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U2 2016. 1. 30. 13:58

 

 

 

 

‘나쁜 나라’의 좋은 시민들

 

 

 

 

 

 

 

 

‘세월호’에 관한 두 번째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카메라는 ‘바다’가 아닌 ‘땅’을 향한다. 지난해 개봉했던 <다이빙벨>이 사고 발생 후 현장에서 진행된 구조 과정의 문제점을 다뤘다면 <나쁜 나라>는 참사 이후 진상규명을 위해 싸워 온 가족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영화는 슬픔과 분노 이상의 많은 것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진실규명을 위한 발걸음을 포기하지 않는 엄마 아빠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족들과 함께하는 수백만 시민들, 그리고 그 움직임과 시간을 묵묵히 기록하는 카메라. 그렇다.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영화이고, 연대에 관한 영화이다. ‘포기할 수 없는 자들’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사람들’에 관한 헌사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록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카메라는 유가족 부모들의 진실규명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간을 촘촘히 기록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광화문에서, 국회에서, 청와대 앞에서 차가운 바닥에 비닐 한 장 덮고 노숙을 하는 엄마 아빠들, 푸른 하늘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아이와 선생님에게 잘 가라고 목 놓아 우는 엄마, 국민 서명을 받기 위해 전국을 일주하는 모습,

 

그렇게 모아진 350만 국민들의 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가다 경찰에 막히는 부모들의 절규. 그런데 영화에는 단원고 부모들의 겉모습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영화는 부모들의 내적인 변화 역시 담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면 옳은 일이겠거니, 뉴스에서 나오는 것이면 진실이겠지 생각했던 부모들, 혹은 정부와 언론이 뭐라 하건 하루하루 아이들 키우고 생업에만 충실하기도 바빴던 부모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통렬한 성찰과 변화의 시간을 겪는다.

 

일부 언론이 보여주는 것이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됐고,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걸로 알았던 국회가 철저히 유족들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았고 “살려달라” 외치는 가족들의 절규를 차갑게 외면하는 대통령을 보았다. “세상을 너무 몰랐어요. 우리 아들이 세상이 뭔지 알려주는 건가.” 선물이라 하기엔 너무 가혹하지만, 그렇게 부모들은 세상에 눈떠간다. 그러나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세상에서 얻은 것은 배신감과 혐오, 절망만은 아니었다.

 

“씨랜드 사건 등등 여러 사건 났을 때, 뉴스에서만 보고 움직이지 않았던 제가 참 많이 원망스럽고, 스스로 많이 책망을 했죠. 그때 움직이고 정부에 대해 함께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줬더라면, 소수라고 무시하는 게 아니고 그들과 함께했더라면, 아마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사회 전체의 안녕보다는 내 가족, 내 아이의 안녕에만 머물렀던 시간에 대한 아픈 성찰은 ‘우리’에 대한 발견, ‘함께하는 것의 힘’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진다.

 

단원고 부모들은 ‘내 아이’의 죽음을 알고자 하는 투쟁에서 나아가, ‘우리 아이들’ 모두가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상영관을 찾은 부모들은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들들, 딸들은 저세상으로 갔지만, 여기 계시는 친구들을 위해서 저희 엄마 아빠들이 좋은 나라 만들도록 노력할게요.” 참사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진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있을지라도 덮을 수는 없는 법이다. 사랑은 힘이 세다. 사랑과 정의를 바라는 연대의 힘은 더욱 힘이 세다. 유족들에게 뿌려지던 무자비한 물대포를 어깨동무하고 온몸으로 받아내던 사람들, 유족들에게 힘내라 외치며 고무장갑 낀 손을 흔들어보이던 이름 모를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그렇게, 나쁜 나라를 함께 견디며 저항하고 있다. 잊지 말자는 다짐은 기억하고 행동할 때만 힘을 얻는다.

 

<나쁜 나라>는 멀티플렉스의 상영거부로 전국 20여개 독립예술전용관에서 상영 중이며, 전국 각지에서 대관 상영 및 공동체 상영이 이어지고 있다.

 

- 황윤

 

 

ⓒ 경향칼럼 ( http://www.khan.co.kr/)

.

.

.

.

.

.

.

.

지원 줄이고 압박해도...세월호 다큐 <나쁜 나라> 3만 돌파

​.

​.

​.

​.

​.

​.

​.

.​

영진위 통계 기준 2만, 공동체 상영 포함 3만... 배급사는 세무조사도 받아

​세월호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가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2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동체 상영을 포함한 전체 관객 수에서는 3만 관객을 넘어섰다. 배급사 '시네마 달'은 29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2만98명과 공동체상영 관객 1만72명을 더해 3만170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봉한 독립다큐멘터리 영화 중 1만을 넘긴 영화가 <위로공단>과 <춘희막이> 등 단 3편에 불과했던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흥행 기록이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가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으로 인해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고, 세월호 진상규명에 소극적인 정부의 태도가 시도가 지속하고 있는 현실에서 나쁜 나라의 흥행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독립영화관들에 대한 지원이 사라지고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압박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받쳐줬기 때문이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다이빙벨>에 이어 <나쁜 나라>를 배급한 '시네마 달'은 세무조사까지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네마 달 관계자는 "일반적인 정기조사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12월 3일 개봉한 <나쁜 나라>는 적은 상영관에서 개봉돼 처음부터 흥행이 예상되지는 못했다. 대관 상영 또는 상영 환경이 열악한 지역이나 단체 등에서 관람하는 공동체 상영을 활발히 전개한다는 것이 배급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한 중년 관객이 시작한 티켓 나눔 열풍이 불며 곳곳에서 영화 티켓 기부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개봉 18일 차인 지난해 12월 20일 1만 관객을 돌파했고, 개봉 58일 만에 2만 관객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 관객들을 위한 시민단체의 티켓 나눔 등이 이어지면서 흥행 기준 1만에 이어 쉽지 않은 2만 고지에까지 오르게 됐다. 공동체 상영의 호응도도 높아 전체관객에선 3만을 넘어서게 됐다.

열악한 환경 속 흥행, 한국 독립다큐 자존심 세워

​지난해 개봉한 독립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나쁜 나라>의 흥행은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것이 영화계의 평가다. 기록적인 한파와 하루 5개 정도의 스크린에서 5~6회 상영되는 열악한 현실에서도 관객들의 꾸준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이빙벨>에 이어 <나쁜 나라>의 흥행은 '잊지 말자'는 관객들의 각오가 작용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세월호 관련 다큐멘터리들이 지속해서 제작되고 있는 현실에서 앞으로 개봉되는 영화들에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각종 영화제나 다큐멘터리 피칭 행사 등을 통해 세월호 관련 작품들의 기획안들이 공개되고 있는데, 독립영화진영은 현 정권에서 자행되고 있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압박과 부산영화제 탄압 등에 맞서 세월호 이슈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편 배급사 시네마 달은 전체 3만 관객을 돌파한데 따른 감사의 마음으로 1월 31일 'Thank you 상영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오는 31일(일) 저녁 7시 종로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되며 나쁜 나라를 연출한 김진열 감독과 정일건 독립다큐 감독, 세월호 단원고 희생자 유가족 동혁 학생 부모님이 함께 자리할 예정이다.

