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작들/단편·장편 소설

Genie 2013. 6. 24. 07:08

 

 

 

기차역을 빠져 나와 한적한 시골동네 오솔길같은 흙먼지가 휘날리는, 초록의 풀들이 무성한 좁다란 비포장도로를 따라 거니는데 낮은 건물들 사이로 우뚝 솟은 회색 빛깔의 오베르 교회가 저 멀리 눈에 들어왔다.

 

광적 열정과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고흐가 머무는 마을임을 이방인에게 고지하듯 그의 작품을 배경으로 만들어놓은 안내표지판이 마을입구에 세워져 있어 마치 타락에 찌든 오염된 세속이 여기에서 끝이 나며 오랜 세월 감추어진 순결한 환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마일스톤처럼 새로운 유토피아가 펼쳐짐을 알려주는 듯싶었다.

 

어쩌면 나처럼 세상 어디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나날이 헐벗고 피폐한 몰골로 추락하고 있는 길 잃고 헤매는 영혼들의 안식처임을 일깨워주는 이정표가 아닐까 싶어 멍하니 서서 하늘을 처연히 쳐다보았다.     

 

아야꼬는 그저 반갑고 신기한지 가까이 가서 한참을 살펴보더니 이내 안내표지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라고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했다. 그녀의 해맑은 활달함으로 인해 침울해지던 기분이 금새 사르르 녹으면서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분명 그녀는 내게 있어 기쁨이며 행복 그 자체였다.

 

화창한 대낮의 햇살 때문이었을까, 지난 번 방문했을 때는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하얗던 벽에서 칙칙한 검정 얼룩이 흘러나와 우중충하고 음산해 보였는데 지금은 고흐가 생전에 그려놓은 작품 오베르의 시청속 모습 그대로 말끔하고 화사하게 다가섰다.    

 

아마도 최신 유행하는 화려한 원색의 옷을 입은 여행객들의 소란스럽고 분주한 움직임만 보이지 않았다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가 생존했던 시공간으로 날아왔다고 해도 실감날 정도로 그의 숨결이 고스란히 살아 움직이는 거처럼 살갑게 느껴졌다  

 

우선 숙소를 정해서 짐을 풀어놓은 후에 편하게 구경하는 게 어때, 괜찮지다시 한번 그녀의 동의를 구했다. “, 근데 이 조그마한 마을에 우리가 머물 숙소가 있을까,”

 

자못 의아스러워하는 아야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 아담한 2층 건물에 “Hotel Restaurant de Cafe de la paix”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건물이 길 건너편에 보여 반가운 흥분으로 성큼 다가갔다. 레스토랑 입구 안쪽에 있는 카운터로 곧장 가서 숙소에 대해 물어보는데 2층에 방이 몇 개 되지 않고 주로 소수의 예약손님 위주로 운영한다면서 친절하게도 마을지도가 나온 두터운 안내팜플렛 하나를 펼쳐서는 오와즈(Oise) 강 근처에 있는 호텔 하나를 추천해주었다.

 

우선 강가라는 말에 호감이 가서 일단 테이블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아야꼬에게 설명도 해주고 가는 길도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여기서 음료수 한잔 마시고 갈까,” 아야꼬는 실내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신이 나서 좋아하며 밖이 내다보이는 창가 근처로 가 자릴 잡았다.

 

메뉴판을 들어 함께 살펴보는데 마침 ‘Cafe Allonge(카페 알롱제)’가 눈에 띄었다. “아야꼬는 이거 마시면 되겠다,” “, 어떤 맛인데,” “미국식으로 말하자면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고 할까, 파리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인데 한번 마셔보면 아야꼬 취향에 맛을 거야,” “좋아그럼 나 폴 믿고 그걸로 할래,”

 

팜플렛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호텔로 가는 길을 찾기보다는 고흐가 머물렀던 장소와 그곳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적혀있는 내용에 열중해 읽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앙증맞은 조그마한 도자기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와 상대적으로 무척 커다래 보이는 잔에서 찰랑거리는 카페 알롱제 그리고 별도의 접시에 소프트하고 맛깔스럽게 생긴 아삭아삭한 쿠키가 함께 서빙되어 나왔다.

 

, 마들렌(Madeleine)이다,” 그녀는 또 다시 활짝 웃으면서 특유의 감탄사를 연거푸 내뱉었다. 늘상 소소한 기쁨에도 한껏 감동을 하는 어린애 같이 순수한 그녀가 그지없이 사랑스러워 아주 달콤하고 진한 입맞춤을 하고픈 충동으로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마음 속으로는 프랑스의 저명한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역작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A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 묘사된 마들렌(Madeleine)’에 대해 영어로 근사하고 멋지게 설명해주고 싶었는데 나 역시 한국어 번역본으로 읽은 탓에 좀처럼 적절한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거의 단어와 단어를 나열하는 유치한 수준으로 그녀에게 설명해줄 수밖에 없어 못내 아쉬웠다.

 

지금의 어설픈 영어실력으로 어떻게 감히 근엄하면서도 수줍은 스커트 주름에 싸여 그토록 풍만하고 육감적인 과자의 작은 조가비모양이라고 번역된 문장을 다시 즉흥적으로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행여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녀가 제대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을까

 

- 참 내게는 신기한 재능이 하나 있었다. 학창시절 죽어라 암기과목을 싫어하며 외우는 걸 무척 못해 심지어 국사선생님이 너는 국사만 잘하면 전교 1등은 전혀 문제없을 텐데하며 혼내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가슴에 와 닿는 시나 글귀를 접하게 되면 굳이 외우고자 노력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가슴 속으로 스며들어 뇌 저장기능 어딘가에 고이 보관되었고 어느 순간 불현듯 그 문장들이 고스란히 내만의 고유한 언어로 재탄생되어 되살아났다. 어쩌면 지금 내 머리 속에는 수천편의 시들이 잠재되어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사실로 인해 때론 나 스스로 내 자신이 소름 끼치도록 무섭게 느껴져 결국 세상과 격리하도록 종용한 주요 원인이 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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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소한 발견에도

신기하고 놀라워하며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유심히 살펴보다가  

환희에 찬 흥분된 고음으로

연거푸 탄성을 지르며

화사한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어대는

 

내 헐벗고 피폐한 삶에

유일한 기쁨이자 행복이 되어버린

그네라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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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une/24/2013 .....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