 대구 중앙로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무척 많은 사람이 역 주변에 모여 있었다. 침착하게 살펴보니 지하철 한쪽 벽면에 부상자 명단과 사망자 명단이 붙어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명단에 적힌 이름을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밑줄 긋듯 내려갔다. 두 곳 모두에 이름은 없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여기에만 안 들어가길 바랐다. 그러면서 '이 친구가 어디 갔을까, 다른 곳에서 사고를 당했나'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연락이 안 됐다. 아내가 갈만한 곳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아내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가 지났다. 부정하고 싶었지만 인정해야 했다. 현실이 그랬다.
'아내와 딸은 죽었다.'
 
대구시, 참사 다음 날 저녁 사고 현장 물청소…이후 황당한 대응 이어져 
사고 다음 날, 전 씨 등 피해자 가족들이 참사 현장을 들어가려 했다. 뭐가 어떻게 된 지는 알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들어가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대구시는 불가입장을 밝혔다. 대구지하철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대구시는 곧바로 사고대책수습본부를 꾸리고 참사현장을 진두지휘했다. 대구시청은 전 씨와 같은 희생자‧실종자 가족을 위한 공간도 마련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참사 현장을 물청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 참사 원인도 규명되지 않았을 때였다. 참사 현장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물청소를 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대구시장은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당신들이 청소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가족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물청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나중에야 진위가 밝혀지자 대구시장은 마지못해 사과했다.
실제 대구시장은 2월 24일 '붕괴 위험 등 안전문제가 걸려 군에 병력지원 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청소는 지하철공사에서 결정했다', '국립과학연구소와 경찰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사고현장 훼손이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되자 3월 5일에는 '물청소는 결코 한 적이 없다', 인터넷에 공개된 물청소 사진에 대해서는 '지하상가에서 통로 청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장의 이러한 발언은 목격자들의 증언과 경찰 수사본부가 2월 18일부터 21일 사이에 중앙로역 지하층에서 모두 3차례에 걸쳐 지하철공사가 물청소를 한 사실을 확인하면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대구시장은 3월 27일 검찰 조사에서 '현장정리에 대해 관계기관과의 사전협의는 없었으며, 사고현장을 은폐하려 하지 않았다', '감식이 끝났으니 현장정리를 해도 좋다는 말을 지하철공사 관계자들로 전해 들었을 뿐이다'로 또다시 진술을 바꿨다.

                   

 

 

 

그런 일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사고 발생 나흘이 지났을 때였다. 대구시장이 시민회관 강당에 유가족들을 모아놓고 참사 관련 수습 과정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대구시장은 참사 피해자로 인정되는 경우는 DNA가 검출되거나 그 전동차를 탔다는 증거(목격담)가 있을 경우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브리핑을 듣던 전 씨는 의아했다. 바로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도 브리핑을 했었다. 지하철차량이 워낙 고온이어서 사망자 DNA가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특히 어르신, 여자, 어린이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 지하철 내부 온도는 1500도였던 걸로 조사됐다. 
전 씨 부인의 경우, 목격담이 있을 리 만무했다. 사고 당일 그렇게 수소문해도 아내 행방을 알수 없었던 전 씨였다. 딸은 일곱 살 어린아이였다. 둘 다 국과수가 말한 DNA가 검출 안 될 수 있다는 대상자들이었다. 까딱하다가는 아내가 지하철 사고로 목숨을 잃은 게 아니라 단순 가출로 실종된 게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바보가 되겠다 싶었다. 실제 이후 DNA 감식이 안 된 이는 3명, 연고자 없는 이는 3명으로 드러났다.  
 
