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알아야 할 세계사 1001 장면

의미있는 1001번의 세계사 이벤트를 자세하게 정리해서 알려드립니다.

펫로스 증후군에서 간신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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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잡설

2020. 11. 16.

 

얼마 전에 뜬금없이 펫로스에 대한 글을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제 서재(블로그)는 역사가 큰 줄기이지만 언제나 이런 저런 잡설이 피고 지곤 했었으니까 이상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16년 함께한 반려견 기쁨이를 보내고 펫로스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평소 동물은 동물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중성화수술 포함해서 4번의 큰 수술을 받았고 올해는 버틸 수 있을까 염려하던 고령이라, 담담한 이별이 될 줄 알았습니다. 

 

갑작스레 경련을 시작하고 침을 흘리며 호흡이 가빠질 때도 '이제 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구나' 정도, '병원에 데려가느니 우리가 지켜보면서 보내자', '화장을 해야겠지? 파주에 동물화장터가 있나? 비용은 얼마이지?"라는 객관적인 이성이 지배하고 있었죠.

 

아내가 '기쁨이 호흡이 돌아왔네? 지금은 자는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순간 '드디어 이별이구나' 싶더군요. 평소의 따뜻하고 기분좋은 온기가 남아 있는데도 심장이 느껴지지 않자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기쁨이를 품에 안고 오래 서 있었습니다. 

'기쁨아. 3개월만 더 같이 있어주지... 미안하다' 

 

지금은 반려동물에 대해 많이 아는 척을 하지만, 기쁨이를 들였을 때에는 무지와 고정관념으로 가득차 미안한 짓을 많이도 했습니다. 

 

자견과 성견 사료도 구분못해서 어린 녀석에게 덩어리 큰 사료를 먹이고.

카더라만 믿고 새 가족의 품에 안기고 싶어 낑낑거리는 녀석을 가두고 변을 못가린다고 야단치고.

아무거나 대충 마구 먹이고.

기분 내킬 때에만 산책시키고.

두려워서 그런 것인데 입질한다고 때리고 미워하고.

 

어릴 때부터 구박을 받아서 그런지 무척 소심한 성격이 되었고 집에서 무색무취의 존재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발정나서 집나온 검은 녀석(쿠로)를 들였는데, 처음보는 동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사료를 빼앗아 먹고 옆에 누워 잘 정도였습니다. 

 

러시아에서 두 녀석(페르세야와 볼칸)이 왔을 때도 마치 서로 알던 사이처럼 이렇게 지내서 오히려 불쌍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던 기쁨이었습니다. 

 

 

항문쪽 종양때문에 두 번째 수술을 받아 무척 힘들어 할 때에 '기쁨아. 3개월만 더 같이 살자'라고 부탁했었는데, 마치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3개월 후에, 그것도 마지막 순간까지 주인을 배려한 것처럼 비명 한 번 안지르고 편안하게 떠났습니다. 

 

그렇게 주인에게도 다른 동물에게도 존재감이 없던 기쁨이가,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언제나 그대로 있을 것 같은 기쁨이가 사라지니 모두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겨우 개 한마리 사라진 것이라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반격하려고 해도, 집 안팎으로 동물이 득실거리는데도 가슴이 텅비고 눈물이 계속 흐릅니다. 잠깐 신호대기 하는 중에도 눈물이 흐릅니다. 

 

시간만 나면 정성들여 가꾸고 함께 산책하던 정원은 회색빛 공간으로 다가옵니다. 

물그릇과 기저귀가 있던 작은 공간이 우주 블랙홀만큼 커다란 공백으로 보입니다. 

 

아마 과거의 시간만 생각하고 담담한 기억으로 받아들일 줄 알았는데, 기쁨이와 함께 할 미래의 시간과 공간이 모조리 그것도 한 순간에 사라져서 뒤늦게 후회하고 그리워하는 모양입니다. 

 

귀찮고 짜증났던 그 시간과 사건이 실제로는 두번 다시 못 겪을 행복이었던 모양입니다.

 

조금씩 후회와 자책에서 벗어나고 있기에, 노견을 떠나보내는 유투브 동영상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벗어났기에, 기쁨이에게 못난 주인과 오랜 시간 함께 해주고 참아주어서 고맙다는 글을 정리합니다. 

 

'3개월만 한번 더 함께 해주었으면...'

'그때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었다면...'