- 성하훈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

 

 

 

 

 

 

 
 
 

문화소식

U2 2015. 2. 26. 16:18

 

 

 

 

영화제 사전검열로 영화마저 망칠 셈인가

 

 

 

 

[한겨레]

 

 

 

우리나라 영화 문화·산업의 세계적인 명성을 깎아내리려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당을 한 모양이다.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치졸한 행태를 보인 데 이어,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각종 영화제에 대한 사전 심의를 추진해 영화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은 영진위가 추천한 영화제의 상영작에 대해 사전 상영등급 심의를 면제하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규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속내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앞서 영진위는 지난달 독립영화상영관 인디스페이스의 기획전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에 대해 상영등급 심의 면제를 위한 추천을 취소했다. 이에 따라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받았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등 3편의 영화가 상영되지 못했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자가당착>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영화다. 영진위가 상영등급 심의 면제 규정을 고치겠다고 나선 건 이런 식의 간섭을 아예 제도화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부산시가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은 것과 마찬가지로,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영화를 영화제에 올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그동안 영화제에 대해 등급 심의 예외규정을 뒀던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영화제는 전문 영화인들과 눈 밝은 관객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미래의 영화 흐름을 가늠하는 자리다.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영화 정신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사전 심의라는 올가미가 씌워지면 영화제 자체의 위상이 크게 훼손될뿐더러 영화계 전반의 예술적 상상력도 위축시키게 된다. 정부가 강조하는 ‘영화의 창조산업 선도 역할’도 기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 구실을 해온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김세훈 영진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이런 일이 벌어지니 더욱 볼썽사납다. 부산영화제 논란을 일으킨 서병수 부산시장도 대표적인 ‘친박’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순수문학 작품만 우수도서로 선정하겠다’고 밝혀 물의를 빚고 있는 것까지 포함하면, 현 정권이 조직적으로 문화·예술의 자유를 공격하고 있다는 의심마저 지울 수 없다. 영화를 비롯한 문화·예술에 대한 불순한 개입은 정권의 이익을 위해선 어떤 중요한 가치도 내팽개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영진위가 2일 예외규정 개정을 일단 보류하겠다고 밝혔다지만, 보류가 아닌 철회가 마땅한 일이다.

 

 

 

영화제 상영작 ‘사전 심의’ 추진 논란

 

 

 

       

 

 

영진위, ‘위원회 심의’로 법 개정 방침
선정한 영화 틀어야 예술전용관 지원
“정권 비판적 영화 통제 의도” 비판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상영작 ‘사전 심의’와 사실상 독립영화 검열을 동시에 추진해 논란이다. <다이빙벨>처럼 정권에 비판적인 영화가 상영되는 걸 막기 위한 탄압책이라는 우려와 반발이 일고 있다.

 

2일 영진위에 따르면, 영진위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제29조 1항 단서조항 ‘영화상영등급분류 면제 추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기존 규정은 영진위나 정부, 지자체가 주최·주관·지원·후원하는 영화제 등의 경우 영화상영 등급 분류를 면제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뀔 경우 영진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9인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해야 상영이 가능하다.

 

영진위가 해당 조항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실제로 지난달 22~27일 열린 독립영화상영관 인디스페이스의 기획전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 상영작 일부가 상영되지 못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영진위는 일부 상영작이 애초 신청 내용과 다르다며 면제 추천을 취소했고, 이에 따라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등 세 편이 상영되지 못했다.

                   

 

영진위는 “등급 면제 추천을 오용하는 걸 막기 위해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화제 쪽과 영화계에선 사실상 검열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다이빙벨>처럼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영화들은 아예 영화제에서 상영되지 못하게 될 것”이라며 “사실상 사전검열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앞서 부산시가 최근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권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해 부산영화제가 <다이빙벨>을 상영한 데 대해 보복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와 맞물려 영진위의 이번 움직임은 정권의 영화계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올 초 취임한 김세훈 신임 영진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싱크탱크로 알려진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이다.

 

부산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4명은 이날 오후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만나 “규정 개정이 영화제의 독립성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김 위원장은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의견을 폭넓게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영진위는 애초 오는 5일 정기회의를 열어 해당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김 위원장은 “당장 5일 회의에 상정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에선 영진위가 언제라도 다시 규정 개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진위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방식을 개정하기로 한 것도 독립영화에 대한 사전검열이라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영진위는 올해부터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에서 영진위가 인정한 영화를 상영해야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바꿀 방침이다. 영진위가 26편의 영화를 선정하고 예술영화관들이 이를 정해진 요일에 상영해야 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영진위는 지난달 23일 서울 충무로에서 예술영화관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간담회를 열어 지원사업 방식 변경을 통보했다.

 

이에 독립예술영화전용관모임, 독립영화전용관 확대를 위한 시민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영진위의 개편안은 예술영화관의 작품 선정·편성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 또 특정 영화가 지원에서 배제되는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며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정책 개편을 위한 민관공동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영화인들 10년만에 집단행동 나섰다

“정부·지자체는 ‘표현의 자유’ 훼손시도 중단하라”
70여개 단체 참여 대책위 회견.. 사전심의 비판…장관 면담 요청

 

영화인들이 정부와 지자체를 향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며 집단반발에 나섰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한국영화감독조합 등 70여개 영화계 단체는‘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을 구성하고 13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근 부산시의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사전 심의 움직임,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방식 변경 등 일련의 사태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영화인들의 집단 반발은 2005∼2006년 스크린쿼터 축소 문제를 놓고 집단행동을 벌인 이후 10년 만이다.

 

대책위는 “최근 사태는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라며 “나아가 영화예술 발전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후에도 이런 시도가 잦아들지 않을 시 범문화계 나아가 범시민 연대를 조직해 헌법에 보장된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부산영화제의 자율성 및 독립성 보장을 분명히 선언할 생각이 있는지 공개 질의했다. 또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당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영화계를 길들이려 하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영화계가 거의 다 모인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정윤철 감독은 영진위의 최근 움직임을 비판하며“이대로 ‘영화침체위원회’로 간다면 영진위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서정민

 

 

 

 

 

 

 

낙하산 날고 사전검열 뜨고…문화계 드리운 유신의 추억

 

 

 

 

박근혜 대통령 취임 2년, 대중문화 영역에선 따뜻한 ‘복고 바람’이 불었다. <응답하라 1994>(2013년 10월18일~12월28일)는 3040세대를 젊은 날로 이끌고,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왕년의 언니·오빠들’을 불러내며 90년대를 지금의 감성으로 소환했다.