이어지는 거짓말, 여론조작…"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나"
이후에도 대구시와 지하철공사의 거짓말은 이어졌다. 현장을 잘 보존한다던 그들이었다. 하지만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2월 25일 대구지하철 안심차량기지 야적장에서 14점의 유해‧유골 및 다수의 유류품이 발견됐다. 이는 대구지하철공사 측이 사고 직후인 지난 19~20일 중앙로역 지하 3층 승강장과 선로 등에서 수거한 20톤 분량(마대자루 300여 개)의 쓰레기 가운데 일부였다. 앞서 22일에는 중앙로역 쓰레기통에서 유품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유족들은 대구시장과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을 참사현장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물청소 등을 이 둘이 지시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은 검찰 대질심문에서도 그런 적 없다고 잡아뗐다. 심지어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물청소하는 곳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계속 그렇게 잡아뗐지만 얼마 못 갔다. 새롭게 공개된 물청소 사진에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이 찍혀 있었다. 물청소 장소에는 가지도 않았다고 했던 그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 사진을 내밀자 미처 생각이 안 났는데 갔던 거 같다고 말을 바꿨다.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대책위와의 면담 자리에서였다.
평소 점잖은 전 씨도 이 말을 듣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순간 욱해서 그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내 다른 유족들에게 제지당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는가."
초기 대구시는 사망자를 72명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느냐고 유가족들이 물으니 국과수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했다. 그래서 국과수에 확인하니 자기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시에 따지자 경찰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말을 돌렸다. 다시 경찰에 확인하니 경찰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재차 따지니 결국, 얼버무렸다. 이런 일이 하루가 멀고 반복됐다. 
나중에 192명이 죽었다는 게 공식화됐다. 192명이나 죽었는데 사망자가 고작 72명이라고 발표하는 대구시의 의도가 뻔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대구시가 어떻게 해서든 이 참사를 축소하려 든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쪽으로 여론을 돌리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대구시장과 유가족대표가 만나 물청소한 이유, 유품 쓰레기 처리 등에 관해 질의‧응답하는 자리였다. 그때 순간 격해진 유가족 한 분이 대구시장에게 다가갔는데 이를 다른 유가족이 말렸다. 이 장면을 대구 지역 언론에서 사진으로 찍었다. 다음날 언론에서는 유가족이 폭력을 행사했다고 기사를 내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폭도다. 우리나라에 이런 폭도가 있을 수 있느냐. 처벌해야 한다'
여론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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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전 씨는 대구지하철화재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운영하던 컴퓨터학원은 참사가 발생하고 얼마 가지 않아 접었다. 어디선가 소문을 듣고는 한 달에 10~15명씩 아이들이 빠지기 시작했다. 이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할 여력도 안 됐다. 그간 모은 돈과 보상금으로 살고 있다. 

  
'그날'을 겪으면서 마음에 큰 상처가 생겼다. 무엇보다 국가와 공무원이 보여준 행동에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참사가 일어난 뒤, 대구시에서 한 말을 모두 그대로 믿었다.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했던 말들이 안 지켜지고, 자꾸 번복됐다. 거짓말도 이어졌다. 무리하게 사고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은 끊임없이 계속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전 씨는 고스란히 목격했다. 전 씨가 생각하는 국가가 아니었다. 그 차이가 큰 충격으로 돌아왔다.
  
"이러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아내와 딸을 정부로부터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느낀 배신감은 지금도 남아있다. 난 과거에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한 사람도 아니다. 나는 참사가 나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이 '수구꼴통'이라고 칭했다. 그런 내가 답답하고 억울한 마음에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 
  
전 씨는 요즘도 가끔 혼자 생각한단다.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수습이라는 게 그 사고의 수습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가. 정부와 지자체가 면피하기 위한 수습을 하는 건 아닌가." 
  
적어도 대구지하철참사는 단지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색내기식 수습이었다고 전 씨는 생각한다. 
  
