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U2 2016. 1. 30. 13:58

 

 

 

 

‘나쁜 나라’의 좋은 시민들

 

 

 

 

 

 

 

 

‘세월호’에 관한 두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카메라는 ‘바다’가 아닌 ‘땅’을 향한다. 지난해 개봉했던 <다이빙벨>이 사고 발생 후 현장에서 진행된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다뤘다면 <나쁜 나라>는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 온 가족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영화는 슬픔과 분노 이상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규명을 위한 발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 아빠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족들과 함께하는 수백만 시민들, 그리고 그 움직임과 시간을 묵묵히 기록하는 카메라. 그렇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연대에 관한 영화이다. ‘포기할 수 없는 자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사람들’에 관한 헌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카메라는 유가족 부모들의 진실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간을 촘촘히 기록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광화문에서, 국회에서, 청와대 앞에서 차가운 바닥에 비닐 한 장 덮고 노숙을 하는 엄마 아빠들, 푸른 하늘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아이와 선생님에게 잘 가라고 목 놓아 우는 엄마, 국민 서명을 받기 위해 전국을 일주하는 모습,

 

그렇게 모아진 350만 국민들의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다 경찰에 막히는 부모들의 절규. 그런데 영화에는 단원고 부모들의 겉모습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부모들의 내적인 변화 역시 담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옳은 일이겠거니, 뉴스에서 나오는 것이면 진실이겠지 생각했던 부모들, 혹은 정부와 언론이 뭐라 하건 하루하루 아이들 키우고 생업에만 충실하기도 바빴던 부모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통렬한 성찰과 변화의 시간을 겪는다.

 

일부 언론이 보여주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걸로 알았던 국회가 철저히 유족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았고 “살려달라” 외치는 가족들의 절규를 차갑게 외면하는 대통령을 보았다. “세상을 너무 몰랐어요. 우리 아들이 세상이 뭔지 알려주는 건가.” 선물이라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만, 그렇게 부모들은 세상에 눈떠간다. 그러나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세상에서 얻은 것은 배신감과 혐오, 절망만은 아니었다.

 

“씨랜드 사건 등등 여러 사건 났을 때, 뉴스에서만 보고 움직이지 않았던 제가 참 많이 원망스럽고, 스스로 많이 책망을 했죠. 그때 움직이고 정부에 대해 함께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줬더라면, 소수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고 그들과 함께했더라면, 아마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사회 전체의 안녕보다는 내 가족, 내 아이의 안녕에만 머물렀던 시간에 대한 아픈 성찰은 ‘우리’에 대한 발견, ‘함께하는 것의 힘’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진다.

 

단원고 부모들은 ‘내 아이’의 죽음을 알고자 하는 투쟁에서 나아가, ‘우리 아이들’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상영관을 찾은 부모들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들들, 딸들은 저세상으로 갔지만, 여기 계시는 친구들을 위해서 저희 엄마 아빠들이 좋은 나라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을지라도 덮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은 힘이 세다. 사랑과 정의를 바라는 연대의 힘은 더욱 힘이 세다. 유족들에게 뿌려지던 무자비한 물대포를 어깨동무하고 온몸으로 받아내던 사람들, 유족들에게 힘내라 외치며 고무장갑 낀 손을 흔들어보이던 이름 모를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그렇게, 나쁜 나라를 함께 견디며 저항하고 있다. 잊지 말자는 다짐은 기억하고 행동할 때만 힘을 얻는다.

 

<나쁜 나라>는 멀티플렉스의 상영거부로 전국 20여개 독립예술전용관에서 상영 중이며, 전국 각지에서 대관 상영 및 공동체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 황윤

 

 

ⓒ 경향칼럼 ( http://www.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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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줄이고 압박해도...세월호 다큐 <나쁜 나라> 3만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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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통계 기준 2만, 공동체 상영 포함 3만... 배급사는 세무조사도 받아

​세월호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2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동체 상영을 포함한 전체 관객 수에서는 3만 관객을 넘어섰다. 배급사 '시네마 달'은 2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2만98명과 공동체상영 관객 1만72명을 더해 3만17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봉한 독립다큐멘터리 영화 중 1만을 넘긴 영화가 <위로공단>과 <춘희막이> 등 단 3편에 불과했던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흥행 기록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가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으로 인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고, 세월호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가 시도가 지속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쁜 나라의 흥행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관들에 대한 지원이 사라지고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받쳐줬기 때문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다이빙벨>에 이어 <나쁜 나라>를 배급한 '시네마 달'은 세무조사까지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네마 달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기조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나쁜 나라>는 적은 상영관에서 개봉돼 처음부터 흥행이 예상되지는 못했다. 대관 상영 또는 상영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나 단체 등에서 관람하는 공동체 상영을 활발히 전개한다는 것이 배급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한 중년 관객이 시작한 티켓 나눔 열풍이 불며 곳곳에서 영화 티켓 기부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봉 18일 차인 지난해 12월 20일 1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58일 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 관객들을 위한 시민단체의 티켓 나눔 등이 이어지면서 흥행 기준 1만에 이어 쉽지 않은 2만 고지에까지 오르게 됐다. 공동체 상영의 호응도도 높아 전체관객에선 3만을 넘어서게 됐다.

열악한 환경 속 흥행, 한국 독립다큐 자존심 세워

​지난해 개봉한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나쁜 나라>의 흥행은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것이 영화계의 평가다. 기록적인 한파와 하루 5개 정도의 스크린에서 5~6회 상영되는 열악한 현실에서도 관객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빙벨>에 이어 <나쁜 나라>의 흥행은 '잊지 말자'는 관객들의 각오가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들이 지속해서 제작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개봉되는 영화들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영화제나 다큐멘터리 피칭 행사 등을 통해 세월호 관련 작품들의 기획안들이 공개되고 있는데, 독립영화진영은 현 정권에서 자행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압박과 부산영화제 탄압 등에 맞서 세월호 이슈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편 배급사 시네마 달은 전체 3만 관객을 돌파한데 따른 감사의 마음으로 1월 31일 'Thank you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31일(일) 저녁 7시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되며 나쁜 나라를 연출한 김진열 감독과 정일건 독립다큐 감독,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동혁 학생 부모님이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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