 

2013년 2월25일, 취임사에서 “문화의 가치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문화로 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박 대통령의 문화 정책도 겉으로는 ‘복고풍’이다. 매해 문화예산은 10%씩 늘었고 문화의 날, 문화누리카드 실시 등 문화 소외 계층에 대한 정책도 실시중이다.

 

 

 

박 대통령은 ‘한복 중흥’을 위해 직접 베트남 하노이 한복패션쇼 무대에도 올랐다. 하지만 ‘집단’에 묻혔던 ‘개인’을 발견하고, 다양하고 세련된 장르가 꽃핀 90년대의 시대정신과 달리, 낙하산 인사·검열의 부활 등으로 박근혜 정부에선 ‘유신시대의 땟국물’이 떨어지는 ‘권위주의적 복고’가 한창이다.

 

스크린도 문예지도 표현의 자유 위협…영진위는 사전심의 논란..위축되는 출판·영화계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영화, 출판 등의 영역에선 끊임없이 ‘표현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

 

2013년 9월, 메가박스는 천안함 좌초설을 다룬 다큐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을 개봉 이틀 만에 중단했다. “보수단체의 항의”를 이유로 내세웠다. 같은 해 <현대문학> 9월호는 10여년 전 발표한 박 대통령의 수필을 극찬한 서평 ‘바른 것이 지혜이다-박근혜의 수필 세계’(이태동 서강대 명예교수)를 게재했다. 뒷말이 무성했다. 하지만 12월호에 예정됐던 이제하의 소설 <일어나라, 삼손> 등은 게재를 거절했다. ‘박정희 유신’ 등 몇개의 단어가 문제였다. 작가들이 반발하자 <현대문학>은 사과문을 내고, 주간과 편집자문위원이 사퇴했다.

 

‘알아서 눈치보기’인지도 의문이지만, 정부가 사실상 ‘검열 제도’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혹은 커진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영화제 상영 등급 면제 추천 규정’ 개정,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지원사업 방식 변경 등을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마네킹을 내세워 현실 정치를 비꼰 <자가당착>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등급 판정’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지난달 열린 ‘으랏차차 독립영화’ 기획전에서도 상영되지 못했다. 결국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 이후 10여년 만에 범영화계가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문체부가 올해 초 ‘세종도서(우수도서) 사업’ 문학도서 선정 기준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 문학작품’을 제시한 것도 의도를 의심받고 있다. 작가회의 등 문학계는 “사상, 표현의 자유와 출판의 자유를 훼손하는 퇴행”이라며 맞섰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1월 표준국어대사전의 사랑에 대한 낱말 풀이에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을 추가하는 등 사랑, 연애, 애정 3개 단어의 행위 주체에 ‘남녀’를 추가했다. 일부 기독교계가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라는 뜻풀이가 동성애를 부추긴다고 반발하자, 개정 1년 만에 다시 손을 봤다.

 

교학사 채택 0%대 그치자 국정화 추진…황우여 교육장관이 앞장

 

역사 왜곡교과서 파동

 

2013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역사전쟁’의 불씨를 당겼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고교생 응답자의 69%가 6·25를 북침이라고 응답한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교육 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한 것이다.

 

그 뒤 학생들이 ‘북침’을 ‘북한의 침략’이란 뜻으로 오해한 것이라고 밝혀져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두달 뒤 국사편찬위원회는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진 교학사 교과서를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 합격시켰다. 비판이 쏟아지자 우파 성향 원로 학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 본격화한 것이다.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는 비율이 0%대에 머물자 2013년 말부터 여권 주요 인사와 우파 학자를 중심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4년 1월, 서남수 당시 교육부 장관은 전체 교과서의 오류를 막겠다는 명분으로 부처 안에 편수 전담 조직을 부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편수조직 부활은 정부가 교과서 검정 전반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되므로 사실상 국정 교과서 체제 회귀라는 비판이 나왔다.

 

“교과서 1% 채택도 어려운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했던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4년 8월 사회부총리 겸 교과부 장관이 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어 지난 1월에도 “역사는 한 가지로 가르쳐야 한다”며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최근 교육부는 초·중·고교 교육 내용과 교과서 개편을 담당하는 전문직 공무원들을 대폭 늘려,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전환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이런 흐름은 수구 보수 또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요 보직 등용과 맞물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나리오라는 분석이 나온다. 권희영 한국학대학원장,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이배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이인호 한국방송(KBS) 이사장, 박효종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명 당시 편향된 역사관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다이빙벨’ 상영했다고 사퇴 압박…대통령 풍자했다고 출품 막아

 

눈치보는 지자체의 문화행정

 

‘퇴행’은 지방자치단체의 문화행정에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지자체 행사에서 정부비판적인 출품작들을 사전검열하고, 거슬리는 단체장을 ‘찍어내기’ 하는 등 파행이 잇따랐다.

 

지난달 부산시는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해 영화계 반발을 샀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시의 만류에도 세월호 참사를 파헤친 <다이빙벨>을 상영해 심기를 건드린 데 대한 ‘보복’이란 비판이 일었다. 상영 직후인 지난해 11월 감사원과 시가 영화제를 감사한 사실도 드러나 외압설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해 8~9월 열린 광주비엔날레 20돌 특별전 ‘달콤한 이슬’에서는 홍성담 작가의 박 대통령 풍자화 <세월오월>의 출품을 광주시가 가로막았다. 청와대를 의식한 ‘사전 검열’ 논란이 불거졌다.

 

국내외 참여작가 10여명도 철수하겠다고 반발했지만, 결국 홍 작가가 출품을 접고, 이용우 비엔날레재단 대표는 사퇴하면서 사태가 미봉됐다. 독립성을 잃고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끌려다니는 국내 비엔날레 시스템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태였다는 평가다.

 

색깔 있는 분단 미술제로 호평받았던 ‘백령도평화미술프로젝트’는 인천시문화재단의 지원 중단으로 무산됐다. 새누리당 유정복 시장 취임 뒤 재단 쪽은 예술감독을 직위해제하고 지원금 집행은 물론 사업계획도 내지 않아, 참여작가 20여명이 행사를 거부하고 재단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신라 천년 궁터인 경주 월성 발굴은 정치권이 박 대통령 임기 안에 조사를 마무리하라고 문화재청을 압박해 외압 시비를 낳았다. 경주가 지역구인 정수성 의원이 영리 발굴회사를 대거 동원해 조사기간을 줄이라고 요구하자 고고학계가 항의성명을 내기도 했다.