"이런 '수습'은 지금도 반복되는 듯하다.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세월호 참사가 그렇다. 여전히 정부는 참사를 축소하기 급급하다. 그리고 거짓말과 말 바꾸기로 일관한다. 이것이 제대로 된 나라인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 같다는 점이다. 이것을 그냥 내버려 둬야 하나.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 씨는 "반복되는 악의 고리를 끊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아직 대구지하철참사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세월호 참사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허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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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한 달 뒤...내게도 재앙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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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간다더니… 온몸이 까맣게 그을려 돌아온 남편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한 지 40일쯤 되던 때였다. 세월호 승객 가운데 288명은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었고, 16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슬펐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가족들은 얼마나 괴로울까. 송은영 씨는 관련 뉴스를 망연히 지켜봤다.
안타까운 마음과는 별개로, 송 씨의 일상은 계속됐다. 2014년 5월 25일은 송 씨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슬하에 아이는 없었지만, 남달리 부부애가 좋았다. 그날도 두 사람은 예년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자기 전, 대안학교 교사인 남편은 '내일 아이들을 데리고 체험학습에 간다'고 했다. '고양 터미널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는 말도 스쳐 지나가듯 했다. 너무도 일상적인 대화였다. 
다음날인 5월 26일. 간호사인 송 씨는 이날 오후 근무였다. 아침 일찍 남편을 먼저 보내고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간이 넉넉해 인터넷 뉴스도 훑었다. 터미널에서 대형 화재가 났다는 보도가 눈에 띄었다. '얼마 전에도 그렇게 큰 사고가 있었는데 이런 일이 또 생기는구나' 싶었다. 사망자 5명, 부상자 3명이라고 했다. '큰 화재가 났구나, 연기가 엄청났겠구나. 터미널이면 사람이 많을 텐데 어쩌나' 생각하며 혀를 찼다.
아무 생각 없었다. 문득 어젯밤 잠들기 전 남편과 나눈 짧은 대화가 생각나기 전까진.
남편도 거기에 있었을 거란 생각이 미치자, 조금씩 심장이 쿵쿵대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번을 했는데도 받지 않았다. '사고로 놀란 아이들을 남편이 진정시키고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별일 없을 거라 마음을 다잡는데도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근처 병원에 전화를 돌렸다. 몇 군데 전화를 돌리다 보니, 일산병원 응급실에서 남편과 같은 이름인 사람이 있다고 했다. '박성린'이란 이름은 그리 흔하지 않았다. 남편이 확실했다.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었다. 다짜고짜 살아있는지부터 물었다. 살아있다고 했다. 의식이 있느냐고 물었을 땐 이미 전화가 끊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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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마구 떨렸다. 무서운 마음에 친구를 불러 같이 택시를 탔다. 터미널은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다. 아파트 단지를 지나자마자 회색 연기 기둥이 보였다. 병원에 가는 도중 학교 관계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남편이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놀라지 말고 오라는 연락이었다. 그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됐다. '연기를 피해 달아나다가 팔이나 부러졌을까' 생각했다.
응급실 한 켠에 까맣게 그을린 누군가가 누군가 누워있었다. 남편이었다. 의식이 없는지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 있지만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게 현실인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의사가 송 씨를 불렀다. 
"호흡이 불안정해서 사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송 씨 자신도 간호사였다. 환자 보호자들에게 이런 비슷한 얘기를 몇 번이고 해봤다. 막상 자신이 그런 얘길 들으니,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잘 부탁드린단 말밖엔.
면담을 마친 때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정오께, 병원 관계자가 다시 송 씨를 불렀다.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난 화상도 부위가 넓고 상태도 심각하지만, 뜨거운 증기를 마시는 바람에 기도 화상을 입어 이곳에선 치료를 하기 힘들다고 했다. 부랴부랴 부천 베스티안 병원으로 갔다. 병원을 옮기자마자 또다시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72시간 내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 하더라도 뇌가 크게 손상됩니다."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남편이 어서 눈을 뜨길 빌고 또 빌었다.
다행히 48시간 만에 남편은 의식을 찾았다. 평생 지우기 힘든 화상 흉터가 남았지만, 그래도 남편은 살았다. 
이날 사고로 8명이 결국 생명을 잃었다. 송 씨의 남편을 포함한 중상자는 5명, 그 외 부상자는 100여 명에 달했다.
 