 

논란 끝에 지난해 12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시와 합의해 조사를 시작했으나, 논란은 여전히 잠복한 상태다. 70년대 착수했다가 10·26사태로 중단된 월성 발굴을 지자체 쪽이 ‘박정희 정권의 유지’로 보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조사해야 한다는 학계 의견과 달리, 지자체 쪽은 여전히 조기 발굴 복원의 야심을 접지 않고 있다.

 

 

- 신승근 이유진 노형석

 

 

 

 

 

 

 

꼼수로 영화계를 쥐락펴락하는 영진위는 ‘영화침체위’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이후 다시 꾸려진 ‘범 영화인 대책위’

 

서병수 부산시장이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 지원 축소를 추진하고 사전검열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영화인단체와 영화제 등 74개 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련의 흐름들로 볼 때 정부가 영화제의 독립성은 물론 영화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한다”는 게 영화인들 주장이다.

 

영화인단체들이 이렇게 한 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반대하고 나선 것은 한미FTA 협상 당시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요구 이후 처음이다. 영화인대책위는 부산시에 사퇴 종용에 대한 사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영진위에 독립영화 축소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서병수 시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13일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이러한 사태들은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것”이라며 “나아가 영화예술발전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영화인대책위는 “기자회견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가 잦아들지 않을 시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감사에 진행하고, 올해 1월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영화계에서는 정부 비판 영화인 <다이빙벨> 상영한 것이 사퇴 종용 사태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은 당시 이 영화 상영을 반대했으나,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상영을 강행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김세훈 현 원장 취임 이후 ‘사전검열’ 관련 절차를 강화하고 독립영화 지원사업을 통폐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진위는 “프로모션 목적의 영화 상영을 줄이기 위해” 영화상영등급분류면제추천제도 심사 실무를 강화하려고 추진 중인데, 영화계에서는 영화제에 대한 사전검열을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한다. 실제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영화제가 최근 연기되기도 했다.

 

또한 영진위는 기존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폐지하고 위원회가 사전에 심의, 결정한 26편을 상영하는 지역 멀티플렉스와 전용관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사업방향을 틀었다. 보통 전용관은 일 년에 35~40편의 영화를 상영하는데, 영진위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전용관은 영진위 심사위원회가 정한 26편을 금요일과 토요일에 상영해야 기존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영화 제작에 있어 ‘자기검열’은 물론, 독립영화전용관의 편성권을 침해하고, 독립영화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병록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전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부산시의 BIFF 흔들기’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영화제로 성장, 한국영화 관객을 늘리면서 관객에게 극장에서는 상영할 수 없는 영화를 보여주면서 표현의 한계를 뛰어넘고 창작의 저장 창고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제영화제 관객 세계 6위이고, 세계 10대 영화제로 꼽히는 부산국제영화제로 영화는 황금기를 맞이하고 있는데, 영화인의 피와 땀으로 쌓아 올린 것을 영화도 모르는 비전문가들이 주무르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병록 회장은 ‘영진위의 독립영화 정책 변경 추진’에 대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문화융성과 콘텐츠산업 발전을 영화진흥위원회가 방해하고 있다”며 “프랑스의 경우, 20년 동안 단 한 편도 등급보류 판정을 내린 적이 없는데, 영진위가 정치적으로 눈치를 보고 있다. 영화에 대해서 모르면 가만히 있든지, 자신이 없으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 영화인대책위 공동위원장(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은 “영화가 표현의 자유를 잃으면 영화산업이 진흥할 수 없다”며 “표현의 자유는 예술인에게 생존과 같다. 짧은 시간에 거의 모든 영화단체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병호 공동위원장(전국영화산업노조 부위원장) 또한 “일련의 사태를 보면 저의가 분명하게 드러난다”며 “<다이빙벨> 문제에서 보듯 구미에 맞지 않는 영화는 상영하지 못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이용관 집행위원장 건은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를 상영한 것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며 “전용관 문제도 ‘왜 정부 보조금 받으면서 정부 비판 영화를 상영하느냐’는 정부 차원의 압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러 독립영화전용관들이 관할 경찰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윤철 감독조합 부대표는 “정부가 자율적이고 세계 최고인 영화제를 컨트롤하고, 독립영화 지원 편수를 26편으로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MB정부부터 지금까지 모두 교수 출신이 영화진흥위원회로 와서 영화계를 말아먹고 있다”며 “영화진흥위원회가 아닌 영화침체위원회가 되고 있다.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창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부산시는 인사 문제로, 영진위는 제도 개편으로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며 “정권에 불편한 영화를 관객과 차단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일련의 퇴행적인 액션이 취해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모습은 현 정권이 그만큼 국민의 정서와 멀어져 있고 소통이 안 된다는 것을 반증한다”며 “문화융성을 꽃 피우려면 현장에 있는 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사무실 안에서 꼼수로 영화계를 쥐락펴락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박장준

 

 

ⓒ 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  

 

 

 

 

 

 

 

"정부 차원의 영화계 압박...경찰청 전화도 받았다" 

 

 

 

 

 

 

 

 

표현의 자유 사수 영화인 대책위 기자회견...김종덕 문체부 장관 면담 요구

​부산영화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사퇴 압박,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제 상영작 등급분류면제 조항 개정을 통한 검열 논란, 독립예술영화관 지원 및 개봉 지원 축소를 통한 영화관 프로그램 통제 의혹 등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국영화계가 공동대응에 나섰다.(관련 기사: 영진위가 허락한 영화만?...지원인가, 검열인가)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범대위')는 13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영화인 범대위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이 참여하고 있는 기존 '부산국제영화제 독립성 지키기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가 확대 개편한 것으로 70여개 영화단체들과 국내 영상위, 영화제들이 결집했다. 영화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이후 10년 만으로, 그만큼 최근 상황을 영화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관련 기사: 50개 영화제 공동 성명 "등급분류면제 개정 이유 없다")

                   

 

영화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사태들이 영화계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것"이며 "나아가 영화예술발전의 근본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련의 사태를 획책한 당사자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며 "기자회견 이후에도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훼손하고자 하는 모든 시도가 잦아들지 않을 시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범문화계와 범시민 연대를 조직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선언했다.

또한 서병수 부산시장에게는 공개 질의를 통해 "부산영화제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분명한 선언을 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묻고,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는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부 차원의 억압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하나같이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다이빙벨>이 상영된 이후 노골적인 영화계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인식이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대표는 "확인된 사실이 없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지금 사안이 정부 당국에서 억압하고 영화계를 건드리려는 것으로 본능적으로 느낀다. 누가 억제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려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후에도 우려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고 분명하게 경고했다.

이와 관련 영진위 등에서는 "공교롭게 같은 시기에 논란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 뿐 부산영화제 압박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라 진행되는 상황이 우연히 동시에 벌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인식이다. 이은 대표가 "확인된 사실은 없지만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병수 부산시장이 친박 핵심 인사라는 점도 영화계가 부산영화제에 대한 압박을 정권 차원의 시나리오로 의심하는 부분이다.

서 시장은 지금껏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기존 시장들과는 전혀 다르게 <다이빙벨> 논란 과정에서 영화제 프로그램에 간섭하려고 해 영화계의 반발을 샀다. 논란이 커지면서 여론에 부담을 느낀 듯 봉합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이용관 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영화계의 시선이다.

배장수 영화제작가협회 상임이사는 "부산시가 '사퇴요구를 한 적 없다'면서도 공적인 자리에서 인적 쇄신을 요구하고 있고, 영화제 측의 소명을 받지 않고 감사 결과를 시의회에 보고하고 언론에 흘리는 등 상식적이지 않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다이빙벨> 같은 영화는 멀티플렉스에서 상영 안 하기에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상영하는데, 정부 지원 받는 영화관에서 트는 것을 문제 삼는 것 같다"며 "부산영화제 이용관 위원장 사퇴 압박이나 독립영화배급지원 문제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정하는 영화를 상영하면 지원하고 그렇지 않으면 상영 기회를 박탈하려는 태도라는 것이다.

보수영화인도 "표현의 자유는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

비영화인 출신의 영진위원장 임명도 이런 의심을 더욱 강화시키는 부분이다. 게다가 2010년 영화계 갈등의 한 복판에 있었던 문화미래포럼 참여 인사인 김종국 교수가 영진위원으로 선임된 것도 불신을 키우고 있다. 2010년 상처가 컸던 영화계에서는 도무지 용납할 수 없는 인사라는 것이다.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인 정윤철 감독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대해 '영화침체위원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강한섭, 조희문, 김세훈 위원장 등은 교수 출신들인데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영화계를 말아먹고 있다. 영진위 해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또한 부산시장에 대해서도 "부산시가 무리한 행동을 하면 시장이 조직위원장을 할 필요가 없다"며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사퇴요구도 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민병록 영화평론가협회장은 "대통령이 문화융성을 말하는데 정부는 비전문가를 앉혔다"고 비판했다. 이어 등급분류면제 논란에 대해서도 "20년 동안 한 번도 큰 문제가 없던 사안이다"라며 "자신 없으면 사퇴하라"고 김세훈 영진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김종국 영진위원은 2010년 영화계 혼란에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인데, 영진위원으로 있는 것은 문제"라며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발언은 최근 임명된 영진위원들에 대한 영화계의 불신감을 대변한 것으로, "영진위 해체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임창재 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은 "관할 경찰서도 아닌 경찰청에서 직접 전화가 오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 이사장은 "엊그제 경찰청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최근 영진위원장 교체로 인한 지원제도 변경과 독립영화인들에 대한 불편은 없는지 묻더라"며 "이런 일이 저뿐만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송희일 감독은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영화단체, 지방의 독립예술전용관, 그리고 영화제들도 비슷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며 "문체부나 영진위 등의 관련 부처가 있는 데도 이 같은 전화가 동시에 오는 것은 공포 조성의 목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냥 겁을 주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며 "'표현의 자유네, 검열이네' 하지 말라는 경고로 이해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적인 영화계 인사들도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영화계에서 보수 원로로 꼽히는 정진우 감독(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은 "유신독재 시절도 아닌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표현의 자유는 영화계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시에도 부산영화제를 흔들지 말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을 도운 한 보수 영화인은 "지지율도 떨어지고 정권에 부담되는 상황인데, 이에 아랑곳 않겠다는 것인지 친위대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큰 상태"라며 "온건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0년처럼 영화계가 혼란스러워지면 안 되는 데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5​0개 영화제 공동 성명 "등급분류면제 개정 이유 없다"

 


10일 영진위원장 간담회 결과 미흡, 일부 조항 개정도 철회 요구 

 

"영화제들이 한꺼번에 이렇게 한 사안에 대해 목소리를 함께 한 건, 한국 영화사에서 처음 있었던 일. 그만큼 사전 검열은 심각한 일입니다. 이렇게 해도 영진위가 개악을 한다면, 두 배, 세 배 더 큰 규모의 저항에 부딪힐 거예요."

인디포럼영화제 집행위원장인 이송희일 감독의 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등급분류면제 개정 방침에 대한 영화계의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산, 전주 부천 제천영화제 등 국내 50개 영화제들은 11일 성명을 발표해 "영진위의 등급분류면제 추천 개정 방침은 '효과는 모호하고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앞서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10일 국내영화제 집행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등급분류 자동 발급 조항을 삭제하지 않고, 대신 일부 조항에 대한 개정 의사를 밝혔다.(김세훈 영진위원장 일보 후퇴? "불씨는 여전") 그러나 국내 영화제들은 "이 같은 방침조차 매우 유감스러운 일"로 규정하고 개정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큰 문제가 없던 규정을 왜 바꾸려 해서 구설수 오르나?"

이들은 성명에서 "영진위가 후원하는 사업이 너무 많아서 후원하는 영화제라고 무조건 면제 추천을 해 줄 수는 없다는 논리가 나왔는데 그렇게 면제 추천을 엄격히 했을 때 영화진흥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영진위가 이름 그대로 영화진흥을 위한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가급적 폭넓게 면제추천을 해주고 그래서 다양한 영화제를 활성화시켜야 할 영진위가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바꾸려는 것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화제가 활성화되는데 큰 기여를 했고 어떤 부작용도 문제가 된 적이 없는 규정의 개정은 실익이 없다"면서 개정 철회를 요구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영진위의 개정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큰 문제없이 왔던 관행을 굳이 바꾸려 해서 구설수에 오를 이유가 있냐? 문제가 있다면 민원이 들어갔을 텐데, 지금껏 그런 민원을 넣은 영화제나 영화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영진위가 아무리 오해라고 강조해도 그간 큰 문제없었던 규정을 갑자기 바꾸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영화계의 시선이다. 국내 영화제들이 이례적으로 영진위 등급분류면제 개정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도 검열에 대한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소하게라도 규정을 손보겠다는 자체가 검열을 위한 수순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영화제들의 성명은 10일 영진위원장과의 간담회 결과가 우려를 불식시키기 미흡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김세훈 위원장은 10일 간담회에서 행정편의를 위해 일부 조항만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는데, 국내 영화제 관계자들은 각종 기획전이나 소규모 영화제들을  위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미래포럼 인사 불신도 검열 논란 부채질 

​영진위에 대한 영화계의 불신과 경계감은 2010년의 트라우마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이 독립영화 탄압 논란에 휩싸이면서, 영화계와 영진위는 극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조희문 위원장은 끝내 중도 퇴진했다.