사고는 순식간, "서른 발자국만 가도 탈출할 수 있었는데…"
26일 오전, 박 씨는 예정 시각보다 훨씬 일찍 집을 나섰다. 혹시라도 미리 오는 아이들이 있을까 봐 미리 나간 것이었다. 예상대로, 그가 맡은 반 여학생 한 명이 일찍 와 있었다. 둘은 다른 학생들이 오기 전, 구급약을 사러 함께 터미널 건물에 들어갔다.
건물 지하에 있는 약국에 내려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중간쯤 왔을 즈음, 천장에서 연기가 보였다. 민방위 훈련을 받을 때 대형건물 화재 시 천장에 연기가 찬다는 얘기를 언뜻 들었다. 학생 손을 잡고 바로 뒤를 돌아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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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섯 개 계단을 오르자 '펑' 하며 바로 주변에서 폭발음이 울렸다. 순식간에 사방이 연기로 가득 채워졌다. 숨이 차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박 씨는 결국 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아이 이름을 부르짖고 찾다가 1층에 올라왔다. 올라와서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이를 찾으러 다니다 구조대원을 만났다. 박 씨는 정신을 놓았다.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 서른 발자국만 내딛어도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도 탈출하지 못했다. 만일 구조대원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박 씨는 가스에 질식해 생명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박 씨와 함께 있던 여학생 또한 다행히 구조되었다. 학생이 발견된 곳은 지하 천장이 무너져 내린 잔해 아래였다. 
"아이 말에 따르면, 폭발음이 나고 둘이 손을 잡고 뛰는데 자기는 숨이 막혀서 선생님을 못 따라가겠더래요. 그래서 이렇게 잡고 있으면 둘 다 죽을 것 같아 선생님이라도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손을 놨대요. 지하에 있었는데, 위에서 선생님이 자길 부르는 소리가 계속 들리더래요. '그렇게 계속 부르면 숨을 많이 쉬어야 하니까 힘들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턴 소리가 안 들리더래요. 그래서 '선생님이 먼저 죽었구나. 나도 곧 따라 죽겠지, 죽으면 만나겠지', 이런 생각을 했더래요. 학생한테서 이런 얘기를 듣는데 너무 짠했어요."
박 씨도, 그 학생도 다행히 의식은 돌아왔다. 그러나 화상 환자가 되어있었다. 박 씨는 엉덩이와 다리 등 전신의 35%가 불에 녹았다. 이중 95%는 3도 화상이었다. 학생은 가슴, 얼굴 등 전면부에 화상을 입었다. 둘 다 세 번 넘는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사고 1년 반 지났지만 "아이 손 놓쳤다" 여전한 악몽 
연이은 수술보다 더 끔찍한 것은 매일 반복되는 악몽이다.
"남편이 자는데 계속 그 아이 이름을 불러요. 빨리 도망치라고…. 나중에는 막 울어요. 아이 손을 놓친 기억이 꿈에서 그대로 나오는 거죠. 아이 손을 놓치고서 남편은 자기 혼자만 살고 아이가 죽었다고 생각했대요." 
사고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박 씨는 악몽을 떨치지 못한다.
송 씨 부부는 고양 터미널을 가지 못 한다. 워낙 집과 가까워 차를 타고 지나가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걸어서 간다든가 건물에 진입한다는 건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떤 건물에 들어가든 탈출 경로부터 머릿속에 그린다. 박 씨는 복잡한 건물에 갈 때마다 아내 송 씨에게 늘상 말한다. "에스컬레이터에서 직선으로 서른 걸음만 가면 되는데도 못 나갔으니 이런 복잡한 곳에서는 절대 탈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만일 여기서 불이 나면, 나를 버리고 너라도 탈출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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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겪는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커서 사고를 두 번을 겪고서 제대로 살아갈 자신이 없대요. 아마 그렇게 된다면 저도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가족으로서 겪는 고통도 상상을 초월해요." 
송 씨는 "만약 작년 이맘때쯤이라면 절대 인터뷰를 안 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사고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했다. 사고가 더 이상 회자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생각이 달라졌다. 
"세월호 참사가 나고 정말이지 이런 일이 또 있을까 했어요. 그런데 겨우 한 달 만에 일어난 일이었어요. 그것도 나한테 닥친 일이었어요. 제가, 우리 남편이 이렇게 되리라고 상상이나 했겠어요."
 
세월호 참사와 고양 터미널 사고는 닮은꼴, 그러나… 
그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의 심정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발생 배경을 따져보면 두 사고는 매우 닮았다. 참사의 시작에는 '탐욕'이 있었다. 
세월호 객실을 증축하는 구조 변경을 한 것도, 과적을 한 것도 배 소유주와 회사 운영진의 탐욕 때문이었다. 직원들이 안전 수칙을 무시한 것 역시 결국 궁극적으로는 탐욕에서 비롯됐다. 고양터미널 화재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려는 발주 업체의 탐욕, 비용을 절감하려는 공사 시행사의 탐욕이 합쳐져 큰 사고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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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고양 터미널 사고는 비교적 구조가 신속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박 씨 또한 살아날 수 있었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는 완벽한 구조 실패로 인해 참사로 번지고 말았다. 또 사고의 결정적 원인이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래서 송 씨는 더욱 세월호 참사에 마음이 쓰인다. 
이런 대형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질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는 최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 참석해 진술하기도 했다.
"사고 후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사고를 잊고 일상에 복귀하라는 말이었어요. 남편은 매일 보습제를 바르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힘듭니다. 보습제를 바를 때마다 남편은 물론이고 저도 그렇게 한 번씩 사고를 되새깁니다. 
저희는 비교적 납득할 수 있는 원인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원인을 알았다고 해도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적어도 답답함은 없습니다. 저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원하는 대로 됐으면 좋겠습니다. 책임자들이 확실히 책임을 지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피해자 가족은 내 가족이 왜 죽어야 했는지 왜 부상을 당해야 했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를 당부드립니다."

 

 

- 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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