당시 영화계의 갈등에는 뉴라이트 단체인 문화미래포럼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최근 임명된 김세훈 영진위원장과 김종국 영진위원이 문화미래포럼 활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란 점에서 불신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열 논란을 부채질 하고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2010년 혼란에 책임감을 느껴야 될 사람들이 다시금 등장 한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영화계의 정서를 이해한다면 스스로가 알아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영진위원장은 9일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 출석해 배재정 의원으로부터 추궁을 당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문화미래포럼 출신 아니냐"는 배 의원의 지적에 대해 "출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발간하는 책의 저자로 참여한 것 뿐, 회비를 내거나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적극적인 활동이 아닌 소극적인 참여라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름만 올렸던 사람도 있는 상태에서 책의 저자로 참여했던 것은 소극적 참여가 아닌 적극적 활동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불신감이 사라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부에서는 영진위가 영화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논란만 키울 경우 위원장 퇴진을 요구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영화배우 김의성씨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김세훈씨는 영진위원장 그만두세요. 영진위는 영화진흥위원회지 영화말살위원회가 아니예요."라고 영진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 성하훈 이정민

 

부산영화제 건드리고, 독립영화도? 영진위 존재의의를 묻다

 

 

 

독립영화인들, 영진위의 지원 사업에 반박하며 함께 정책 만들자 제안

​대기업 멀티플렉스 극장 일색인 한국의 상영환경에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의 필요성은 그만큼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이다. 서로 다른 상영관에서 같은 상업 영화를 봐야 하는 관객들에게 이런 전용관은 중요한 문화적 환기구가 되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최후 보루로 여겨지는 독립예술영화 관계자들이 16일 오후 서울 사당동의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지원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말 임기를 시작한 김세훈 신임 영진위원장을 향해 "당사자들과 함께 논의하며 정책을 만들어 가달라"고 촉구했다. 

독립예술영화인들은 영진위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 개편'을 집중 지적했다. 영진위가 발표한 개편안은 기존 운영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지원 사업을 일원화 한다는 명목으로, 연 26편의 영화를 선정해 총 35개 스크린(예술영화관 20개, 지역 멀티플렉스 15개)에서 상영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극장은 각각 주당 2일, 1일간 26편의 영화를 상영해야 하고 영진위는 해당 극장에 좌석점유율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제공한다. 이 절차는 영진위가 아닌 위탁업자가 진행하게 된다.

아트나인을 운영하는 정상진 대표는 "신문사를 예로 든다면 정부가 모든 신문사들에게 일주일 중 2일은 관에서 원하는 기사를 실어주고, 그렇게 하면 일정 금액에서 15%를 지원하겠다는 말과 같다"며 "그런 방안을 독립예술영화관 보고 받아들이게 해 결국 같은 영화를 각 독립예술영화극장에 틀라는 것"이라 설명했다. 정 대표는 "15%의 지원을 받기 위해 관객의 선택권이 통제되는 셈"이라 덧붙였다.

독립영화 배급사 시네마달의 김일권 대표 역시 이 사업대로라면 작품 선정에서부터 배급 규모까지 영진위에서 통제하겠다는 뜻"이라며 "(중간에) 위탁사업자가 작품을 선정하기에 독립영화 배급사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결국 독립예술영화의 자생력을 없애고 영진위에 종속시키는 사업"이라 비판했다. 
"독립예술영화를 수치로만 환산하는 영진위 발상 아쉽다"

이번 개편안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한 영진위 측의 논리는 "기존 독립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이 극장 지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기업 멀티플렉스와의 경쟁구도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고, 관람객 역시 크게 감소했다" 정도다. 또한 "독립예술영화 진영에서 정책에 대해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않고 반대만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독립예술영화를) 지원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 특정 영화를 상영하고 배급하는 집단을 정부 정책에서 배제하겠다는 논리입니다. 부산국제영화인에서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부산시의 압력이 있었고, 그 이후 부산시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해임하려 했습니다. 또 <다이빙벨>을 상영해온 예술극장들에겐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왜 상영 하냐고 합니다. 이게 한꺼번에 탄압하려는 움직임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계속 영진위 쪽에 지원 개편 사안을 논의하자고 했고, 오늘 이 자리는 본래 (영진위 관계자가 참석한) 공청회로 하려 했는데 응하지 않았다"며 "독립예술영화 쪽 역시 극장, 배급, 독립영화인 이렇게 세 그룹으로 입장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해서 같이 대안을 만들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경남지역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었던 거제아트시네마의 정진아 프로그래머는 "단순히 숫자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영진위에게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바로 극장 문을 닫는 거였다"며 "정부 지원이 끊긴다고 사라질 극장도 아니었지만 아쉬움을 머금고 결정했다"고 지난해 10월 폐업한 배경을 설명했다. 2011년 3월, 200석 규모로 개관한 거제아트시네마는 폐관 직전까지 해외 유수의 예술영화 및 독립영화 총 2100여 편을 상영했다.

이어 정 프로그래머는 "(이런 극장 하나가 없어지면) 독립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의 기회는 그만큼 없어지는 것"이라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예술영화관으로 바라볼 게 아닌 관객의 볼 권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영진위와 영화인들이 함께 사실 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U시네마의 김정호 대표 역시 "제작사, 배급사, 관객 등 어느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제도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려는 과정이 당황스럽다"며 "이렇게까지 밀어붙일 줄 몰랐다. 이 모든 상황이 결국 정부 정책에 반대하려는 이들을 통제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하게 만들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정말 오해라면 그걸 잘 풀 수 있게 이번 지원사업 개편을 폐기하고 당사자들과 옳은 방법을 함께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후 계획에 대해 정상진 대표는 "극장 쪽에서는 이미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관객 분들에게 서명을 받아 독립예술영화관이 왜 필요한지 관객은 무엇을 보고 싶은지 확실히 받아 전달할 것"이라 밝혔다. 조영각 집행위원장 역시 "독립영화인 내부에서도 아직 영진위의 정책에 대해 모르시는 분이 많은데 함께 연대하면서 알릴 예정"이라 덧붙였다.
 

​- 이선필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

 

 

 
 
 

문화소식

U2 2013. 4. 28. 17:41

 

 

'지슬-공정사회’, 독립영화 조용한 약진이 반갑다

 

 

 


 

최근 극장가에 독립영화들의 조용한 약진이 눈에 띈다. 국내 상업영화와 미국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틈바구니에서 선전하고 있는 독립영화들이 작은영화의 가능성을 열고 있다.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이하 지슬), ‘공정사회’ 등 저예산으로 제작돼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못해도 입소문만으로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들이다. 두 영화는 이미 독립영화 흥행 기준선인 1만 명을 넘기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먼저 3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지슬’은 지난 29일 81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13만 관객을 돌파했다. 앞서 지난 23일 최근 4년 동안 국내 다양성 극영화 중 최다 관객수를 기록한 영화 ‘똥파리’(12만 2918명)를 뛰어 넘었다.

            

         

         

 

 

 

  3월 1일 제주도에서 먼저 개봉한 ‘지슬’은 단 2개의 상영관에서 시작해 개봉 2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했다. 독립영화가 한 지역에서 상영해 2주 만에 1만 명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지슬’은 ‘감자’를 나타내는 제주 사투리로 영문도 모른 채 역사의 한 가운데에 설 수밖에 없었던 제주 섬사람들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희망을 잃지 않았던 따뜻한 일상을 기록한 영화로 1948년 11월 ‘해안선 5㎞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미군정 소개령에 따라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제주 4·3 사건을 영화화했다.

지난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넷팩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시민평론가상, CGV무비꼴라주샹 등 4관왕을 달성한 ‘지슬’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29회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극영화 경쟁부문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2012 올해의 독립영화상, 2013년 제19회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도 인정받았다.

‘공정사회’는 29일 516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만 358명을 기록했다. 40일 간의 추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정사회’가 아동성폭행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사적 복수를 통한 통쾌한 결말로 꾸준한 입소문을 타며 개봉 13일(4월 18일) 만에 1만 관객을 돌파한 것.

‘공정사회’는 사회의 온갖 편견과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딸을 유린한 성폭행범을 잡기 위해 40일간 고군부투하며 범인 찾기에 나선 아줌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10년 전 뉴스에 소개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공정사회’는 국내외 국제영화제에서 6번째 수상을 거머쥐었다. ‘공정사회’는 2012년 부산국제영화제 감독조합상(여자배우상) 수상, 2012년 코스타리카국제영화제 최우수장편영화작품상 수상, 2012년 네바다국제영화제 플래티넘어워드 수상, 2013년 벨로이트국제영화제최우수작품상 수상, 2013년 어바인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 애선스국제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1위를 차지했다.

독립영화들의 강세에 대해 아담스페이스의 김은 이사는 OSEN에 “‘지슬’과 ‘공정사회’의 이 같은 성적은 이제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들도 관객들에게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최근 과거에 비해 독립영화 시장이 확실히 형성되고 새로운 독립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확보됐다. 이에 예전보다 1만 관객을 돌파하는 독립영화들이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OSEN - 강서정


 

 

 

<지슬>, 오멸 감독이 따뜻하게 데워준

 

 

 

 

감독 오멸은 사실 이 영화에서 그다지 한 것이 없다. 그렇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멸은 이 영화에서 좋은 감독이 될 수 있었다. 오멸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증언들을 역사적이고 사실적으로 오류 없이 기록하려고만 한 것도 아니고, 그것을 어떻게든 널리 알리려고 대중적인 방법으로 애쓰려고 한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전자에 대해서는, 그런 태도는 오히려 이미 오래 전에 억울하게 가신 분들을 위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그것은 어처구니없게도 너무나 당연하고 적나라한 사실이기 때문에 오멸은 사실성의 문제에 최고의 신경을 쓰는 것을 그다지 가치 없이 느꼈을 것이다.

만일 그 사건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의 사실성에 대한 의심이 들거나 그것이 몇 퍼센트 까지 사실이냐 따위의 의문이 든다면 그것은 오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다만 우리 스스로가 그것을 덮어두고 모른 체 해왔을 뿐이었기 때문이고, 우리가 드러내어 봐야 할 것은 하나하나의 잔혹한 행위가 아니라 그 전체적인 사건에 대한 기억이기 때문이다.

후자에 대해서는, 그것은 오멸이 애초에 해야 할 일도 아니었고, 오멸만이 해야 할 일도 아니었고,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의 몫이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는 인정해야한다, 그의 관심사는 그것과는 너무나 멀고 소박하고 당연한 인류전통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하려고 한 것은 그저 제사를 지내는 것뿐이었다. 바로 그 단 한가지의 목적 때문에 <지슬>은 좋은 영화, 근래의 가장 가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 오멸이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부분은 그저 마지막에 그들의 죽은 자리에서 지방을 태우는 일뿐이었다.

제사라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제사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미신적으로 영혼을 달래고 모시며 현 세대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넘어서 '기억하기'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아니 오히려 사자(死者)를 기억하기라는 것은 그 모든 의미를 내포함은 물론이고 실제적으로 우리의 안녕을 이끌어내는 힘을 갖고 있는 행위이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남겨진 이들이고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우리 자신을 아는 것이며 그것은 우리의 안녕을 위한 필수적인 일일 것이다.

흑백화면은 바로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의 현무암과 보이지 않는 바람, 이 영화를 가득 채우는 무색 연기의 칼라화면에 대한 무의미성을 제쳐두고서도 무엇보다도 제사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가 검정색 또는 하얀색의 옷을 입듯이 흑백화면을 입었다. 사건으로부터 6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제주도민으로 구성된 배우들의 연기는 또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재연이기 이전에 조상을 기억하고 기리는 의미가 된다.

그들이 썼을 방언으로 말하고 그들이 있었을 동굴과 산에서 하는 연기는 제사가 그렇듯이 먼저 가신 이들과 함께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가 완벽히 제사 자체가 될 때, 우리가 그것을 보는 것은 우리 또한 제사를 지내는 것과 같다. 거기에는 모든 절차가 있고 제사음식까지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소름끼치는 사실은 이 제사음식이 그들의 죽음과 함께 구워진 감자-지슬-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불에 탈 때 같이 타버린 감자를 우리는 맛보아야만 한다. 그것은 음복, 음식을 나누어 먹는 제사의 마지막 절차이다.

어쩌면 다소 감내하기 힘든 이런 영화를 오멸은 사실 상당히 여유롭게 다루고 있다. 그의 카메라 움직임은 제주도의 강한 바람보다 훨씬 느리며 오히려 그것에 무거운 몸을 기대어 조금씩 조금씩 저절로 움직이는 것만 같다. 그는 또한 동굴의 캄캄한 여흑(餘黑)을 이용하여 인물들의 대화를 담고 있으며 그럼으로써 그들에게 쓸 때 없이 과한 긴장과 어둠에 둘러싸인 공포를 주지 않는다.

이런 인상은 제주도 전체 구석구석을 그들 고유의 삶의 장소로 만든다. 그들이 동굴이나 산에서 한밤중에 이러쿵저러쿵 수다도 떨고 다투기도 하더라도 (사실 길은 잘 모르지만 '이쪽 동네는 내가 훤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그런 소리들은 결코 군인들에게 그들을 발각되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마치 그들만의 언어로 숲속에서 대화하는 요정들과도 같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모든 사건은 제주도를 제주도의 특수성 속에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닐까? 한글 자막이 달린 한글 영화라는 이상한 느낌은 무리하게 극복해야 할 벽이거나 가볍게 덮어버려야 될 상처 따위가 아니라 바로 그 자체로써 인식되고 인정되어야 할 사실일 테다. 동시에 오멸이 표준어에 대해서도 또한 자막을 달아 제주도와 한국(이라는 것)은 계층적으로 구분되지 않고 평형을 이룰 수 있었다.

영화를 되새겨 보면 오멸은 고집스럽게 일정한 호흡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려 했던 것 같다. 밤의 달 하나를 보여주는 컷에서도 그는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다. 모든 장면이 말없이 물을 기르는 병사의 움직임을, 침묵을, 피난민들의 대화의 박자, 중간 중간 몇 초의 정적을 닮았다.

얕은 심도의 카메라에도 우리는 큰 거북함을 느낄 수 없는데 여러 사람을 잡아야 할 때 오멸은 그들을 모두 같은 심도 안에서 잡을 수 있는 자리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좁은 구덩이에 계속 해서 잘 비집고 들어오는 인물들처럼 오멸 또한 자기 자리를 찾아 잘 비집고 들어와 버린다. 심도를 깊게 잡을 수 있어서 아무 구도의 화면이나 구성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오멸에게 큰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제사는 2차원적 공간인 병풍을 배경으로 하여 지낸다.

나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지금까지 아껴왔었다. 제사가 기억하기라면, 이 영화의 이런 정체성이 우리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은 우리가 지금까지 기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가장 잔인한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처참하게 죽임을 당했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까지 그들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죽음과 함께 구워진 감자, 지슬은 이미 오래 전 60년도 훨씬 전에 식어버렸다. 그러나 지금 오멸은 그 감자를 우리를 위해서 다시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그 감자가 다시 식기 전에 우리가 먹어주는 것이 억울하게 죽은 자들에 대한 예의이고 또 우리 모두의 안녕을 기원함일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럼으로써 깊게 음미하고 또한 고통스러운 아픔을 감내해야만 하는 영화다. 그것이 우리의 몫이다. 그렇지만 그 감내는, 동굴로 돌아와 순덕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던 만철의 감내와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던 무동의 감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동굴 속 모든 수다는 바로 이 두 침묵을 위해서만 보조적으로 존재했던 것 같이 보일 정도이다).

오멸이 스크린 화면을 피난민들이 말린 고추로 불을 지펴 낸 연기들로 하얗게 가득 채워 극장 안을 환하게 비췄던 것은 바로 우리가 스스로를 자각하도록 함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다소 눈이 따갑더라도 철모를 눌러 쓴 한 병사처럼 눈을 굳게 치켜 올려 바라보아야만 한다.

 

- 채형식

 

 

 

 

 

'공정사회', 가슴 깊숙이 차오르는 처절한 울분

 

 

 

 

치과 의사 남편과 별거 이후, 보험 설계사를 하며 딸을 키우고 있는 아줌마(장영남 분)에게 딸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존재이자, 삶의 희망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딸이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울분에 찬 아줌마는 딸에게 모진 상처를 낸 범인을 잡아달라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강력반 형사(마동석 분)는 절차상 문제를 운운하며 딸에게 더 큰 정신적 고통만을 안겨줄 뿐이다.

행여나 자신의 명예가 실추될까봐 두려운 남편(배성우 분)은 되레 딸의 사건을 은폐하기위해 아줌마를 궁지에 몰아넣는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와 딸을 도와주지 않는 상황. 결국 아줌마 스스로 말로만 공정한 사회에서 그녀만의 방법으로 자신들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했던 그들과 세상을 향해 단죄하고자 한다.

 

 

 

장영남 주연 영화 <공정사회>는 주인공이 부조리한 현실에 모든 것을 잃는다는 설정에서 고 박경리 단편소설 <불신시대>를 연상시킨다. <불신시대>의 진영처럼 아줌마는 어느 누구에도 마음 터놓고 지낼 곳이 없다. 그녀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다가간 남자들은 그들이 가진 권위와 질서를 운운하며, 아줌마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 어느 누구도 아줌마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 스스로가 직접 범인을 처단하는 설정은 작년 11월 개봉한 <돈 크라이 마미>와 많이도 닮았다.

<돈 크라이 마미>가 그랬듯이, <공정사회>는 여자 혼자서 자식의 몸과 가슴에 대못을 박은 가해자를 사적복수로 응징할 수밖에 없는 과정에서의 공감대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공정사회>는 끊임없는 교차편집과 플래시백을 활용한다. 일련적 서사구조가 아닌 75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흩어진 파편 조각처럼 재배열되는 40일 동안의 끔찍한 사건과 악몽은 딸의 사건 이후, 오직 가해자와 사건을 무방치 한 제2의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꿈꾸는 아줌마의 혼란한 심경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거듭 등장하는 플래시백 등장에도 혼란스러움 없이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아줌마, 아니 여전히 무언중에 일어나고 방치되는 강력범죄에 떨어야 하는 우리들의 아픔을 보여주고자 한 진정성 있는 연출력도 눈에 띤다.

물론 아줌마의 복수과정에서 다소 현실감이나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말로만 공정한 사회에서 현실에서는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약자들에게, 그들과 다를 바 없는 아줌마의 '변신'을 통해 잠시나마 카타르시스를 안겨주고자 한 것만이라도 이 영화는 제 몫을 해낸 셈이다.

한국 영화 아카데미 교수이자, <색즉시공>·<해운대> 등 유명 히트작에서 프로듀스로 이름을 날린 이지승 감독은 5천만 원이라는 저예산과 불과 9회차 촬영 만에 울림 있는 영화를 만들어냈다. 진심으로 아동 성폭행 피해자 가족의 입장이 되어 온몸을 날려가며 열연하여 작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장영남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장영남뿐만 아니라 마동석·황태광·배성우 등 악역을 맡은 출연진의 연기가 관객들의 울분을 저절로 치솟게 한다.

작지만 울림은 큰 영화 <공정사회>. 그 누구보다 착실하고 성실했던 아줌마의 변신은 적어도 '공정사회'에서만큼은 그 세계가 정해놓은 법체계의 테두리는 벗어났을지언정, 유죄는 아니다.
 

 

- 권진경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